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캡틴 박지성

‘지성이면, 감북(感北)’… 남북 축구 역사 새로 썼다

역시 박지성이다. ‘캡틴’ 박지성의 캐넌슛 한 방이 무패 질주에 제동에 걸릴 위기에 놓였던 허정무호를 구해냈다.

한국은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B조 최종전에서 난타전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4승4무(승점 16)로 최종예선을 마감한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예선전 무패 기록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지난해 10월 주장 맡은 뒤 대표팀 경기력 상승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후배 자발적 참여 이끌어

최종예선전 무패 기록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요인 가운데 ‘캡틴’ 박지성의 빼어난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인 지난해 10월15일 아랍에미레이트(UAE)와의 홈경기부터 주장을 의미하는 ‘노란 완장’을 찬 박지성은 6월17일 이란과 최종전까지 주장으로 8경기를 치르면서 때로는 후배들을 챙기는 자상한 형님이자, 때로는 감독을 대신해 상대방과 신경전을 불사하는 전사 역할을 하면서 팀의 중심에 우뚝 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거의 풀타임으로 소화하느라 그 누구보다 몸은 피곤했지만 프리미어리거라는 ‘이름값’에 자만하지 않고 누구보다 더 많이,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게 축구계의 평가다.

무엇보다도 군림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어느 때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의 전력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린 촉매제로 작용했다.

군림하지 않고 솔선수범
자발적 참여 이끌어내

일단 박지성의 활약은 기록에서 빛났다. 그는 지난해 UAE와 홈경기 이후 3골을 기록했다. 올해 2월11일 이란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대표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특히 6월17일 홈에서 열린 이란과의 리턴 매치에서도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35분 이근호와 멋진 2대 1 패스를 통해 극적인 동점골을 꽂아 넣어 무패 본선 진출의 위업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 박지성의 존재는 더욱 빛났다. 선수들을 감싸는 동시에 강한 정신무장을 촉구하는 발언은 대부분 박지성의 입에서 나왔다.

이란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자바드 네쿠남이 “열성적인 10만 관중의 압박은 그들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자극하자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던 박지성은 리턴 매치를 앞두고는 “이란이 천국으로 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강단을 보여줬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박지성에 대해 “어린 선수들은 지성이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자신만이 아닌 팀 동료의 전력까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캡틴’ 박지성의 존재가 주목받는 이유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전을 끝낸 박지성은 1년 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것 같다”며 최후의 월드컵 출전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도 뚜렷이 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프리미어리그 우승, 유럽축구연맹 챔스리그 우승 등을 경험한 그가 1년 후 월드컵 무대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지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박지성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이유는 체력 때문이다.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면 한국 나이로 30세가 되는 그는 34세이 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자신의 체력이 버텨줄지 의문 부호를 달았다.

16강 진출 가능
7년 전 대표팀과 닮아

그의 주 포지션은 측면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심하다. 때문에 4년 뒤에는 지금처럼 ‘산소탱크’의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 이런 탓에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16강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밝힌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대표팀이 워낙 강하긴 했지만 비교하자면 선후배 조합이 7년 전 대표팀과 닮았다”고 전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홍명보, 황선홍 등 고참들과 박지성 등 막내 선수들까지 모두 하나가 돼 4강 신화를 완성했다. 박지성의 말처럼 2010년 대표팀도 2002년처럼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 대표팀이 젊어졌다. 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등 젊은 피들이 대거 가세, 이운재와 이영표, 박지성 등 고참들과 팀워크를 잘 이루어 무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책임졌다. 2002년 분위기를 잘 아는 박지성이 2010년 월드컵 16강 진출에 희망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박지성은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5회 아시안컵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본 뒤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지성은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박수 받을 때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기에 앞서 “2014년 월드컵에는 나보다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나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남아공월드컵이 태극전사로 뛰는 마지막 월드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시안컵 우승한 후
박수 받을 때 떠나고파

박지성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무대를 아시안컵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시안컵 우승은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라며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지 꽤 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의 말대로 태극호는 56년 1회 대회와 60년 2회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한 이후 정상탈환에 번번이 실패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 정상에 대한 열망을 보이는 건 아쉬움 때문이다.

박지성은 대표팀 막내 시절인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 나갔지만 태극호가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패한 탓에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4년 뒤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때 다시 한 번 정상을 꿈꿨지만 대표팀이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4로 패하는 바람에 울분을 토해냈다. 2007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4개국이 공동주최한 아시안컵에는 무릎부상으로 인한 수술 탓에 최종명단에서 빠지는 아픔을 겪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마지막 출전하는 월드컵 될 것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아시안컵 우승 목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고 태극호와의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는 박지성이지만 그의 꿈을 가로막을 만한 변수가 하나 있다. 카타르가 걸프만 지역의 7~8월 기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아시안컵을 1월에 개최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대회 시기가 2010~2011 잉글랜드 프리미어십 중간에 걸쳐있어 맨유가 박지성의 태극호 합류에 난색을 보일 수 있다.

물론 프리미어십 구단들이 1월에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때 소속팀 선수들을 해당 대표팀에 보내주기는 하지만 박지성의 대표팀 합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0년 6월까지 맨유와 계약돼 있는 박지성은 조만간 구단과 재계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지성을 옆에서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의 은퇴시기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에서 계속 박지성을 원한다면 더 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체력적인 수준을 볼 때 다양한 변신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2014년 월드컵까지 충분히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무패로 본선에 진출한 한국대표팀. 그 중심에 서있는 ‘캡틴’ 박지성이 본선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쳐, 국민이 바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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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