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LPGA 신인왕 후보 프로골퍼 신지애

“2009년은 나의 해…신인왕 타이틀 넘보지 마!”

2009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공식 데뷔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존’ 신지애가 선배인 박세리를 넘어 첫 해 5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등극할 수 있을 것인가. 신지애는 올해 초 “올해 ‘신인왕’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많은 팬들이 세계적인 선수가 돼 5승 이상씩을 할 거라고 격려해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 ‘신인왕’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는 드라이버샷과 컴퓨터 아이언샷은 기본, 과감한 퍼팅 능력과 두둑한 배짱까지 겸비한 신지애는 이미 기량 면에서 LPGA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3개 메이저대회 타이틀 획득, 한 시즌 상금 사상 첫 7억원 돌파, 3년 연속 상금왕 등은 신지애가 국내 여자골프 1인자로 군림하며 남긴 기록들이다. 또한 신지애는 LPGA 투어에 비회원으로 참가해 3차례씩이나 우승한 전례도 있다. 그러니 이제까지 한국을 대표해왔던 박세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로 신지애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며 항상 ‘준비된 신인왕’이란 칭호가 따라다닌다.

지난해 신지애는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 ‘큰 그릇’임을 전세계에 알렸다. 평생 1승도 따내기 어렵다는 메이저대회서 시드권 없이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것이다. 8월에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이었다.

그 실력과  대담함으로 현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대적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한 신지애는 2009년 본격적으로 LPGA 무대에 뛰어들었다. 대부분 외신들은 신지애에 대해 ‘오초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고 평했다.

신지애 “한편으론 부담되기도 하지만 신인상 받기 위해 열심히 할 것”
오초아 “신지애는 카리스마 넘치고 LPGA투어 위해 꼭 필요한 선수”

은퇴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新골프여제’로 각광받고 있는 오초아는 지난 시즌 LPGA에서 7승과 함께 276만 달러(약 36억1000만원)를 벌어들여 ‘핑크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를 제치고 상금왕에 오른 LPGA 최고의 선수다.

오초아는 신지애에 대해 “신지애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선수이자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이다. LPGA투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지애의 올 시즌 목표는 LPGA 신인왕을 차지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신지애는 지난 시즌 한미일 대회와 유럽(LET) 대회에 출전하며 11승을 기록했다. 그중 LPGA에서는 브리티시오픈, 미즈노클래식, ADT챔피언쉽을 거머쥐었다.
평생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신인왕을 타기 위해선 2008년 LPGA 신인왕을 수상한 청야니(대만)의 성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청야니는 ‘맥도날드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5승과 함께 ‘톱10’을 9번을 기록했다. 상금은 174만 달러로 3위를 마크했다.

오초아·미셸 위·양희영 등
모두 만만하게 볼 상대 없어

신지애가 신인왕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선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아무리 자기관리에 뛰어난 신지애라 해도 외국 생활의 신속한 적응은 필수조건. 자칫 시차나 장거리 이동에 따른 컨디션 조율 실패로 생체리듬이 급격히 깨질 수 있다.
지난 2월12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SBS 하와이오픈’을 시작으로 2009년 시즌의 LPGA투어는 오는 11월22일 스탠포드 파이낸셜 투어까지 총 31개 대회가 열린다. 신지애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정이 사실이다. 기나긴 여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비거리를 늘여야 한다. 지난 한 해 강행군을 치른 뒤 체력이 떨어지면서 250m에 이르던 비거리가 다소 떨어졌다.
또한 LPGA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미셸 위(나이키 골프)와 유러피언(LET) 무대 출신인 양희영(삼성전자), 올 시즌 최대 유망주라고 평가받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시즌 손목 부상으로 인해 퀄리파잉 스쿨(Q-스쿨)로 떨어졌던 미셸 위는 올 시즌 부활을 예고한 상태다. 모두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신지애는 미셸 위와 라이벌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어릴 때부터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미셸 위는 훌륭한 선수다”라면서 “이런 부담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잘 이겨내 안정을 되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골프 전문가들은 신지애의 신인왕 타이틀 획득을 의심하지 않는다. 신지애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최고의 장점을 갖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있다. 장타자이면서 컴퓨터 샷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두둑한 배짱에서 나온다.

