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2012 대한민국 성희롱 보고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28 15: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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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여직원에 "스트립쇼 어때?" 교장, 여교사에 "남녀의 성기는…"

[일요시사=사회팀] 교수가 여제자에게 '여행가자'고 말만 해도 성희롱일까. 농담과 성희롱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적으로 '성희롱이 성립하느냐'에 대한 판단은 국가인권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원이 결정한다. 하지만 그 사례가 워낙 다양해 어디까지가 성희롱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매우 어려운 게 현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희롱 진정사건 백서'를 통해 성희롱 실태를 살펴봤다.

현행법상 성희롱이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성적 언동이나 그밖에 요구에 따르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이 법률에 명시되어 규제대상이 된 것은 1999년 12월30일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2001년 11월25일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여성부 소속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서 담당하던 성희롱 시정 업무를 이관받아 고용 및 업무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에 관한 조사와 구제업무를 해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 백서 발간

지난 12일 인권위가 발간한 '성희롱 진정사건 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총 1209건이 인권위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200건이 넘는 성희롱 진정이 접수되고 있으며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성희롱 진정자는 주로 20대와 평직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나이대별 진정자 비율은 20대가 36.3%로 가장 많았고, 30대(25.3%), 40대(12.6%)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피진정자(가해자)와 진정자(피해자) 간 직위를 상호 비교해보면 중간관리자가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가 316건(27.4%), 고위관리자가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는 55건(4.8%), 대표자가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는 280건(24.3%)으로 중간관리자 이상이 평직원을 성희롱한 경우가 전체의 80.2%를 차지해 권력관계에 의한 성희롱이 주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권고 사건만을 놓고 볼 경우 피진정자가 대표자인 경우가 44건(35.2%)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개인 사업체 및 자영업 등 소규모 업체 경우 1인 사업주가 고용인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성희롱 발생 장소를 보면 사업장에서 발생한 성희롱이 5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회식 장소(19.6%), 학교 수업 등 교육 장소(4.2%), 출장(3.2%) 순으로 조사됐다.

기관별 성희롱 발생 비율을 보면 기업체가 618건(53.6%)으로 가장 많았고,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 등 학교가 123건(10.7%)으로 나타났다. 병원과 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은 97건(8.4%), 협회, 조합 등 단체는 83건(7.2%), 국가기관은 73건(6.3%), 공사 및 공단 등 공공기관은 60건(5.2%)이다.

성적 언동의 종류는 성적 농담 등 언어적 성희롱이 419건(36.4%)으로 가장 많고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 육체적 행위 389건(33.8%), 언어적 행위와 육체적 행위가 같이 발생한 경우가 238건(20.7%)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있는 육체적 성희롱의 경우 가장 중한 행위로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고소도 가능하다. 인권위를 거치지 않은 채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경우 인권위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성희롱 사건 발생장소 1위는 기업체
권력관계 있을 때 주로 발생 '말조심'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권고 이상 성희롱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권고란 성희롱 행위로 판단되어 그 소속 기관·단체 또는 감독 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권고하는 것을 말한다. 

진정인 A씨는 ㅇㅇ공단 주차관리부장인 피진정인 B씨가 자신과 동료 여직원을 지칭하면서 "젖탱이나 한 번씩 만져주면 된다"라고 발언해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B씨가 실제로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을 확인하고 B씨 소속 기관의 장인 ㅇㅇ공단 이사장에게 B씨를 경고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사회복지법인 대표의 아르바이트생 성희롱 사례도 소개돼 있다. 진정인 C씨는 △△복지관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복지관장인 D씨의 요구로 수안보에 온천을 갔고 목욕을 마치자 D씨는 "호텔을 예약했다"며 "함께 들어가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D씨는 밤늦게 전화해 "보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해 성적 굴욕감을 받았고 이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참고인들의 진술과 C씨가 제출한 이메일 자료 등을 종합해 D씨의 성적 발언을 확인하고 D씨는 C씨에게 4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가 주최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D씨는 "'호텔에서 쉬었다 가자'고 한 것은 성인에게 한 제안이므로 원하지 않으면 거절하면 될 일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D씨는 복지관 관장이고 C씨는 수습직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등 단순 남녀 사이의 제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호텔서 쉬었다 가자"
  권력관계면 성희롱

서울구치소 여성 수용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은 인권위가 나서면서 실체가 드러난 경우다. 인권위는 2006년 2월 서울구치소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여성 수용자 E씨가 분류 심사 도중 교도관 F씨에게 성추행당했다고 구치소 측에 알린 후 같은 달 19일 자살을 시도하면서 인권위가 재조사를 맡은 것이다.

앞서 법원은 F씨가 피해자 E씨의 손을 잡고 위로한 적은 있으나 이를 성적 괴롭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자살의 직접적 원인은 성적 괴롭힘이 아니라 '처지 비관'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F씨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정도는 심각했고 경찰 조사에서 은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밀폐된 분류 심사실에서 F씨는 E씨를 껴안는가 하면 관복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것으로 드러난 것. 또한 이러한 성추행은 E씨뿐만 아니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적 있는 여러 여성 수용자들에게도 자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구치소 측이 이를 알면서도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정황을 발견하고 이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 서울지방교정청 관련자들을 징계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또 가해 교도관인 F씨를 강제 추행 치상 혐의 등으로 검찰총장에게 고발했다.

