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코너몰린 원세훈 국정원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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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는커녕 맨날 뒷북만 치다 날 샐라

[일요시사=사회팀] 국가 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에서 시작된다. 정보기관은 알아도 모른 척, 해도 안 한 척 침묵을 지키는 것이 철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은 어찌된 영문인지 다 탄로 난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정원 수장부터가 정보 문외한이었던 것. 결국 국정원장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각종 논란에 부딪혀 코너에 몰리는 신세가 됐다.

 

대선정국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터져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악성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진위가 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여야 공방의 쟁점이 된 것이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현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오피스텔을 방문해 "국정원 여직원이 국내정치 현안과 관련 인터넷 게시글 작성 및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해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9조를 위반한 것.

국정원 선거개입
경찰도 한패인가?

반면 국정원은 "명백한 증거도 없이 개인의 사적공간을 무단 진입해 정치적 댓글 활동 운운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네거티브 흑색선전이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 12일까지 현장 상황이 교착국면에 들어가자 우원식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컴퓨터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인멸될 수 있으므로 검찰과 경찰은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 인멸 전에 하드디스크를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대치국면이 길어지자 현장에서는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고 있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2일에 걸친 현장상황은 <문재인TV>를 통해 새벽3시까지 생중계됐고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 12일 오전 국정원 대변인이 해당 오피스텔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해명했다.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역삼동 오피스텔 앞을 지킨 지 15시간 만이었다. 대변인은 "민주당 측이 완력을 써서 폭언을 일삼고 가족들의 자택 출입을 막는 등 국가 공무원 감금행위를 저질렀다"며 "개인에 대한 불법 사찰 및 명예훼손이자 국정원을 향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경찰의 압수수색은 없었다. 경찰은 "민주당으로부터 받은 자료, 오피스텔 내 CCTV 기록, 국정원 직원의 행적에 대해 탐문을 벌였지만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측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한 국정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정원 또한 해당 직원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맞고발을 한 상태여서 '선거개입' 진위에 따른 논란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정원 발 여론조작 의혹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대선 핵심변수 떠올라
북 미사일 발사 '깜깜' 뻥 뚫린 대북 정보망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전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로켓 발사체가 장착됐고, 발사 상태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오늘 발사할지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군·정보 당국의 정보력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을 지상으로 내려 조립 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조만간 로켓 발사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음 날 북한의 로켓 발사가 탐지되자 당혹스러워했다.


국정원은 11일은 물론 12일 오전 9시까지만 해도 서울 용산구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이 1단 추진체의 고장 부위를 수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한·미 정보·국방 당국이 사실상 북한의 발사 동향 점검에 실패했고, 발사 당일까지도 북한이 로켓 발사체를 분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국정원은 뒤늦게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 시험을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은 정보위 보고에서 "발사체가 통신위성, 첩보위성, 또는 관측위성인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발표대로 관측위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분리했지만
로켓은 발사대에?

국정원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발사체 중량은 100㎏ 수준"이라면서 "북한의 주장대로 관측위성 역할을 하려면 중량이 최소 500㎏은 돼야 한다. 100㎏이라면 위성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덧붙였다. 발사체가 무슨 용도인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 국정원은 "(로켓 발사체를 분리했다는 정황에 대해) 정부 당국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언론의 억측 보도"라면서 "로켓은 상시적으로 발사대에 장착돼 있었고 국정원은 그걸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사 시점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특유의 위장전술을 편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북한이 1·2·3단계 로켓까지 모두 분리해서 수리한다는 보도를 했다가 하룻밤 만에 모든 로켓을 조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위장술에 완전히 당했다는 분석이다. 북한 보도에 한·미 정보당국이 놀아나면서 완전히 상황을 오판한 것으로 향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수난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서 의원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북방한계선 포기발언 논란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열람 요청을 거부한 원 원장을 직권 남용 등의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서 의원은 최근 제기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화록 사본을 제출하도록 국정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라며 제출을 거부하자 서 위원장은 원 원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국정원에 대한 감독 권한을 지닌 국회 정보위원장이 '비밀 열람권'을 거부했다며 현직 국정원장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대선 정국의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데 대해 새누리당이 단일화 파도를 넘기 위한 끈의 하나로 NLL 포기 발언 진실 공방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을 압박함으로써 야권이 대화록 열람에 동의하지 않으면 NLL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통으로 엮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여야 정쟁에 이용당하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는 것.