스윙 코치인 전현지 전 국가대표 감독은 “서둘지 않는 만만디 성격 때문에 위기 상황 때 오히려 더 침착해진다”고 말한다. 이런 멘탈에서 나온 신지애의 샷은 가장 안정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대성공을 거둔 스포츠 스타들이 그렇듯 신지애도 ‘연습벌레’다. 쉬지 않고 드라이브 샷 볼만 500개를 칠 수 있는 ‘연습벌레’가 바로 신지애다. ‘국내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연습량을 자랑한다’는 게 신지애를 아는 사람들의 평가다.

20층 아파트 하루 7차례씩
오르락 내리락하며 하체 단련

그가 뛰어난 하체를 갖게 된 것은 부단한 노력이다. 그는 주니어시절 20층 아파트에 살 때 하루 7차례씩 오르락내리락하며 하체를 단련시킨 독종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도 성공비결의 하나다. 신지애는 늘 골프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때 바로 풀어버린다. 평소에는 아예 골프를 잊고 지내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는 신세대답게 게임으로 푼다. 특히 디제이맥스나 리듬 게임은 골프 실력만큼이나 ‘지존급’이라고 스스로 자랑한다.
하지만 신지애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환경적인 요소가 크다.

프로골퍼 최상호는 “박세리의 US여자 오픈 우승 장면을 보며 골퍼의 꿈을 키운 박세리 키즈들이 부모의 보호 아래 비교적 좋은 여건에서 투어생활을 하지만 신지애는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극복하고 있는 사례다”라고 말했다.
강한 정신력은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신지애는 아마추어 무대를 휩쓸던 시절 대회장으로 향하던 길에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고 당시 심하게 다친 두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병간호와 골프를 병행해야 했다.

동생들이 퇴원한 뒤에도 별로 나아질 것은 없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가정이 아니었기에 신지애는 단칸 셋방에 목사인 아버지와 두 동생 등 네 명이 함께 살아야 했다.
신지애가 빛을 본 것은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2005년 KLPGA 투어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에서 쟁쟁한 선배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부터다.

위기 때 더 두둑해지는 배짱·장타자인 동시에 컴퓨터 샷
소녀가장으로 불우환경 극복·스트레스 안 받는 긍정적 성격


이후 신지애는 더 강해졌다. 본격적으로 프로 투어에 뛰어든 2006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등 세 차례 정상을 밟으며 상금왕과 신인왕에 올라 본격적인 ‘지존 신지애 시대’를 열었다. 2007년엔 우승과 상금 관련 국내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25년 묵은 KLPGA 시즌 최다승(5승) 기록을 넘어 9승을 올렸고, 시즌상금 6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비롯해 미즈노클래식과 우승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ADP챔피언십까지 석권하며 LPGA투어 비회원 사상 첫 3승을 거뒀다.
덕분에 한국, 미국, 일본, 유럽 투어에서 모두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투어에 직행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모두 비회원 신분으로 대회에 나가 우승을 거두면서 자동 출전권을 따낸 것이다.

세계로 발을 내딛은 신지애의 포부는 크다.
신지애는 LPGA 진출을 앞두고 “주변에서 세계적인 선수라고 하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많은 분들이 올해 5승 이상 거둘 것이라 얘기하는데, 그런 말을 듣기엔 아직 이르다. 한편으로 부담되기도 하고, 한 발짝 한 발짝 나가고 싶다. 몇 승 올리는 것보다 올해 목표인 LPGA 신인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겸손하면서도 다부진 포부를 밝힌바 있다.

‘신인왕 꿈’ 이루기 위해
‘신인다운 기세’ 잃지 말아야

올해 세계 골프계의 이목은 작은 한국인 선수에게 쏠려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세리 이후 최고의 선수’라고 신지애를 평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지애는 로레나 오초아와 폴라 크리머에 대적할 강력한 선수로 올해 신인왕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매년 성장해왔지만 신지애는 오늘도 한 발 앞서 더 먼 곳을 내다보고 있다. ‘신인왕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신인다운 기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신지애의 행보에 골프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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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