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피겨 역사 새로 쓰는 ‘피겨여왕’ 김연아

황홀한 연기로 밴쿠버를 금빛으로 물들여라

<사진 제공: SBS>

김연아(19·고려대)가 피겨계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김연아는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합계 207.7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동갑내기 일본선수인 아사다 마오가 세웠던 여자 싱글 총점 기존 최고점인 199.52점을 무려 8.19점이나 끌어올린 것으로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초로 ‘꿈의 200점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내년 2월에 개최될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여자 싱글 사상 최초 200점대 돌파
ISU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세계랭킹·상금 1위 등극
올림픽서 금메달 획득하면 피겨역사 최초 그랜드슬램
숨은 4점 찾기 위해 플립 대신 러츠 콤비네이션에 포함

“올림픽도 다른 대회랑 별다를 건 없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준비해서 금메달 따고 싶어요.”
2009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초로 ‘꿈의 200점대’를 돌파하며 우승한 김연아가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입국 기자회견에서 1년 뒤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목표
최초 그랜드슬램 눈앞

김연아는 지난달 28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54명의 선수 중 52번째로 빙판 위에 올라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뽐냈다. ‘죽음의 무도’에 맞춰 환상의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멋지게 성공시킨 뒤 트리플 러츠에서도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다.
한 번의 점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성공시킨 김연아는 플라잉 스핀, 레이백 스핀, 스핀 콤비네이션, 스파이럴 시퀀스, 스텝 시퀀스 등 다른 기본 동작에서도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2분50여 초의 공연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김연아도 우승을 자신한 듯 연기가 끝나자 미소와 함께 주먹을 쥐어 보였고, 오서 코치도 껑충 뛰며 기뻐했다. 이날 심판진으로부터 받은 점수는 기술점수 43.4점, 프로그램 구성점수 37.72점으로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기록인 76.12점을 따내며 1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조애니 로세트(67.9점)와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66.06·3위)와는 각각 8.22점, 10.06점 차이. 더욱이 지난 2월 벌어진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72.24보다 3.88이나 높은 점수였다.

다음날 펼쳐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는 단연 돋보였다. 한 차례 점프 실수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점프실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붉은 드레스를 입고 마지막조 4번째 연기자로 나서 ‘세헤라자데’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처럼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0점)를 완벽하게 뛰어 0.4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연이어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까지 안전하게 착지했고,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8.8점)에서도 1.0점의 가산점을 얻었다.
김연아는 또 플라잉싯스핀을 레벨 4로 돌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까지 완벽하게 뛰었다. 하지만 ‘점프의 교과서’ 김연아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트리플 살코우를 뛰려던 순간 도약이 좋지 않아 더블 살코우에 다운그레이드까지 되면서 0.24점밖에 얻지 못했고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이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처리되면서 마지막 과제로 실시한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점프와 중복돼 0점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마지막 점프와 스파이럴, 스핀을 완벽하게 성공시켜 추가 실수 없이 연기를 마무리했다. 4분10초간의 연기가 끝나자 LA 스테이플스센터를 찾은 1만8000여 관중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수많은 장미꽃을 빙판 위로 던졌다. 김연아도 감격한 듯 얼굴을 두 손으로 감추고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이후 점수가 공개되자 김연아 자신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31.59점. 전날 쇼트프로그램(76.12점)을 포함해 합계 207.7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207.71점이라는 점수는 지난 2006년 12월 그랑프리 6차 대회 ‘NHK 트로피’에서 아사다 마오(일본)가 세웠던 여자 싱글 총점 기존 최고점인 199.52점을 무려 8.19점이나 끌어올린 대기록이다.

이로써 자신의 생애 첫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이자, 역대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0점 돌파’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김연아는 이날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조애니 로세트(191.29점·캐나다)와 무려 16점 이상 차이를 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2002~2003년부터 기존 ‘6점 채점제’ 대신 도입된 신채점방식(뉴저지시스템)에서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한 선수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됐다. 2006~2007년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함으로써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가능성도 한껏 높였다.

김연아가 시니어 데뷔 이래 세계 메이저 대회 3개(그랑프리·4대륙·세계선수권)를 모두 석권했기 때문에 내년 2월에 개최되는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피겨 사상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김연아는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은 오랜 꿈이었다”며 “꿈이 이뤄져 환상적이다”라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연단에 오른 김연아는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리는 순간 코끝이 발갛게 물들면서 이내 눈물을 훔쳤다. 김연아는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들으면 눈물이 나곤 해서 그동안 꾹 참았지만 오늘은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라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김연아는 세계랭킹(4652점)도 단숨에 2단계 끌어 올려 세계 1위에 올랐다. 또한 올 시즌 상금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종전 2008~2009시즌 총 상금 6만9000달러(약 9500만원)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상금 4만5000달러(약 6000만원)를 더해 11만4000달러(1억5500만원)로 올 시즌 상금 1위를 차지했다.

