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 윤창중 사태로 본 ‘변태천국’ 자화상②그들만의 분출구

마사지사 애무에 아내 흥분…남편은 관찰하면서 성적쾌감

[일요시사=사회팀] 매년 증가하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처벌법을 제정하는 등 성범죄 재발방지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 음지에서는 불법변태업소에서의 성매매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신종업소를 탐방하기 위해 일부러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모를 하는 사람들, 좀 더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것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그들이 공유하는 은밀한 아지트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불법 변태업소를 찾거나 새로운 성적판타지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주로 성인 인터넷 카페 혹은 블로그를 방문한다. 관련 사이트 운영자는 수많은 회원들에게 다양한 유사성행위 업소 소개 및 새로운 성적욕구 해소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경험해보고 후기를 친절히 남기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 카페 운영자
고퀄리티 매매 알선

고퀄리티 잠자리를 보장하는 성매매업소 브로커 사이트는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을 대기시키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자랑했다.

성매매 업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한 성매매 홍보는 물론 성인 인터넷사이트에 ‘화끈한 만남’ ‘애인모드’라는 문구를 걸고 명문대 여학생, 피팅모델, 레이싱모델, 스튜어디스 등 23명의 프로필과 선정적인 사진을 올린 뒤 남성들의 환심을 샀다. 업주는 또한 관심을 보이며 전화를 건 남성들에게 “외모도 성격도 어디하나 나무랄 것 없이 완벽하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한다”고 꾀었다. 업주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연예인급 미모의 여자와 만났다” “특급호텔이라 단속 염려도 없고 품격 있다” 등 젊은 남성들의 성매매 후기도 잇따라 올라왔는데 대부분 자작후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카페에 소개된 성매매 여성의 경우 ‘연예기획사 소속’이라는 명분 때문에 성매매 비용을 보통보다 3∼4배 비싼 80만원에 책정되기도 한다. 이는 성매수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음에도 연예인급 외모를 갖춘 여성과 잠자리를 꿈꾸는 남성들의 허상 때문에 이들을 찾는 예약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성매매 장소 또한 일반 관광호텔이 아닌 강남의 7군데 5성급 호텔에서 이뤄졌다. 일반 성관계와는 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하에 인터넷 카페 이름도 ‘강남 하이퀄리티’라고 붙이며 고급성을 거듭 강조한다.

반면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가상섹스를 즐길 수 있는 사이버섹스 게임도 성행하고 있다. 게임방법은 원하는 여성캐릭터를 선택한 뒤 원하는 포즈, 선호하는 체위, 애무 및 성감대를 설정해 게임에 반영시킨다.
또 다른 섹스게임의 일종인 ‘럭키게임’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환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존슨이 아름다운 의사와 섹시한 간호사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고, 그들만의 행복치료(?)가 시작된다. 이 게임은 주인공들의 대화를 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강도조절 역시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인터넷 전역에는 참으로 많은 섹스게임들이 존재하고 있다.


‘가상 원나잇’을 시도할 수 있는 게임의 경우 남녀가 각각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해 서로 성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자신의 아바타를 시켜 대리섹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아바타를 선택 후 로그인을 하면 직접 하나의 인물이 되어 카페, 클럽, 거리, 호텔, 해변, 스파 등에 들어갈 수 있고 선택한 장소에 입장하면 아바타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쇼를 보는 등 다양하게 행동할 수 있다. 또 이동 중에 다른 이용자를 만나면 대화하거나 웃으며 관계를 맺거나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누구든 몇 명씩 상대를 고를 수 있고 여러 가지 체위와 강도, 깊이, 세기,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섹스보다 짜릿
관음증의 늪

비디오 클립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게 특징인 하드코어 섹스게임 ‘3D섹스빌라’는 인간의 오감 중 시각과 청각, 촉각 등 세 가지 감각을 사용자가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섹스 장난감 장치를 USB를 통해 연결하면 화면 속 섹시한 모델은 장난감의 침투를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다양한 신음소리를 낸다. 이 게임에 ‘섹스팩’을 추가하면 사용자는 개인적인 취향과 환상에 정확히 맞는 맞춤형 포르노를 만들 수 있다. 

동성애 섹스게임도 있다. ‘3D레즈비언’ ‘3D게이빌라’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동성애 섹스게임이다.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3D 아바타가 등장하고 이국적인 장소에서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옵션이 제공된다.  

