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WBC 습격사건’ 풀스토리

서로 믿은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국민성원의 ‘합작품’

한국 야구대표팀이 제2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잘했다’는 찬사와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의 선전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구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한 이유로는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을 꼽은 응답자가 48.7%로 가장 많았고 ‘선수들의 실력’이 39.9%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일본은 WBC 2연패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506억엔(약 719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인한 수출증대효과도 636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회기간 동안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다시 정리해봤다.


WBC 경기를 앞두고 한국야구팀은 초반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인 이승엽, 김동주와 함께 해외파 투수인 박찬호, 김병현, 구대성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승엽은 1회 대회 때 6개의 팀홈런 중 5개의 홈런을 날려 전체 85%의 비중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타점도 26타점 중 10타점을 기록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을 정도다.
투수진 역시 1회 대회 때는 박찬호, 구대성, 김병현 같은 해외파의 이닝비중은 70%대에 가까웠고 평균자책점도 해외파(1.48), 국내파(3.10)로 해외파 투수진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영화로 따지면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톱스타 없는 주연들로만 영화를 제작한 셈이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병현은 여권이 없어서 출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전쟁을 코앞에 두고 추신수의 출전문제 역시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클리블랜드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의 MRI 검사결과를 보고 대회출전 여부를 공식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고, 검사에서 약간의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하차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상대팀인 일본은 다르빗슈, 오가사와라 등 일본을 대표하는 톱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출전 요청을 한데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마쓰자카, 조지마, 이치로, 이와무라까지 참여해 막강 전력 팀이 갖춰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 경기 한 경기 치러지면서 선수들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승엽을 대신해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하고, 게다가 막강한 계투진(정대현, 정현욱, 임창용)의 경이적인 호투는 시합이 더해 갈수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베네수엘라는 애초 비교자체가 될 수 없었다. 한국 선수들 전체의 몸값이 베네수엘라의 간판선수 1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한국에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추신수 1명밖에 없었지만 베네수엘라는 무려 22명에 달했다. 올 시즌만 비교해 봐도 10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선수가 상당수 포진해 있는 상태였다. 베네수엘라는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 남미국가와는 달리 메이저리거만 216명을 배출한 전통의 야구 강국이다. 대표팀 28명 중 18명이 현역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18명의 연봉 총액은 무려 1억187만 달러(1431억원)에 달한다.
추신수를 포함한 한국대표팀 연봉 총액은 76억7000만원 정도로 베네수엘라 야구팀과 비교하면 19배나 차이가 난다. 더욱이 한국전에 나선 선발 10명의 총연봉은 7910만 달러(1111억원), 한국 주전 10명의 연봉 총액은 29억원으로 베네수엘라와는 무려 38배 차이다.
선발 중 우익수 바비 어브레이유(LA 에인절스)의 연봉은 1600만 달러(224억8000만원)로 최고액이고, 좌익수 매글리오 오도네스가 1576만8000달러(약 211억5000만원)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비해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5억6000만원)가량이다. 선발투수 실바(116억원)와 윤석민(KIA·1억 8000만원)은 연봉차이가 64배였다.
이번 대회에서 총 다섯 번을 맞붙은 일본의 막강전력도 한국야구팀을 충분히 흔들고도 남을 만큼 우수한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선수진도 그렇지만 일본은 야구와 관련된 시장규모나 인프라에서 한국을 월등하게 압도했다.
단순히 연봉으로만 선수들의 진가를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본대표팀의 연봉 총액 역시 무려 1315억원(81억5천200만엔)에 이른다.
최고액은 역시 메이저리그의 타격왕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로 올해 연봉이 1700만 달러이고 지난 2006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6년 동안 5200만 달러에 계약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연평균 865만 달러다. 또 지난해 시카고컵스에 입단한 후쿠도메 고스케는 700만 달러, 시애틀의 주전포수 조지마 켄지는 630만 달러를 각각 받는다. 일본대표팀 28명의 평균 연봉은 약 47억원으로 한국선수들 보다 대략 17배나 비싼 몸값이다.
여기엔 최근의 환율 폭등도 단단히 한몫했지만 국내 유망주들이 너도나도 해외진출을 노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대표팀은 강했다. 4번 타자 김태균을 비롯한 타자들은 베네수엘라 투수들을 집중 공략해 투수들에게 유리하다는 LA다저스타디움에서 홈런과 장타를 펑펑 터뜨렸다. ‘한국은 스몰볼을 친다’는 선입견은 멕시코전에서 홈런 3방을 날리면서 말끔히 씻었고, 베네수엘라전에서도 홈런 2방을 터뜨리면서 ‘한국야구도 한 방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런 선수들 뒤에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큰 몫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번 썼으면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믿고 맡기는 게 김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였던 것. 이는 적장인 상대팀 감독들과 야구의 본고장 미국의 전문가들도 인정한 부분이다.    
일본이 WBC 2연패를 달성하면서 얻은 경제적 파급 효과는 506억엔(약 719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포츠경제 전문가인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교수는 경제뉴스 사이트인 ‘비즈니스 아이’를 통해 처음엔 경제 효과를 506억엔으로 예상했지만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접전 끝에 일본이 승리한 만큼 경제효과가 당초 추산치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승엽·박찬호·김병현 등 간판스타 빠져 불안한 출발
부진선수도 끝까지 믿는 ‘믿음의 야구’로 세계 놀라게 해

