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에서 주인공으로 ‘산소탱크’ 박지성

‘꿈의 무대’ 이번엔 기필코 밟는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꿈의 무대에서 주연으로 떠올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입단 후 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시원한 골을 선보인 것. 그는 지난 6일 아스널과의 준결승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박지성이 보여준 활약에 답했고 다가올 결승전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란 것을 시사했다. 박지성은 이로써 항간에 떠돌던 ‘위기설’을 깨부수고 당당히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위기의 순간마다 어김없이 ‘한 방’을 보여준 그의 축구인생을 되돌아봤다.

챔피언스리스 준결승에서 선제골 넣어 팀 승리 견인
준결승 두 경기 골 넣어 골 결정력 부재 말끔히 해소
퍼거슨 감독, 강한 믿음 보이며 결승전 출장 가능성 시사
위기마다 발휘되는 진면목 또 한 번 나타나 축구팬 열광

“박지성이 맨유 이적 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이번 결승전에서 박지성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일 아스날과의 경기 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지성은 활약상에 비해 가장 과소평가를 받은 선수다. 올 시즌 맨유가 치른 중요 경기들을 보면 박지성은 항상 그 경기에 있었다”라며 다시 한 번 박지성이 팀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에 대해 역설했다.

두 경기 연속 골 행진
돌아온 ‘박지성’ 알려

퍼거슨 감독이 유례없이 박지성에 칭찬을 쏟아 부은 데는 이유가 있다. 부상 없이 올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박지성 부활에 서막을 알린 것은 지난 2일 미들즈브러와의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경기였다. 이날 박지성은 루니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왼발 슛으로 골을 터트리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공간을 찾아내는 움직임이 돌아왔다는 것은 골 소식보다 더욱 값진 소득이기도 했다.

지난 6일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그의 진가는 또 다시 발휘됐다. 이날 아스널과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온 박지성은 전반 8분 선제골을 뽑아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전·후반 90분을 모두 뛴 박지성의 이날 경기 모습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호날두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린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후반 16분에는 호날두의 힐패스를 루니에게 연결하며 쐐기골을 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박지성은 경기장 곳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날랜 몸놀림을 보여줬다. 맨유 선수 중 유일하게 선발출전한 모든 필드 플레이어와 패스를 주고받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경기를 주도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을 올린 것은 2005년 7월 맨유 입단 후 처음이며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 소속이던 2005년 5월5일 AC밀란(이탈리아)과 2004-2005 시즌 4강 2차전(3-1 승)에서 선제골을 넣고 나서 4년 만이다. 올 시즌 4골, 맨유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개인 통산 12호 골을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에 언론과 축구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후 “박지성의 골이 사실상 맨유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며 박지성에 평점 8점을 부여했다.
맨체스터 일간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인터넷 판은 촌평을 통해 박지성의 가치를 인정했다. 신문은 “박지성이 카를로스 테베스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제치고 선발로 출전한 것은 놀랄 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8분 만에 침착하게 선제골을 터트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루니에게 멋진 패스를 내줘 팀의 세 번째 골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맨유의 경기를 생중계한 맨체스터의 라디오 방송국 ‘Key 103’ 역시 박지성의 활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맨유의 전설’ 미키 토마스와 해설자 휴 페레이의 입에서는 전후반 90분 내내 박지성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전반 8분 박지성이 선제골을 넣자 “박지성의 골은 이곳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1430㎞ 떨어진 로마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며 “지난 경기에 이어 저런 엄청난 골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라고 중계했다.

후반 16분, 박지성의 발끝에서 시작돼 루니에서 호날두로 연결된 득점포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박지성과 루니가 날카로운 패스로 호날두의 골을 넣었다.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은 경기 종료 직전 박지성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자 “박지성이 90분이 거의 다 지나간 지금 이 시간에도 엄청나게 뛰어다니고 있다”며 극찬했다.

내친 김에 결승전까지
퍼거슨 감독 믿음 이어지나

이처럼 자신의 믿음에 골로 보답한 박지성에 대해 퍼거슨 감독은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박지성이 뛸 수 있으리란 것을 시사했다. 오는 28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박지성을 출장시키겠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던 것. 만약 박지성이 이날 경기에 출전한다면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꿈의 무대에 서게 된다.