이와 관련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 소속의 국회 정보위원장이 자기네 정부의 국정원장을 고발하겠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NLL 논란을 정치 쟁점화하기 위해 별별 소리를 다 하다가 이제는 자기편을 고발하는 자해 공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장이 법에 따라 열람을 거부한 것을 법으로 고발하겠다는 발상도 황당무계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초법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동네북 된 국정원장
고발당해도 조용

원 원장은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일이 연달아 터지며 바람 잘 날이 드물었다. 특히 잘못된 인사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임기 내내 이어졌다. 인사가 너무 자주 이뤄지고 인력을 무작위로 배치하는 통에 업무의 비전문성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것이다.

'원세훈식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원을 흥신소보다도 못한 '아마추어'로 만들어 버린 것. 원 원장 취임 이후 첩보작전이 잇따라 탄로 나면서 지난해 초에는 사퇴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2월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들어갔던 세 명은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잠입해 노트북에 손을 대다 특사단원에게 들켜 달아났다. 당시 국정원은 이들은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결국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고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인도네시아 측에 사과해야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대북 정보를 수집하던 국정원 간부 2명이 중국에서 보안기관에 체포돼 억류됐다. 그뿐만 아니다. 2010년 6월에는 국정원 직원이 리비아 무기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 리비아 정부로부터 추방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번져 국교단절 위기까지 몰고 갔다. 이보다 앞선 5월에는 한국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리 정부에 '국정원이 미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국정원이 첩보활동을 벌이다 발각돼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원 원장 책임론이 부상했다. 국정원의 반복된 실책은 원 원장의 잘못된 인사정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원 원장은 국정원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저렇게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는데도 현 정권이 계속 저 자리에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당시 최재성 민주당 의원도 "이번 일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국익을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 내곡동 흥신소로 전락한 것"이라며 "이럴 거면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인공을 대신시키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기능 마비·잦은 실수·업무 혼란
"'원따로' 이후 바람 잘 날 없었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천안함, 리비아, 연평도, 특사단까지 국정원장은 이제 좀 물러났으면 한다"라며 원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원따로'는 원 원장의 별명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움직인다는 의미다. 이 별명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처음 붙인 것으로 대구지방 음식으로 유명한 따로국밥과 그의 출신지인 TK를 엮어 지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별명처럼 '따로' 움직이기 때문일까.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위원 가운데 야당 위원들이 불만이 많다. 한 야당 위원은 "원 원장은 정보위원들과 스킨십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경북 영주 출신인 원 원장은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그보다 앞선 1973년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내무부 소속 사무관으로 초기 강원도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시에서 일했다.

성동구청 도시정비국장과 강남구청장,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총리실 지방행정담당관, 서울시 행정관리국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02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때 이명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그해 7월 서울시 기획예산실장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던 그가 갑작스럽게 요직에 임명된 것은 당시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서 놀랄 만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년여 만인 2003년 11월 행정1부시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시기 청계천 복원사업과 시내버스 체제 개편, 상암DMC 등 이명박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주요사업을 예산과 조직개편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그의 핵심임무였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퇴임할 때까지 4년을 보좌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는 선대위 정책 분야 상임 특보를 맡았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2008년 행전안전부 장관에 올랐다. 그의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는 더욱 두드러졌다. 직원들에게 군기가 엄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자주 사용했던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상당했지만 당시 원 장관은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 2월 그는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어 단행된 국정원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내부인사 물갈이를 수 차례 시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국정원 기능 마비와 정보요원들의 실수로 대변되는 '아마추어' 국정원이었다.

의아한 인사
예견된 실패

이 대통령이 원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앉힌 이유는 '충성심' 때문이라는 평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워낙 잡음이 끊이지 않다 보니 결국 자타가 공인하는 충성심을 가진 원 장관을 보낼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보 문외한인 원 원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할 때부터 실패는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국정원은 연간 1조원의 혈세를 쓰면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오로지 'MB맨' 원 원장도 18대 대선을 앞두고 사방팔방에서 두들겨 맞으며 코너에 몰렸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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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