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조폭들 고깃집 여는 속사정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5: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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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범서방파 실세 N씨가 국제PJ파 간부로부터 납치되면서 조폭들의 세력다툼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N씨가 운영 중인 서울 청담동의 한 유명 고깃집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이트클럽, 룸살롱도 아니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폭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조폭들은 고유 영역을 벗어나 외식사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이 음지로 스며들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조폭은 점차 지능화되고 기업화됐다. 큰 조직들은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들어 건설 이권에 개입했고 작은 조직들은 사채를 운영하며 급전이 필요한 사업가들을 쥐어짰다. 일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어 적잖은 성공을 맛봤다. 더러는 전공을 살려 사설 경호업체를 개설했다.

조폭들 손씻고
차례로 요식업

그런데 조폭의 신사업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외식사업이다. 이른바 '물장사'로 불리는 주류사업과 짝을 이루는 외식사업은 최근 중장년층 조폭들이 선호하는 사업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업소 등을 전면에서 관리하기에 나이가 많은 이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외식사업이라는 것이다.

또 외식사업은 주류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수월하면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 안양에서 조직 생활을 했다는 P씨는 "예전 게임장을 하면서 물장사를 같이했을 때는 한탕 크게 벌자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사업을 다 정리하고 한정식당을 열었는데 그게 오히려 안정적이면서 돈이 더 되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선수급' 조폭은 아니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고 지인들을 통해 조폭들과 어울리며 세를 쌓았다. 집에 가진 돈이 좀 있어 여러 사업을 병행했던 그는 수입이 들쭉날쭉한 도박사업보다는 외식사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게임장은 단속이 뜨는 날이면 몇 달을 쉬어야 하지만 외식사업은 경찰의 눈치 안보고 365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요 조직 두목급 줄줄이 손씻고 살길 찾아
건축·금융·연예업 진출…특히 외식업에 몰려

이렇듯 외식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합법적이라는 것에 있다. 조폭들은 한정식당이나 일식집 등을 차려놓고 경찰에 "나는 이제 완전히 손을 뗐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의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뒤로는 불법적인 사업을 전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폭이 개개인별로 누구와 인맥을 맺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외식사업 중 고깃집은 조폭들이 비교적 손쉽게 손을 뻗칠 수 있는 사업 영역에 속한다. 경남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한 조직 행동대원은 "30살이 되기 전에 고깃집을 몇 개 내는 게 목표"라고 할 만큼 고깃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퇴한 조폭 출신 사업가 중 고깃집을 차려 유명해진 N씨는 이 바닥에서 거물로 통한다. 과거 '3대 패밀리'로 불렸던 범서방파 출신인 N씨는 199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에 고깃집을 차려 이른바 '대박'을 쳤다.

청담동 사거리에
범서방파 고깃집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고깃집으로 유명한 이 고깃집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며 분점까지 낼 정도로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초반, 이 고깃집은 맛집으로 소개되며 수차례 전파를 탔고, 현재는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이 됐다. 청담동 고깃집 주변에는 이름난 가라오케나 성매매업소와 같은 현역 조폭의 관리 업소들이 포진해있다.

이 집의 단골 명사로 알려진 배우는 한류스타 B씨, 남자 배우 S씨, P씨, K씨, L씨, 여자배우 L씨, S씨, C씨, H씨 등이며, 가수 L씨와 J씨, 개그맨 L씨와 Y씨도 이 고깃집에 자주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수 K씨는 고깃집 사장 N씨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K씨는 N씨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수천만원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등 N씨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N씨는 K씨 측근과도 어울리며, 인근 고급 주점에서 술자리를 갖는 걸로도 유명했다.

N씨의 휴대폰에는 40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업계의 소문난 마당발인 N씨는 이 같은 인맥을 활용해 고깃집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리고 N씨의 인맥은 '고기바구니'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주위의 증언이다.

N씨는 명절 때마다 지인들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려왔다. 2000년대 중반에는 언론사 고위관계자들에게까지 선물바구니를 돌려 논란이 됐다. 선물과 함께 N씨가 자신의 친척이라고 밝힌 신인 여자 연기자 홍보를 직접 청탁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 언론사 간부는 "N씨가 예능국 간부급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렸던 건 맞다"고 확인하면서 "그 고깃집이 유명한 건 맛도 있겠지만 실은 연예인의 맛집으로 소개된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N씨의 고깃집에는 늘 사회 저명인사들이 자리했다. N씨의 노력도 있었다. 해외파 선수들이 귀국하면 자신의 음식점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고, 드라마 종방연이 열리면 회식 자리를 주선하는 식이다.

