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재벌’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성공스토리

재벌은 금수저를, 천재는 머리를 갖고 태어난다

벤처기업인이 상장사 10대 주식부호에 이름을 올려 화제다. 주인공은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 사장은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을 제치고 1조원대 ‘주식 부자’에 등극했다. 재벌가 출신이 아닌 김 사장이 ‘맨주먹’으로 재벌 반열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2년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그는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그리고 결국 성공을 이뤄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김 사장의 ‘벤처 신화’를 되짚어봤다.

흔히 재벌하면 삼성, LG, 현대차 등 굴지의 그룹 총수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재벌 개념과 지형이 바뀌고 있다. 수대에 걸쳐 부를 세습한 재벌가들이 분가 등으로 핵분열한 틈새로 신흥갑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다. 김 사장은 최근 벤처기업가 최초로 상장사 10대 주식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지분평가액은 무려 1조원이 넘는다.

재계전문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김 사장의 주식가치는 지난 15일 엔씨소프트 주가가 장중 한때 18만2000원까지 올라가면서 1조203억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 주식 560만6091주(지분율 26.74%)를 보유하고 있다.

벤처기업가 최초로 상장사 10대 주식부호에 등극
지분평가액 1조원 돌파 “웬만한 황태자 명함도…”
리니지·아이온 ‘대박행진’
“모르면 간첩, 못하면 컴맹”


김 사장의 주식평가액이 1조원이 되기 위한 마지노선은 엔씨소프트 주가 17만8500원이다. 시가총액 3조6448억원(상장사 48위)인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지난해 말 5만원대에서 3배나 뛰었다. 덩달아 김 사장의 지분가치도 연초 대비 200% 가까이 증가해 벤처기업 경영인으론 처음으로 상장사 주식부호 10위권에 진입했다.

김 사장의 지분 가치는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을 제쳤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9494억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7583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4664억원) 등 재벌그룹 ‘황태자’들이 모두 김 사장의 주식평가액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김 사장보다 지분 가치가 높은 재벌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2조9339억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2조8550억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현대중공업 최대주주·1조9211억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조5458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1조1900억원),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1조1447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1조150억원) 등 7명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보유주식 가치 1조원을 돌파한 김 사장이 대기업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의 부호로 급성장했다”며 “일부 금융권에서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20만원까지 전망하고 있어 김 사장의 주식평가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재벌가 출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올해 42세인 그가 ‘맨주먹’으로 재벌 반열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2년이다. 온라인게임 ‘리니지’와 ‘아이온’단 2개의 아이템으로 대박을 터뜨린 결과다.

눈에 띄는 점은 김 사장이 재벌가와 동떨어진 인물이란 사실이다. 부호 리스트에 거론된 재벌들이 하나같이 선대로부터 주식이나 가업을 물려받는 등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로열패밀리인데 반해 김 사장만 유일하게 직접 엄청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이다.
인터넷과 디지털로 대변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트렌드를 일찌감치 읽어 아이디어 하나를 무기로 세상이란 무대에 나와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 사장의 성공스토리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표본이자 희망이 되고 있다.

엔씨소프트 주가 급등
지난해 말부터 3배 뛰어

1967년 서울 출생인 김 사장은 198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 재학 시절 대학선배인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등과 함께 문서작성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을 개발하면서 벤처의 꿈을 키웠다.
1989년 선보인 아래아 한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 사장 등은 한글과컴퓨터를 세웠지만 김 사장은 학교에 남았다. 그는 같은해 한메소프트란 벤처를 창업해 한메타자로 잘 알려진 한글입출력프로그램 ‘한메한글’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김 사장은 1990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입사해 미국 보스턴 연구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네트워크 분야에서 일을 했다.
그랬던 그가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서울대 전자공학과 최초의 여학생인 장인경 마리텔레콤 사장과의 인연에 기인한다. 역시 김 사장의 대학선배인 장 사장은 ‘게임업계의 대모’로 유명한 인물로, 1994년 카이스트 재학 중인 게임 마니아들을 모아 마리텔레콤을 세워 ‘단군의 땅’ ‘쥬라기 원시전’등 최초의 온라인게임을 만들었다.

