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천기누설] 정치거물 4인 계사년 운세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4: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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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뱀’ 기운, 온 몸에 휘감을 정치인은?

[일요시사=특집팀] 새해 새 나라 살림, 우리나라 곳간 사정은 나아질 수 있을까?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정치권을 맞이할 전망이다. 우선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취임한다.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 직함을 바꿔달고, 여야의 정치판도도 새롭게 재구성된다. 이에 따라 주요 정치인들의 신년 운세가 관심거리다. 민족의 명절 설날을 맞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주요 정치거물 4인을 선정, 성명사주의 1인자로 알려진 안희성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수를 통해 그들의 신년운세를 점쳐봤다.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재집권이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오는 25일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 솔솔 새나오는 분위기다.

2007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BBK사건에서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사건, 4대강 사업 전반에 걸친 비리관계, 친인척ㆍ측근 비리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등과 관련, 고강도의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도
명예직 ‘기웃’

퇴임 이후 ‘MB 감옥행’을 미리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5년간 저질러 놓은 수많은 비리들에 대해 국민 심판을 함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안희성 교수는 “이 대통령의 올해 운은 경쟁도 심하고 관제구설에 시달리는 해”라며 “그간의 문제들로 검찰에 연루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수레를 타고 가다가 수레 양 바퀴가 튕겨나가는 형국으로, 하는 일이나 가는 길마다 혼잡하거나 막혀 고장이 나는 등 수 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고집이 세고 스스로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며 “관제구설에 오른다고 해서 움직이거나 움찔할 스타일이 아니라 차분히 대처해 나갈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성향은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후 모습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고,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념전시관이나 도서관 건립 외에 인상에 남을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소탈하게 사는 모습을 보였지만 뭔가 해보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명박-수레 타고 가다 양 바퀴가 튕겨나가는 형국
박근혜-첫 해 피어나가는 길…험난한 고난의 ‘연속’

안 교수는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공직에서 내려와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 와중에도 관직이나 또 다른 직위 하나를 가져보려고 하고 또 누가 추천하기도 할 것”이라며 “퇴임 후 마음과 명예를 내려놓고 쉰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에 임한다면 연말이 돼서는 웃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 대통령이 대외활동을 하는 데 있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밀봉·수첩·불통
관제구설 시달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의 퇴임과 동시에 청와대에 입성, 새로운 국정운영을 이끌어가게 된다. 그러나 새 정부의 총리·내각 인선이 첫 단추부터 꼬이면서, 출범도 하기 전에 총체적 난국에 빠진 분위기다. 단순 인선을 넘어 ‘박근혜식 소통 스타일’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 교수는 “박 당선인은 본래 원국은 좋지만 적지 않은 희생이 따르면서 대통령이 됐다”며 “대통령이 된 뒤 첫해 피어나가는 길 역시 험난한 일들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특히 인선 등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펼쳐나감에 있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듣되 다 열려서 듣는 척만 하고 사실은 자기 혼자 결정을 해버리는 독선의 고집이 몰려있다”며 “그렇게 독단적으로 하다보면 관제구설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당선인이 차기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까지는 소통으로 풀어내야 할 난제가 많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던 절반가량의 유권자를 끌어안아야 하고 국정 파트너인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위해 정치 협력도 필요하다. 민생경제, 이념갈등 등 사회적인 갈등도 박 당선인의 리더십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다.

안 교수는 “이러한 첫 스타트에서부터 박 당선인이 자기 고집을 부리고, 눈과 귀를 닫는다면 반대세력의 공격이 심할 것”이라며 “시위자들의 힘이 결집되거나 인터넷, 트위터 등 SNS를 통한 구설에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주변사람들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기도 한다. 이 대통령처럼 친인척들이 매달려서 특혜를 누리는 것은 덜하지만 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도록 만든 사람, 즉 주변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뜻하지 않은 돈 문제를 갖고도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안 교수는 지적했다.

박 당선인이 당면하고 있는 대외상황은 더 엄중하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빚는 갈등도 심할 것”이라며 “국제정세가 좋고 나쁨이 있겠지만, 북한의 핵실험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을 수 있겠다”고 풀이했다.

안 교수는 “박 당선인은 굉장히 고지식하고 정의롭고 단아함에도 불구하고 성격은 남자보다 더 강한 사람”이라며 “올 한해는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품고 있는 송골매와 같은 기질로 국정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골매 기질을 지닌 두루미가 하늘로 승천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국민을 포용하는 형국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지지 얻어
대외행보 재개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박 당선인에게 패배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대선패배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며 내분을 겪고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친노와 비노 진영으로 나뉘어 패배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각 진영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 책임론 중심엔 여전히 문 전 후보가 자리하고 있다.

