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초대석>성유경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변호사요? 돈방석은 무슨…굶어죽을 판”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국민들은 죽을 맛이다. 그 어렵다던 IMF 시절보다도 더 춥다는 게 한결같은 전언. 절로 나오는 ‘죽지 못해 산다’는 타령은 더 이상 엄살이 아니다. 경기 한파는 고소득 전문직으로까지 이미 확산된 상황이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뛰고 날던’ 변호사들이 불황 직격탄에 ‘낮은 포복’으로 버티기에 급급하다. 민초들의 빈 주머니 실정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변호사 업계를 대변하는 성유경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에게 변호사 시장 판세와 해법을 물었다.

‘잘나가던’법조계도 불황·포화에 전전긍긍
‘한우물’전문 분야 부각 세분·차별화 제시
‘나홀로 변호사’먹고 살기 힘든 세상

“고소득 전문직종의 대표 격인 변호사들도 경기침체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경기 불황은 직종을 불문하고 사회의 전반적인 침체기를 불러왔다. 고소득을 자랑하던 전문직 또한 이 덫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야말로 어느 직종이든 안정된 직업이란 타이틀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인 셈이다.
“변호사들이요? 당연히 어렵죠. 일반 직종의 사람들이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변호사들도 내·외적인 문제들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휴·폐업은 물론 개인 사무실 낼 엄두조차 못 내고 있어요.”

의뢰 줄고 수임료 ‘뚝’

‘잘나가던’ 변호사 업계도 불황 직격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고급 인력의 정점인 변호사들은 경기한파뿐만 아니라 수적으로 포화상태에 접어든 현실까지 겹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1906년 변호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1993년 4000여 명 정도로 파악된 변호사는 매년 급격히 늘어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경쟁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반면 사건 의뢰는 줄고 있는 상황.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어 국가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국선 변호인을 선임한 형사 피고인은 2006년 3만5000여 명에서 지난해 6만여 명에 육박했다.
게다가 민사 건마저 줄어 지난해 변호사들이 수임한 민사사건은 한 달 평균 3건을 밑돌았다. 단 1건도 수임하지 못한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변호사도 2004년 126명에서 지난해 364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임료도 뚝 떨어졌다. 민사사건의 경우 서초동의 평균 수임료는 최저 500∼600만원 선이지만 최근 절반으로 ‘흥정’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쯤 되자 자연스레 변호사들이 경영난이 뻔한 단독사무실 대신 대형 로펌 등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대한변협에 등록된 회원 9000여 명 가운데 로펌 형태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절반 이상인 5000명이 넘는다. 이는 변호사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양극화 현상을 가속시키는 원인이다.
그나마 국내 로펌에 미국 등 해외 변호사들의 잦은 노크와 까다로운 커트라인 탓에 그 문을 통과하기도 만만치 않다.

“인력이 넘치고 수임료가 줄면서 ‘나홀로 변호사’가 먹고 살기 힘든 요즘이죠. 대형 로펌이나 전문 법인 위주로 사건 의뢰자가 몰리면서 개인 변호사들은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가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사무실도 적지 않습니다. 통폐합이나 동업으로 이어지지만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성유경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은 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변호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키워드로 ‘전문성’을 제시했다. 과거 변호사들이 개인 사업자로서 다방면의 법률 소송을 다루던 소위 말해 ‘소송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했다면 지금의 변호사들은 각자의 분야를 전문·세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변호사들은 전문 분야가 없었어요. 우리나라도 점차 법률 서비스가 세분화되고 있지만 좀더 ‘칼 같이’전문성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민·형사 사건은 물론 회사 합병이나 국제거래 등 구체적으로 특화된 분야를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시대 흐름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각자의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게 생존 방법입니다.”

지난 2월 대한변협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성 사무총장은 자신의 본업인 부동산 전문 변호를 비롯해 국내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변호사로서 ‘말 많고 탈 많은’ 재건축·재개발 토지수용 보상 등의 부동산 문제들을 의뢰받은 데다 협회의 책임자로서 변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과 입법에 반영하고 경·검찰에 의견을 제시하는 ‘징검다리’역할로 하루가 모자라다.
“변호사, 법원, 판사는 대등한 관계죠. 그중에서도 변호사가 사법의 중심부라 생각합니다. 자율성 보장이 매력이에요. 다만 수입의 기복이 심하고 고민 해결사 노릇이 힘들지만 충분히 보람 있는 일입니다.”

성 사무총장은 부동산 분야와 함께 탈북자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00년부터 대한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과 탈북자인권보호위원 등으로 활약하면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그는 대한변협 내에서 북한 관련 정책을 띄워 이슈화하겠다는 복안. 특히 복잡한 탈북자들의 혼인신고 절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혼인신고가 안 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협회 차원에서 돕고 싶습니다. 또 탈북자들이 당하는 사기, 정착금 문제 등에 대해서도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습니다.”
대한변협은 ‘중소기업지원변호사단’을 운영하는 등 기업 법률 상담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불황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기업으로선 든든한 ‘동아줄’이 아닐 수 없다.

성 사무총장은 “국내 크고 작은 기업들이 법률 관련 자문을 너무 소홀이 여긴다”며 “고문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투명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형로펌으로 대이동

“기업 활동은 법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법률자문 습관화’는 기업인들의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분쟁은 언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겠습니까. 적은 시간과 비용만 투자하면 나중에 생길 수 있는 손실을 미리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성유경 사무총장은?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성유경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은 고려대 법과대학을 나와 1978년 군 법무관 임용고시에 합격, 198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법과대학원에서 법학석사를 취득한 뒤 육군본부 검찰관, 군사법원 판사, 국가배상심의위원회 강원지부 위원장, 한미연합사령부 법무실장 등 군 내에서 굵직한 직책을 맡았다.
이외에도 건설교통부 분쟁조정위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서울시 서초구 무료법률 상담위원 등 역임하다 지난 2월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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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