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클럽메카' 홍대 뒷골목 가보니…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07 14:04:49
  • 댓글 0개

원나잇 천국…허탕쳐도 아가씨는 깔렸다

[일요시사=사회팀] '젊음의 거리' 홍대 일대가 성매매로 얼룩지고 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으로 집창촌이 집중적인 단속을 받으면서 풍선효과로 인해 대학가까지 성매매 업소가 침투한 것이다. 특히 클럽에서 '욕구'를 풀지 못한 많은 남성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성매매 업소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홍대 앞의 밤 문화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홍대클럽 부근 퇴폐업소를 집중 취재했다. 

인디문화와 클럽문화의 메카인 홍대 앞 일대가 퇴폐와 향락으로 얼룩져가고 있다.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인디밴드들, 테크노·재즈·힙합 공연에 맞춰 몸을 흔들며 젊음을 불태우던 클럽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부비부비'와 '원나잇스탠드'만 남았다.

기자는 지난달 24일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홍대 앞 한 클럽을 찾았다. '불금에서 불토까지'라고 했던가. 클럽 입구는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젊은이로 넘쳐났다.

클럽에 입장하자마자 강한 비트의 음악 소리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들렸다. 계단을 따라 클럽 내부로 들어가자 화려한 조명이 눈을 어지럽혔다. 클럽 내부는 수백 명의 남녀가 엉겨 붙어 있는 '별천지'였다. 음악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부비부비에 열중하는 남녀가 보였다. 빠른 힙합리듬과 천장에서 뿜어대는 인공안개 속에서 이들은 서로 몸을 밀착한 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젊음의 거리서
성매매 온상지로

서로 마주 본 채 마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아찔한 춤을 추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좁은 공간에 워낙 많은 이들로 넘쳐나다 보니 신체 접촉은 의도치 않아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그리고 서로 느낌이 통한다 싶으면 말이 필요 없다. 그저 아찔한 스킨십을 즐길 뿐이다.

하지만 짝을 찾지 못한 많은 남성들은 꿀을 찾아 헤매는 벌처럼 원나잇 대상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클럽 바깥에서 입장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예전이랑 요즘이랑 클럽문화가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5년 전부터 클럽 문화가 많이 변했다"며 "예전에는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남녀 가릴 것 없이 '부비부비'가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클럽이 가지고 있던 특색도 없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클럽에서 눈이 제대로 맞은 커플들은 어디론가 향했다. 하지만 여자 꾀기를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의 남성들은 입맛만 다셔야 할 형편이다. 이들은 어디로 향할까. 아마 이들 중 일부는 아쉬운 마음에 돈을 주고서라도 자신의 욕구를 풀 장소를 찾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홍대 클럽 일대에 퇴폐 업소가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홍대입구역 1번, 2번 출구 일대는 한눈에 봐도 성매매 업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화려한 번화가였고 다른 한쪽은 인적이 드문 음산한 뒷골목 느낌에 온갖 퇴폐업소가 즐비했다.

기자는 지난달 26일 홍대 클럽가 주위에 위치한 불법 퇴폐 업소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키스방이었다. 키스방의 간판에는 '연예인·모델급·여대생·고품격S라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키스방 현문은 누구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돼 있었고 친절하게도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라고 안내문까지 현문에 붙어있었다.

낮보다 밝은 밤문화…변태 퇴폐업소 불야성
짝 찾지 못한 남성들 변종 성행위업소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운터에 앉아 있던 업소 주인이 기자를 반기며 "예약했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고개를 흔들자 주인은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예약이 다 찼다는 뜻이었다.

카운터 오른쪽으로 가격과 매니저의 예명, 신체치수, 스타일이 적힌 간판이 서 있었고 방들이 늘어선 복도가 보였다. 예명은 실제 연예인 이름이 많았다. 대리석을 이용한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했다. 가격은 모든 매니저가 30분에 4만원, 1시간에 7만원이었다.


