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조폭들 고깃집 여는 속사정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5: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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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범서방파 실세 N씨가 국제PJ파 간부로부터 납치되면서 조폭들의 세력다툼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N씨가 운영 중인 서울 청담동의 한 유명 고깃집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이트클럽, 룸살롱도 아니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폭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조폭들은 고유 영역을 벗어나 외식사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이 음지로 스며들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조폭은 점차 지능화되고 기업화됐다. 큰 조직들은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들어 건설 이권에 개입했고 작은 조직들은 사채를 운영하며 급전이 필요한 사업가들을 쥐어짰다. 일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어 적잖은 성공을 맛봤다. 더러는 전공을 살려 사설 경호업체를 개설했다.

조폭들 손씻고
차례로 요식업

그런데 조폭의 신사업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외식사업이다. 이른바 '물장사'로 불리는 주류사업과 짝을 이루는 외식사업은 최근 중장년층 조폭들이 선호하는 사업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업소 등을 전면에서 관리하기에 나이가 많은 이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외식사업이라는 것이다.

또 외식사업은 주류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수월하면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 안양에서 조직 생활을 했다는 P씨는 "예전 게임장을 하면서 물장사를 같이했을 때는 한탕 크게 벌자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사업을 다 정리하고 한정식당을 열었는데 그게 오히려 안정적이면서 돈이 더 되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선수급' 조폭은 아니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고 지인들을 통해 조폭들과 어울리며 세를 쌓았다. 집에 가진 돈이 좀 있어 여러 사업을 병행했던 그는 수입이 들쭉날쭉한 도박사업보다는 외식사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게임장은 단속이 뜨는 날이면 몇 달을 쉬어야 하지만 외식사업은 경찰의 눈치 안보고 365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요 조직 두목급 줄줄이 손씻고 살길 찾아
건축·금융·연예업 진출…특히 외식업에 몰려

이렇듯 외식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합법적이라는 것에 있다. 조폭들은 한정식당이나 일식집 등을 차려놓고 경찰에 "나는 이제 완전히 손을 뗐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의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뒤로는 불법적인 사업을 전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폭이 개개인별로 누구와 인맥을 맺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외식사업 중 고깃집은 조폭들이 비교적 손쉽게 손을 뻗칠 수 있는 사업 영역에 속한다. 경남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한 조직 행동대원은 "30살이 되기 전에 고깃집을 몇 개 내는 게 목표"라고 할 만큼 고깃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퇴한 조폭 출신 사업가 중 고깃집을 차려 유명해진 N씨는 이 바닥에서 거물로 통한다. 과거 '3대 패밀리'로 불렸던 범서방파 출신인 N씨는 199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에 고깃집을 차려 이른바 '대박'을 쳤다.

청담동 사거리에
범서방파 고깃집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고깃집으로 유명한 이 고깃집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며 분점까지 낼 정도로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초반, 이 고깃집은 맛집으로 소개되며 수차례 전파를 탔고, 현재는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이 됐다. 청담동 고깃집 주변에는 이름난 가라오케나 성매매업소와 같은 현역 조폭의 관리 업소들이 포진해있다.

이 집의 단골 명사로 알려진 배우는 한류스타 B씨, 남자 배우 S씨, P씨, K씨, L씨, 여자배우 L씨, S씨, C씨, H씨 등이며, 가수 L씨와 J씨, 개그맨 L씨와 Y씨도 이 고깃집에 자주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수 K씨는 고깃집 사장 N씨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K씨는 N씨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수천만원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등 N씨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N씨는 K씨 측근과도 어울리며, 인근 고급 주점에서 술자리를 갖는 걸로도 유명했다.

N씨의 휴대폰에는 40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업계의 소문난 마당발인 N씨는 이 같은 인맥을 활용해 고깃집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리고 N씨의 인맥은 '고기바구니'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주위의 증언이다.

N씨는 명절 때마다 지인들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려왔다. 2000년대 중반에는 언론사 고위관계자들에게까지 선물바구니를 돌려 논란이 됐다. 선물과 함께 N씨가 자신의 친척이라고 밝힌 신인 여자 연기자 홍보를 직접 청탁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 언론사 간부는 "N씨가 예능국 간부급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렸던 건 맞다"고 확인하면서 "그 고깃집이 유명한 건 맛도 있겠지만 실은 연예인의 맛집으로 소개된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N씨의 고깃집에는 늘 사회 저명인사들이 자리했다. N씨의 노력도 있었다. 해외파 선수들이 귀국하면 자신의 음식점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고, 드라마 종방연이 열리면 회식 자리를 주선하는 식이다.