백서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도 소개돼 있었다. 진정인 G씨는 본인의 강제추행 사건 담당 경찰인 피진정인 H씨가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건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고 G씨가 여성 경찰관이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처녀도 아닌데 가슴 한 번 만진 거 가지고 무슨 여형사냐"라고 말해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H씨는 "G씨의 나이가 40세인데 가슴 한 번 만진 것은 본인이 조사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고 진술했고 인권위는 H씨가 인정한 발언도 충분히 성적 모욕감 또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H씨가 G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슴을 오른손으로 만졌다는데 어느 정도 어떻게 만지던가요?"라고 질문한 것은 강제추행 사건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내용으로 보고 문제 삼지 않았다. 인권위는 H씨 소속 경찰서장에게 소속 경찰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 피해자 조사 방법과 관련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백서에는 기업체에 의한 다양한 성희롱 사례가 소개돼 있었다. 건수가 많은 만큼 성희롱 수위도 강했다.

한 기업체는 퇴폐 영업 술집에서 회식하며 여직원을 불러 성희롱을 자행하다 덜미가 잡혔다. 소속 부서의 상급자인 I씨 등은 회식이란 명분으로 알몸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 J씨를 동석시키고 J씨에게 쇼를 본 소감을 물었다. J씨는 이 일로 말미암은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I씨 등은 "J씨를 회식 자리에 동석시키고 소감을 물은 것은 J에게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에서 행한 것이 아니라 젊은 직원과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담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I씨 등이 부적절한 곳을 회식 장소로 선택했고 회식하는 동안 먼저 집에 가겠다는 J씨를 만류한 후 J씨에게 스트립쇼를 본 소감을 물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만든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회식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있느냐, 성관계 경험이 있느냐, 모텔에 가봤느냐'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여성 직원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야기하는 것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I씨 등은 J씨에게 손해 배상금 200만원을 지급할 것과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성희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위원회에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간접적 성적 언동도
성희롱 될 수 있어

성희롱은 직접적이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가해지는 성적 언동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보면 성적 언동 당시 당사자가 면전에 없어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성적 언동도 성희롱이 되는 것.

주유소에서 일하던 K씨는 주유소의 선임직원인 L씨가 직장 동료에게 K씨를 두고 "콜라에다 약을 타서 어떻게 해보지 왜 그냥 보냈느냐?" "그 여자는 내 것이니까 건들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전해 듣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이후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한 성적 언동이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규제 대상인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인권위는 "법률이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제재하는 것은 성차별적 편견이나 권력관계에 근거해 직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루어진 성적 언동이 피해자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고용 관계에 있어 위축되거나 배제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며 "직장 동료나 상하 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의 대화는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더라도 근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직장 내에서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언동을 하는 것은 비록 해당 여성이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할지라도 성희롱의 범주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서 L씨가 말한 내용은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표현으로 사회 통념이나 합리적 여성의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며 이러한 언동이 당사자인 K씨에게 전달되었다면 당사자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스트립쇼 보며 여직원에게 "어땠어?"
입으로 전해져도 성희롱 될 수 있어

신체 특징을 비유한 농담도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다. M씨는 퇴근 후 식사 자리에서 옷에 음식물이 묻을지 몰라 앞치마를 달라고 하자 상사인 N씨는 "너는 가슴이 작아서 음식물이 묻지도 않을 텐데"라는 발언을 해 M씨는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 발언은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굴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며 N씨에게 특별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음담패설도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O(남)씨는 교장인 P(남)씨가 학교 전체 교직원이 워크숍에 가는 버스 안에서 약 3시간 동안 마이크를 잡고 미리 종이에 준비해온 음담패설(여자와 무의 공통점, 수험생과 신혼부부의 공통점, 책과 여자의 공통점 등)을 장시간 낭독해 O씨는 자신과 특히 여교직원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 및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P씨가 20여 명의 교사가 탑승한 버스 안에서 미리 준비해온 음담패설을 장시간에 걸쳐 공개적으로 낭독하였고 그 내용이 남성 및 여성의 성기를 빗대어 표현해 누가 들어도 성관계를 연상할 만한 내용이다"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비유하거나 한자 풀이를 빙자해 여성 및 남성의 성기를 직접 언급하는 등 피해자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남성 부하직원이 여성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진정인 Q(남)씨는 회사 사장인 피진정인 R(여)씨가 사무실이나 차 안에서 팔짱을 끼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거의 매일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하는가 하면 Q씨의 집 앞까지 와서 만나자고 하는 등의 언동을 반복해 정신적 고통을 느끼다 퇴사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여사장이 부하직원
성희롱한 경우도…

인권위는 참고인들 모두 Q씨가 R씨에게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을 고려해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기혼인 여성 고용주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혼 남성 부하 직원을 상대로 팔짱을 끼거나 '사랑한다'는 등의 언동을 하는 것은 보통의 남성이라면 충분히 성적 굴욕감을 느낄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P씨는 Q씨에게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특별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백서에는 성희롱 피해 구제 절차 및 사례뿐 아니라 성희롱 관련 법제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이 담겨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전국 대학 및 공공도서관, 관련 단체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현재 인권위 사이트(http://www.humanrights.go.kr)에 게시돼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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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