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②그들만의 분출구

마사지사 애무에 아내 흥분…남편은 관찰하면서 성적쾌감

[일요시사=사회팀] 매년 증가하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처벌법을 제정하는 등 성범죄 재발방지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 음지에서는 불법변태업소에서의 성매매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신종업소를 탐방하기 위해 일부러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모를 하는 사람들, 좀 더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것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그들이 공유하는 은밀한 아지트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불법 변태업소를 찾거나 새로운 성적판타지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주로 성인 인터넷 카페 혹은 블로그를 방문한다. 관련 사이트 운영자는 수많은 회원들에게 다양한 유사성행위 업소 소개 및 새로운 성적욕구 해소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경험해보고 후기를 친절히 남기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 카페 운영자
고퀄리티 매매 알선

고퀄리티 잠자리를 보장하는 성매매업소 브로커 사이트는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을 대기시키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자랑했다.

성매매 업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한 성매매 홍보는 물론 성인 인터넷사이트에 ‘화끈한 만남’ ‘애인모드’라는 문구를 걸고 명문대 여학생, 피팅모델, 레이싱모델, 스튜어디스 등 23명의 프로필과 선정적인 사진을 올린 뒤 남성들의 환심을 샀다. 업주는 또한 관심을 보이며 전화를 건 남성들에게 “외모도 성격도 어디하나 나무랄 것 없이 완벽하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한다”고 꾀었다. 업주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연예인급 미모의 여자와 만났다” “특급호텔이라 단속 염려도 없고 품격 있다” 등 젊은 남성들의 성매매 후기도 잇따라 올라왔는데 대부분 자작후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카페에 소개된 성매매 여성의 경우 ‘연예기획사 소속’이라는 명분 때문에 성매매 비용을 보통보다 3∼4배 비싼 80만원에 책정되기도 한다. 이는 성매수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음에도 연예인급 외모를 갖춘 여성과 잠자리를 꿈꾸는 남성들의 허상 때문에 이들을 찾는 예약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성매매 장소 또한 일반 관광호텔이 아닌 강남의 7군데 5성급 호텔에서 이뤄졌다. 일반 성관계와는 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하에 인터넷 카페 이름도 ‘강남 하이퀄리티’라고 붙이며 고급성을 거듭 강조한다.

반면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가상섹스를 즐길 수 있는 사이버섹스 게임도 성행하고 있다. 게임방법은 원하는 여성캐릭터를 선택한 뒤 원하는 포즈, 선호하는 체위, 애무 및 성감대를 설정해 게임에 반영시킨다.
또 다른 섹스게임의 일종인 ‘럭키게임’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환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존슨이 아름다운 의사와 섹시한 간호사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고, 그들만의 행복치료(?)가 시작된다. 이 게임은 주인공들의 대화를 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강도조절 역시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인터넷 전역에는 참으로 많은 섹스게임들이 존재하고 있다.


‘가상 원나잇’을 시도할 수 있는 게임의 경우 남녀가 각각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해 서로 성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자신의 아바타를 시켜 대리섹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바타를 선택 후 로그인을 하면 직접 하나의 인물이 되어 카페, 클럽, 거리, 호텔, 해변, 스파 등에 들어갈 수 있고 선택한 장소에 입장하면 아바타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쇼를 보는 등 다양하게 행동할 수 있다. 또 이동 중에 다른 이용자를 만나면 대화하거나 웃으며 관계를 맺거나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누구든 몇 명씩 상대를 고를 수 있고 여러 가지 체위와 강도, 깊이, 세기,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섹스보다 짜릿
관음증의 늪

비디오 클립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게 특징인 하드코어 섹스게임 ‘3D섹스빌라’는 인간의 오감 중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세 가지 감각을 사용자가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섹스 장난감 장치를 USB를 통해 연결하면 화면 속 섹시한 모델은 장난감의 침투를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다양한 신음소리를 낸다. 이 게임에 ‘섹스팩’을 추가하면 사용자는 개인적인 취향과 환상에 정확히 맞는 맞춤형 포르노를 만들 수 있다. 

동성애 섹스게임도 있다. ‘3D레즈비언’ ‘3D게이빌라’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동성애 섹스게임이다.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3D 아바타가 등장하고 이국적인 장소에서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옵션이 제공된다.  