여자 싱글 최초 200점 돌파
세계랭킹 상승 1위 등극

세계선수권대회 이전까지 김연아는 올 시즌 그랑프리 1차, 3차 우승을 차지, 각각 1만8000달러씩 총 3만6000달러를 챙겼고 이어 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으로 상금 1만8000달러, 4대륙선수권 우승으로 상금 1만5000달러를 획득해 모두 6만9000달러를 손에 넣은 바 있다.
시니어 데뷔 이후 그랑프리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 등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까지 석권하면서 ‘피겨여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재벌로 거듭났다.

김연아의 상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즌 종료 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경우 상금 4만5000달러가 추가로 지급된다. 이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랭킹 1위를 확보한 김연아는 모두 15만9000달러(2억1400만원)를 받게 돼 상금랭킹도 1위에 오른다.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외신과 은퇴한 피겨스타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AP통신은 김연아가 207.71점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직후 ‘김연아, 진정한 피겨퀸! 첫 세계선수권 우승’(Queen Yu-na, indeed! Kim wins first world title)이란 제목의 기사를 전송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이미 압도적인 점수차로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도 AP통신은 “전날 이미 거대한 리드로 이번 대회는 경쟁이라기보다는 (피겨여제) 즉위식이었다”고 표현했다.
은퇴한 미국의 피겨스타 티모시 게이블도 김연아에 대해 “김연아는 전율이었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게이블은 최초로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경기에서 선보인 스케이터로 ‘쿼드 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게이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피겨스케이팅 전문웹사이트 ‘아이스네트워크’에 올린 글을 통해 주요 수상자들에 대한 평을 게재, 김연아에 대해 “김연아는 정말 특별했다. 김연아가 했던 모든 연기는 편안하고 수준도 높았다”면서 “김연아의 착지는 전혀 힘들이지 않는 듯 가벼웠다”고 했다. 이어 “김연아의 점프는 파워과 스피드가 있었다”며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김연아와 경이적인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SBS>그러나 김연아는 여자 싱글 사상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 207.71점이란 경이적인 점수로 우승하긴 했지만 이 점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산술적으로 210점대 진입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김연아는 동계올림픽이 포함된 2009~2010시즌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으로 변경해 변화를 주기로 했다.

‘점프의 정석’으로 불릴 정도로 점프 연기에 강점을 보였던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를 모든 프로그램의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그랑프리 컵 오브 차이나부터 플립 점프에서 미세한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은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어텐션 지적을 받았다. 테이크오프 동작에서 에지가 바깥쪽으로 살짝 눌리면서 점프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지난 2월 4대륙선수권대회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연거푸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어텐션 지적을 받으며 기술평가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러츠로 변경해 성공하면
210점대도 돌파 가능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으로 평균 0.5점의 기술평가점수를 받았다. 기술평가점수가 심판마다 최대 +3점에서 -3점까지 줄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무척 저조한 점수다.
따라서 김연아는 굳이 어텐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플립 대신 다음 시즌부터 러츠를 콤비네이션에 포함시켜 점수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김연아에게 플립보다 러츠가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도 작용했다. 김연아가 콤비네이션에서 플립을 러츠로 변경해 성공할 경우 총점 증가폭은 4.0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돼 210점대 돌파가 가능하게 된다.
트리플 플립의 기본점수가 5.5점인데 반해 트리플 러츠의 기본점수는 6.0점으로 0.5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리플 토루프의 기본점수가 4.0점이니 콤비네이션의 기본점수가 9.5점에서 10.0점으로 향상되는 효과가 나온다.
여기에 어텐션 지적을 받지 않으며 기술평가점수에서 다른 점프 동작와 마찬가지로 2.0점까지 받을 경우 예전에 비해 2.0점이 증가한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감안하면 총점에서 4.0점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한편 김연아는 강렬하고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공략할 전략이다. 김연아는 “다음 시즌 프로그램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과 비슷한 분위기로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프로그램을 결정하면서 팬들의 귀에 익숙한 음악을 선택했고 더불어 귀여운 이미지를 벗어나 숙녀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내뿜을 수 있는 안무를 짰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진출하고 나서 쇼트프로그램으로 ‘록산느의 탱고’(2006-2007), ‘박쥐서곡’(2007-2008)을 써왔고, 프리스케이팅에는 ‘종달새의 비상’(2006-2007), ‘미스 사이공’(2007-2008) 등을 써왔다.
그러나 이전까지 사용했던 배경 음악들은 크게 대중적이지 않았고, 안무도 발랄함과 아름다움에 집중하다 보니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 머리를 맞댄 끝에 ‘강렬함-대중성’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이렇게 선택한 프로그램이 쇼트프로그램 ‘죽음의 무도’와 프리스케이팅 ‘세헤라자데’였다.

김연아는 ‘죽음의 무도’를 준비하면서 짙어진 눈화장으로 연기력을 돋보이게 했고 피겨 배경음악으로 여러 차례 사용됐던 ‘세헤라자데’를 통해 대중성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김연아는 두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선수권대회 생애 첫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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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