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부산 상조회사 회장의 막장 사기극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12.18 16: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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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던 회장님 뻔뻔히 대낮 활보

[일요시사=경제1팀] 부산 한 상조회사 회장의 기막힌 사기극이 호사가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거액을 사기 친 뒤 거짓 사망신고를 했다. 주변인도 모자라 구청에 검찰과 법원까지 감쪽같이 속았다.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았던 그의 사기 행각은 금세 들통 났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비밀도 드러났다. 사법부를 농락하면서 완전범죄가 될 뻔 했던 사기극을 재구성해 봤다.

 

A회장은 지인 B사장과 함께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상조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상조로 상호를 변경했다. 자본금은 3억원. A회장은 오너를, B사장은 대표이사를 맡았다. A회장은 지역 유력 회사 이사와 시민단체 이사장, 학부모 단체 회장 등의 명함을 들고 다니며 회원을 모집했다.

부산 유명인 동생

그 결과 ○○○상조는 1년 만에 회원이 3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낸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별도로 울산○○원 장례식장 매점 운영권, 편의점 유치, 취업 등 명목으로 지인 6명으로부터 7억원을 투자받았다.

남의 돈으로 '떵떵'거리던 A회장은 지난 7월 말 갑자기 회사 문을 닫고 잠적했다. 회원들은 처음엔 까맣게 몰랐다. A회장은 폐업 이후인 8월 말까지 회원들의 돈을 계속 인출해갔다. 뒤늦게 A회장의 야반도주 사실을 알게 된 회원들은 매월 부은 '피같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A회장과 B사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 피해자는 "기존 상조회사의 정보를 그대로 방치하는 등 공정위가 이미 폐업한 상조회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피해가 컸다"며 "상조회사가 폐업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당국에서 먼저 신속히 파악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A회장의 파렴치한 사기 행각은 충격적이다. 그런데 그 후에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일단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하고 재판을 받게 했다. 이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구형을 하지 못한 채 공소를 취하했고, 법원도 공소를 기각했다. A회장이 숨져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어찌된 일일까.

A회장 측 변호사는 A회장의 사망진단서, 주민등록 말소 서류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모두 위조였다. A회장이 실제로 숨진 게 아니라 위조한 사망진단서에 검찰과 법원이 속은 것이다.

A회장은 부산시내 모 병원에서 발급받은 자신의 모친 사망 진단서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사망 일시 등을 바꿔 지난달 21일 폐암으로 숨진 것으로 조작했다. 사망신고는 가족이나 동거인이 할 수 있다. 공범인 B사장은 이를 악용해 주소를 A회장의 집으로 옮긴 뒤 동거인 자격으로 관할 구청에 사망신고를 했다. 이틀 뒤 A회장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A회장의 사망소식을 접한 피해자들은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씨의 사망 조작 의혹이 떠올랐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멀쩡했던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암으로 죽냐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회원 상대 수십억 사기…회사 문 닫고 잠적
수사 시작되자 사망 조작 "검찰·법원 농락"


검찰과 법원이 사건에서 손을 떼자 피해자들이 직접 A회장을 찾아 나섰다. A회장이 칩거할 만한 장소를 모조리 뒤졌다. 피해자들은 A회장의 생존 단서를 그리 어렵지 않은 곳에서 찾아냈다.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이었다.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이 조씨의 모친이란 사실을 밝혀낸 것. 아울러 "A회장 이름으로 사망진단서가 발급된 게 없다"는 병원 측의 답변을 받았다.

A회장의 행적도 잡아냈다. 피해자들은 부산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A회장을 목격해 덜미를 잡았다.

한 투자자는 "가짜 사망진단서에 관할 구청, 검찰과 법원까지 감쪽같이 속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사망진단서를 보면 컴퓨터로 조작한 글자체가 원문과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서류만 보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A회장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검찰에 알렸고, 검찰은 확인 작업을 거쳐 실수를 인정했다. A회장에게 농락당한 검찰은 지난달 30일 즉각 항소했다. 법원도 공소기각 결정을 취소한 뒤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검찰은 기존 사기 혐의에 위조공문서행사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추가해 A회장과 B사장을 구속 수사키로 했다. 그런데 이도 '뒷북'수사란 지적이다. 이미 A회장은 잠수를 탄 뒤였다. 검찰이 수배를 내리고 추적에 나섰지만 보름째 감감무소식이다.

눈에 띄는 점은 검찰 재수사와 피해자들의 추적 과정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A회장 신상에 대한 비밀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A회장은 부산 유명 상조업체인 ○○상조 회장의 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평소 들고 다니던 명함 중엔 '○○상조 이사'도 끼어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사기였다. A회장은 임원으로 ○○상조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직원으로 근무한 적도 없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상조 회장과 그의 또 다른 동생만 대표이사와 이사로 등재돼 있다.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A회장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상조 관계자는 "A회장은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너와 어떤 관계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2의 조희팔'

일각에선 A회장과 ○○상조 회장이 배다른 이복형제란 주장도 있다. 부친이 같아 사실상 가족이지만 친모가 달라 평생 등을 지고 살았다는 것이다. ○○상조 회장은 A회장의 모친이 사망했을 때 조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는 ○○상조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는 후문이다.

부산 상조업계에선 A회장이 '제2의 조희팔'로 불리고 있다. 사기 규모는 큰 차이가 나지만 회원을 등친 수법, 장기간 도피, 사망조작 등 일련의 과정이 거의 일치해서다. 그리고 여태 잡히지 않는 것까지 유사하다. 혹시 A회장의 롤모델이 조희팔은 아니었을까.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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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