김 사장은 당시 장 사장을 통해 ‘게임계 괴물’들과 인맥을 형성했고, 이는 결국 게임사업에 뛰어든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그때 만난 파트너가 송재경 XL게임즈 사장이다. 두 게임천재의 만남은 국내 온라인 게임의 역사에서 ‘사건’으로 평가된다. 김 사장은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업하면서 카이스트 출신으로 온라인 게임개발부문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송 사장과 손을 잡고 이듬해 ‘리니지’서비스를 시작했다.

맨주먹으로 12년 만에
재벌 반열에 ‘우뚝’

김 사장은 “소프트웨어가 효율화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에 의문을 갖기 시작해 독립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생각하다가 결정한 게 온라인 게임 개발”이라며 “개발 당시 IMF 상황을 맞아 무척 힘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리니지가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대박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게임업계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시기상조’로 여기고 김 사장의 도전을 ‘무모한 짓’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국내 초고속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겨우 서버컴퓨터 1대로 시작한 리니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리니지 모르면 간첩, 못하면 컴맹’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절묘하게 시기가 맞아떨어진 PC방의 출현은 리니지 대박 행진에 기름을 부었다. 재료비가 들지 않는 온라인게임이 매출의 30%가 수익으로 남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만큼 김 사장의 재산도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리니지로 뿌리를 내린 엔씨소프트는 지금 꽃을 피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리니지2’에 이어 지난해 1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온’으로 또다시 대박을 터뜨린 것.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등의 기존 매출에 아이온 매출까지 추가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어 월평균 1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아이온은 지난 1분기 국내에서만 4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리니지는 294억원, 리니지2는 41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 증가한 13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5000억원이 매출 목표다. 직원도 1997년 17명에서 12년 만에 3000여 명으로 늘었다.
성공신화를 써온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집 담보로 대출…조폭들 협박…정치권 러브콜…리니지 후속작 흥행 실패…부인과의 이혼…벤처신화 속 시련도

김 사장은 리니지를 개발할 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리니지가 인기를 끌자 ‘조폭’들이 회사에 난입해 리니지 아이템을 요구하며 업무를 방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2004년 4월 총선 때는 성공신화와 젊은 나이, 벤처정신 등이 정당의 개혁성과 어울린다고 판단한 정치권에서 그를 적잖게 괴롭혔다는 후문이다.

2005년과 2006년 야심차게 내놓은 리니지 후속게임인 ‘길드 워’와 ‘오토어썰트’가 판매 부진을 겪은 데 이어 2007년엔 북미시장을 겨냥해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타뷸라라사’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무엇보다 게임 중독 현상이 확산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게입산업 폐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김 사장으로선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련은 김 사장이 줄곧 ‘위기론’을 제기하며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는 까닭이다. 김 사장은 여전히 “갑부나 부호란 얘기가 맞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아이온을 출시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많은 실패 속에 배운 교훈들이 많다”며 “흥미로운 도전을 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전한 바 있다.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다. 김 사장은 2007년 11월 ‘천재소녀’윤송이씨와 비밀리에 재혼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윤씨가 2004년부터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서로 눈이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뺨치는 수려한 외모를 가진 윤씨는 199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2000년 ‘24년 2개월’이란 나이에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미디어랩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컨설팅회사 매킨지, SK그룹 계열사 와이더댄닷컴을 거쳐 2004년 28세로 SK텔레콤 최연소 임원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아들을 출산한 뒤 곧바로 최고전략책임자(CSO)겸 부사장으로 엔씨소프트에 합류했다. 윤씨는 엔씨소프트 지분 0.02%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04년 11월 전 부인 정모씨와 이혼했다. 당시 그는 이혼에 따른 양육비와 위자료 등 재산분할로 300억원대의 엔씨소프트 주식(35만여 주)을 정씨에게 양도해 화제를 모았다.

연매출 5천억원 ‘눈앞’
직원 17명서 3천명으로

이혼 사유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김 사장이 사업으로 가정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추론이다. 정씨는 이혼 직후 두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족에 대해 전혀 알려진 게 없을 정도로 그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며 “다만 김 사장과 이혼한 부인과 자녀들, 한때 엔씨소프트에 근무한 처남이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것만 확인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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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