안 교수는 “지금은 문 전 후보가 큰소리 치고 나올 수 없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좀 흐르면 누가 앞서서 자리 하나를 세워줄 것”이라며 “비록 그 자리가 완벽하지 않아 결점이 있을지라도 문 전 후보는 그것을 고쳐 앉을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또 문 전 후보의 현 모습이 지난 2002년 정몽준 의원의 대권도전 후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단일화 후 손과 발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후 체육계에서 명망을 쌓아온 것처럼 문 전 후보 역시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아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 

그 배경엔 대중들의 지지가 따른다고 한다. 실제 문 전 후보는 대선 이후 오프라인 공식 행보는 자제하고 있지만 SNS상 ‘트위터 행보’는 계속해 대중들과 소통해 나가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 의원연금 예산 처리, 쪽지예산 등에 대한 비판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지지자들이 성금을 모아 제작한 문재인 헌정 신문광고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문재인-‘손과 발’ 없는 상황에서도 자리 하나 얻어
안철수-곳간 속에 쥐 같은 격…은밀하게 신당 창당

문 전 후보는 또 박 당선인에게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세력으로 역할을 해나간다고 한다. 박 당선인이 야당을 동반자처럼 받아들이는 형국으로 흘러가면서 문 전 후보의 조언을 뒤에서는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문 전 후보는 조용하지만 자신의 고집과 주관이 강한 사람”이라며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언도 정정당당히 한다면 국민들에게도 인정받고, 박 당선인과의 조화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고 전했다.


‘안철수당 창당’
프로젝트 꿈틀

문 전 후보와 단일화를 했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의 정치활동 재개 시점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대선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한 안 전 후보는 현재 휴식을 취하며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안 전 후보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한 말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 등이었다. 이는 국민의 열망인 새 정치 실현을 위해 계속해서 정치인의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점쳐졌었다.

안 교수는 “안 전 후보는 올해 정치권에 나와 꿈틀꿈틀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이 안 전 후보를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서울시장선거 때나 지난 대선 때는 누군가를 밀어줬지만 올해엔 누군가로부터 등을 떠밀릴 것 같다”고 말했다.

패배를 둘러싼 ‘안철수 책임론’, 검증 회피 등 각종 관제구설에 오르겠지만 안 전 후보를 따르는 지지자가 있어 자리를 하나 얻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안 교수는 올해는 안 전 후보가 돈 문제로 음해나 모략에 시달릴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안 교수는 “돈을 많이 벌었고, 그간 자선도 많이 했음에도 돈 문제가 주어질 것”이라며 “자신에게 걸쳐있던 돈이나, 지난 과거에 벌어서 쓴 돈의 누적을 파헤치는 양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귀국 후 안 전 후보의 신당창당 가능성에 대해 안 교수는 “곳간 속의 쥐 같은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먹을 것은 많지만 어둡고 답답해 보인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안 전 후보는 신당창당을 대놓고 하진 않지만 지하조직처럼 만들어 은밀하게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며 “공부도 해보겠고, 어두운 곳간 속에서 쥐가 어디로 갈까 싶어서 두리번거리는 형국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 한해는 대외적으로 암암리에 재기를 위해 노력해도 크게 재기는 못하고, 속에 숨어서 자리 하나가 주어진 것으로 나타난다”며 “큰 목소리를 내거나 많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조용히 순응해 나간다면 곳간 속에서 몰래 추진하는 일들은 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안 전 후보가 문 전 후보와 손을 잡고 새 정치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잘라 말했다.

안 교수는 “만약 시위를 한다면 문 전 후보는 1등으로 앞서 나서서 ‘대장’ 역할을 하는 스타일로 정의롭지만 폭력성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인 반면, 안 전 후보는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펜 하나만 쥐고 얘기해도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스타일”이라며 “문 전 후보는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을 원할지 몰라도 안 전 후보의 정치스타일은 문 전 후보의 그것과 다르다”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안희성 교수는?>

새로운 이론 정립한 성명사주 개척자

한 사람의 평생 호칭이 되는 이름에는 단순히 길흉을 넘어 사주와 성격, 일생의 흐름과 주변 관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운명이 담겨 있다. 성명학(姓名學)은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연구하고 길흉을 예측하여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성명학의 대가 안희성 교수는 보통 수리성명학(이름의 각 글자, 한자 획수의 합으로 길한 수와 흉한 수를 따지는 것)을 넘어 사주에 맞는 소리의 기운 값을 찾는 방법을 자체 연구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 교수는 특히 주역, 육효, 명리, 성명학 풀이, 작명을 통해 인간의 과거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많은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삶의 지름길을 안내하고 있다.

현재는 동방대학원대학교 성명사주 교수로 제자들을 양성하는데 힘을 쏟고 있으며 충남 공주시 계룡산 밑자락에서 ‘비결원’을 운영하며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010-7935-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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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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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