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노림수

잦은 ‘대우맨’ 접촉… 화려한 부활 날개짓?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김 전 회장이 올해 들어 2~3차례 해외 방문길에 오르는가 하면, 행사에 참석해 ‘대우맨’을 만나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경제계에 퍼져있는 ‘대우맨’을 등에 업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거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추징금, 건강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가 심상찮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대우그룹을 이끌며 ‘세계경영’을 외쳤던 ‘대우맨’과의 접촉이 잦아진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김 전 회장이 ‘대우맨’을 융합해 재기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일 오후 7시, 과거 대우그룹 계열이던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출범 4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대우그룹이 지난 199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판정을 받고 해체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대우그룹 전직 임원 모임인 ‘대우인회’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3월22일 즈음해 격년제로 그룹 출범 행사를 열어왔다. 3월22일은 김 전 회장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실업의 창립일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금까지 해외 출국,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한 번도 창립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3월 개최된 40주년 기념식에도 김 전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지병 치료를 위한 형집행 정지 상태. 다만 김 전 회장은 측근인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의 입을 통해 인사말만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지난 2월12일에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서관 19층 중식당 휘닉스에서 대우계열사 사장단 50여 명과 만찬을 가졌다. 모임은 김 전 회장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이날 모임에는 윤영석 전 대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서형석 전 ㈜대우 무역부문 회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윤원석 전 대우중공업 회장, 김성진 전 대우경제연구소 회장,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장병주 전 ㈜대우 사장, 이경훈 전 대우그룹 중국지역본사 사장 등 옛 ‘대우맨’ 5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김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대우그룹 전직 임원은 “지인들의 얼굴을 본다는 차원에서 참석했으며 식사 한 끼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10년 만에 만나지 못했던 ‘대우맨’의 안부를 묻는다는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10년 만에 참석한 만큼 모임에서는 김 전 회장의 명예회복을 비롯한 향후 거취문제와 사업재개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김 전 회장의 해외 방문도 잦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과 베트남을 방문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베트남을 찾았다. 표면상으로는 신병치료와 요양을 위해서다. 베트남은 김 전 회장에게는 ‘제2의 고국’으로 통하는 곳이다.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입안했고 베트남 국토개발 사업을 자문할 정도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요양을 겸해 새로운 사업 구상을 했고 사업구상이 마무리되자 ‘대우맨’을 만나 이를 구체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대우맨’이 정재계 곳곳에서 현재도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을 융합할 경우 큰 ‘폭발력’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대우인회’가 있다.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공중분해’되고 10년이 지나면서 ‘대우맨’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전·현직 임원 모임인 ‘대우인회’를 통해 대우그룹은 망했지만 과거 한솥밥을 먹던 임직원들이 지금도 대우 정신을 일정부분 공유하고 있다.
대우인회는 대우그룹이 해체된 다음해인 지난 2000년 1월 회원간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대우재단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4기 회장을 맡고 있으며, 김선익 전 대우중공업 부사장, 김세중 전 대우자동차 부사장, 윤병철 전 대우자동차 이사, 한용호 전 대우건설 사장이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자문위원으로는 손태일 전 (주)대우자도차수출부문장,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 장영수 대우건설 회장 등이 등록돼 있다. 이 외에도 전·현직 임원 1500여 명이 대우인회 회원으로 있다.
또 다른 모임인 ‘세계경영포럼’도 김 전 회장을 지지하는 그룹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5년 서울대 운동권 출신들을 ‘대우그룹 기업혁신’이란 명분을 내세워 전격적으로 스카우트했다. 현재 세계경영포럼의 실질적인 대표는 김윤 경영발전연구센터 대표와 정필완 인터넷 쇼핑몰업체인 인터넷 밀리오레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10년 만에 초청만찬·창립식 참석 ‘광폭 행보’
해외 출국 통해 사업구상 끝 실현만 남았다?

