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옷 벗은 임채진 검찰총장

“원칙과 정도, 그것뿐이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2번의 사직서 제출로 검찰과 ‘안녕’
참여정부 말 임명돼 BBK 정국, 촛불수사 등 풍운의 1년7개월

임채진 검찰총장이 결국 검찰 수장에서 물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명돼 인사청문회부터 BBK 정국과 정권교체, 촛불 수사까지 순탄치 않은 1년7개월 동안 굳건히 버텼던 임 총장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지목되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책임을 짊어졌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사직서를 극구 반려했지만 임 총장은 끝내 두 번째 사직서를 내밀었다.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 있는 수사 원칙을 표방했던 임 총장.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임채진 검찰총장의 얄궂은 인연이 안타까운 끝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말기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임 총장에게 수사를 받았고,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 책임을 지고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임 총장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참여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기가 만료된 정상명 총장의 후임으로 임 총장이 물망에 오른 것.

1952년 경상남도 남해에서 태어난 임 총장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법무부 검찰국 검사와 검찰 1·2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2차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을 역임했다. 2002년 홍조근정훈장 수상자이기도 하다.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행정 기획통으로 검찰국장 재직 시 중수부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 등 굵직한 현안을 둘러싼 논란에 직언으로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에는 ‘일심회’ 사건으로 청와대 386인사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직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강함’ 탓에 임 총장은 취임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정 총장의 후임으로 고려되던 인사에 부적격 요인이 나오면서 1순위로 떠올랐지만 참여정부 내에서도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그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노무현·임채진 질긴 인연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끝맺음


또한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5개월여 남겨둔 상황이어서 혼란스런 대선정국과 정권교체 후 ‘물갈이’까지 헤쳐 나가야 하는 악천후에 놓여 있었다.

한나라당도 4개월여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반대했다. 새 정부의 출범을 고려, 정 총장의 퇴임을 늦추거나 직무대행으로 가자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결국 ‘비판적 수용’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대통령이 임기가 다된 사람들에 대해 인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목숨 걸고 반대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국민 편에서 판단하겠다”고 철저한 인사청문회 검증을 다짐하는 등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된 2007년 11월, 예기치 않는 사건이 벌어졌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삼성으로부터 ‘관리’를 받아온 검사 명단에 임 총장이 포함됐던 것.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로 주목받고 있던 임 총장이 ‘휘청’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삼성떡값’ 수수 의혹을 집중 추궁 받으면서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결국 법사위는 ‘조건부 적합’ 취지의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삼성의 관리대상이라는 의혹에 연루된 후보자가 총장이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후보자가 철저한 실체 규명을 다짐하고 있는 이상 제기된 의혹만으로 검찰총장 장애사유는 되기 어렵다”고 그의 임명에 동의한 것.
‘의혹은 있지만 적합’했던 임 총장이 참여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임 총장은 검찰총장직에 오르자마자 BBK 수사라는 시험대에 놓였다. 대선정국을 휩쓸었던 BBK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선이 뒤엎일 수 있어서 여야의 회유와 압박이 이어졌다.

BBK 정국 후 ‘공공의 적’
촛불집회 후 검찰 불신 최고조

그러나 결국 검찰은 양쪽 진영 모두에서 ‘공공의 적’으로 내몰렸다. BBK 수사가 무혐의로 결론지어지자 당시 여권은 ‘정치검찰’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임기 도중 정권이 바뀌면서 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눈길도 싸늘했다. 사정 당국의 수장이 전 정권에서 임명한 인사라는 사실이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검찰에 대한 불신도 높아만 갔다. 지난해 여름밤을 수놓은 촛불집회에 대한 수사는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으며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전 정권 죽이기’라는 오명으로 얼룩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일은 ‘검찰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인간적인 고뇌 때문”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며 사표를 반려했지만 임 총장은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 총장은 사퇴의 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인해 많은 국민들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총 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의 바른 수사, 정치적 편파 수사 논란이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한 단계 높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든 내가 검찰을 계속 지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한-아세안 정상회담이라는 국제적 큰 행사가 무탈하게 잘 종료된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제언과 비판은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이미 밝힌 이번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존중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면서 여론의 공세에 몰린 검찰을 보듬어 안았다.

임 총장은 자신을 임명했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 임기 5개월여를 남기고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날들에서 멀어진 것이다.

임 총장은 검찰을 떠났지만 그에 대한 ‘뒷말’은 무성하게 남아있다. 임 총장은 재임시절 정권이 바뀌며 4대 사정기관장이 교체되는 와중에 유일하게 유임됐지만 현 정부와 검찰 인사 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또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수사 끝에 노 전 대통령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후임에게 수사를 맡기고 물러서는 방안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번번이 그의 결심을 굳게 한 것은 검찰이 외압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원칙과 수사에 대한 형평성 시비를 막는다는 책임감이었다.

실제 임 총장은 시시때때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 시대 검찰의 화두” “강한 검찰보다는 바른 검찰을 지향하고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을 지킬 것” “검찰의 합리적 결정에 외압을 행사하는 움직임이 있을 때 온몸을 던져 바람막이가 될 것”이라며 검찰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때문에 그의 취임에 법조계 안팎에서 “임 총장이 ‘정치 중립’이라는 소신을 지키고 강직한 수사를 한다면 그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그가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뒷말 이는 사퇴
윗선 압력설 ‘솔솔’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BBK 수사와 정권 교체, 촛불집회 수사와 용산참사까지 수많은 사건을 진두지휘해 온 임 총장의 사퇴 배경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검찰 독립을 위해 악전고투해온 임 총장의 사퇴 결정이 “인간적인 고뇌”라는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

실제 검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어 사표 제출을 거부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임 총장의 사표 제출에 적지 않은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 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확보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검찰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불길이 다른 곳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