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경보’ 대기업 해외골프장 소유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7 19: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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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세피난처 비자금·로비 창구?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탈세 쓰나미가 덮쳤다. CJ그룹의 해외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역외 탈세에서 비롯됐고,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해외 조세피난처에도 거액의 자산가들이 연루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심의 눈초리가 ‘해외 골프장’에도 쏠리고 있다. 그간 골프장이 오너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종종 이용돼 왔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인수·운영 중인 해외 골프장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에 편중돼 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원화 가치 상승과 국내 골프 붐을 타고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국내 골프장 대신 해외 골프장을 인수·건설하려는 기업이 쇄도했다. 공급 과잉론이 제기되던 국내보다는 원화 강세를 배경으로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일 수 있는 근거리의 해외 골프장이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국내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지자체 등으로부터 800건이 넘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780개의 도장이 필요하지만 해외 골프장은 가격만 맞으면 손쉽게 인수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인들
일본서 ‘큰손’

국내 기업 중 해외 골프장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기업은 ㈜한국산업양행이다. 일본 야마하 골프카트 수입업체인 한국산업양행의 유신일 회장은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지난 2003년부터 일본 골프장을 잇달아 현지법인 명의로 매입했다.

일본 나가사끼의 명문클럽인 ‘페닌슐라 오너즈’ 골프장과 일본 골프장 최대 밀집지역으로 불리는 자바현의 ‘요네하라’ 골프장과 ‘이스미’ 골프장, 후쿠오까의 ‘레이크사이드’골프장, 구마모토현의 ‘INO' 골프장, 센다이의 ’Airport' 골프장 등 총 5개의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특히 나가사키에 있는 페닌슐라 오너즈 골프장은 일본 내에서 한국인 전용회원제로 운영되는 유일한 곳으로 인기가 높다. 잔장 7022야드 18홀 규모로 빼어난 자연 풍치와 새로운 코스로 골퍼들 사이에서 ‘동양의 페이블 비치’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다. 이곳은 최문휴 전 아시아나 CC사장에 이어 현재 박갑철 아시아체육기자연맹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식품회사 해찬들의 전 회장인 오형근 에딘버러 CC 공동회장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곳곳의 골프장이 연달아 부도를 내 헐값에 쏟아지던 무렵, 일본의 큰 레저업체인 로얄그룹 골프장 3곳을 인수했다.

현재 3곳의 일본 골프장을 총괄 지휘하는 유정웅 사장은 인수할 때부터 오 회장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던 인물이다. 1998년 공군 준장 예편 후 남수원CC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유 사장은 오 회장과는 대전고등학교 동창이자 수십년을 동고동락해 온 인연으로 일본 골프장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개나 소나 다…가격만 맞으면 손쉽게 인수 가능
대부분 일본·중국 편중 동남아·미국서도 운영

이들은 대하(大河)주식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3개의 골프장 이름을 ‘大河’의 일본어 발음 ‘타이가’를 넣어 ‘오다마타이가컨트리클럽’, ‘나코스타이가컨트리클럽’, ‘나스타이가컨트리클럽’으로 지어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경북 구미의 선산CC와 제이스CC, 경주의 제이스 씨사이드CC 등 3개 골프장(54홀)을 운영 중인 ‘재일교포’ 전용사 동과그룹 회장도 일본 5곳(고바야시, 휴가, 가노야, 기타코, 히고)에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코리아나 호텔도 2007년 ‘버블 경제’의 희생양이 된 아이와 미야자키 골프장을 인수했다. 호텔 측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이와 비치 골프장을 운영하는 등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세련된 서비스와 일본 전통의 서비스를 접목시키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 밖에 사조산업, 혼마왕도, 베어스타운, 반도건설 등이 일본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또 승은호 서서울CC회장이 세운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도 일본 가고시마의 게도인 GC를 사들였으며 상무종합개발 선산토건 쌍용투자개발 등도 일본 골프장을 인수했다.


