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돌아온 '친박' 서청원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19 14: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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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풍운아'…여당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친박원로'서청원이 돌아왔다. 5년 만이다.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말처럼 국민들 시야에서 사라졌던 왕년의 정계 거물이 보란 듯이 컴백했다. 수차례 고비를 넘긴 그의 롤러코스터 정치인생과 역할론을 짚어봤다.



'원조 친박계'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서 고문의 당 복귀는 5년 만이다.

당 들락날락
5년 만에 복귀

1943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서 고문은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언론계 출신 정치인이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전국총학생연합회 위원장 출신으로 정치권의 대표적인 6·3 세대다. 6·3사태(1964년 6월3일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진압한 사건) 주도 혐의로 100일간 투옥되기도 했다.

1969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한 서 고문은 1980년 광주항쟁 때 '광주사태 특파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5·18 특파원 리포트>란 단행본을 발간했다. 같은해 민주한국당 선전분과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입문, 1981년 11대 총선(서울 동작구)에서 민한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12대 총선에서 낙마한 그는 같은 지역구 13·14·15·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당적이 '민한당→통일민주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위원을 계기로 '상도동계'에 들어간 그는 민주당에서 대변인(1989년),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1989년) 등을 지냈다. 신한국당 때엔 원내총무(1996년) 등을 맡으면서 199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반 이회창'기치를 내건 정치발전협의회를 주도, 이수성 전 총리를 지지했으나 야당이 된 뒤 이회창 후보와 YS와의 관계 정상화에 노력했다.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고는 사무총장(1998년), 대표최고위원(2002년),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2002년) 등을 역임했다.

서 고문의 정치인생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당도 들락날락했다.


서 고문은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당시 대선 직전 한화그룹과 썬앤문그룹에서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04년 1월 구속됐다가 열흘 뒤 국회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풀려났다.

두 달 뒤 국회 회기가 끝나 재수감된 서 고문은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된 불법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당의 대표였던 제가 그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5개월 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2억원을 선고받고 풀려난 서 고문은 재판 끝에 2005년 형이 확정됐지만 이듬해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탈당·복당 반복 '롤러코스터 정치인생'
'검은돈'받고 수감-사면-복권 기사회생

이후 잠시 여의도를 떠나 있었던 서 고문은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와 손을 잡으면서 부활을 알렸다. '박근혜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맡은 것. 그때부터 '친박계 어른'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떨어졌고, 서 고문의 정치인생도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곧바로 이어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이계에 밀려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되자 또 다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서 고문은 홍사덕, 이규택 등과 함께 친박연대를 출범시켜 대표를 맡았다. 영남권 위주로 후보를 낸 결과 14석(지역구6석+비례대표 8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서 고문도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차 6선이 됐다. 정치권에선 '역시 서청원'이란 말이 회자됐다.

이도 잠시. 위기는 계속됐다. 총선을 앞두고 김노식·양정례 전 의원에게 32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 고문은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1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됐다. 물론 의원직도 잃었다. 서 고문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은 부당하다. 명백한 정치적 탄압과 잔인한 보복의 결과"라며 옥중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가 고초를 겪는 동안 친박연대 의원들은 대부분 복당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를 비롯한 탈당한 친박계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명박-박근혜 회동 후 불허 방침을 철회했다. 물의를 일으킨 서 고문은 복당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꺼질 뻔한 서 고문의 정치인생에 서광이 비친 것은 2010년 8월. 청와대는 서 고문을 8·15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해 남은 형기 중 6개월을 감형키로 결정했다. 당시 서 고문은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 기간이었으나 재수감을 자청해 교소도로 들어갔다. 그전까지 건강상의 이유로 수형생활과 형집행정지를 반복했었다.

역경 이긴 오뚝이?
물 흐린 미꾸라지?

정치권에선 가석방을 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행법상 전체 형기의 3분의 1 이상만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법무부가 형기의 70% 이상 복역하지 않으면 가석방이 어렵다는 내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서 고문은 이미 수형생활을 한 5개월과 감형된 형기를 제외하고 7개월 형기가 남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가석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서 고문은 2010년 말 성탄절특사 가석방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자유의 몸'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화해무드'가 유효했다는 평이다. 서 고문의 세 번째 정계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쉽게 나서지 않았다. 감형 직후 "(앞으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가석방으로 풀려나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계 복귀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랬던 그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 대선 때다.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외곽에서 '박근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마다 '해결사'였다고 한다. 특히 박근혜 캠프의 동서화합과 대탕평 회심작이었던 호남인사 영입과정 등에서 대활약했다는 후문이다.

서 고문은 때를 기다린 듯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대선이 그의 의도대로 끝나고, 지난 1월 MB정부 마지막 사면의 혜택을 받아 복권됐다. 그리고 이번에 상임고문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했다.

오래전부터 박근혜 정치멘토
향후 행보는?…역할론 부상

정치권에선 서 고문이 향후 어떤 정치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서 고문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상임고문직은 최고위원회 자문 기능을 가진다. 또 주요 현안에 관한 여론 전달 및 의견 개진도 할 수 있다. 상임고문 회의는 대표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상임고문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소집된다. 서 고문까지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모두 36명이다.



액면상으론 그 역할이 한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 당의 상임고문은 막후에서 '숨은 조력자'노릇을 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

친박계는 서 고문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 '수족'들의 입각으로 약해진 친박계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서 고문이 흔들리고 있는 친박계의 중심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만약 4·24 재보선 부산 영도에 출마한 '친박계 좌장'김무성 후보까지 가세한다면 친박계 파워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서 고문과 김 후보는 당내 권력지형의 변수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으로선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다. 서 고문은 박 대통령에게 오래전부터 정치적 조언을 해온 많지 않은 측근 중 1명으로 꼽힌다. 6선에 당대표까지 지낸 정치적 역량과 경륜 등을 들어 서 고문이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 노선에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새정부 출범 초부터 청문회 등을 두고 엇박자가 나는 상태. 서 고문이 중간에서 이를 다잡는 역할도 배제할 수 없다. 당-청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 고문이 친박계 뿐만 아니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중진 의원들까지 결집해 영향력을 키울지도 관심거리다.

친박 결속력 강화?
'막후 조력자'노릇?
당청 연결고리 역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 고문은 절대로 뒷짐 지고 구경만 할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당에서 할 일이 있지 않겠냐. 아마 없어도 만들어서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 서 고문의 역할론을 얘기하긴 이르지만 박 대통령에겐 도움이 될 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서 고문은 '독오른'여론을 의식해선지 일단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내가 봐도 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상임고문으로서 역할에 대해선 "뭐를 드러내 놓고 할 생각은 없다. 단지 후배 의원들에게 필요하면 정치적 조언을 해주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서 고문 컴백에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전후해 당명까지 바꾸며 공천개혁을 약속했던 새누리당의 쇄신이 결국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눈속임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판명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 고문이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친박 핵심 인사란 점에서 대통령을 의식한 재입당 의결이 아닌지 의심했다.


김무성 가세하면…
야 "모종의 의도"

민주당은 "최근 대통령의 인사난맥상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 고문의) 귀환이 당을 친박실세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 이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가뜩이나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있는 새누리당이 더욱 식물정당화돼 18대 국회 때처럼 거수기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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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