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LA가 찍은 메이저리거 류현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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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평정했다, 이제 미국이다!

[일요시사=사회팀]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LA다저스가 제시한 포스팅 금액은 메이저리그 사상 역대 네 번째로 알려져 세간의 기대도 한껏 받고 있다. 이제 관심사는 연봉이 얼마냐다. 미국 땅을 밟은 류현진은 "두 자릿수 승리, 2점대 평균자책점"라는 데뷔 첫해 목표를 밝혔다. 자존심과 패기가 묻어나는 포부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 스타디움 마운드에서 미국 강타자를 요리할 류현진의 모습이 기대된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뚱' 류현진(25)이 메이저리그에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10일 한화구단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류현진을 영입하겠다고 써낸 최고 응찰액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대 구단은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LA다저스로 확인됐다. 이로써 다저스는 류현진에 대한 독점 계약권을 가지게 됐다. 280억원이라는 응찰액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이는 역대 포스팅시스템에 참가한 한국선수 중 최고액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 중에서도 역대 네 번째에 해당한다.

기회의 땅
미국으로!

지난 14일 '기회의 땅'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짤막한 소감을 전했던 류현진은 현지에 도착해서도 "날씨가 따뜻해서 좋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당시 류현진은 취재진을 피해 다른 게이트로 출국하려 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악착같은 요구에 잠시 얼굴을 비추고 포토타임을 가졌다. 질문은 일절 받지 않았다. 평소 활발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던 류현진이 갑자기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 같은 류현진의 태도 변화는 말 한마디가 향후 다저스와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에이전트의 충고 때문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은 15일 오전(한국시간) LA 국제공항에 도착해 한국 특파원을 비롯한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연봉 협상을 이끌어줄 스콧 보라스 코퍼레이션으로 향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다음 날 오전 현지 취재진을 상대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류현진은 "다저스는 명문구단이다. 그런 팀이 나를 원하고 있으니 명성에 걸맞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연봉 희망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명문 구단임을 내세우며 다저스를 압박한 것. 기는 LA에 머무는 동안 보라스 사무실 근처에 묵으면서 개인훈련과 함께 실시간으로 보라스에게 협상 진행 상황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케이블 ESPN은 12월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윈터미팅이 연봉협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SPN은 "다저스에게는 운 좋게도 윈터미팅이 6일까지 열린다. 다저스는 류현진과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 전에 다른 좋은 투수들을 둘러볼 기회를 잡게 됐다. 보라스 역시 데드라인 직전에 협상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윈터미팅은 매년 겨울 메이저리그 30개 팀 구단주와 단장 등이 모여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이적과 FA(자유계약)가 논의되고 성사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뚱' 다저스행 확정
아시아선수 중 역대 네 번째 높은 몸값

앞서 스탠 카스텐 LA다저스 사장은 미국 일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윈터미팅이 끝날 때까지 류현진과 계약하지 않겠다는 것이 구단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보라스가 "류현진은 2년 뒤에 FA 자격을 얻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협상의 귀재'로 통하는 보라스는 다저스의 이러한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류현진의 몸값 불리기 작업에 들어갔다. 보라스는 연봉협상에서 천문학적인 계약을 다수 성사시키며 메이저리거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지난 2002년에는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할 당시 거금을 안겨주기도 했다. 반면 구단주 측은 그의 말을 '악마의 농간'이라고 표현한다.

보라스는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팀이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팀 환경 및 선수와 팀의 조화는 2순위다. 보라스는 협상에 돌입하기 전 자신의 고객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을 수집해 단점은 숨기고 장점을 부각시킨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자료 수집능력은 여타 에이전트들과 비교를 불허한다는 평이다. 보라스는 거액을 지불할 수 있거나 해당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복수의 구단들에 제안서를 내민다. 루머를 흘리거나 특유의 배짱을 부려 몸값을 최대한 부풀려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류현진 몸값
잭팟 터질까?