가상섹스 중독자인 30대 김모씨는 “윤락가에 가는 것보다 저렴하고 단속위험이 덜해 자유롭게 섹스 판타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라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만의 공간에서 원하는 섹스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유혹이다”라고 전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성적 능력을 다양한 파트너와의 경험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섹스는 몰랐던 체위와 섹스 형태를 제시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현실에서 보다 다양한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일부 남성들은 현실보다 가상세계에서의 섹스에서 더 짜릿함과 흥분을 느끼고 자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섹스게임과 마찬가지로 관음증을 토대로 한 불법변태업소가 서울 시내에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다. 모든 창문에는 시트지가 붙어있고, 외부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유리문이 잠겨 있는 구조다.


온오프라인 성매매 언제 어디서든 ‘콜’
고퀄리티 그래픽 다중섹스게임 우후죽순

남성이 매직미러 안에 들어가 있는 나체의 여성을 보며 자위하는 신종 변태업소다. 이 같은 업소는 직접적인 성관계, 즉 2차는 별도로 없으며 타인의 모습만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취방’ ‘병원’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방들이 나란히 붙어있고, 남성손님들은 30분에 일정금액을 낸다. 방 내부에는 매직미러를 사이에 두고 남성과 여성이 마주하게 되어 있는데 매직미러 안의 여성은 밖에 있는 남성을 보지도, 말하는 것을 듣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남성손님은 업소여성에게 어떠한 야한 포즈나 행위도 요구할 수 없다. 간혹 매직미러 안의 여성을 카메라로 찍어 보관하는 손님들이 있어 귀중품과 겉옷 등을 제외하고 휴대폰 등 나머지 물건들은 카운터에 맡겨야 한다고 알려졌다.

업소 여성이 5분 간격으로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으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남성은 그 모습을 훔쳐보며 흥분한다. 규정된 시간인 30분이 가까워 질 즈음엔 여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있다고 한다. 관음증 변태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취향에 맞게 ‘엿보기방’이라는 신종 변태업소가 생긴 것이다. 20대 대학생부터 40∼50대 중년 남성들까지 손님의 연령대는 천차만별이라고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변태업소는 단속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간판도 없고 호객행위도 없어 입소문만으로 영업 중이어서 소수의 변태들 외에는 일반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들다. 유사성행위업소도 아니고 변종성매매업소도 아닌 단지 변태업소일 뿐이라는 이유 때문에 단속하기가 애매하다는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미성년 상대로
변태 섹스판타지

성인의 그릇된 섹스판타지는 미성년자에게까지 뻗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의 강력한 단속에도 음지에서 꿋꿋이 운영되고 있는 체벌카페와 노예카페가 그 증거. 이 같은 변태카페들은 성인들이 성적욕구해소를 위해 개설됐다가 이후 청소년 사이에도 변태카페가 성행하게 됐다. 

한 40대 남성이 체벌카페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올려놓고 체벌할 사람을 기다린다. 연락이 닿은 어린 여학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미사리로 장소를 옮긴다. 미리 준비한 회초리, 청테이프를 감은 막대기를 이용해 여학생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체벌한다. 체벌을 받는 여학생은 남성에게 맞을 때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소시지를 그녀의 성기에 넣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자신의 성기를 빨게 했으며 마지막에는 성폭행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지난해 실제로 발생했던 성폭행 사건이다.

이처럼 호기심 왕성한 수많은 10대들이 너도나도 체벌카페에 눈길을 돌리며 누군가에게 강하게 체벌을 요청하고 성인들은 개인의 성적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성노리개로 삼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체벌’이란 두 글자만 입력해도 수십개의 체벌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성년자가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약 20%에 다다르고 거기에는 겨우 11살의 초등학생이 운영하는 체벌카페가 발견되기도 했다.

카페 게시물에는 채찍이나 회초리로 여성을 때리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었고, 영상과 사진 속 여성들은 죄다 알몸상태로 체벌을 받았다. 그리고 맞은 부위를 클로즈업한 게시물을 올려 사람들에게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예카페의 경우 체벌카페와는 조금 다르다. 자발적으로 노예 혹은 펫이 되어 주인의 복종에 따르는 형식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한 카페에는 ‘친구 만들기’를 주제로 내건 이 카페엔 성인 남성부터 심지어 13살 초등학생까지 ‘여자 노예를 찾고 있다’는 이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키 OOOcm에 몸무게 OOkg, 훈훈한 외모, 까칠한 성격’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오래 연락할 노예를 구한다’고 내걸었다.

