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 비보이의 양심고백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04 1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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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벌이 갔다가…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

[일요시사=사회팀] 전국 비보이들이 단단히 뿔났다. 졸지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꼴이 되어버렸으니 황당할 만도 하다. 정치적으로 동원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커지자 비보이들은 한국비보이연맹을 두고 비보이계와 관계없는 오로지 정치적 의도로 구성된 '유령단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더러운 정치 놀음에 애꿎은 비보이만 희생당했다는 것. 피해 당사자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한국비보이연맹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선언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비보이연맹이 비보이들을 정치적 여론몰이를 위한 수단으로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7명의 비보이들도 "공연인 줄 알고 갔다가 박 후보 지지선언 행사에 동원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지? 동원!"

지난달 25일 비보이연맹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류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박 후보야말로 한국 비보이의 세계화를 촉진시킬 후보라는데 공감대가 이뤄져 지지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비보이연맹의 협력 기획사 이모(26) 홍보팀장과 인천지역 비보이 그룹 It's our Feeling(IOF) 팀원 7명이 참석해 사진이 찍혔다.

하지만 기자회견 보도가 나가자마자 여러 비보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비보이연맹은 전체 비보이들을 대변하는 곳도 아니고 비보이들 사이에서는 존재감도 없는 오로지 정치적 의도로 구성된 유령단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보이팀 IOF도 지난달 26일 해명자료를 내고 "25일 당일 행사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박 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임을 알게 됐다. 처음 부탁과 달리 공연은 하지 않고 사진촬영만 하면 된다고 했다. 당시 의도를 파악하고 사진촬영을 거부해야 옳은 판단이었지만 경황이 없어 이끌려 다니게 됐다. 이 일로 IOF팀이 쌓아온 이미지가 한 순간에 실추돼 버렸다. 현재 멤버들 모두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7일 IOF 팀장 박모(26)씨와 모 기획사 팀장 이모(31)씨를 만났다. 박씨는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가 공연해달라고 부탁해서 아트바이트 겸 갔을 뿐인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행사를 주최한 기획사에 소속된 친구의 부탁으로 1인당 10만원, 총 70만원을 받기로 하고 공연하러 간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이 터지고 난 후 돈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그들을 따라 이동하고 보니 새누리당 당사였고 우리를 단상 뒤에 세우더니 기자들이 사진을 찍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당시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지도 모르고 주눅이 들어 말을 꺼내지 못했고 밥을 먹으러 가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지지선언 행사
연맹에 항의하자 "외부에 알리면 법적 조치"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이성복 비보이연맹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인 줄 알고 왔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이 총재는 "다 너희 비보이들을 위해 행사를 연 것인데 뭐가 불만이냐. 1억4000만원을 들여서 연맹을 괜히 만든 줄 아느냐. 이를 통해 비보이를 알리고 지원금까지 받으면 다 너희들 좋은 것 아니냐"는 강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박씨는 "우리 IOF는 처음 기사가 떴을 때 비보이계에서 거의 매장당할 뻔했다"며 "이제 오해가 비보이계 안에선 풀리긴 했지만 지금도 우리를 좋지 않게 언급하는 비보이들이 많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IOF팀을 관리하는 이씨는 "비보이연맹은 비보이들이 인정할 수 있는 신뢰도 있는 단체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우리 팀원들을 동원했다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전체 비보이들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실추된 것에 대해 비보이연맹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전국 모든 비보이를 모아도 5000명이 안되는데 비보이가 5만여명이라는 둥 거짓말을 일삼는 그런 단체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비보이팀으로부터 전해오는 말을 들어보면 박 후보 측에서 이 일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선거 유세 공연을 한답시고 비보이들을 모으고 있다는데 이미 비보이계는 암묵적으로 비보이연맹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비보이들을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고 강구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 총재는 IOF 팀원들이 해명 글을 게재하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씨에 따르면 해명 글을 게재하기 전 이 총재는 "해명 글을 게재하면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는 비보이연맹, 나아가 새누리당을 폄훼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미지 실추와 명예훼손에 따른 법정대응을 할 것"이라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씨와 IOF팀은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후폭풍이 두려워 해명 글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IOF 친구들은 나이도 아직 어리고 앞으로도 계속 춤을 춰야 하는데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불이익 당할까 걱정

지난 2008년 출범한 비보이연맹은 이렇다 할 활동이 없다가 지난 2월 이 총재가 취임식을 기점으로 많은 정치적 활동을 펼쳐왔다. 당시 취임식에 박 후보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급한 일정 때문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총재는 '근혜봉사단'의 중앙본부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0년 설립된 근혜봉사단은 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단체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한테 목을 내놓는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인생을 걸었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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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