K방송국에서는 우리나라가 WBC에서 준우승함으로써 국가브랜드가치 향상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만도 6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월드컵 당시 계산식을 준용할 경우 국가브랜드 상승효과는 약 4억6000만 달러, 우리 돈 약 636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것.
이러한 수치는 야구에 관심이 큰 미주지역에 대한 지난해 수출액 837억 달러를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이 지역 시장 점유율이 한일 월드컵 당시 효과의 1/5수준인 0.11%p씩 앞으로 5년간 상승할 것으로 추정해 나온 것. 이와 함께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은 총 65억원이란 거금(상금, 포상금, WBC 이익 배당금 포함)을 받게 됐다.
우승한 일본은 79억원 정도를, 미국대표팀과 대회를 주최한 WBC 등 미국 측은 총 100억원을 챙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준우승까지의 상금만 28억원을 거머쥐게 됐고 대회 수익분배금 27억원(추정)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포상금 10억원도 함께 받게 됐다.
국내 포상금의 경우 KBO가 정한 ‘올림픽 금메달 및 WBC 4강 이상’에 해당하는 포상금이라 포상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상금 310만 달러와 12% 정도 순수익 배당금(36억원)을 일본 몫으로 챙기게 됐다. 그렇지만 일본대표팀은 상금 310만 달러 중 150만 달러를 아마추어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팀과 비슷한 액수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WBC 2연패를 달성한 일본은 전국에 41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을 보유하며 엄청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고교야구팀 수가 55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부지방에서는 건립된 지 40여년이 넘어 개보수를 거듭하고 있지만 협소한 관중석과 열약한 부대시설은 둘째치고라도 안전문제까지 지적당하고 있다.
일본엔 돔구장이 6개가 있다. 198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돔구장인 도쿄돔이 1호다. 프로리그 12개 팀이 있고, 돔구장이 6개라 대략 2개 팀마다 1개꼴이다.
미국은 현재 7개를 쓴다. 1965년 휴스턴 홈구장 애스트로스돔이 최초다. 이후 70년대 후반부터 돔구장 건설 붐이 불어 한때 10개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7개만 쓰고 있다.
야구관계자들은 “돔구장 건설과 관련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중요한 건 국내 프로야구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돔구장 건설 이후 관중들은 우천 등 기상조건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아도 되고, 선수들은 규칙적인 시즌 일정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야구의 인프라는 단순한 수치상으로 놓고 볼 때 다윗과 골리앗”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한일전이 매번 접전이 펼쳐지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구팬들은 WBC를 통해 한국야구계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면서 돔구장 건립에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돔구장 계획을 백지화한 안산시가 2013년 WBC 유치를 목표로 돔구장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돔구장 건설과 지방도시 야구장 시설 보완 등 야구계의 숙원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한국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돔구장 건설이 해결되면서 다시 한 번 야구 중흥기가 도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식 감독이 걸어온 길
제1회 WBC서 4강 신화 ‘국민감독’

한국 야구를 세계만방에 알린 김인식 WBC 국가대표팀 감독은 1947년 5월생으로 돈암초등학교, 배문중학교. 배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1965년 크라운 맥주에서 투수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69년부터 1972년까지 한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한 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3년부터 1977년까지는 배문고 감독으로, 1978년부터 1980년까지는 상문고 감독, 1982년부터 1985년까지는 동국대에서 감독을 활동했다. 이후 프로팀 지도자로 변신, 1986년부터 1989년까지는 해태 타이거스 수석코치로 활동하다 1990년부터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 베어스를 이끌었다. 이후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맡아 활동 중이다. 지난 2000년에는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며 일본을 꺾고 사상 첫 동메달 따내는데 일조했다. 2002년에는 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5년 김인식 감독은 메이저리거들이 거의 모두 출전한 제1회 WBC 대회에서 대한민국 야구를 4강에 올려놓음으로서 ‘국민감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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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