‘노예육성’ ‘노예구하기’가 주축이 된 카페 내에는 ‘자위’ ‘야문(야한 문자)’ ‘변녀(변태녀)’ ‘하녀’ 등 자극적인 단어로 도배된 해당 카페에는 자신을 12∼18살이라고 소개하는 10대들의 구애글이 넘쳐났다.

서울에 사는 14살의 남학생은 “서울 사는 변녀를 구한다”며 “몸사(몸사진) 교환하거나 영통(영상통화), 동영상 교환 가능한 노예는 연락 달라”고 말했다. 13세의 여학생의 경우 “싸이월드 도토리 충전을 위해 급하게 몸사를 팔고 있다”며 “몸사만 원하실 경우 문상(문화상품권) 1만원, 5달 노예를 원하실 경우 문상 2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주인을 희망하거나 노예를 자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호기심에 노예 문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노예 키우기가 유행하고 있었으며 교내에서 왕따인 애들을 노예로 키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은 “노예소설을 쓰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 중인데 업데이트 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호기심에 실제로 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노예가 있는 친구들 중에 여자 집이나 모텔 등에서 성관계까지 간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문제는 체벌·노예카페처럼 호기심에 이루어진 만남이 변종성매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지만 단속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청소년의 호기심을 사 변종성매매를 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변태 남편들
“사진 촬영해줘”

‘부부들을 위한 출장 마사지’는 기존 부부관계에 싫증을 느낀 부부가 마사지사를 불러 은밀하게 집 안에서 변태행위를 하는 시스템이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기존의 마사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부 중에 남성이 마사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마사지를 받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마사지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마사지라기보다는 ‘강한 애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변태화’ 되는 수순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내는 낯선 남성에게 강한 애무를 받으면서 성적인 흥분을 하게 되고 남편은 그 광경을 즐기면서 관찰을 하는 일종의 관음증과 비슷하다. 그러나 단지 관음증으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마사지사가 여성에게 애무와 비슷한 마사지를 해줌과 동시에 성적쾌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남성은 아내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덩달아 자신도 자극을 받아 흥분이 극에 치닫고 결국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부부는 성관계를 갖는다. 물론 마사지사를 서둘러 보낸 뒤에 관계를 갖는데 이때 갖는 부부관계가 더 스릴 있고 쾌락이 넘친다고 한다.


노예·하녀·펫…‘노예녀’구하는 카페
간판·호객 없이 입소문으로 업소 운영

부부출장마사지를 부르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여성에게 쾌감을 주고 연이어 흥분된 아내와 섹스를 즐긴다고 알려졌다. 상당수의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낯선 남성이 주는 쾌감’을 주려고 마사지사를 부른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아닌 다른 남성에 의해 흥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변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사지사 자체를 일종의 부부섹스의 ‘도우미’나 ‘파트너’로 생각하는 남편들도 있다. 마사지를 통해 흥분된 아내와 자신이 섹스를 할 동안에 사진을 촬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섹스를 하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기에는 힘들 뿐만 아니라 보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을 위해서는 외부의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마사지사에게 맡긴다는 것.

심지어는 여자 2명이 남자 마사지사 1명을 부르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는 여성들이 먼저 그룹섹스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인데, 그들은 처음부터 “그룹섹스를 하자”고 제안하지는 않는다고. 다만 1명이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이에 또 다른 여성 한명이 은근슬쩍 ‘간’을 보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슬며시 남자 마사지사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하면서 딥키스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3명이서 한 몸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갈수록 변태들을 위한 신종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섹스게임과 나체 체벌동영상 등 온라인에서도 변태의 성적쾌락을 위한 시스템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경찰단속이 치밀해짐에 따라 성매매 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매년 경찰은 신종 변태업소 및 성매매 알선 카페 등을 수 백개씩 적발하고 있지만, 그들(변태)이 은밀하게 공유하는 신종 아지트는 끊임없이 생길 것으로 추측된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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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