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LA가 찍은 메이저리거 류현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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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평정했다, 이제 미국이다!

[일요시사=사회팀]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LA다저스가 제시한 포스팅 금액은 메이저리그 사상 역대 네 번째로 알려져 세간의 기대도 한껏 받고 있다. 이제 관심사는 연봉이 얼마냐다. 미국 땅을 밟은 류현진은 "두 자릿수 승리, 2점대 평균자책점"라는 데뷔 첫해 목표를 밝혔다. 자존심과 패기가 묻어나는 포부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 스타디움 마운드에서 미국 강타자를 요리할 류현진의 모습이 기대된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뚱' 류현진(25)이 메이저리그에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10일 한화구단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류현진을 영입하겠다고 써낸 최고 응찰액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대 구단은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LA다저스로 확인됐다. 이로써 다저스는 류현진에 대한 독점 계약권을 가지게 됐다. 280억원이라는 응찰액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이는 역대 포스팅시스템에 참가한 한국선수 중 최고액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 중에서도 역대 네 번째에 해당한다.

기회의 땅
미국으로!

지난 14일 '기회의 땅'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짤막한 소감을 전했던 류현진은 현지에 도착해서도 "날씨가 따뜻해서 좋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당시 류현진은 취재진을 피해 다른 게이트로 출국하려 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악착같은 요구에 잠시 얼굴을 비추고 포토타임을 가졌다. 질문은 일절 받지 않았다. 평소 활발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던 류현진이 갑자기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 같은 류현진의 태도 변화는 말 한마디가 향후 다저스와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에이전트의 충고 때문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은 15일 오전(한국시간) LA 국제공항에 도착해 한국 특파원을 비롯한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연봉 협상을 이끌어줄 스콧 보라스 코퍼레이션으로 향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다음 날 오전 현지 취재진을 상대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류현진은 "다저스는 명문구단이다. 그런 팀이 나를 원하고 있으니 명성에 걸맞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연봉 희망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명문 구단임을 내세우며 다저스를 압박한 것. 기는 LA에 머무는 동안 보라스 사무실 근처에 묵으면서 개인훈련과 함께 실시간으로 보라스에게 협상 진행 상황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케이블 ESPN은 12월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윈터미팅이 연봉협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SPN은 "다저스에게는 운 좋게도 윈터미팅이 6일까지 열린다. 다저스는 류현진과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 전에 다른 좋은 투수들을 둘러볼 기회를 잡게 됐다. 보라스 역시 데드라인 직전에 협상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윈터미팅은 매년 겨울 메이저리그 30개 팀 구단주와 단장 등이 모여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이적과 FA(자유계약)가 논의되고 성사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뚱' 다저스행 확정
아시아선수 중 역대 네 번째 높은 몸값

앞서 스탠 카스텐 LA다저스 사장은 미국 일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윈터미팅이 끝날 때까지 류현진과 계약하지 않겠다는 것이 구단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보라스가 "류현진은 2년 뒤에 FA 자격을 얻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협상의 귀재'로 통하는 보라스는 다저스의 이러한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류현진의 몸값 불리기 작업에 들어갔다. 보라스는 연봉협상에서 천문학적인 계약을 다수 성사시키며 메이저리거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지난 2002년에는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할 당시 거금을 안겨주기도 했다. 반면 구단주 측은 그의 말을 '악마의 농간'이라고 표현한다.

보라스는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팀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팀 환경 및 선수와 팀의 조화는 2순위다. 보라스는 협상에 돌입하기 전 자신의 고객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을 수집해 단점은 숨기고 장점을 부각시킨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자료 수집능력은 여타 에이전트들과 비교를 불허한다는 평이다. 보라스는 거액을 지불할 수 있거나 해당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복수의 구단들에 제안서를 내민다. 루머를 흘리거나 특유의 배짱을 부려 몸값을 최대한 부풀려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류현진 몸값
잭팟 터질까?