기자는 호기심을 내비치며 "어디까지 가능한 것이냐"고 수위를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이곳은 연예인급만 받으면서 수질을 관리하는 곳으로 여타 키스방들과 비교하지 말라"며 "약간의 키스,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사성행위는 어떤 형태로든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어 "남자들은 대신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런 것을 하면 텐프로급 매니저들이 떨어져 나간다"며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손님들로 우리 업소가 수질관리를 하고 있는만큼 그것을 믿고 찾고 있다"고 답했다.

그랬다. 이 키스방은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키스방 간판을 내걸고 당당하게 영업하고 있었던 것. 현행법상 키스방 등 업소에서 유사성행위만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위법성을 가진 유사성행위 업소를 찾아 나섰다. '데이트방'이라는 분홍색 간판이 보였다. 이런 곳은 기자의 직감상 유사성행위 업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굳게 잠겨있는 문을 두드리자 업소 주인은 문을 약간 열고 고개만 빠끔히 내민 채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물어왔다. 예약하지 않고 온 기자를 상당히 경계하는 듯했다. 이에 기자가 "키스방인가 싶어 왔다"고 말하니 문을 열고 일단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립카페라고 업소를 소개하며 "키스방과 비슷한 가격이면서도 키스와 애무는 물론 입으로 '대딸 서비스'까지 확실하다"며 "매니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꿔주겠다"고 말했다. 같은 값이면 키스방보다 립카페가 훨씬 낫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처음 방문했던 키스방보다도 낮은 가격 3만5000원이었다.

업소를 빠져나오며 "근처에 유사성행위 업소가 몇 개 정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성매매하는 곳을 빼더라도 립카페, 핸플방(손으로 대신) 등의 업소가 수십 곳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것이 사실인지 과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유사성행위 업소
수십 곳은 될 것"

이번엔 립카페 옆 건물에 위치한 'ㅇㅇ안마시술소'를 찾아가봤다. 안마시술소는 3층에 있었고 지하는 유흥주점이었다. 2층엔 세무사와 법무사 사무소, 4층엔 고시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애매한 것이 퇴폐안마시술소가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카운터에 있던 주인과 대화를 나누자마자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을 묻자 주인은 "안마 40분에 아가씨 서비스 1시간해서 18만원"이라고 대답했다. "아가씨 서비스만 받을 수도 있느냐"고 묻자 그는 "원하시면 안마 빼고 아가씨 서비스만 해서 17만원에 해 드리겠다. 아가씨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꿔주겠다"고 대답했다. 성매매까지 일사천리였다.

핑계를 대고 빠져나온 뒤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을 내건 'ㅇㅇ안마 맛사지'라는 곳을 찾아갔다. 이 업소는 2층에 자리했다. 지하는 유흥주점이었고 3층은 사우나방으로 서로 연계된  듯했다. 유흥주점까지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기자가 방문한 퇴폐마사지 업소와 연계된 '풀살롱'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ㅇㅇ안마 맛사지 내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붉은 조명이 깔린 프런트는 바닥과 벽면이 고급 대리석이어서 호텔 로비 같았다. 게다가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체격 건장한 젊은 남성이 정장을 차려입고 깍듯이 인사까지 했다. 그는 카운터로 기자를 안내했고 그곳엔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이곳은 대학생보다는 술이 거나하게 취한 중년 남성들이 주로 찾는 접대 장소일 것으로 짐작됐다.

기자는 "아가씨랑 얼마냐"고 짧게 물었다. 주인은 "40분 동안 전문 안마사가 태국 정통스타일로 안마를 하고 그 뒤 1시간 동안 젊고 예쁜 아가씨로 서비스한다"고 대답했다. 억지로라도 자세한 설명을 이끌어 내기 위해 "아가씨와의 시간은 모든 것이 자유로운 것이냐"고 묻자 "자세를 바꿔가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지만 콘돔은 꼭 사용해야 한다"며 "단아하고 우아한 스타일, 귀엽고 애교 있는 스타일 등 원하는 아가씨 스타일을 말해 달라. 그러면 최대한 준비 하겠다"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가격도 원래 20만원인데 19만원까지 깎아 주겠다고 선심 쓰듯 말했다.


