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94)한일이화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03 1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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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뺨치는 '은밀한 짬짜미'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현대·기아차의 '공룡 협력사'인 한일이화는 37개(국내 11개·해외 2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한일씨엔에프'와 '한일내장'등이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공룡 협력사'

1997년 설립된 한일씨엔에프(C&F)는 플라스틱 발포 성형제품 제조업체다. 주로 헤드레스트, 시트패드 등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

문제는 자생력. 계열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거래처는 한일이화다.

한일씨엔에프는 2011년 매출 931억원 가운데 528억원(57%)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한일이화(481억원)를 비롯해 HANIL C F OTOMOTIV(터키법인·33억원), CnF Automotive India(인도법인·12억원), 한일내장(1억원), 두양산업(1억원) 등이다. 2010년에도 한일이화(344억원), HANIL C F OTOMOTIV(32억원), 한일내장(15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751억원 중 391억원(52%)에 달하는 일감을 한일씨엔에프에 퍼줬다.

한일씨엔에프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58%(총매출 326억원-내부거래 189억원) ▲2002년 59%(429억원-252억원) ▲2003년 74%(350억원-260억원) ▲2004년 71%(372억원-263억원) ▲2005년 58%(513억원-296억원) ▲2006년 62%(603억원-373억원) ▲2007년 63%(654억원-410억원) ▲2008년 58%(628억원-366억원) ▲2009년 52%(579억원-303억원)로 조사됐다.


한일씨엔에프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총자산은 2001년 116억원에서 2011년 493억원으로 10년 만에 4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14억원이던 총자본은 217억원으로 무려 15배 넘게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2010년과 2011년 각각 23억원·62억원, 45억원·52억원을 기록했다.

1994년 설립된 한일내장은 운송장비용 의자 제조업체다. 주로 시트, 선바이저, 도어트림, 헤드라이닝 등 자동차부품을 만든다. 이 회사도 매출의 절반 정도를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다.

한일내장은 2011년 내부거래율이 49%나 됐다. 매출 952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464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와 거래한 곳은 한일이화(415억원), JIANGSU JINYANG AUTO INTERIOR CO.,LTD.(중국 장쑤성법인·28억원), YANTAI JINYANG AUTO PARTS CO.,LTD.(중국 옌타이법인·21억원) 등이다.

매출 절반 계열사서…수백억씩 거래
유희춘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 보유

2010년엔 매출 868억원 중 373억원을 한일이화(276억원)와 JIANGSU JINYANG AUTO INTERIOR CO.,LTD.(71억원), HANIL E-HWA INTERIOR SYSTEMS ALABAMA,LLC(미국 앨라배마법인·20억원), YANTAI JINYANG AUTO PARTS CO.,LTD.(4억원), HANIL E-HWA AUTO MOTIVE SLOVAKIA s.r.o(슬로바키아법인·2억원) 등에서 채워 내부거래율이 43%로 나타났다.

한일내장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10%를 넘지 않다가 이듬해부터 급증했다. 금액도 10억원대에서 갑자기 200억원대로 늘어났다.



한일내장의 내부거래율은 ▲2001년 4%(241억원-10억원) ▲2002년 4%(273억원-11억원) ▲2003년 9%(222억원-19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2004년 26%(299억원-78억원) ▲2005년 46%(457억원-212억원) ▲2006년 49%(451억원-220억원) ▲2007년 41%(650억원-266억원) ▲2008년 34%(601억원-205억원) ▲2009년 37%(597억원-221억원)로 올랐다.


한일내장 역시 든든한 지원 덕분에 정상궤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총자산이 2001년 108억원에서 2011년 646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13억원)였던 총자본은 266억원으로 불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2010년과 2011년 각각 45억원·34억원, 54억원·93억원을 냈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일씨엔에프와 한일내장 모두 한일이화의 '유씨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일씨엔에프는 유희춘 한일이화 회장 등이 50.59%(17만2000주)를 소유하고 있다. 한일내장은 유 회장 등이 15.7%(14만2040주)를 쥐고 있다. 유 회장의 아들 유양석 한일이화 대표는 한일씨엔에프와 한일내장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1972년 설립된 한일이화는 1976년 포니 내장품을 생산해 납품하면서 현대·기아차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매출이 1억원에 불과했던 회사는 40년 만에 2조원이 넘는 현대·기아차의 메이저 부품 협력사로 성장했다. 2세 경영도 막 시작했다. 유 회장이 2009년 유 대표에 한일이화 지분을 증여한데 이어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유양석 시대'를 열었다.

꾸준히 몸집 키워

그러나 최근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유 대표를 1700억원대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 대표는 한일이화가 2010년 중국에 설립한 자회사 강소한일모소유한공사를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는 두양산업에 팔아 주주들에게 1701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한일씨엔에프·한일내장 기부는?>

한일이화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일씨엔에프와 한일내장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일씨엔에프는 2011년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2010년에도 기부금이 '0원'이었다. 

한일내장 역시 2011년 기부하지 않았다. 2010년의 경우 100만원만 기부했는데, 이는 매출(868억원) 대비 0.00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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