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조폭들 고깃집 여는 속사정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5: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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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범서방파 실세 N씨가 국제PJ파 간부로부터 납치되면서 조폭들의 세력다툼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N씨가 운영 중인 서울 청담동의 한 유명 고깃집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이트클럽, 룸살롱도 아니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폭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조폭들은 고유 영역을 벗어나 외식사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이 음지로 스며들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조폭은 점차 지능화되고 기업화됐다. 큰 조직들은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들어 건설 이권에 개입했고 작은 조직들은 사채를 운영하며 급전이 필요한 사업가들을 쥐어짰다. 일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어 적잖은 성공을 맛봤다. 더러는 전공을 살려 사설 경호업체를 개설했다.

조폭들 손씻고
차례로 요식업

그런데 조폭의 신사업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외식사업이다. 이른바 '물장사'로 불리는 주류사업과 짝을 이루는 외식사업은 최근 중장년층 조폭들이 선호하는 사업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업소 등을 전면에서 관리하기에 나이가 많은 이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외식사업이라는 것이다.

또 외식사업은 주류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수월하면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 안양에서 조직 생활을 했다는 P씨는 "예전 게임장을 하면서 물장사를 같이했을 때는 한탕 크게 벌자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사업을 다 정리하고 한정식당을 열었는데 그게 오히려 안정적이면서 돈이 더 되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선수급' 조폭은 아니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고 지인들을 통해 조폭들과 어울리며 세를 쌓았다. 집에 가진 돈이 좀 있어 여러 사업을 병행했던 그는 수입이 들쭉날쭉한 도박사업보다는 외식사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게임장은 단속이 뜨는 날이면 몇 달을 쉬어야 하지만 외식사업은 경찰의 눈치 안보고 365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요 조직 두목급 줄줄이 손씻고 살길 찾아
건축·금융·연예업 진출…특히 외식업에 몰려

이렇듯 외식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합법적이라는 것에 있다. 조폭들은 한정식당이나 일식집 등을 차려놓고 경찰에 "나는 이제 완전히 손을 뗐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의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뒤로는 불법적인 사업을 전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폭이 개개인별로 누구와 인맥을 맺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외식사업 중 고깃집은 조폭들이 비교적 손쉽게 손을 뻗칠 수 있는 사업 영역에 속한다. 경남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한 조직 행동대원은 "30살이 되기 전에 고깃집을 몇 개 내는 게 목표"라고 할 만큼 고깃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퇴한 조폭 출신 사업가 중 고깃집을 차려 유명해진 N씨는 이 바닥에서 거물로 통한다. 과거 '3대 패밀리'로 불렸던 범서방파 출신인 N씨는 199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에 고깃집을 차려 이른바 '대박'을 쳤다.

청담동 사거리에
범서방파 고깃집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고깃집으로 유명한 이 고깃집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며 분점까지 낼 정도로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초반, 이 고깃집은 맛집으로 소개되며 수차례 전파를 탔고, 현재는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이 됐다. 청담동 고깃집 주변에는 이름난 가라오케나 성매매업소와 같은 현역 조폭의 관리 업소들이 포진해있다.

이 집의 단골 명사로 알려진 배우는 한류스타 B씨, 남자 배우 S씨, P씨, K씨, L씨, 여자배우 L씨, S씨, C씨, H씨 등이며, 가수 L씨와 J씨, 개그맨 L씨와 Y씨도 이 고깃집에 자주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수 K씨는 고깃집 사장 N씨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K씨는 N씨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수천만원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등 N씨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N씨는 K씨 측근과도 어울리며, 인근 고급 주점에서 술자리를 갖는 걸로도 유명했다.

N씨의 휴대폰에는 40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업계의 소문난 마당발인 N씨는 이 같은 인맥을 활용해 고깃집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리고 N씨의 인맥은 '고기바구니'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주위의 증언이다.

N씨는 명절 때마다 지인들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려왔다. 2000년대 중반에는 언론사 고위관계자들에게까지 선물바구니를 돌려 논란이 됐다. 선물과 함께 N씨가 자신의 친척이라고 밝힌 신인 여자 연기자 홍보를 직접 청탁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 언론사 간부는 "N씨가 예능국 간부급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렸던 건 맞다"고 확인하면서 "그 고깃집이 유명한 건 맛도 있겠지만 실은 연예인의 맛집으로 소개된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N씨의 고깃집에는 늘 사회 저명인사들이 자리했다. N씨의 노력도 있었다. 해외파 선수들이 귀국하면 자신의 음식점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고, 드라마 종방연이 열리면 회식 자리를 주선하는 식이다.