그래서일까. 보라스는 "빅리그 3선발급 대형투수"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당장 3∼4선발로 뛸 수 있고 일본에서 뛰었다면 더 많은 포스팅금액을 받았을 것" "이번에 다저스 구단이 연봉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더 많은 포스팅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말을 툭툭 던지며 다저스를 압박하고 있다.
최종 협상이 타개될 때까지 보라스 에이전트와 다저스 구단 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마감 시한은 내달 12일이다. 이에 다저스와 류현진의 계약이 내달 7일에서 12일 사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다저스 구단 스카우트 총 책임자는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239승에 빛나는 '왼손의 전설' 데이비드 웰스와 견주었다. 다저스의 국제담당 스카우트 업무를 총괄하는 밥 잉글도 ESPN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체구가 크고 둥글둥글하다"며 "웰스의 기량과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 구단에 합류해 공헌할 수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웰스는 1987년부터 2007년을 끝으로 은퇴하기까지 무려 2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왼손 투수로 191㎝에 100㎏ 가까이 나가는 거구였다. 뱃살이 두둑하게 나왔고, 몸 전체가 둥글둥글했다. 류현진과 비슷한 체격인 셈. 또 웰스는 유연한 투구 동작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질을 구사했다.

그는 토론토, 디트로이트, 뉴욕 양키스, 보스턴, LA 다저스 등 주요 구단들을 두루 거쳤고 토론토에 몸담았던 2000년에는 20승으로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웰스는 통산 239승158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다저스 측이 류현진을 웰스에 비견될만하다고 평가한 것을 보면 다저스의 류현진에 대한 기대 수준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저스 콜레티 단장은 "류현진이 다저스의 2∼3선발을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스탠 캐스틴 사장은 "우리가 한마디라도 류현진에 대해 평가하면 보라스는 그 말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며 경계했다.

데뷔 첫해 '괴물'등극
신인왕·MVP 휩쓸어

역대 메이저리그 입성 선수 중 가장 높은 포스팅 금액을 기록한 선수는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다. 그는 지난해 5170만3411달러(약 562억원)를 받고 텍사스에 입성했다. 그 뒤로 일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가 2006년 5111만1111달러11센트(약 556억원)를 받고 레드삭스로 이적했다. 역대 3위는 2006년 뉴욕 양키스가 이가와 게이에게 제시한 2600만194달러(약 283억원). 그 뒤를 류현진이 잇고 있는 셈이다.

포스팅에서 거액을 받고 미국에 건너간 좌완 일본 투수를 분석해보면 류현진의 몸값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다르빗슈 유(텍사스)는 각각 6년간 5200만달러(약 565억원), 6년간 6000만달러(652억원)라는 유례가 없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중 마쓰자카는 보라스의 고객이었다. 마쓰자카는 첫해인 2007년 연봉 600만달러(약 65억원)에서 시작해 2008∼2010년 동안 800만달러(약 87억원), 2011∼2012년 동안 1000만달러(약 108억원)로 높아졌다.

올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대만 투수 천웨이인(27)의 전례도 류현진의 몸값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그는 볼티모어와 3년간 1138만8000달러(약 123억원)에 계약했다. 그는 첫해인 올해 연봉은 307만달러(약 33억원),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57만달러(약 39억원)와 407만달러(약 44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류현진이 천웨이인보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고 국제 경험도 풍부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계약 총액에서 그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러 조건을 종합할 때 류현진이 첫해 연봉 600만달러(약 65억원)에서 시작하는 다년 계약을 추진한다면 연봉 총액은 1500만∼2000만달러(약 215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일각에선 연간 1000만달러(약 108억원)의 연봉계약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보라스의 협상력을 등에 업은 류현진은 '잭팟'을 터뜨릴 수 있을까.

