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게이 메카' 수원역 뒷골목 탐방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13 13: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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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아지트 가보니…노인이 "이리와 XX줄게"

[일요시사=사회팀] 수원역 뒷골목은 모텔과 각종 성매매 업소들이 뒤엉켜 있다. 그 속에 동성애자 전용 업소들도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기 위해 더욱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게이 전용 업소가 바로 그것들이다. 하지만 그 환경은 영 좋지 못하다. 점점 더 음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 기자는 눈 질끈 감고 그들이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공간을 탐방해 봤다.

동성애 전용 바와 찜질방, 그리고 섹스방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이른바 '이반' 전용 업소들이다. 이반은 이성애자들을 칭하는 일반이라는 말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일반인과는 구분된다는 의미. 이 같은 이반 업소들은 일반인에게 성 정체성을 들키지 않으려는 이반끼리 모여 친분을 쌓고 커플이 되고 또 성관계를 맺는 곳이다.

게이들의 성지
수원역 일대

그 중 수원역 역전시장 모텔촌은 이반 업소들이 뒤섞여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기자가 확인한 이반 전용 술집만 해도 네 곳, 찜질방과 유사한 숙박시설은 세 곳이었다. 게이 업소들이 성업 중인 서울 종로와 이태원까지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가 수원인 것.

지난 4일 기자는 수원역 부근에 위치한 동성애 업소를 찾아다니며 그들만의 삶을 들여다봤다.

수원역 일대는 그야말로 모텔 천지였다. 골목골목마다 늘여선 모텔의 개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자로 써진 간판도 보였다. 조선족이 많이 모여 살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일대를 돌아보던 중 경쾌한 트로트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간판을 보니 성인 콜라텍이었다. 잠시 올라가 내부를 들여다보니 붉은 조명 아래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이 짝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홍등가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밤이 되니 아가씨들이 손짓하며 연신 "오빠 놀다가"를 외쳐댔다. 수원의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수원은 게이업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기자는 이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업소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다. 역전 시장 일대를 배회하다 수원ㅇㅇ휴게텔을 찾아갔다. 서ㅇㅇ극장이라는 성인 극장이 있는 건물 3층에 기자가 찾던 휴게텔이 있었다. 또 입구 바로 맞은편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무인텔이 있었다. 휴게텔에서 눈이 맞은 게이커플이 좀 더 친밀한 시간을 가지기 위한 곳임을 짐작케 했다.

휴게텔은 오후 5시 이전에 입실하면 5000원, 그 이후에 찾아가면 1만원을 받고 있었다. 무인텔은 대실 1만5000원, 숙박 2만5000원이었다. 이 건물 지하엔 대규모 성인 게임장이 있었고, 2층은 허름한 고시텔, 4층은 대중목욕탕이 운영되고 있었다.

기자는 마음을 굳게먹고 게이 휴게텔에 들어갔다. 신발장 왼쪽 카운터로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 점원이 기자를 반겼다. 먼저 "안에 손님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지금 세 분 정도 있다"면서 "주중보다 주말에 손님이 많다"고 귀띔했다. 일단 돈을 내고 열쇠를 건네받았다.

바·찜질방·섹스방 '이반' 전용업소 즐비
쾌쾌한 악취 진동…남자 신음 울려퍼져

내부는 예상 밖이었다. 일반 목욕탕 및 찜질방의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 여기는 게이 업소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옷을 탈의하는 중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자가 옷을 벗고 있는 도중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기자의 맨살 엉덩이를 손으로 툭 치고 지나갔다. 샤워를 마친 후 가운을 입고 있을 때도 다가오더니 이번엔 노골적으로 쓰다듬었다.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기자를 당황하게 한 것은 또 있었다. 입실할 때 나눠준 가운에 바지가 없었다. 상의도 무척 얇았고 또 짧은 편이었다. 아랫도리가 영 허전했다. 차라리 다 벗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팬티를 입고 수면실에 입장할까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취재하기 위해 팬티를 입지 않고 수면실에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남자들인데 뭐 어때'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먼저 손님들이 몇 명인지 확인했다. 수면실 내부엔 노인과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만 보였다. 청년은 통로에 계속 서 있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듯한 눈치였다. 청년은 계속해서 기자를 따라 끈적끈적한 시선을 보냈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지나쳤다.