세계경영포럼은 전직 대우그룹 출신 임원들이 주축이 돼 정기적 세미나를 개최하며 옛 대우인들과의 친목을 다졌으나 최근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든든한 ‘우군’임에는 틀림없다.
타사 CEO로 변신해 활약하는 ‘대우맨’들도 있다. 건설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대우맨’으로는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김선구 동아건설 사장, 정태화 TEC건설 사장 등이 있다. 증권계에는 김 전 회장의 직계라인으로 꼽히던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김기범 메리츠 증권,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추호석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정성립 대우정보시스템 사장,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최재범 메디슨 대표,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 등도 대우 출신 CEO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박정훈·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들도 ‘대우맨’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김 전 회장 옆을 오랫동안 지켰던 정통 ‘대우맨’이다. 운동권 출신인 박정훈 전 의원은 지난 1983년 대우그룹 이사로 입사, 1987년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1992년에는 김 전 회장이 다리를 놓아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 전국구로 14대 국회에 진출했다. 당시 전국구 공천헌금도 김 전 회장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인 이재명 전 의원은 미국 유학 중인 지난 1997년 대우실업 과장으로 특채돼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출발했다. 이후 대우자동차 부사장, 대우기전 사장, 기조실 사장 등을 지냈다.
1993년 민자당 전국구를 승계 14대 의원이 되면서 대우를 떠났지만 2년 후 김 전 회장이 그룹을 개편하면서 그의 대우 복귀를 제의하자 미련 없이 금배지를 내던져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경기고 인맥도 김 전 회장의 든든한 ‘빽’이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 김원길 전 의원, 고건 전 총리, 장병주 (전) 대우건설 사장, 강영호 전 대우통신 부사장, 이동호 대우자판 사장, 이근현 대우건설 전무, 유춘희 대우엔지니어링 부사장, 김인균 대우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이 경기고 동문이다.
이 외 석진강 변호사도 김 전 회장의 측근 중에 측근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10월 중국 공장 방문차 출국했다가 귀국하지 않고 도피행각을 벌였다. 이후 5년 8개월여 만인 지난 2005년 6월 귀국,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10년에 추징금 21조4484억원을,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 2007년 12월 특별 사면됐다. 석진강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법률고문으로서 당시 ‘대우 분식회계·사기대출·외화도피 사건’에 대한 법적 논리를 정립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가족들도 빼 놓을 수 없다. 부인 정희자씨는 (주)필코리아리미티드(구 대우개발, 대표 홍진후) 회장으로, 수백억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경기도 포천 소재 아도니스골프장을 운영하는 (주)아도니스(대표 김충곤)의 대주주이며, 경주 힐튼호텔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사업 재개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대우그룹은 지난 1999년 8월 (주)대우 등 12개 계열사가 전격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의 평가다. 이유야 어쨌든 이로 인해 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정부와 국민들이 떠안아야만 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지난 2007년 말 사면·복권됐음에도 추징금 부분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는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확정됐다.
추징금은 법원이 김 전 회장이 영국의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관리한 자금이 200억 달러(당시 환율로 25조원) 규모로 파악하면서 나온 금액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해외 유령회사에서 물건을 수입한 뒤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26억 달러, 해외 현지법인들의 자동차 판매대금을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로 직접 송금한 14억1000만 달러, 해외법인 명의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157억 달러 등이다.
이중 해외공장 인수와 운용에 투입한 자금, 해외차입금, 이자를 제외한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을 지속적으로 집행해왔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할 당시 전 재산(당시 주식 1조2553억원과 임야 452억원 상당)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탓에 공식적으로는 국내에 재산이 없다. 유일한 재산이던 서울 방배동 자택과 숨진 큰아들이 묻힌 안산농장도 경매에 넘어갔으며 부인 정희자씨 소유의 서울힐튼호텔도 오래전에 처분됐다.
이어 대우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신문의 김 전 회장 명의 주식을 압수했다. 하지만 이는 추징금에 비하면 미미한 상태. 더욱이 은닉했을 재산에 대한 적발은 전무한 상태다.
이로 인해 1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추징금이 그대로 남아있어 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의 개인 건강문제와 ‘대우맨’으로 일컬어지는 후원자들도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노병’이란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과의 애증 관계
김우중과 전직 대통령 각별한 인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누구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통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폐허상태에 놓였던 옥포조선소를 인수, 박 대통령으로부터 “김우중 그 사람밖에 없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회장과 YS의 첫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1992년 대선 당시 YS의 심기를 건드렸던 김 회장은 당시 YS의 핵심 참모였던 K 변호사의 도움으로 YS와 관계를 복원했다. 그 이후 YS시절 대우그룹을 국내 4대그룹으로 성장시키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다.
김 회장과 DJ는 좋은 인연과 악연을 모두 경험했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당시 대선 과정에서 DJ를 앞장서 지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DJ 정부시절 김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된 것 역시 ‘청와대의 의중’이란 소문이 나돌 정도로 김 회장과 DJ는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 전 회장의 경기고 동창이자 무기 중개상인 조풍언씨는 DJ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조풍언씨는 외환위기 당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대우그룹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 법원은 대우 구명로비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어쨌든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김 전 회장과 DJ는 각별한 사이였다. 그러나 DJ정부시절 대우그룹을 해체해야만 했었고, 이로 인해 해외에서 5년8개월을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 전 회장은 1987년 대우조선사건 때 노 대통령이 노동자였던 이석규의 사인 규명 작업을 하다 구속, 변호사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던 악연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런 악연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대우 사태와 관련해 김 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1월 대우조선을 직접 방문하는 등 대우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우중 신화 몰락 일지
중국 준공식 참석 후 잠적…추징금 18조여원

지난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을 결정한 이후 1999년 10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중국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잠적했다.
2001년 11월, 프랑스 인터폴이 김 전 회장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해 독일서 치료 중이라고 발표한 후 2005년 4월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서 목격됐다. 당시 대법원은 대우그룹 임원 7명에게 23조358억원의 추징금 선고했으며 법원은 “김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5월에는 법무부가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관련자 4명 특별복권 조치했고 같은 해 6월 김 전 회장은 귀국했다. 며칠 후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으며 같은 해 8월 김 전 회장의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정지처분이 떨어졌다.
김 전 회장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입원했다. 입원 중 법원은 김 전 회장의 첫 공판을 시작해 1심에서 징역 10년, 추징금 21조4484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8년6월,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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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