그래서일까. 보라스는 "빅리그 3선발급 대형투수"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당장 3∼4선발로 뛸 수 있고 일본에서 뛰었다면 더 많은 포스팅금액을 받았을 것" "이번에 다저스 구단이 연봉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더 많은 포스팅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말을 툭툭 던지며 다저스를 압박하고 있다.
최종 협상이 타개될 때까지 보라스 에이전트와 다저스 구단 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마감 시한은 내달 12일이다. 이에 다저스와 류현진의 계약이 내달 7일에서 12일 사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다저스 구단 스카우트 총 책임자는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239승에 빛나는 '왼손의 전설' 데이비드 웰스와 견주었다. 다저스의 국제담당 스카우트 업무를 총괄하는 밥 잉글도 ESPN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체구가 크고 둥글둥글하다"며 "웰스의 기량과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 구단에 합류해 공헌할 수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웰스는 1987년부터 2007년을 끝으로 은퇴하기까지 무려 2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왼손 투수로 191㎝에 100㎏ 가까이 나가는 거구였다. 뱃살이 두둑하게 나왔고, 몸 전체가 둥글둥글했다. 류현진과 비슷한 체격인 셈. 또 웰스는 유연한 투구 동작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질을 구사했다.

그는 토론토, 디트로이트, 뉴욕 양키스, 보스턴, LA 다저스 등 주요 구단들을 두루 거쳤고 토론토에 몸담았던 2000년에는 20승으로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웰스는 통산 239승158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다저스 측이 류현진을 웰스에 비견될만하다고 평가한 것을 보면 다저스의 류현진에 대한 기대 수준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저스 콜레티 단장은 "류현진이 다저스의 2∼3선발을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스탠 캐스틴 사장은 "우리가 한마디라도 류현진에 대해 평가하면 보라스는 그 말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며 경계했다.

데뷔 첫해 '괴물'등극
신인왕·MVP 휩쓸어

역대 메이저리그 입성 선수 중 가장 높은 포스팅 금액을 기록한 선수는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다. 그는 지난해 5170만3411달러(약 562억원)를 받고 텍사스에 입성했다. 그 뒤로 일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가 2006년 5111만1111달러11센트(약 556억원)를 받고 레드삭스로 이적했다. 역대 3위는 2006년 뉴욕 양키스가 이가와 게이에게 제시한 2600만194달러(약 283억원). 그 뒤를 류현진이 잇고 있는 셈이다.

포스팅에서 거액을 받고 미국에 건너간 좌완 일본 투수를 분석해보면 류현진의 몸값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다르빗슈 유(텍사스)는 각각 6년간 5200만달러(약 565억원), 6년간 6000만달러(652억원)라는 유례가 없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중 마쓰자카는 보라스의 고객이었다. 마쓰자카는 첫해인 2007년 연봉 600만달러(약 65억원)에서 시작해 2008∼2010년 동안 800만달러(약 87억원), 2011∼2012년 동안 1000만달러(약 108억원)로 높아졌다.

올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대만 투수 천웨이인(27)의 전례도 류현진의 몸값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그는 볼티모어와 3년간 1138만8000달러(약 123억원)에 계약했다. 그는 첫해인 올해 연봉은 307만달러(약 33억원),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57만달러(약 39억원)와 407만달러(약 44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류현진이 천웨이인보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고 국제 경험도 풍부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계약 총액에서 그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러 조건을 종합할 때 류현진이 첫해 연봉 600만달러(약 65억원)에서 시작하는 다년 계약을 추진한다면 연봉 총액은 1500만∼2000만달러(약 215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일각에선 연간 1000만달러(약 108억원)의 연봉계약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보라스의 협상력을 등에 업은 류현진은 '잭팟'을 터뜨릴 수 있을까.

