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조폭들 고깃집 여는 속사정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5: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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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범서방파 실세 N씨가 국제PJ파 간부로부터 납치되면서 조폭들의 세력다툼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N씨가 운영 중인 서울 청담동의 한 유명 고깃집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이트클럽, 룸살롱도 아니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폭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조폭들은 고유 영역을 벗어나 외식사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이 음지로 스며들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조폭은 점차 지능화되고 기업화됐다. 큰 조직들은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들어 건설 이권에 개입했고 작은 조직들은 사채를 운영하며 급전이 필요한 사업가들을 쥐어짰다. 일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어 적잖은 성공을 맛봤다. 더러는 전공을 살려 사설 경호업체를 개설했다.

조폭들 손씻고
차례로 요식업

그런데 조폭의 신사업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외식사업이다. 이른바 '물장사'로 불리는 주류사업과 짝을 이루는 외식사업은 최근 중장년층 조폭들이 선호하는 사업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업소 등을 전면에서 관리하기에 나이가 많은 이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외식사업이라는 것이다.

또 외식사업은 주류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수월하면서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 안양에서 조직 생활을 했다는 P씨는 "예전 게임장을 하면서 물장사를 같이했을 때는 한탕 크게 벌자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사업을 다 정리하고 한정식당을 열었는데 그게 오히려 안정적이면서 돈이 더 되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선수급' 조폭은 아니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고 지인들을 통해 조폭들과 어울리며 세를 쌓았다. 집에 가진 돈이 좀 있어 여러 사업을 병행했던 그는 수입이 들쭉날쭉한 도박사업보다는 외식사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게임장은 단속이 뜨는 날이면 몇 달을 쉬어야 하지만 외식사업은 경찰의 눈치 안보고 365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요 조직 두목급 줄줄이 손씻고 살길 찾아
건축·금융·연예업 진출…특히 외식업에 몰려

이렇듯 외식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합법적이라는 것에 있다. 조폭들은 한정식당이나 일식집 등을 차려놓고 경찰에 "나는 이제 완전히 손을 뗐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의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뒤로는 불법적인 사업을 전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폭이 개개인별로 누구와 인맥을 맺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외식사업 중 고깃집은 조폭들이 비교적 손쉽게 손을 뻗칠 수 있는 사업 영역에 속한다. 경남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한 조직 행동대원은 "30살이 되기 전에 고깃집을 몇 개 내는 게 목표"라고 할 만큼 고깃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퇴한 조폭 출신 사업가 중 고깃집을 차려 유명해진 N씨는 이 바닥에서 거물로 통한다. 과거 '3대 패밀리'로 불렸던 범서방파 출신인 N씨는 199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에 고깃집을 차려 이른바 '대박'을 쳤다.

청담동 사거리에
범서방파 고깃집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고깃집으로 유명한 이 고깃집은 늘 인산인해를 이루며 분점까지 낼 정도로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초반, 이 고깃집은 맛집으로 소개되며 수차례 전파를 탔고, 현재는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이 됐다. 청담동 고깃집 주변에는 이름난 가라오케나 성매매업소와 같은 현역 조폭의 관리 업소들이 포진해있다.

이 집의 단골 명사로 알려진 배우는 한류스타 B씨, 남자 배우 S씨, P씨, K씨, L씨, 여자배우 L씨, S씨, C씨, H씨 등이며, 가수 L씨와 J씨, 개그맨 L씨와 Y씨도 이 고깃집에 자주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수 K씨는 고깃집 사장 N씨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K씨는 N씨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수천만원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등 N씨와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N씨는 K씨 측근과도 어울리며, 인근 고급 주점에서 술자리를 갖는 걸로도 유명했다.

N씨의 휴대폰에는 40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업계의 소문난 마당발인 N씨는 이 같은 인맥을 활용해 고깃집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리고 N씨의 인맥은 '고기바구니'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주위의 증언이다.

N씨는 명절 때마다 지인들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려왔다. 2000년대 중반에는 언론사 고위관계자들에게까지 선물바구니를 돌려 논란이 됐다. 선물과 함께 N씨가 자신의 친척이라고 밝힌 신인 여자 연기자 홍보를 직접 청탁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 언론사 간부는 "N씨가 예능국 간부급에게 고기바구니를 돌렸던 건 맞다"고 확인하면서 "그 고깃집이 유명한 건 맛도 있겠지만 실은 연예인의 맛집으로 소개된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N씨의 고깃집에는 늘 사회 저명인사들이 자리했다. N씨의 노력도 있었다. 해외파 선수들이 귀국하면 자신의 음식점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고, 드라마 종방연이 열리면 회식 자리를 주선하는 식이다.