가상섹스 중독자인 30대 김모씨는 “윤락가에 가는 것보다 저렴하고 단속위험이 덜해 자유롭게 섹스 판타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라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만의 공간에서 원하는 섹스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유혹이다”라고 전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성적 능력을 다양한 파트너와의 경험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섹스는 몰랐던 체위와 섹스 형태를 제시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현실에서 보다 다양한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일부 남성들은 현실보다 가상세계에서의 섹스에서 더 짜릿함과 흥분을 느끼고 자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섹스게임과 마찬가지로 관음증을 토대로 한 불법변태업소가 서울 시내에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다. 모든 창문에는 시트지가 붙어있고, 외부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유리문이 잠겨 있는 구조다.


온오프라인 성매매 언제 어디서든 ‘콜’
고퀄리티 그래픽 다중섹스게임 우후죽순

남성이 매직미러 안에 들어가 있는 나체의 여성을 보며 자위하는 신종 변태업소다. 이 같은 업소는 직접적인 성관계, 즉 2차는 별도로 없으며 타인의 모습만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취방’ ‘병원’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방들이 나란히 붙어있고, 남성손님들은 30분에 일정금액을 낸다. 방 내부에는 매직미러를 사이에 두고 남성과 여성이 마주하게 되어 있는데 매직미러 안의 여성은 밖에 있는 남성을 보지도, 말하는 것을 듣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남성손님은 업소여성에게 어떠한 야한 포즈나 행위도 요구할 수 없다. 간혹 매직미러 안의 여성을 카메라로 찍어 보관하는 손님들이 있어 귀중품과 겉옷 등을 제외하고 휴대폰 등 나머지 물건들은 카운터에 맡겨야 한다고 알려졌다.

업소 여성이 5분 간격으로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으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남성은 그 모습을 훔쳐보며 흥분한다. 규정된 시간인 30분이 가까워 질 즈음엔 여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있다고 한다. 관음증 변태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취향에 맞게 ‘엿보기방’이라는 신종 변태업소가 생긴 것이다. 20대 대학생부터 40∼50대 중년 남성들까지 손님의 연령대는 천차만별이라고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변태업소는 단속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간판도 없고 호객행위도 없어 입소문만으로 영업 중이어서 소수의 변태들 외에는 일반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들다. 유사성행위업소도 아니고 변종성매매업소도 아닌 단지 변태업소일 뿐이라는 이유 때문에 단속하기가 애매하다는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미성년 상대로
변태 섹스판타지

성인의 그릇된 섹스판타지는 미성년자에게까지 뻗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의 강력한 단속에도 음지에서 꿋꿋이 운영되고 있는 체벌카페와 노예카페가 그 증거. 이 같은 변태카페들은 성인들이 성적욕구해소를 위해 개설됐다가 이후 청소년 사이에도 변태카페가 성행하게 됐다. 

한 40대 남성이 체벌카페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올려놓고 체벌할 사람을 기다린다. 연락이 닿은 어린 여학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미사리로 장소를 옮긴다. 미리 준비한 회초리, 청테이프를 감은 막대기를 이용해 여학생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체벌한다. 체벌을 받는 여학생은 남성에게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소시지를 그녀의 성기에 넣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자신의 성기를 빨게 했으며 마지막에는 성폭행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지난해 실제로 발생했던 성폭행 사건이다.

이처럼 호기심 왕성한 수많은 10대들이 너도나도 체벌카페에 눈길을 돌리며 누군가에게 강하게 체벌을 요청하고 성인들은 개인의 성적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성노리개로 삼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체벌’이란 두 글자만 입력해도 수십개의 체벌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약 20%에 다다르고 거기에는 겨우 11살의 초등학생이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발견되기도 했다.

카페 게시물에는 채찍이나 회초리로 여성을 때리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었고, 영상과 사진 속 여성들은 죄다 알몸상태로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 맞은 부위를 클로즈업한 게시물을 올려 사람들에게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예카페의 경우 체벌카페와는 조금 다르다. 자발적으로 노예 혹은 펫이 되어 주인의 복종에 따르는 형식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한 카페에는 ‘친구 만들기’를 주제로 내건 이 카페엔 성인 남성부터 심지어 13살 초등학생까지 ‘여자 노예를 찾고 있다’는 이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키 OOOcm에 몸무게 OOkg, 훈훈한 외모, 까칠한 성격’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오래 연락할 노예를 구한다’고 내걸었다.

