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코너몰린 원세훈 국정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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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는커녕 맨날 뒷북만 치다 날 샐라

[일요시사=사회팀] 국가 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에서 시작된다. 정보기관은 알아도 모른 척, 해도 안 한 척 침묵을 지키는 것이 철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은 어찌된 영문인지 다 탄로 난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정원 수장부터가 정보 문외한이었던 것. 결국 국정원장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각종 논란에 부딪혀 코너에 몰리는 신세가 됐다.

 

대선정국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터져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악성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진위가 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여야 공방의 쟁점이 된 것이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현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오피스텔을 방문해 "국정원 여직원이 국내정치 현안과 관련 인터넷 게시글 작성 및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해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9조를 위반한 것.

국정원 선거개입
경찰도 한패인가?

반면 국정원은 "명백한 증거도 없이 개인의 사적공간을 무단 진입해 정치적 댓글 활동 운운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네거티브 흑색선전이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 12일까지 현장 상황이 교착국면에 들어가자 우원식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컴퓨터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인멸될 수 있으므로 검찰과 경찰은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 인멸 전에 하드디스크를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대치국면이 길어지자 현장에서는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고 있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2일에 걸친 현장상황은 <문재인TV>를 통해 새벽3시까지 생중계됐고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 12일 오전 국정원 대변인이 해당 오피스텔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해명했다.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역삼동 오피스텔 앞을 지킨 지 15시간 만이었다. 대변인은 "민주당 측이 완력을 써서 폭언을 일삼고 가족들의 자택 출입을 막는 등 국가 공무원 감금행위를 저질렀다"며 "개인에 대한 불법 사찰 및 명예훼손이자 국정원을 향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경찰의 압수수색은 없었다. 경찰은 "민주당으로부터 받은 자료, 오피스텔 내 CCTV 기록, 국정원 직원의 행적에 대해 탐문을 벌였지만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한 국정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정원 또한 해당 직원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맞고발을 한 상태여서 '선거개입' 진위에 따른 논란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정원 발 여론조작 의혹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대선 핵심변수 떠올라
북 미사일 발사 '깜깜' 뻥 뚫린 대북 정보망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전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로켓 발사체가 장착됐고, 발사 상태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오늘 발사할지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군·정보 당국의 정보력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을 지상으로 내려 조립 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조만간 로켓 발사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음 날 북한의 로켓 발사가 탐지되자 당혹스러워했다.


국정원은 11일은 물론 12일 오전 9시까지만 해도 서울 용산구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이 1단 추진체의 고장 부위를 수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한·미 정보·국방 당국이 사실상 북한의 발사 동향 점검에 실패했고, 발사 당일까지도 북한이 로켓 발사체를 분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국정원은 뒤늦게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 시험을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은 정보위 보고에서 "발사체가 통신위성, 첩보위성, 또는 관측위성인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발표대로 관측위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분리했지만
로켓은 발사대에?

국정원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발사체 중량은 100㎏ 수준"이라면서 "북한의 주장대로 관측위성 역할을 하려면 중량이 최소 500㎏은 돼야 한다. 100㎏이라면 위성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덧붙였다. 발사체가 무슨 용도인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 국정원은 "(로켓 발사체를 분리했다는 정황에 대해) 정부 당국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언론의 억측 보도"라면서 "로켓은 상시적으로 발사대에 장착돼 있었고 국정원은 그걸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사 시점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특유의 위장전술을 편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북한이 1·2·3단계 로켓까지 모두 분리해서 수리한다는 보도를 했다가 하룻밤 만에 모든 로켓을 조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위장술에 완전히 당했다는 분석이다. 북한 보도에 한·미 정보당국이 놀아나면서 완전히 상황을 오판한 것으로 향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수난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서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북방한계선 포기발언 논란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열람 요청을 거부한 원 원장을 직권 남용 등의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서 의원은 최근 제기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화록 사본을 제출하도록 국정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라며 제출을 거부하자 서 위원장은 원 원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국정원에 대한 감독 권한을 지닌 국회 정보위원장이 '비밀 열람권'을 거부했다며 현직 국정원장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대선 정국의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데 대해 새누리당이 단일화 파도를 넘기 위한 끈의 하나로 NLL 포기 발언 진실 공방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을 압박함으로써 야권이 대화록 열람에 동의하지 않으면 NLL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통으로 엮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여야 정쟁에 이용당하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는 것.

