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덩어리 민영진 KT&G 사장 미스터리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2.14 12: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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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인데…홀라당 태울라

[일요시사=경제1팀] '민영진호'가 거센 풍랑을 만났다. 조만간 연임이 확정되는 민영진 KT&G 사장이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진원지는 다름 아닌 회사 내부. 노조가 각종 의혹을 들고 '사장님'의 앞길을 떡하니 막아섰다.

 

민영진 KT&G 사장의 '연임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한국인삼공사지부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민 사장이 정권 교체기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꼼수 연임'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권교체 직후인 2월 말 주총을 열어 사장 임명을 어물쩍 승인하게 만들려는 꼼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부진 지적

민 사장의 퇴임을 요구한 노조는 그 이유로 먼저 실적부진을 들었다. 노조는 "민 사장은 부실경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무리하게 진행한 자회사 인수와 해외사업 진출 때문에 실적이 부진했다"고 전했다. 실제 KT&G의 매출은 민 사장이 선임된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민 사장 취임 전인 2009년 2조7764억원에서 2010년 2조4999억원, 2011년 2조4908억으로 줄었다. 반면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는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7467억원, 8428억원, 9401억원으로 늘었다.

노조는 민 사장의 연임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1986년 KT&G(당시 전매청)에 입사한 민 사장은 경영전략단장과 사업지원단장, 마케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생산·R&D 부문장 등을 거쳐 2010년 2월 말 사장에 취임했다. 민 사장은 지난달 23일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3년 임기의 사장으로 내정, 이달 말 주주종회에서 연임 의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추위는 "지난 3년간의 경영성과와 비전, 경영전략, 리더십 등을 주요 심사기준으로 설정하고 심층인터뷰 등을 통해 민 사장을 차기 사장후보로 재추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T&G 사추위는 내규에 따라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다. 이들 대부분의 위원은 민 사장이 영입했거나 직간접 관계가 있는 인물이란 게 노조의 주장. 특히 사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원용씨를 걸고 넘어갔다. 'MB책사'란 이유에서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대통령이 1996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개인적으로 선거자문을 해주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대선 땐 MB캠프에서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 일원으로 활동해 2009년 2월 KT&G 사외이사를 맡을 당시 '낙하산'이란 뒷말이 적지 않았다.


노조는 "민 사장이 자신의 친위대로 구성된 사추위를 열어 연임을 의결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외부인사는 철저히 배제됐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KT&G의 새 수장은 새정권 출범 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노조는 민 사장의 비리의혹도 제기했다. 노조는 "민 사장은 재임기간 내내 무수한 비리의혹에 휩싸였던 인물"이라며 "숱한 의혹에 대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첨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가 꺼내든 의혹은 모두 7가지. 이중 2가지 의혹엔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최측근이 거론된다.

연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 '진땀'
계열 노조 각종 비리의혹 폭로…퇴임 압박

노조는 우선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과 관련이 있는 회사를 통해 수백억원대 청주공장을 매각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밀어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처사촌인 김 전 이사장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영업정지 무마'등을 청탁 받고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고 있다.

노조는 KT&G 자회사인 KGC라이프앤진의 광고용역회사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1실장의 친인척인 권영재씨가 사장으로 있는 상상애드윌을 무리하게 선정해 90억원대 광고를 몰아준 의혹도 제기했다. 이 역시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민 사장 취임 9개월 뒤인 2010년 11월 설립된 상상애드윌의 주요 고객은 KGC라이프앤진. 자본금 5000만원에 실적도 없는 신생 회사였지만 80억원이 넘는 KGC라이프앤진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됐다. 상상애드윌 대표인 권씨는 김씨와 처남·매형 사이로 알려졌다.

 

 

1997년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과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은 뒤 15년간 최측근으로 지내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 김씨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감원 감사를 완화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복역 중이다. 노조는 "KT&G는 상부의 조직적·암묵적 지시로 급조된 특정회사에 광고를 몰아줬다"며 "민 사장이 오더를 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잘 보이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노조는 이외에도 ▲중동수입상을 통한 밀어내기식 담배 수출 및 수천억원대 악성채무 발생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의혹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무리하게 인수(지분 60%, 약 1400억원)해 부실을 초래한 점 ▲국민연금 등 500억원을 투자해 중국에 6년근 인삼회사인 '길림한정유한공사'를 설립했지만 중국정부가 판매를 불허해 회사자금 및 공적자금의 막대한 손실을 끼친 점 ▲명동 레지던스호텔 용역 관련 의혹  ▲정관장 가맹점에 대한 횡포 의혹 등을 문제 삼았다.


노조 탄압 부분도 짚고 넘어갔다. 노조는 "2011년 6월 KT&G 자회사인 인삼공사에 민주노조가 생긴 이후 가혹한 탄압을 지속하고 있어 한때 250여 명에 달하던 조합원이 이제 40여 명으로 축소됐다"고 한탄했다. 이어 "파업기간 중 인삼공사가 고의적으로 불상사를 조장하기 위해 방송차와 난방용 가스조차 반입을 막고, 이 과정에서 생긴 불상사를 이유로 노조 간부 3명을 해고했다"고 덧붙였다.

연임에 입김?

민 사장 비리 의혹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말그대로 의혹일 뿐이다. 아직까지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 다만 그 내용은 일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었다. 사정기관과 언론, 업계 등에 민 사장의 비리 의혹이 담긴 문건이 나돌았다. <일요시사>는 이를 KT&G에 질의한 적이 있는데, KT&G의 답변은 살벌했다. "유포자를 잡으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었다. 그리고 이번에 노조가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앞으로 KT&G 측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G 입장은?

"가만 두지 않겠다"

KT&G는 민주노총 한국인삼공사지부가 제기한 의혹을 일축했다. "말도 안 되는 악의적 음해"라고 펄쩍 뛰면서 노조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음은 회사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노조가 실적을 문제 삼았다.

▲ KT&G 전 계열사 매출은 줄지 않았다. 사장 취임 전인 2009년 3조6264억원에서 지난해 3조9402억원으로 성장했다.

- 민 사장 연임도 지적했는데.

▲ 외압이나 입김은 있을 수 없다. 2002년 완전 민영화됐다. 독립된 사추위가 규정대로 엄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평가했다.

- 노조가 제기한 7가지 비리 의혹은.


▲ 일고의 가치가 없는 내용들이다. 이미 나돈 문건 등을 확보해 의혹들을 감사위 등에서 확인한 결과 명백한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 노조 탄압 부분에 대해선.

▲ 노조 가입·탈퇴는 조합원 개인의 자유다. 회사가 어떻게 조정하겠나?

- 노조 의도는 뭐라 생각하나.

▲ 성명을 발표한 김성기씨는 불법행위로 징계 면직된 사람이다. 불만을 품고 악의적으로 회사를 음해하는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김씨가 지부장으로 있는 민노총 인삼공사지부는 전체 직원 1600여명 중 극히 일부인 43명만 가입된 제2노조다.

- 노조가 아니란 얘긴가.


▲ 복수노조 법규에 따라 인삼공사엔 2개의 노조가 있다. 제2노조 조합원은 직원의 1%도 되지 않는다. 80% 이상이 가입돼 있는 제1노조는 현 CEO의 연임을 강력 지지하고 있다.

- 회사 측의 대응은.

▲ 정권이 바뀌고 경영진이 바뀌는 시기다. 예민한 시기에 근거와 실체가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악의적인 행위에 법적 조치 등으로 단호히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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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