꿀인맥 활용
고깃집 성공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N씨가 마치 나이트클럽에 연예인을 부르는 것처럼 유명인 섭외에 공을 들였다"면서 "어쩔 때는 겉으로만 고깃집이지 실은 어깨들이 득실대는 아지트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일부 따가운 시선에도 N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7년 N씨가 자신의 고깃집에서 수입 갈비살과 안창살 등을 한우로 속여 팔아온 혐의가 대법원 판결로 입증됐음에도 해당 고깃집의 유명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만큼 고객 관리가 평소 탄탄했다는 방증이다.

N씨는 과거 탈세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법조계 내부에 비호세력이 있다는 염문에 휘말릴 정도로 막강한 인맥을 과시했다. 공판 당시에는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변호사가 N씨의 사건 변호를 맡아 화제가 됐다. N씨는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조폭이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이렇듯 N씨의 사업가로서의 성공은 그의 광범위한 인맥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고깃집 사업을 시작해 부를 축적한 조폭 출신 사업가는 비단 N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기반의 거대 조직 21세기파의 K씨는 부산에 수백평 규모의 한우전문점을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사는 K씨의 한우전문점 매출이 하루 1000만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 말대로라면 중간보스급인 K씨는 90년대 말부터 매해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려온 셈이다.

P씨가 귀띔해 준 안양 타이거파의 전 조직원도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마다 조폭 출신 사업가들은 번화가에 자리 잡고 고깃집을 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장 모두가 매출이 좋은 건 아니어서 이들 중 일부는 인맥을 활용해 '아우'들을 불러 손익을 매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조폭들이 많고 많은 외식사업 중 굳이 고깃집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씨는 "사업 스타일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조폭 출신들은 대체로 고깃집 문화에 익숙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즉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것에서 사업 영역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조폭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에게 친숙한 고깃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더불어 룸살롱, 게임장 등은 늘 경찰의 내사 대상이기 때문에 경찰과 부딪힐 일이 많은 사업보다는 합법적이면서도 경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을 찾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일식업에 종사했던 한 사업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리를 해야 하는 음식점은 전문적인 요리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뉴 구성도 그렇고 손이 가는 일이 많다"면서 "반면에 고깃집은 육질 좋은 고기만 확보하면 특별한 요리사나 재료 준비 없이 맛을 낼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즉 조폭들은 대체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일이 없기 때문에 메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라도 많은 준비 과정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고깃집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조폭들이 요즘 머리가 좋아지면서 합법적인 외식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인들을 통해 유명인을 불러 함께 인증샷을 찍은 뒤 명사들이 찾는 식당으로 홍보하면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추정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요즘 조직들이 와해됐다고들 하지만 조폭들 간의 상도덕은 있을 것"이라면서 "돈이 되는 도박이나 유흥 등의 사업을 하자니 후배들과의 충돌이 무섭고, 금융이나 주식 등을 하자니 젊은 친구들만큼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그러다보니 만만한 외식사업 쪽을 건드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창업 쉬운 고깃집 선호
거미줄 인맥 내세워 대대적 홍보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앙 조폭과 지방 조폭 간의 연계설도 들린다. 일례로 N씨는 호남 일대의 한 축산 농장에서 한우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 축산 농장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 지역에 있는 N씨의 후배가 아니겠냐는 의혹이다.

다시 말해 지역 축산 농가 유통망을 쥐고 흔드는 토착 세력이 지역 조폭들과 결탁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고기를 공급하고, 축산업자들에게는 협박을 통해 단가를 후려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울산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그런 소문을 들어본 건 같다"면서 "그러나 모든 축산 농가가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값만 준다면 그게 조폭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축산업 종사자는 "한우나 돼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루트가 없다보니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이를 약점 잡아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유통 쪽에 힘 있는 사람들이 조폭과 관계됐는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 

축산업 흔드는
조폭표 고깃집?

P씨는 "고깃집 사업이 조폭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배 N씨가 고깃집을 차려 큰돈을 번 뒤 이같은 선입견이 굳어진 것 같다고 P씨는 얘기했다.

부산 조폭 출신으로 몇 년 전 손을 털고 나온 H씨는 최근 마산의 한 공장에 들어갔다. 그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조직을 나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조직에서 나올 때 그가 들고 나올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H씨는 "주변에 손 털고 나오면서 돈 갖고 나온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조직 명의로 벌이는 사업이면 몰라도 개인 사업은 다 구린 돈 갖고 시작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겉으로는 다 '고깃집한다', '손을 씻었다' 하지만 뒤로는 고깃집해서 번 돈으로 현역 애들 용돈도 주고 그럴 거다"라고 씁쓸해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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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