류현진은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류현진의 가장 큰 강점은 무서우리만큼 빠른 적응력과 두둑한 배짱이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믿기지 않는 성적으로 한국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트리플크라운(18승·평균자책점 2.23·탈삼진 204개)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독식했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뛰어난 활약으로 '괴물투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지난 5시즌 동안 23차례 완투(8번 완봉)하며 78승(방어율 2.76)을 올렸다. 시즌 평균 15승씩 쓸어 담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최하위인 팀을 이끌며 자신의 한시즌 최다 완봉승(3경기)을 포함해 16승4패, 방어율 1.82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무르익은 기량을 뽐냈다.

'왼손의 전설'에 비견되는 특급 투
280억 괴물 몸값, 박찬호 신화 잇나?

류현진은 국제 대회에서도 세계적인 강타자들을 상대로 당찬 투구를 펼쳤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쿠바와 결승전에서는 9회 1아웃까지 2점만 주는 특급 피칭을 뽐냈다. 누구와 맞붙더라도 위축되지 않는 강심장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캐나다 전 완봉승을 포함, 17 1/3 이닝 동안 10피안타 13탈삼진 2실점 (평균 자책 1.04)의 뛰어난 성적으로 야구 국가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며 병역도 해결했다.

류현진은 2010년 아시안 게임 당시 국가대표로 출전하였으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철벽 마운드를 구축,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CJ 마구마구 일구상 최고투수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스포츠토토 올해의 상 올해의 투수상,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 투수상, 제16회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금메달,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최다탈삼진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방어율 1위 투수상,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상 등을 수상했고 방어율 1.82 전적 16승 4패 탈삼진 187개 등을 기록했다.최고의 왼손투수에게 아낌없이 투자한 것은 류현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는 150㎞대 후반의 명품 강속구와 거의 같은 동작에서 뿌려지는 서클체인지업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 변화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프로 6년차에 접어들면서 낙차 큰 커브와 빠른 슬라이더를 실전 승부구로 다듬었다. 또한 188㎝·105㎏의 당당한 체구가 말해주듯 '마당쇠 체력'도 류현진의 자랑거리다. 류현진은 2006년 입단 후 올해까지 7년 동안 1269이닝을 던졌다. 1년에 180이닝 이상 소화해 온 셈이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눈앞에 둔 류현진은 "두 자릿수 승리, 2점대 평균자책점"라는 데뷔 첫해 목표를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중 역대 네 번째로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은 만큼 한국 최고 투수의 자존심과 패기가 묻어난 발언을 한 것. 메이저리그 입성 첫 시즌부터 당당히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과연 '대한민국 에이스'다운 포부다.


과거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39)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적은 없었다. 18승10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한 2000년이 그에겐 최고의 시즌이었다. 무려 17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지키며 '아시아 최다승 투수'라는 업적을 달성한 박찬호에게도 2점대 평균자책점은 넘어설 수 없었던 버거운 기록이었던 셈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류현진은 박찬호를 넘어 아시아 최고 투수를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잘 안착해 본연의 실력을 발휘하고, 타선의 화끈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한시즌 20승도 꿈이 아니다. 왕첸밍, 박찬호, 그리고 노모 히데오까지 모두 한 시즌 20승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말이다.

한국인 첫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및 승리도 류현진이 욕심 낼만한 기록들이다. 박찬호는 2009년(필라델피아) 월드시리즈에서 4차례 구원 등판했으나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고, 김병현은 2001년(애리조나)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으나 역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두 자리 승수
2점 방어율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를 진출해 2010년까지 총 17시즌 동안 124승을 쌓아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알면서도 류현진은 "선배를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그 정도의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박찬호의 최다승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나이 만 26세, 쉽지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류현진이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류현진, 그의 활약 소식이 벌써 바다를 건너 들려오는 듯하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류현진은?>

생년월일 : 1987년 3월25일
신체조건 : 188㎝ 105㎏-좌투우타
출신학교 : 창영초등학교-동산중학교-동산고등학교-대전대

<주요경력>
2006년 한화 이글스 입단
2006년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2009년 WBC 국가대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수상경력>
2006년 신인왕, 정규시즌 MVP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주요기록>
2006년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관왕
2009∼2010년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통산성적>
190경기 1269이닝 98승(8완봉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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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