‘노예육성’ ‘노예구하기’가 주축이 된 카페 내에는 ‘자위’ ‘야문(야한 문자)’ ‘변녀(변태녀)’ ‘하녀’ 등 자극적인 단어로 도배된 해당 카페에는 자신을 12∼18살이라고 소개하는 10대들의 구애글이 넘쳐났다.

서울에 사는 14살의 남학생은 “서울 사는 변녀를 구한다”며 “몸사(몸사진) 교환하거나 영통(영상통화), 동영상 교환 가능한 노예는 연락 달라”고 말했다. 13세의 여학생의 경우 “싸이월드 도토리 충전을 위해 급하게 몸사를 팔고 있다”며 “몸사만 원하실 경우 문상(문화상품권) 1만원, 5달 노예를 원하실 경우 문상 2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주인을 희망하거나 노예를 자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호기심에 노예 문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노예 키우기가 유행하고 있었으며 교내에서 왕따인 애들을 노예로 키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은 “노예소설을 쓰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 중인데 업데이트 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호기심에 실제로 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노예가 있는 친구들 중에 여자 집이나 모텔 등에서 성관계까지 간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문제는 체벌·노예카페처럼 호기심에 이루어진 만남이 변종성매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지만 단속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청소년의 호기심을 사 변종성매매를 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변태 남편들
“사진 촬영해줘”

‘부부들을 위한 출장 마사지’는 기존 부부관계에 싫증을 느낀 부부가 마사지사를 불러 은밀하게 집 안에서 변태행위를 하는 시스템이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기존의 마사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부 중에 남성이 마사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마사지를 받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마사지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마사지라기보다는 ‘강한 애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변태화’ 되는 수순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내는 낯선 남성에게 강한 애무를 받으면서 성적인 흥분을 하게 되고 남편은 그 광경을 즐기면서 관찰을 하는 일종의 관음증과 비슷하다. 그러나 단지 관음증으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마사지사가 여성에게 애무와 비슷한 마사지를 해줌과 동시에 성적쾌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남성은 아내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덩달아 자신도 자극을 받아 흥분이 극에 치닫고 결국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부부는 성관계를 갖는다. 물론 마사지사를 서둘러 보낸 뒤에 관계를 갖는데 이때 갖는 부부관계가 더 스릴 있고 쾌락이 넘친다고 한다.


노예·하녀·펫…‘노예녀’구하는 카페
간판·호객 없이 입소문으로 업소 운영

부부출장마사지를 부르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여성에게 쾌감을 주고 연이어 흥분된 아내와 섹스를 즐긴다고 알려졌다. 상당수의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낯선 남성이 주는 쾌감’을 주려고 마사지사를 부른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아닌 다른 남성에 의해 흥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변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사지사 자체를 일종의 부부섹스의 ‘도우미’나 ‘파트너’로 생각하는 남편들도 있다. 마사지를 통해 흥분된 아내와 자신이 섹스를 할 동안에 사진을 촬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섹스를 하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기에는 힘들 뿐만 아니라 보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을 위해서는 외부의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마사지사에게 맡긴다는 것.

심지어는 여자 2명이 남자 마사지사 1명을 부르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는 여성들이 먼저 그룹섹스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인데, 그들은 처음부터 “그룹섹스를 하자”고 제안하지는 않는다고. 다만 1명이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이에 또 다른 여성 한명이 은근슬쩍 ‘간’을 보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슬며시 남자 마사지사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하면서 딥키스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3명이서 한 몸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갈수록 변태들을 위한 신종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섹스게임과 나체 체벌동영상 등 온라인에서도 변태의 성적쾌락을 위한 시스템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경찰단속이 치밀해짐에 따라 성매매 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매년 경찰은 신종 변태업소 및 성매매 알선 카페 등을 수 백개씩 적발하고 있지만, 그들(변태)이 은밀하게 공유하는 신종 아지트는 끊임없이 생길 것으로 추측된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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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