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세계무대도 좁다…종횡무진 ‘광폭 행보’



‘대한민국 브랜드’ ‘글로벌 SK’ 기치 드높여
보아오·다보스포럼서 각국 정상·주요인사 만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며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원자바오 총리와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정상과 주요 인사를 만나는 등 한국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참여해 민간경제 외교를 펼쳤다. 앞서 올 1월에는 3박4일 동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등 국가 정상은 물론 알 팔리 사우디아람코 회장, 앗 슈와이브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 회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만삭스 회장 등 재계 리더들을 만났다. 지난해 말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를 후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광폭행보’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민국 브랜드’를 알리고 ‘글로벌 SK’의 기치를 드높이는 등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이 잇달아 국가원수급 지도자와 재계 리더를 만나는 등 민간 경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최 회장은 지난달 17부터 19일까지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제8차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이번에 개최된 보아오포럼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세계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아시아와 중국의 위상이 크게 부각됐다. SK그룹은 보아오포럼의 공식 스폰서이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올해 유일하게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정상 및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만났다. 보아오포럼 이사인 최 회장은 또 포럼 이사회 멤버들이 원 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SK그룹 글로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원 총리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포럼에 참석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별도로 면담도 가졌다. 양국기업 간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푸청위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회장과 리룽룽 국유자산위원회 주임과도 각각 개별 면담을 갖고 양국 기업 간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제무대서 맹활약
경영보폭 넓힌다


최 회장은 보아오포럼 기간 중인 지난 19일 보아오포럼 부이사장에 선임된 쩡페이옌 전 중국 부총리와도 개별 면담을 가졌다.

올해로 8번째로 맞는 보아오포럼의 공식후원 기업인 SK그룹은 매년 최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왔다. 이번 포럼에는 최 회장 형제 외에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참석해 ‘그린 뉴딜의 때인가’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참여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세계 금융 위기에 대한 해결책 모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3박4일의 짧은 일정 동안 전세계 정·재계 지도자들과 기업과 국가를 아우르는 다양한 협력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국가 원수급 지도자 40여 명을 포함, 90여 개국에서 2500여 명의 글로벌 리더가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포럼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부터 알 팔리 사우디 아람코 회장, 알 바다크 사우디 투자청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먼삭스 회장 등 재계 고위 관계자까지 거물급 인사들과 잇달아 회담을 가졌다.

원자바오 총리와는 SK그룹이 추진 중인 U-시티사업 등의 협조를 부탁했다. 또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는 콜롬비아 내 자원개발 사업 확대를 제안했다. 중동 지역의 고위 인사들과는 원유의 안정적 수급 및 중동 지역 대규모 정제공장 건설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콜 회장 등과는 금융 분야의 국가 간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더욱이 다보스포럼 기간 중인 지난 1월29일 다보스 현지에서 개최된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에서는 주빈으로서 ‘코리아 마케팅’에 앞장섰다. ‘한국의 밤’ 행사는 그가 직접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제안한 것으로 350여 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그는 행사비 30억원을 후원하고 워커힐호텔의 베테랑 직원들을 배치하는 등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각별히 공을 들였다.


‘미소를 통한 소통’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을 알려 국가브랜드를 제고할 목적으로 전경련이 SK그룹 후원으로 범 재계 차원에서 개최했다. 전경련은 이번 한국의 밤 행사의 성과가 컸다고 보고 매년 개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경련 조석래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건실하다는 점과 규제완화와 노사관계 개선, 적극적인 대외 개방정책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참가자들에게 적극 알렸다.

아울러 한국이 두 세계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지정학적 이점을 강조하고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한국으로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에게 우리의 독창적인 전통문화와 IT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반가사유상을 디지털로 구현한 디지털 갤러리를 선보였다.