류현진은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류현진의 가장 큰 강점은 무서우리만큼 빠른 적응력과 두둑한 배짱이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믿기지 않는 성적으로 한국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트리플크라운(18승·평균자책점 2.23·탈삼진 204개)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독식했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뛰어난 활약으로 '괴물투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지난 5시즌 동안 23차례 완투(8번 완봉)하며 78승(방어율 2.76)을 올렸다. 시즌 평균 15승씩 쓸어 담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최하위인 팀을 이끌며 자신의 한시즌 최다 완봉승(3경기)을 포함해 16승4패, 방어율 1.82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무르익은 기량을 뽐냈다.

'왼손의 전설'에 비견되는 특급 투
280억 괴물 몸값, 박찬호 신화 잇나?

류현진은 국제 대회에서도 세계적인 강타자들을 상대로 당찬 투구를 펼쳤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쿠바와 결승전에서는 9회 1아웃까지 2점만 주는 특급 피칭을 뽐냈다. 누구와 맞붙더라도 위축되지 않는 강심장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캐나다 전 완봉승을 포함, 17 1/3 이닝 동안 10피안타 13탈삼진 2실점 (평균 자책 1.04)의 뛰어난 성적으로 야구 국가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며 병역도 해결했다.

류현진은 2010년 아시안 게임 당시 국가대표로 출전하였으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철벽 마운드를 구축,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CJ 마구마구 일구상 최고투수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스포츠토토 올해의 상 올해의 투수상,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 투수상, 제16회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금메달,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최다탈삼진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방어율 1위 투수상,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상 등을 수상했고 방어율 1.82 전적 16승 4패 탈삼진 187개 등을 기록했다.최고의 왼손투수에게 아낌없이 투자한 것은 류현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는 150㎞대 후반의 명품 강속구와 거의 같은 동작에서 뿌려지는 서클체인지업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 변화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프로 6년차에 접어들면서 낙차 큰 커브와 빠른 슬라이더를 실전 승부구로 다듬었다. 또한 188㎝·105㎏의 당당한 체구가 말해주듯 '마당쇠 체력'도 류현진의 자랑거리다. 류현진은 2006년 입단 후 올해까지 7년 동안 1269이닝을 던졌다. 1년에 180이닝 이상 소화해 온 셈이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눈앞에 둔 류현진은 "두 자릿수 승리, 2점대 평균자책점"라는 데뷔 첫해 목표를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중 역대 네 번째로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은 만큼 한국 최고 투수의 자존심과 패기가 묻어난 발언을 한 것. 메이저리그 입성 첫 시즌부터 당당히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과연 '대한민국 에이스'다운 포부다.


과거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39)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적은 없었다. 18승10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한 2000년이 그에겐 최고의 시즌이었다. 무려 17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지키며 '아시아 최다승 투수'라는 업적을 달성한 박찬호에게도 2점대 평균자책점은 넘어설 수 없었던 버거운 기록이었던 셈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류현진은 박찬호를 넘어 아시아 최고 투수를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잘 안착해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고, 타선의 화끈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한시즌 20승도 꿈이 아니다. 왕첸밍, 박찬호, 그리고 노모 히데오까지 모두 한 시즌 20승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말이다.

한국인 첫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및 승리도 류현진이 욕심 낼만한 기록들이다. 박찬호는 2009년(필라델피아) 월드시리즈에서 4차례 구원 등판했으나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고, 김병현은 2001년(애리조나)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으나 역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두 자리 승수
2점 방어율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를 진출해 2010년까지 총 17시즌 동안 124승을 쌓아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알면서도 류현진은 "선배를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그 정도의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박찬호의 최다승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나이 만 26세, 쉽지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류현진이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류현진, 그의 활약 소식이 벌써 바다를 건너 들려오는 듯하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류현진은?>

생년월일 : 1987년 3월25일
신체조건 : 188㎝ 105㎏-좌투우타
출신학교 : 창영초등학교-동산중학교-동산고등학교-대전대

<주요경력>
2006년 한화 이글스 입단
2006년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2009년 WBC 국가대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수상경력>
2006년 신인왕, 정규시즌 MVP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주요기록>
2006년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관왕
2009∼2010년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통산성적>
190경기 1269이닝 98승(8완봉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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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