그 순간 충격적인 현장이 목격됐다. 통로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서 기자를 추행했던 그 노인이 자위행위를 하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 노인은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게이야동'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대형 화면에는 근육질 백인 남성들이 항문성교를 하고 있었다.

조명하나 없는
차가운 수면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명이 하나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내부를 살펴봤다. 탈의실과 샤워실은 찜질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수면실은 확연히 달랐다. 일단 바닥이 매우 차가웠다. 바닥뿐 아니라 공기도 차가워 한기가 느껴졌다. 이 같이 추운 곳에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찜질방처럼 탁 트인 공간도 없었다.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 각기 크기가 다른 방이 있을 뿐이었다. 커튼이 쳐진 방, 문이 딸린 방, 2층 구조인 방, 더블침대가 놓인 방 등 제각각 있었다. 그리고 각 방엔 찜질방용 갈색 매트와 베개가 있었다. 반대편 방을 몰래 훔쳐볼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이 뚫린 방도 있었다. 관음증 환자를 위한 곳으로 짐작됐다. 

수면실 내부에 있는 샤워실은 유일하게 붉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그곳에선 적응하기 어려운 강한 악취가 풍겨왔다. 설명하자면 피와 변이 섞인 냄새였다. 샤워실 휴지통엔 콘돔과 젤 포장지가 버려져 있었다.
방을 살펴본 기자는 여전히 들리는 노인의 신음소리를 피해 가장 구석방으로 향했다. 그나마 넓은 그 방엔 매트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쾌쾌한 냄새가 났다. 기자는 쪼그려 앉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스마트폰에 메모했다.

통로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휴대폰 불을 비춰보니 아까 그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씻었지? 내가 빨아 줄게"라며 막무가내로 기자의 가장 소중한 부위를 향해 손과 얼굴을 들이밀었다. 깜짝 놀란 기자는 그곳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잡아 뿌리치고 얼굴을 밀어내니 이번엔 허벅지와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부탁할게 이리와
기분 좋게 해줄게"

결국 기자는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노인의 추행을 막기 위해 몸으로 어깨를 강하게 밀친 후 "젊은 사람을 만나러 왔다. 그러니 쫓아오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 방을 벗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노인은 "한 번만, 부탁할게. 이리와. 기분 좋게 해줄게"라며 기자를 따라왔다.

이후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다짜고짜 "탑이냐 바텀이냐" 물어왔다. 이럴 때를 대비해 게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를 검색해서 알아두고 있었다. 이에 기자는 "탑이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탑'은 '남자 역할' '바텀'은 '여자 역할'을 의미했다. 일반적으로 바텀이라고 자칭하는 하는 게이 남성은 여성성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이것을 또 '끼'라고 표현했다.

기자의 대답에 청년은 물끄러미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이에 "몇 살이냐. 여기 자주 오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25살"이라며 "매일 온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빤히 쳐다보기에 "왜 빤히 쳐다보고 있느냐"고 물으니 "나도 탑이라 어색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가 바텀이길 바라는 눈치였다.

더 이상 수면실에 있기 힘들어서 따라오는 시선을 무시하며 지나쳐 나왔다. 그때 뒤에서 노인과 청년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기자에게 퇴짜 맞은 노인이 청년을 쓰다듬으려 하자 청년은 정색하며 "이제 안 하시기로 했잖아요"라고 말하며 노인을 뿌리치고 있었다.