또 세계 최고급 호텔인 두바이의 버즈 아랍 호텔의 수석 주방장인 에드워드 권의 한국 전통음식 소개, 대니정의 색소폰 연주, 이태원의 명성황후 듀엣 오페라 아리아 등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

APEC 정상회의 참석
인상 깊은 민간외교 펼쳐

전경련은 그동안의 비약적인 정치, 경제적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제사회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와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우선 올 6월 WEF 동아시아 포럼을 서울에서 개최해 한국을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CEO들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구축해 미래 사업기회 발굴의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조석래 전경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우리나라 정치, 경제, 언론계 대표 26명과 반기문 UN 사무총장,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장, 살리 베리샤 알바니아 총리,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참석했다. 또 하심 압둘라 빈 아흐메드 자이닐 알리 레자 사우디 상공부 장관, 모하메드 알 함리 UAE 에너지 장관, 알 바다크 사우디투자청(SAGIA) 청장, 클라이멘트 벨쉬크 도이치방크 회장,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 크리스토퍼 콜 골드만삭스 회장, 레이몬드 맥다니엘 무디스 회장 등 각국의 정계, 관계, 재계의 거물급 인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최 회장은 또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수행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공식 방문한 페루에서 한국과 SK를 알리는 인상 깊은 민간외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20일부터 페루에서 개최된 APEC 회의 기간 중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 등 페루 각계 고위층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협력강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또 다음날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개막식 때는 21개국 최고경영자(CEO)를 대표해 가르시아 대통령을 소개하고 그의 연설에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했다.

이틀 후인 22일에는 한국, 미국, 중국 등 APEC 21개 회원국 정상 및 아·태지역 최고경영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째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기조연설 때 기업인을 대표해 전체 참석자들에게 이 대통령을 소개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또 SK가 중남미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자 하는 페루에서 APEC 행사가 열린 것을 계기로 대대적으로 펼친 ‘APEC 마케팅’의 최전선에 직접 뛰어들어 맹활약하기도 했다.

더욱이 가르시아 대통령과 메르세데스 알라고스 아라오즈 통상관광부 장관 등을 APEC 행사장 입구의 SK그룹 전시부스로 초빙,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SK의 글로벌 사업 현황 등을 설명했다. 또 페루 최대 기업집단인 브레시아 그룹의 브레시아 마리오 카페레타 회장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SK에너지 유정준 R&C CIC 사장 등과 함께 페루 총리 공관에서 예후데 시몬 무나로 총리를 만나 SK와 페루 정부 및 업계 간의 협력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SK는 페루 경제성장의 동반자로서 지속적인 기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페루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SK그룹은 APEC 마케팅의 일환으로 현지 언론에 “한국과 SK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메시지와 SK의 글로벌 사업 지도 등을 담은 광고를 게재해 큰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또 페루의 사회공헌 관련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인 프로시너지를 방문하고 “SK는 행복경영을 페루에서도 뿌리 내려 페루 국민과 사회에 기여하는 ‘페루 인사이더’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차이나 인사이더’를 강조해 온 최 회장이 ‘페루 인사이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향후 중국과 마찬가지로 페루에서도 활발한 경영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SK그룹은 지난해 페루 대지진 복구 성금 30만 달러를 비롯해 지금까지 피해 지역의 52개 학교와 5개 의료시설 복구비용 등으로 총 6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추가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 회장의 광폭행보
국내외에서 종횡무진

이러한 최 회장의 민간외교에 대해 페루 최대 일간지인 <엘 코메르시오>는 최 회장의 사진과 함께 SK의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등 10여 개 현지 언론매체들이 최 회장과 SK그룹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회장의 ‘광폭 행보’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선배 기업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위해 자리를 마련 한 것.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1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애스톤하우스에서 열린 전경연 정례 회장단회의의 만찬 비용을 전부 자신이 부담했다.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회장 10주기에 찾아온 전경련 회장단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최종현 회장과의 친분이 두터워 최종현 회장 10주기 행사에서 추모위원을 선뜻 맡았고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등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경기 화성시 봉담읍 선영에서 열린 추모식에도 참석했다.

전경련은 이에 회장단 회의를 그동안 신라호텔이나 그랜드하얏트호텔, 전경련 회관에서 열었지만 처음으로 SK 계열의 애스톤하우스에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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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