꿀인맥 활용
고깃집 성공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N씨가 마치 나이트클럽에 연예인을 부르는 것처럼 유명인 섭외에 공을 들였다"면서 "어쩔 때는 겉으로만 고깃집이지 실은 어깨들이 득실대는 아지트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일부 따가운 시선에도 N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7년 N씨가 자신의 고깃집에서 수입 갈비살과 안창살 등을 한우로 속여 팔아온 혐의가 대법원 판결로 입증됐음에도 해당 고깃집의 유명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만큼 고객 관리가 평소 탄탄했다는 방증이다.

N씨는 과거 탈세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법조계 내부에 비호세력이 있다는 염문에 휘말릴 정도로 막강한 인맥을 과시했다. 공판 당시에는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변호사가 N씨의 사건 변호를 맡아 화제가 됐다. N씨는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조폭이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이렇듯 N씨의 사업가로서의 성공은 그의 광범위한 인맥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고깃집 사업을 시작해 부를 축적한 조폭 출신 사업가는 비단 N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기반의 거대 조직 21세기파의 K씨는 부산에 수백평 규모의 한우전문점을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사는 K씨의 한우전문점 매출이 하루 1000만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 말대로라면 중간보스급인 K씨는 90년대 말부터 매해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려온 셈이다.

P씨가 귀띔해 준 안양 타이거파의 전 조직원도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마다 조폭 출신 사업가들은 번화가에 자리 잡고 고깃집을 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장 모두가 매출이 좋은 건 아니어서 이들 중 일부는 인맥을 활용해 '아우'들을 불러 손익을 매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조폭들이 많고 많은 외식사업 중 굳이 고깃집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씨는 "사업 스타일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조폭 출신들은 대체로 고깃집 문화에 익숙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즉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에서 사업 영역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조폭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에게 친숙한 고깃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더불어 룸살롱, 게임장 등은 늘 경찰의 내사 대상이기 때문에 경찰과 부딪힐 일이 많은 사업보다는 합법적이면서도 경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을 찾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일식업에 종사했던 한 사업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리를 해야 하는 음식점은 전문적인 요리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뉴 구성도 그렇고 손이 가는 일이 많다"면서 "반면에 고깃집은 육질 좋은 고기만 확보하면 특별한 요리사나 재료 준비 없이 맛을 낼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즉 조폭들은 대체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일이 없기 때문에 메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라도 많은 준비 과정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고깃집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조폭들이 요즘 머리가 좋아지면서 합법적인 외식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인들을 통해 유명인을 불러 함께 인증샷을 찍은 뒤 명사들이 찾는 식당으로 홍보하면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추정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즘 조직들이 와해됐다고들 하지만 조폭들 간의 상도덕은 있을 것"이라면서 "돈이 되는 도박이나 유흥 등의 사업을 하자니 후배들과의 충돌이 무섭고, 금융이나 주식 등을 하자니 젊은 친구들만큼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그러다보니 만만한 외식사업 쪽을 건드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창업 쉬운 고깃집 선호
거미줄 인맥 내세워 대대적 홍보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앙 조폭과 지방 조폭 간의 연계설도 들린다. 일례로 N씨는 호남 일대의 한 축산 농장에서 한우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 축산 농장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 지역에 있는 N씨의 후배가 아니겠냐는 의혹이다.

다시 말해 지역 축산 농가 유통망을 쥐고 흔드는 토착 세력이 지역 조폭들과 결탁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고기를 공급하고, 축산업자들에게는 협박을 통해 단가를 후려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울산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그런 소문을 들어본 건 같다"면서 "그러나 모든 축산 농가가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값만 준다면 그게 조폭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축산업 종사자는 "한우나 돼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루트가 없다보니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이를 약점 잡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조폭과 관계됐는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 

축산업 흔드는
조폭표 고깃집?

P씨는 "고깃집 사업이 조폭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배 N씨가 고깃집을 차려 큰돈을 번 뒤 이같은 선입견이 굳어진 것 같다고 P씨는 얘기했다.

부산 조폭 출신으로 몇 년 전 손을 털고 나온 H씨는 최근 마산의 한 공장에 들어갔다. 그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조직을 나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조직에서 나올 때 그가 들고 나올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H씨는 "주변에 손 털고 나오면서 돈 갖고 나온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조직 명의로 벌이는 사업이면 몰라도 개인 사업은 다 구린 돈 갖고 시작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겉으로는 다 '고깃집한다', '손을 씻었다' 하지만 뒤로는 고깃집해서 번 돈으로 현역 애들 용돈도 주고 그럴 거다"라고 씁쓸해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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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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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