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천우신조회' 금융거물들 현주소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12.04 11:39:25
  • 댓글 0개

가까스로 살아 돌아와…어디서 뭐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천우신조회' 얼핏 사이비종교를 연상케 하는 이 모임은 한때 잘 나갔던 금융 인사들이 특별한 의미로 만든 친목 단체다.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금융계 거물들이 주인공. 하늘의 도움으로 화를 모면한 '행운남'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며 지낼까. 그들의 동향을 알아봤다.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힘없이 무너졌다.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테러로 인한 희생자는 3000여 명에 달했다. 당시 테러 현장엔 국내 금융계 거물들도 있었다.

'이헌재, 위성복, 신동혁, 홍석주, 하영구, 박창배, 김은상, 윤영석….'

다행히 참변은 당하지 않았다. 이들은 증권거래소의 상장 우수기업 뉴욕 기업설명회와 투자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모두 테러가 발생한 월가에 머물렀다가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 뉴욕 월가에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에 함께 머물렀다. 사고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공항으로 향한 이들은 운항을 재개한 서울행 비행기에 동승했다. 이 인연으로 만든 모임이 바로 천우신조회다.

'하늘이 도왔다'

하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화를 모면했다는 의미의 천우신조회 멤버들은 지금까지도 만남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을 주도한 위성복씨는 "특이한 인연으로 만나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며 "서로 만나면 당시 생생한 기억들이 화제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하늘이 살려줬다고 생각했던 천우신조회 멤버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9·11 테러 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경영전략위원장이었던 이헌재씨는 잠시 서울대 경영대학 초빙교수로 있다가 2004∼2005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돼 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대형로펌인 김앤장 비상임 고문으로 있다가 현재 컨설팅업체인 코레이와 회계·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 상임고문, 한국이사협회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경제멘토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이씨는 아직까지도 이른바 '모피아(금융관료) 대부'로 불릴 정도로 금융기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천우신조회를 만든 위성복씨는 사고 때 조흥은행장 자격으로 월가에 있었다. 위씨는 조흥은행 이사회 의장과 조흥은행 회장을 맡는 등 2003년까지 승승장구 하다 임기를 남겨두고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이 합병되면서 은행을 떠났다. 이후 행담도 개발과 관련해 260억원 대출 개입 의혹을 받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위씨는 2005년 단말기 제조업체인 이노츠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가 불과 3개월 만에 물러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테러 당시 한미은행 회장이었던 신동혁씨는 2002∼2005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끝으로 40여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마감했다. 신씨의 부인 배찬병 전 생명보험협회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임기를 마감해 부부동반 은퇴로 시선을 모았다.

9·11 테러 당시 위기 모면 인연으로 모임 결성
서울대·호남 출신 주축…지금은 대부분 은퇴

천우신조회 회원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홍석주씨다. 위씨와 함께 뉴욕에 방문해 테러 광경을 목격했던 홍씨는 조흥은행 기획재무본부장(상무)이었다. 이듬해 49세 나이에 조흥은행장으로 발탁되면서 천우신조회 회원으로 가입한 그는 보수적인 은행권에 40대 행장시대를 연 인물로 주목받다가 은행 매각에 따른 직원들의 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물러났다. 이후 금융발전심의회의 은행분과위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을 거쳐 지금은 로커스캐피탈파트너 대표, 제일모직 사외이사로 지내고 있다. 지난 3월엔 부인이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다.

세계무역센터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머물고 있었던 하영구씨는 한미은행장 신분으로 미국에 방문했었다. 1년 뒤 금융발전심의회의 은행분과위원을 지내고 2004년부터 한국씨티은행장과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맡아 내리 4연임했다. 전무후무한 '최장수 은행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하씨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 5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공할 경우 무려 15년간 장기집권하는 셈이다. 한국씨티은행 안팎에선 갖가지 추측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 시절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던 박창배씨는 2003년부터 교보증권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를 맡았다. 2007년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지만 1년 만에 전격 경질됐다. 이후 금융계에서 은퇴해 별다른 대외활동 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모건스탠리 한국지점장에서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김은상씨는 새 업무를 시작한지 2개월 만에 큰일을 당할 뻔 했다. 2002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5년 SC제일은행 투자금융사업부문 대표(부행장)를 지냈다. 2009년 삼정KPMG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지원, 서류 심사를 통과했지만 막바지에 도전 의사를 철회했다. 이어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도 도전했으나 최종 투표 결과 낙마했다. 삼정KPMG 부회장직도 내려놓은 상태다.

이상하게 안 풀려

천우신조회 멤버 중엔 유일하게 기업인도 있다. 바로 윤영석씨다. 윤씨는 사고 당시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사장과 플랜트수출협의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9·11 테러 이후 두산중공업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 등도 역임하다 2006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두산중공업 고문으로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천우신조회 멤버들은 대부분 광주, 장흥, 강진, 광양 등 호남 출신으로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며 "또 이헌재, 위성복, 신동혁, 홍석주, 하영구, 김은상, 윤영석 등은 모두 서울대 동문으로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