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②최순영의 신동아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6:05:55
  • 댓글 0개

빚쟁이 빈털터리가 뭔 돈으로 해외여행?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신동아그룹의 모기업은 이북출신의 창업자 고 최성모가 1953년에 세운 조선제분(현 동아원)이다. 최성모는 조선제분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급속도로 확장했고 60년대 '밀가루 재벌'이라 불리기도 했다.

'신동아그룹'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최성모 창업주보다는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63년 성균관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마대를 생산, 판매하는 '동명마방'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무역 욕심 버렸다면
신동아 살았을까?

3년 후 '제일포장'이라는 두 번째 회사를 설립했으나 역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두 번의 실패를 꺾은 최 회장은 68년 7월 아버지 최성모 창업주의 권유로 동아제분 상무로 신동아에 합류했다. 69년 신동아그룹이 대한생명보험을 인수, 최 회장은 선친의 뒤를 이어 76년 대한생명 대표이사 겸 신동아그룹 회장으로 취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 회장은 선친 재산을 바탕으로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 중 하나인 대한생명과 함께 신동아화재를 키워내고 85년 당시 동양 최고 높이의 빌딩 63빌딩을 완공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86년에는 대한생명 자산규모 1조원을 돌파했고 88년에는 영업점 1000점의 기록을 세웠다. 91년 말 기준 신동아그룹에는 보험업체인 대한생명보험, 손해보험업체인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서비스·관광 업체인 대생기업, 부동산관리 및 임대 업체인 대생개발, 제분·원양어업 업체인 동아제분, 금융업체인 대생상호신용금고, 태홍산업, 에이에이인터내셔널 등의 계열사가 있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96년 수출대행 업체인 신아원을 통해 무역업에 손을 댔다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수천억 추징금 "돈 없다" 버티면서 잦은 외유 
체납액도 무려 36억…2008년 특사로 자유의 몸

최 회장은 96년 5월부터 97년 6월까지 미국에 유령회사 '스티브영'을 차린 뒤 선하증권 등을 허위로 작성, 국내 4개 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 등의 명목으로 1억8500여만달러를 대출받아 편취하고 이중 1억6500여만달러를 미국계 은행 등의 예금계좌로 송금,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99년 2월11일 검찰에 구속됐다. 신동아그룹 돈줄 노릇을 하던 대한생명은 100% 정부 소유 기업이 됐고 최 회장이 보유하던 관련 회사 주식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최 회장은 경영권마저 잃었다.

같은 해 5월에는 최 회장의 돈을 받은 이정보·이수휴 전 보험감독원장과 홍두표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잇따라 구속돼 '최순영 리스트'의 존재를 놓고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최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관련된 '옷 로비 사건'은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되게 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특검제 도입시킨
'옷 로비 사건'

옷 로비 사건은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최 전 회장을 구명하기 위해 이씨가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한 것을 말한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99년 5월24일 이씨가 김태정 검찰총장의 아내 연정희씨에게 고급 옷을 선물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부터다. 그 사실을 언론에 밝힌 인물이 이씨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씨는 경위서를 통해 당시 검찰총장 부인 등이 고가의 옷을 사면서 자신에게 옷 값을 대신 지불하도록 압력을 가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사흘 뒤 연씨가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면서 검찰은 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수사 5일 만에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쳤다. 8월23일 3개 지상파 방송과 YTN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열린 청문회에서 옷 로비 혐의에 관련된 사람들, 강남 고급 옷가게인 '라스포사' 주인 등을 끈질기게 추궁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최순영 전 회장은 같은 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2005년 1월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2006년 7월 최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1574억원을 확정 판결했고, 9월 최 전 회장은 건강 악화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8·15 광복절 특사로 형 집행이 면제됐다.


형 집행은 면제됐지만 1574억원의 추징금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 더욱이 최 전 회장은 신동아그룹 계열사 신아원의 김종은 전 회장과 함께 1964억원의 추징금을 추가로 공동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 전 회장은 최 전 회장이 1996년 국내 4개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8000만달러 가운데 1억6000만달러를 미국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최 전 회장은 자기 자신을 '빈털터리'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3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의해 봉인됐던 최 전 회장의 개인 대여금고도 확인결과 ‘텅’ 비어 있었다. 연말마다 공개되는 전국 고액 체납자 명단에도 최 전 회장은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35억8500만원을 체납해 체납자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호화생활 영위
돈 어디서 났나

이와 관련 최 전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추징금 체납액을 내고 싶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회사를 되찾으면 국가에 내야 할 추징금을 반드시 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부인이 원장인 기독교선교횃불재단 명의의 양재동 고급빌라에 살면서 수시로 해외를 드나드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서 '돈'이 난 걸까?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을 종합하면 최 전 회장과 부인 이씨는 현재 온누리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2008년 말 기준 등록 교인이 6만명이 넘고 서빙고동 본당뿐 아니라 서울 양재, 경기 부천·수원·남양주·평택, 인천, 대전에 지부를 두고 18개에 달하는 해외 교회도 열었을 만큼 교세가 대단하다.

남편은 '깡통'찼는데 부인은 재단 원장
'옷로비'주역 이형자씨 부동산 소유 의혹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는 최 전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하 목사의 부인 이형기씨가 최 전 회장의 부인 이씨와 자매지간인 것. 최 전 회장은 대한생명의 대표이사와 횃불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을 당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대한생명 이사회 사전 승인 없이 회사 자금 213억원을 횃불재단에 무단으로 기부했다. 이는 상법 제398조(이사의 자기거래금지)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대한생명이 횃불재단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횃불재단은 대한생명에 지연이자 포함 총 479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와 분할 상환 됐지만 이미 온누리교회는 신동아그룹의 후원에 힘입어 전국 주요 요지에 지부를 건설하고 서울 양재동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도 세운 뒤였다. 기독교위성방송인 SGNTV와 두란노서원, 월간지 <빛과 소금>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기부한 돈에 대해 "그 돈은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 개념으로 기부한 돈"이라고 밝히며 그룹의 이윤을 개인 십일조로 사용한 것을 인정했다.

최 전 회장은 학교재단에도 터전을 쌓았다. 1980년대 초반 신동아학원을 세우고 1984년 전주대학교를 인수한 최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을 겸직하던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역시 대한생명 이사회 사전 승인 없이 회사 자금 231억원을 신동아학원에 무단으로 기부했다.


미리 키운 온누리가
최 회장 먹여 살리나

지난 2008년에는 이씨가 '한국판 비벌리힐스'라고 불리는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수십억원대의 고급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 전 회장이 자진 납부한 추징금은 전무하다. 2003년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최 전 회장이 홍콩의 한 은행에 버젓이 자신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 예치해놓은 미화 266만달러(당시 약 30억)를 환수한 바 있고 2009년 검찰이 최 전 회장이 MVP창업투자에 투자한 7억1500만원어치의 주식을 추징한 게 전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메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메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