이처럼 홍대 일대에 분포된 마사지 업소 중 대부분은 퇴폐마사지였다. 특히 같은 건물에 유흥주점이 있으면 100%였다. 물론 그중에는 2∼3만원대 가격으로 건전마사지 및 정통마사지를 제공하는 곳 역시 더러 있었다. 이런 업소들은 '정통' 또는 '건전'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아가씨 스타일
말씀만 하세요"

마지막으로 기자는 오피스방 잠입 취재했다. 취재를 나서기 전 오피ㅇㅇ라는 사이트를 통해 미리 두 곳을 예약했다.

약속 시각이 되어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ㅇㅇ오피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하철 2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건물에 들어오면 다시 전화를 걸어 달라고 말했다. 해당 오피스텔 건물 2층은 ㅇㅇㅇㅇ어학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로비에 도착해 다시 전화를 걸자 그는 15층에 위치한 방으로 가라고 알려왔다. 다짜고짜 선불부터 요구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며 벨을 눌렀다.

한 아가씨가 문을 열더니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선 결제부터 강요하지 않은 덕에 아가씨와 15분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가씨가 대기하고 있던 방은 호텔 객실에 비견 될 정도로 깔끔한 편이었다. 다만 테이블 위에 놓인 스탠드 조명만 켜두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더블베드에는 이불 대신 일회용 침대 시트와 방수 시트가 이중으로 깔려 있었다.


아가씨는 기자를 소파로 이끈 후 "따뜻한 거줄까? 담배는 안 피워 오빠?"라며 갑자기 애교 섞인 목소리에 반말로 물어왔다. 그리곤 싱크대 쪽에 서서 차를 타기 시작했다.

이름과 나이를 물으니 아가씨는 "이름은 나영(가명)이고 26살"이라고 대답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자 그는 "내가 마음에 안 들고 어린 애 만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전화하면 된다"라고 귀띔했다.           

젊음의 거리서 욕망의 성지로 변질
마사지·립카페·오피스방 성업 중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느냐"고 물었다. 아가씨는 "7월부터 나왔으니까…" 라며 말끝을 흐렸다.

"돈 얼마씩 나눠 갖냐?”라고 물으니 아가씨는 까르르 웃더니 "그게 왜 궁금하냐. 14만원 중 9만원 내가 갖는다"라고 대답했다. 벌어들이는 금액의 70% 정도는 본인이 가져간다는 말이었다.

"하루에 몇 타임 뛰어요?"

"하루에 4개 정도. 8시쯤부터 시작해서 새벽 4시까지 해요. 뭐 일찍 끊길 때도 있지만 기다리다 보면 보통 4시까지 손님이 있더라고요."

"여기 있는 방들 전부 오피스방이에요?"

"에이 아니죠, 사람 사는 곳도 있고 사무실도 있고 학원도 있고 별게 다 있어요. 이 방은 내가 야간에 전담해서 사용하고 주간에는 또 따로 있고요. 방을 놀릴 순 없으니까."

"주로 어떤 사람들이 와요?"

"평일엔 직장인이 많이 오고 주말엔 학생들이 많이 오고 종종 군인들도 오고요."

"무슨 요일에 손님이 가장 많나요?"

"주말이랑 평일이랑 크게 차이는 없어요. 금토에 예약이 많긴 하지만요. 그만큼 취소도 많이 하고요. 클럽에서 놀다가 허탕치고 오는 애들도 많더라고요."

홍대 앞 클럽에서 '원나잇'에 성공하지 못한 남성들이 오피스방까지 찾고 있음을 아가씨의 입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에 못해도
4탕은 뛰어요"

착잡함을 느끼며 홍대 클럽 일대를 다시 찾았다. 길바닥에는 오피스방 관계자의 폰번호가 적힌 전단지가 날아다녔다. 자정이 되자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친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술에 취해 길바닥에 주저앉은 여성들과 실려 가는 여성들을 목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낮보다 밝은 홍대 앞 밤 풍경. '문화'가 퇴조한 자리를 '욕망'이 채워가고 있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