거침없이
부지 싹쓸이

대기업 가운데는 한화그룹이 지난 2005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공항CC를 매입했다. 국내에서 4개 골프장과 13개 콘도를 운영 중인 한화는 호텔 수영장 요트계류장이 딸린 이 골프장을 리모델링해 오션팰리스CC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화에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대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지난 2006년 말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에 있는 범화골프장을 매입했다. 범화골프장은 골프코스를 정비하고 클럽하우스와 호텔을 추가로 지어 새 단장한 뒤 2008년 9월 ‘웨이하이 포인트 오션 사이드 골프&온천리조트’로 재개장했다.

웨이하이포인트는 현재 호텔&골프 리조트 이용 고객에게 금호리조트에서 여행일정에 맞춰 항공, 공항픽업, 호텔, 골프, 외부관광, 비자발급 등 모든 여행서비스를 ‘원-스탑’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박성수 회장도 레저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남태평양 사이판에 자리잡은 유명 골프장인 ‘코럴오션 포인트(COP)’ 리조트 클럽을 인수했다. COP리조트 클럽은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골프장이다. 필리핀해와 맞닿은 사이판 남부에 위치해 코스를 도는 내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 코스 길이는 7015야드로 사이판에 있는 골프장 중 가장 길다. 90여개의 객실과 수영장,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이랜드는 지난해 초 인수한 ‘퍼시픽 아일랜즈 클럽(PIC)’ 사이판이 COP리조트 클럽 옆에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해 두 리조트를 묶어 골프와 워터파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골드·코리아CC를 운영 중인 이동준 코리아 골프 아트빌리지 회장도 2005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선시티골프&아트빌리지를 1000만달러에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코스는 18홀이지만, 딸려 있는 부지가 약 10만평에 달해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했다.

이 회장은 2007년에는 일본 효고현에 있는 갤럭시 리조트를 8억 5000만엔에 인수했고, 2008년 3월에 ‘스프링골프&아트리조트’로 이름을 바꿨다. 중국 상하이 인근의 난퉁(南通)에도 2008년 봄 개장했다.

이외에도 르메이에르건설이 호주 호라이즌 골프리조트를 인수했으며, 레저전문기업인 토비스리조트가 태국 칸차나부리소재 블루사파이어골프장을 사들였다. 또 대구CC를 운영하는 경산개발은 1996년 중국 다롄에 골프장을 직접 건설,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으며 리솜리조트는 중국 위해의 리솜골프리조트 웨이하이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탈세·횡령 혐의
‘골프왕’법정행

기업이 해외 골프장 소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골프장 영업을 통한 수익 창출 보다는 사업상의 필요와 자체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 크다. 골프장 부지가 부동산 투자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그룹사 차원의 원활한 골프장 예약이 주된 목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때때로 불법이 이뤄지기도 한다. 일본의 파산한 골프장을 잇달아 사들여 이른바 ‘골프왕’으로 불리고 있는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이 대표적이다. 유 회장은 지난 2011년 100억원대 탈세·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유 회장은 주로 수입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수입 물량을 부풀렸다. 직원들이 시중은행 외국환 거래영수증 양식에 컴퓨터로 출력한 날짜와 액수를 풀로 붙이고 이를 복사하는 방식으로 매입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았다.

세무조사에 대비해서는 회계자료를 위조했고, 실제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위조된 회계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탈세 발생하기도” 검은돈 마련 개연성 높아

이런 수법으로 유 회장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법인세 24억원, 소득세 7억원을 포탈했고, 회삿돈 73억원을 빼내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법원은 유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40억원, 그리고 복지시설 봉사활동 180시간을 선고했다. 일본 골프장 5곳을 인수 할 수 있었던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지만 수사는 이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에는 영업정지 된 한국저축은행 윤현수 회장이 유명 휴양지인 보르네오섬의 한 골프장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 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대기업 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튼튼한 중견기업들이 해외 골프장을 운영하는 뒷배경에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해외 골프장도 부동산 사업이라 투자자금조로 돈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고, 비용을 과다 계상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검은돈을 마련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적법한 절차…
법적 문제없다”

이런 의심의 눈초리에 해외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난색을 표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 골프장 인수는) 여행·레저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관광객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고 일종의 투자를 한 것 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원화 강세 당시,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인 것으로 안다. 신고도 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이미 인수한 골프장들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역외탈세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런 의심들이 어떤 형태로 불거질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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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