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조폭 대부' 김태촌 마지막 가는 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6: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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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세계 호령하다 어둠에 영원히 잠들다

[일요시사=사회팀] 80년대 전국구 주먹시대를 열었던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64)씨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세. 숨진 김씨의 빈소는 다음 날인 6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차려졌다. 관할 경찰서인 송파경찰서는 강력계 형사들을 아산병원에 급파했다. '주먹'과 '경찰'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장례식 내내 계속됐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주먹계 거물' 김태촌씨는 지난 5일 새벽 패혈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김씨의 시신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가 숨진 다음 날인 6일 빈소는 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특실에 마련됐다.

유명인 화환 빼곡
곳곳서 90도 인사

김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장례식장에 모여들었다. 유가족들은 상주 리본을 달고 조문객을 맞았다. 중절모를 쓴 60대 남성부터 회색 코트의 20대 남성까지 조문객 대부분은 남자였지만 간간이 여자 조문객도 눈에 띄었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경찰이 포진했다. 파견된 경찰 인력은 150여 명이었다. 송파경찰서에서 출동한 강력팀은 빈소 앞 입구 전면에 배치됐다. 장례식장 에스컬레이터를 포함한 내부 곳곳에는 사복형사들이 자리했다. 건물 밖에는 둘씩 짝을 지은 경찰관들이 구역을 정해 순찰을 돌고 있었다. 1개 중대 규모의 전·의경은 2대의 경찰 버스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무전기를 든 형사의 눈매만은 날카로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의 빈소를 찾는 조문객은 늘어났다. 빈소 입구를 지키는 건장한 젊은 남성들도 세를 더했다. 빈소 입구와 10여m 떨어진 엘리베이터 앞까지 '주먹'들의 행렬은 이어졌다. 빈소와 연결된 화장실 앞에도 20여명의 남자들이 기립해 있었다. 이들은 서로 마주 본 채 반듯한 자세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빈소 입구에는 100켤레가 넘는 구두가 조문 온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의 장례 기간 중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약 3000명 규모라고 추산했다.


패혈증 심장마비로 사망…빈소에 3000명 몰려
장례식장 경찰 150여명 배치 "주먹들과 신경전"

빈소 옆 비상구 계단 앞에는 화환이 빼곡히 자리했다. 화장실 앞부터 시작된 화환 행렬은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계속됐다. 화환을 보낸 이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송일현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장 등 기독교계 유력 인사를 비롯해 가수 설운도, 김태곤 등 음악계 인사, WBC 세계챔피언을 지낸 염동균, 동부프로미 농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강동희 등 체육계 인사까지 각계를 망라한 유명인들의 화환이 줄을 이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권봉길 새누리당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장의 화환 또한 눈길을 끌었다.

둘째 날에도 조문객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미 첫째 날에 다녀간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은 김씨와 오랜 인연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86년 김씨는 프로야구 한 구단의 이사를 맡았었는데 당시 야구해설위원이었던 하 전 사무총장과 각별한 인연을 유지해왔던 것. 이밖에도 탤런트 임혁이 조문을 위해 아산병원을 찾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탤런트 이동준씨도 지난 7일 저녁 지인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씨는 "형님과는 원래 건달, 연예인 이런 거 다 떠나서 친분이 있었고 좋은 분이었다"며 "잠깐 그쪽 세계에도 계셨지만 손 씻고 나중에는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그런 점을 훌륭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명 걸그룹이 소속된 모 소속사 대표 K씨가 김씨와의 인연으로 빈소를 찾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장례식장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씨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40대 남성은 "연예인들과 건달은 서로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면서 "보는 눈들 때문에 오지는 못해도 조의금은 다른 루트를 통해 보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빈소로 화환을 보낸 사람 중 거물로 분류되는 인사의 화환은 안쪽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화환을 보낸 이의 신원을 보호하는 방법인 셈. 유명인들의 화환 외에도 부산 영도파 두목 천달남, 칠성파 두목 이강환 등이 보낸 화환은 엘리베이터를 경계로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쪽에 배치됐다.