꿀인맥 활용
고깃집 성공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N씨가 마치 나이트클럽에 연예인을 부르는 것처럼 유명인 섭외에 공을 들였다"면서 "어쩔 때는 겉으로만 고깃집이지 실은 어깨들이 득실대는 아지트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일부 따가운 시선에도 N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7년 N씨가 자신의 고깃집에서 수입 갈비살과 안창살 등을 한우로 속여 팔아온 혐의가 대법원 판결로 입증됐음에도 해당 고깃집의 유명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만큼 고객 관리가 평소 탄탄했다는 방증이다.

N씨는 과거 탈세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법조계 내부에 비호세력이 있다는 염문에 휘말릴 정도로 막강한 인맥을 과시했다. 공판 당시에는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변호사가 N씨의 사건 변호를 맡아 화제가 됐다. N씨는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조폭이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이렇듯 N씨의 사업가로서의 성공은 그의 광범위한 인맥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고깃집 사업을 시작해 부를 축적한 조폭 출신 사업가는 비단 N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기반의 거대 조직 21세기파의 K씨는 부산에 수백평 규모의 한우전문점을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사는 K씨의 한우전문점 매출이 하루 1000만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 말대로라면 중간보스급인 K씨는 90년대 말부터 매해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려온 셈이다.

P씨가 귀띔해 준 안양 타이거파의 전 조직원도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마다 조폭 출신 사업가들은 번화가에 자리 잡고 고깃집을 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장 모두가 매출이 좋은 건 아니어서 이들 중 일부는 인맥을 활용해 '아우'들을 불러 손익을 매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조폭들이 많고 많은 외식사업 중 굳이 고깃집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씨는 "사업 스타일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조폭 출신들은 대체로 고깃집 문화에 익숙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즉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에서 사업 영역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조폭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에게 친숙한 고깃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더불어 룸살롱, 게임장 등은 늘 경찰의 내사 대상이기 때문에 경찰과 부딪힐 일이 많은 사업보다는 합법적이면서도 경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을 찾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일식업에 종사했던 한 사업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리를 해야 하는 음식점은 전문적인 요리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뉴 구성도 그렇고 손이 가는 일이 많다"면서 "반면에 고깃집은 육질 좋은 고기만 확보하면 특별한 요리사나 재료 준비 없이 맛을 낼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즉 조폭들은 대체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일이 없기 때문에 메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라도 많은 준비 과정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고깃집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조폭들이 요즘 머리가 좋아지면서 합법적인 외식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인들을 통해 유명인을 불러 함께 인증샷을 찍은 뒤 명사들이 찾는 식당으로 홍보하면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추정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즘 조직들이 와해됐다고들 하지만 조폭들 간의 상도덕은 있을 것"이라면서 "돈이 되는 도박이나 유흥 등의 사업을 하자니 후배들과의 충돌이 무섭고, 금융이나 주식 등을 하자니 젊은 친구들만큼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그러다보니 만만한 외식사업 쪽을 건드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창업 쉬운 고깃집 선호
거미줄 인맥 내세워 대대적 홍보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앙 조폭과 지방 조폭 간의 연계설도 들린다. 일례로 N씨는 호남 일대의 한 축산 농장에서 한우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 축산 농장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 지역에 있는 N씨의 후배가 아니겠냐는 의혹이다.

다시 말해 지역 축산 농가 유통망을 쥐고 흔드는 토착 세력이 지역 조폭들과 결탁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고기를 공급하고, 축산업자들에게는 협박을 통해 단가를 후려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울산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그런 소문을 들어본 건 같다"면서 "그러나 모든 축산 농가가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값만 준다면 그게 조폭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축산업 종사자는 "한우나 돼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루트가 없다보니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이를 약점 잡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조폭과 관계됐는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 

축산업 흔드는
조폭표 고깃집?

P씨는 "고깃집 사업이 조폭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배 N씨가 고깃집을 차려 큰돈을 번 뒤 이같은 선입견이 굳어진 것 같다고 P씨는 얘기했다.

부산 조폭 출신으로 몇 년 전 손을 털고 나온 H씨는 최근 마산의 한 공장에 들어갔다. 그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조직을 나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조직에서 나올 때 그가 들고 나올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H씨는 "주변에 손 털고 나오면서 돈 갖고 나온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조직 명의로 벌이는 사업이면 몰라도 개인 사업은 다 구린 돈 갖고 시작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겉으로는 다 '고깃집한다', '손을 씻었다' 하지만 뒤로는 고깃집해서 번 돈으로 현역 애들 용돈도 주고 그럴 거다"라고 씁쓸해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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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