박지성은 지난해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지만 아쉽게도 출전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FC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에서 맹활약을 펼쳤음에도 첼시와의 결승전에는 대기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것. 당시 박지성은 출장이 무산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퍼거슨 감독도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 박지성이 보여준 모습은 퍼거슨 감독이 지난해와는 다른 선택을 하리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박지성에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골 결정력 부재’가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산소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좌, 우, 중앙에서 뛰어난 위치선정 능력을 보이고 있고 빠른 스피드와 골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그가 골 결정력에서는 늘 부족한 면을 보였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를 선보였다.

박지성 본인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서슴없이 보였다. 박지성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두 골로 결정력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앞으로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라며 “(결승전은) 나뿐 아니라 모두가 뛰고 싶은 경기다. 나도 뛰고 싶다. 일단 작년에 경기장에 설 수 없었기에 이번엔 경기장에 서고 싶다. 꼭 결승전에 나서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처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꿈의 경기 출장을 눈앞에 둔 박지성. 축구선수로서의 그의 인생 역시 한 방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닥쳐오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꾸준히 나아간 결과물이다.

수원 세류초등학교 4학년 재학 당시 축구를 시작한 그는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할 정도로 축구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였다. 그러나 축구선수를 하기엔 왜소한 체격은 늘 그를 따라다니는 콤플렉스였다. 각종 보양식을 챙겨 먹었지만 큰 성과를 얻지는 못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가벼운 훈련만 할 정도였다.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명지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2000년 올림픽 축구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당시 올림픽 대표팀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어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 또 그해 일본 J리그에 스카웃을 받고 연봉 5000만 엔과 주전급 대우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교토 퍼플 상가에 진출했다.

그리고 2002년, 박지성은 운명의 스승을 만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가 바로 그다. 월드컵 4강 진출에 크게 기여를 한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유럽행 제안을 받았고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당시 박지성은 연봉 100만 달러를 받고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PSV에인트호벤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선수생활이 그리 순탄치는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쳤던 것. 이 때문에 홈팬에게조차 야유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고 플레이가 위축되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위기에 강한 박지성은 부상 치료 후 서서히 실력을 끌어 올려 발군의 기량을 보이기 시작했고 팀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에 야유를 보냈던 에인트호벤 팬들이 ‘위숭 빠르크’라는 박지성 응원가까지 만들면서 달라진 그에게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맨유는 2005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AC 밀란에 2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PSV 에인트호벤 소속이었던 박지성은 AC밀란과의 4강 2차전 홈경기에서 불과 전반 9분 만에 순간적인 돌파를 통해 선제골을 기록했고 이것이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박지성 영입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박지성은 2005년 6월 맨유와 계약을 맺고 2005년 7월4일 입단식을 가진 뒤 등번호 13번을 배정받으면서 공식 입단했다.
그리고 2005년 7월23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맨유 입단 후 첫 공식 경기를 가졌고 7월26일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경기에서 데뷔 골을 넣었다.

입단 당시만 해도 기대의 시선 이면에 후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함께 받았던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게 됐다.
그러나 계속된 부상이 그의 질주를 가로막았다. 2006년 9월10일 토트넘 홋스퍼FC와의 경기에서 얻은 부상으로 수술을 했고 2007년에도 무릎 부상으로 또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08년 3월, 박지성은 풀럼FC와의 원정 경기로 돌아와 폴 스콜스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넣으며 2007-2008시즌 첫 득점을 기록했다. 또 그해 4월6일, 미들즈브러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웨인 루니에게 결정적인 동점골 어시스트를 함으로써 맨유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출했다.

특유의 성실함
위기극복 도와


같은 해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다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써 맨유는 4강에 진출했고 박지성은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얻었다.
그리고 준결승전 두 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결승을 이끌었으나 결승전에 출장하지는 못했다. 이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올해 결승전에서 그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의 순간을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축구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극복한 박지성. 그의 발끝에 국민들의 시선과 희망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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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