이와 관련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 소속의 국회 정보위원장이 자기네 정부의 국정원장을 고발하겠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NLL 논란을 정치 쟁점화하기 위해 별별 소리를 다 하다가 이제는 자기편을 고발하는 자해 공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장이 법에 따라 열람을 거부한 것을 법으로 고발하겠다는 발상도 황당무계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초법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동네북 된 국정원장
고발당해도 조용

원 원장은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일이 연달아 터지며 바람 잘 날이 드물었다. 특히 잘못된 인사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임기 내내 이어졌다. 인사가 너무 자주 이뤄지고 인력을 무작위로 배치하는 통에 업무의 비전문성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것이다.

'원세훈식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원을 흥신소보다도 못한 '아마추어'로 만들어 버린 것. 원 원장 취임 이후 첩보작전이 잇따라 탄로 나면서 지난해 초에는 사퇴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2월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들어갔던 세 명은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잠입해 노트북에 손을 대다 특사단원에게 들켜 달아났다. 당시 국정원은 이들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결국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고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인도네시아 측에 사과해야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대북 정보를 수집하던 국정원 간부 2명이 중국에서 보안기관에 체포돼 억류됐다. 그뿐만 아니다. 2010년 6월에는 국정원 직원이 리비아 무기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리비아 정부로부터 추방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번져 국교단절 위기까지 몰고 갔다. 이보다 앞선 5월에는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에 '국정원이 미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국정원이 첩보활동을 벌이다 발각돼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원 원장 책임론이 부상했다. 국정원의 반복된 실책은 원 원장의 잘못된 인사정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원 원장은 국정원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저렇게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는데도 현 정권이 계속 저 자리에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당시 최재성 민주당 의원도 "이번 일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국익을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 내곡동 흥신소로 전락한 것"이라며 "이럴 거면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인공을 대신시키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기능 마비·잦은 실수·업무 혼란
"'원따로' 이후 바람 잘 날 없었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천안함, 리비아, 연평도, 특사단까지 국정원장은 이제 좀 물러났으면 한다"라며 원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원따로'는 원 원장의 별명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움직인다는 의미다. 이 별명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처음 붙인 것으로 대구지방 음식으로 유명한 따로국밥과 그의 출신지인 TK를 엮어 지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별명처럼 '따로' 움직이기 때문일까.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위원 가운데 야당 위원들이 불만이 많다. 한 야당 위원은 "원 원장은 정보위원들과 스킨십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경북 영주 출신인 원 원장은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그보다 앞선 1973년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내무부 소속 사무관으로 초기 강원도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시에서 일했다.

성동구청 도시정비국장과 강남구청장,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총리실 지방행정담당관, 서울시 행정관리국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02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그해 7월 서울시 기획예산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던 그가 갑작스럽게 요직에 임명된 것은 당시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서 놀랄 만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년여 만인 2003년 11월 행정1부시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시기 청계천 복원사업과 시내버스 체제 개편, 상암DMC 등 이명박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주요사업을 예산과 조직개편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그의 핵심임무였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퇴임할 때까지 4년을 보좌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선대위 정책 분야 상임 특보를 맡았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2008년 행전안전부 장관에 올랐다. 그의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는 더욱 두드러졌다. 직원들에게 군기가 엄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자주 사용했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상당했지만 당시 원 장관은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 2월 그는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어 단행된 국정원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내부인사 물갈이를 수 차례 시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국정원 기능 마비와 정보요원들의 실수로 대변되는 '아마추어' 국정원이었다.

의아한 인사
예견된 실패

이 대통령이 원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앉힌 이유는 '충성심' 때문이라는 평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워낙 잡음이 끊이지 않다 보니 결국 자타가 공인하는 충성심을 가진 원 장관을 보낼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보 문외한인 원 원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할 때부터 실패는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국정원은 연간 1조원의 혈세를 쓰면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오로지 'MB맨' 원 원장도 18대 대선을 앞두고 사방팔방에서 두들겨 맞으며 코너에 몰렸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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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