빈소 바로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는 강력계 형사들과 채증 임무를 맡은 수사관들이 앉아있었다. 이들은 화환으로 가려진 빈소 안쪽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밤낮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한 형사는 "우리는 특별한 목적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40대 조직원
형사에 깐족깐족

이와 반대로 기자와 얘기를 나눈 중견 보스 A씨는 "사람들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조폭하면 매일 경찰과 치고받고 마약이나 하고 그러는 줄 아는데 요즘은 경찰이 영장 들고 찾아오면 손들고 '꼼짝마라'(움직이지 않는다)"라면서 "영화랑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구끼리 장례식 하는데 여기 언론이고 경찰이고 찾아오면 우리가 라이브로 싸우길 바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40대 중견 보스 B씨는 "화나게 하면 아예 경찰이랑 붙을 수도 있지"라며 "태촌이형이랑 잘 알지는 못해도 도리로 온 사람들 많은데 (언론과 경찰은) 시간 아깝게 여기 뭐 건질 게 있어서 죽치고 앉아 있을까"라며 A씨를 거들었다.

A씨와 B씨 옆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20∼40대 조직원 10여명이 고개를 뻣뻣이 든 채 서 있었다. 몇몇 조직원은 경찰이 쓰고 있는 책상에 자신이 마신 음료 캔을 올려놓는 등 경찰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경찰의 표정은 다소 굳어졌다.

이때 조문을 위해 도착한 40대 남성은 '형님'인 50대 조직원을 복도에서 발견하고 "안녕하십니까"라며 깍듯이 90도 인사를 했다. 인사를 받은 이 50대 조직원은 "너는 왜 그러냐. 이런 건 이제 어린 애들이나 해야 하는데" 등의 설교를 늘어놨다.

오후 5시 이후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명 넘게 김씨의 빈소로 무리지어 가는 조직원들이 보였다. 이 중에는 외국 폭력조직원도 있었다. 중국 상해에서 왔다는 폭력조직원 5명은 등장과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저 중국인들이 누구냐"는 물음이 기자들 사이에 있었지만 경찰은 "중국에서 왔다는 사람의 신원을 한국 관할 경찰서가 어떻게 얼굴만 보고 파악하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문을 끝낸 중국 상해 조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오후 7시께는 민갑룡 송파경찰서장이 수행 경찰관을 대동하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민 서장은 상주 근무 중인 강력팀을 격려하며 "이번 임무가 끝나면 휴식을 좀 취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원파악과 관련해서는 "현장에 있는 일선 경찰이 조폭의 얼굴을 무작정 모른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수배자 명단 조회'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구 등 전현직 조폭 조문 행렬
중국 상해 조직원도 몰래 다녀가
"화나게 하면 짭새고 뭐고 없어"

밤이 깊어갈수록 김씨의 발인을 지켜보기 위한 조폭계 원로들의 방문은 계속됐다. 한 원로 주먹은 새벽이 되자 건물 복도에 나와 담배를 태우며 이리저리 전화를 돌렸다. 빈소에서 나온 또 다른 원로는 장례식장 직원에게 "3일 동안 고생 많았어요"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의 동향을 체크하며 무전기로 교신을 주고받고 있었다. 경찰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장례식장의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다음 날 오전 5시30분께 김씨의 빈소가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고인을 보내는 발인예배가 지하 1층 영결식장에서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목사는 이른 시각 아산병원 영결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6시께 김씨의 영정사진과 함께 유족들이 지하 1층 강당에 도착했다. 김씨의 운구가 영결식장으로 들어가고 '다시 만나자'는 찬송가가 영결식장 주위에 울려 퍼졌다. 강당 밖의 조문객들도 차분한 분위기로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오전 6시30분께 발인예배가 끝나자 운구행렬이 영구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350여명의 조문객들은 검은 리무진에 옮겨지는 고인의 관을 보면서 "형님 잘 가쇼"라고 외쳤다. 한 60대 남성은 "이 사람, 생전에 그렇게 멋있는 척을 하더니 먼저 가버렸구만"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리 도착한 45인승 관광버스 12대는 아산병원 장례식장 주변을 메웠다. 병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던 20대 주먹 2명은 "형님에게 혼나겠다"며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그들이 탄 버스는 앞서 간 리무진을 따라 광주로 향했다.

"형님 잘 가쇼"
한줌 재로 묻혀

오전 12시께 흰 천을 두른 김씨의 시신은 화장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를 덮은 흰 천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고 김태촌 집사 천국환송예배'를 끝으로 김씨는 그곳에서 한줌의 재로 잠들었다. 1975년 폭력조직에 몸담은 뒤 어둠의 세계를 호령했던 김씨는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 영원한 어둠 속에 묻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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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