꿀인맥 활용
고깃집 성공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N씨가 마치 나이트클럽에 연예인을 부르는 것처럼 유명인 섭외에 공을 들였다"면서 "어쩔 때는 겉으로만 고깃집이지 실은 어깨들이 득실대는 아지트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일부 따가운 시선에도 N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7년 N씨가 자신의 고깃집에서 수입 갈비살과 안창살 등을 한우로 속여 팔아온 혐의가 대법원 판결로 입증됐음에도 해당 고깃집의 유명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만큼 고객 관리가 평소 탄탄했다는 방증이다.

N씨는 과거 탈세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법조계 내부에 비호세력이 있다는 염문에 휘말릴 정도로 막강한 인맥을 과시했다. 공판 당시에는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변호사가 N씨의 사건 변호를 맡아 화제가 됐다. N씨는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조폭이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이렇듯 N씨의 사업가로서의 성공은 그의 광범위한 인맥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고깃집 사업을 시작해 부를 축적한 조폭 출신 사업가는 비단 N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기반의 거대 조직 21세기파의 K씨는 부산에 수백평 규모의 한우전문점을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사는 K씨의 한우전문점 매출이 하루 1000만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 말대로라면 중간보스급인 K씨는 90년대 말부터 매해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려온 셈이다.

P씨가 귀띔해 준 안양 타이거파의 전 조직원도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마다 조폭 출신 사업가들은 번화가에 자리 잡고 고깃집을 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장 모두가 매출이 좋은 건 아니어서 이들 중 일부는 인맥을 활용해 '아우'들을 불러 손익을 매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조폭들이 많고 많은 외식사업 중 굳이 고깃집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씨는 "사업 스타일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조폭 출신들은 대체로 고깃집 문화에 익숙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즉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에서 사업 영역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조폭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에게 친숙한 고깃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더불어 룸살롱, 게임장 등은 늘 경찰의 내사 대상이기 때문에 경찰과 부딪힐 일이 많은 사업보다는 합법적이면서도 경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을 찾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일식업에 종사했던 한 사업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리를 해야 하는 음식점은 전문적인 요리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뉴 구성도 그렇고 손이 가는 일이 많다"면서 "반면에 고깃집은 육질 좋은 고기만 확보하면 특별한 요리사나 재료 준비 없이 맛을 낼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즉 조폭들은 대체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일이 없기 때문에 메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라도 많은 준비 과정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고깃집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조폭들이 요즘 머리가 좋아지면서 합법적인 외식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인들을 통해 유명인을 불러 함께 인증샷을 찍은 뒤 명사들이 찾는 식당으로 홍보하면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추정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즘 조직들이 와해됐다고들 하지만 조폭들 간의 상도덕은 있을 것"이라면서 "돈이 되는 도박이나 유흥 등의 사업을 하자니 후배들과의 충돌이 무섭고, 금융이나 주식 등을 하자니 젊은 친구들만큼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그러다보니 만만한 외식사업 쪽을 건드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창업 쉬운 고깃집 선호
거미줄 인맥 내세워 대대적 홍보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앙 조폭과 지방 조폭 간의 연계설도 들린다. 일례로 N씨는 호남 일대의 한 축산 농장에서 한우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 축산 농장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 지역에 있는 N씨의 후배가 아니겠냐는 의혹이다.

다시 말해 지역 축산 농가 유통망을 쥐고 흔드는 토착 세력이 지역 조폭들과 결탁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고기를 공급하고, 축산업자들에게는 협박을 통해 단가를 후려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울산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그런 소문을 들어본 건 같다"면서 "그러나 모든 축산 농가가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값만 준다면 그게 조폭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축산업 종사자는 "한우나 돼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루트가 없다보니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이를 약점 잡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조폭과 관계됐는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 

축산업 흔드는
조폭표 고깃집?

P씨는 "고깃집 사업이 조폭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배 N씨가 고깃집을 차려 큰돈을 번 뒤 이같은 선입견이 굳어진 것 같다고 P씨는 얘기했다.

부산 조폭 출신으로 몇 년 전 손을 털고 나온 H씨는 최근 마산의 한 공장에 들어갔다. 그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조직을 나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조직에서 나올 때 그가 들고 나올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H씨는 "주변에 손 털고 나오면서 돈 갖고 나온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조직 명의로 벌이는 사업이면 몰라도 개인 사업은 다 구린 돈 갖고 시작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겉으로는 다 '고깃집한다', '손을 씻었다' 하지만 뒤로는 고깃집해서 번 돈으로 현역 애들 용돈도 주고 그럴 거다"라고 씁쓸해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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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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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