수면실에서 빠져나온 기자는 부대시설들을 살펴봤다. 이때 막 업소로 들어온 한 30대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겉으로 보기엔 동성애자로 보이지 않았다. 이 남성뿐만 아니라 게이들은 겉모습만으론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20대 청년 다가와
"탑이냐 바텀이냐"

탈의실 한쪽 편엔 대형거울과 그 앞에 로션과 면봉 등이 있었다. 이것 역시 일반 업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 업소와 확연히 다른 특징을 발견했다. 바로 한 바구니에는 콘돔과 윤활 젤이 가득 담겨있었던 것. 과연 '게이 전용 업소'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수면실 반대편엔 대형 TV와 소파가 놓인 흡연실이 있었다. 30대로 보이는 뚱뚱한 남성과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휴게텔 관계자로 짐작됐다. 둘은 TV를 보다 대화를 했는데 뚱뚱한 남성은 여성성이 다분했다. 주먹을 살짝 쥐고 남성을 툭툭 치는 것이 마치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애교부리는 것 같았다.

컴퓨터 2대가 비치된 PC방도 있었다. 그리고 한 남성이 야동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게이용 야동이 아니라 남녀가 한데 엉켜 정사를 펼치는 야동이었다. 남성이 자리를 뜬 후 혹시나 해서 컴퓨터 동영상 폴더를 열어보니 역시 게이용 야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손님이 더 이상 늘지 않아 다른 휴게텔을 찾아가 봤다.

대로를 건너 위치한 이 업소는 '24시간 사우나'라는 낡은 간판을 걸고 있었다. 현관문은 가정집과 같았고 벨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었다.

1만원을 내고 입실했다. 앞서 방문한 휴게텔보다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사우나라는 간판과 달리 간단한 탈의실과 샤워 시설이 마련돼 있을 뿐이었다.

샤워하러 들어가니 30대로 보이는 체격 좋은 남자가 샤워하고 있었다. 태연한 척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밑으로 비누가 굴러들어왔다. 일종의 관심 표명으로 짐작됐다. 비누를 주울까 생각하다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콘돔·젤 곳곳에 비치
관음증 환자 용 방도

이 업소도 콘돔과 윤활 젤이 가득 들어 있는 바구니가 있었다. 수면실로 이동하니 조명이 거의 없어 눈앞이 깜깜했다. 앞서 방문한 업소와 비슷했다. 다만 각 방에는 찜질방용 매트가 아닌 전기 매트와 이불이 깔려 있었다.

그때 한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갔다. 통로를 따라 조금더 들어가자 구석 칸막이 안쪽에선 중저음의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남성 두 명이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는 듯했다.

이런 것을 목격할 것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상황이 닥치니 난감했다. 빠져나가려는 순간 인기척을 느낀 그들이 행동을 멈췄다. 어둠속에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수면실을 빠져나와 이번엔 흡연실로 갔다. 이곳 역시 소파와 TV가 있고 주인을 비롯해 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에 놓인 컴퓨터에선 한 할아버지가 온라인 바둑을 두고 있었다.

주인에게 "손님이 왜 이렇게 없나"고 물었다. 그는 "평일에는 많이 없는 편이다. 금요일, 토요일에 오면 정신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고 대답했다. "어젯밤에는 몇 명이 들어왔느냐"고 물으니 그는 "어젠 15명 정도였다. 보통 사람들이 오는 시간은 11시부터 새벽까지다. 술 한잔하고 오거나 집안일을 마친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전용 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대답했다.

게이인 줄 모르고
결혼하기도 해

업소를 빠져나온 기자는 착잡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숨어 지내야 하는 그들이 안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이바에서 일하는 30대 곽모씨는 "중년 이반 남성들은 결혼한 사람들이 많다. 가족에게조차 동성애자임을 숨기기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재산 때문에 결혼하기도 한다. 또 결혼할 당시에는 자신이 게이인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아내와 부부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동성애로 돌아서기도 한다. 이들은 항상 힘들어한다. 부부생활이 안 되니까. 게이로 태어난 것을 어찌하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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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