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이석채 KT 사장

‘속도전’으로 KT 개혁 ‘확’ 잡는다!



취임 당일 ‘올 뉴 KT’ 선언…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
주인의식·혁신·효율 … 내부경영 쇄신 3원칙 천명

공룡 통신사 KT가 출렁이고 있다. 이석채 KT 사장의 ‘스피드 경영’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 1월14일 임시주총에서 KT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올 뉴KT(All New KT)’를 선언,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또 KTF와의 합병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KTF와의 합병으로 인한 주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24일에는 합병에 대비해 회장제를 도입하고 부문장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런 이 사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속도가 빨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기업 성격이 짙었던 KT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일각에선 “변화의 속도가 지금과 같다면 1년 뒤에는 모든 직원이 뼛속까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변화의 진원지는 이석채 KT 사장이다. 이 사장은 KT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KT의 미래상은‘All New KT’

이 사장은 남중수 전 KT 사장이 인사 및 사업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사임함으로써 지난 1월14일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이 사장은 “지난 40일간 사장 후보자 신분으로 KT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적인 진단을 들었다”면서 “KT를 활력과 창의가 넘치는 성장기업, KT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모셔가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KT의 미래상을 ‘All New KT’라고 강조하면서 ▲주인의식 ▲혁신 ▲효율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4만여 KT그룹 가족 모두가 주인이 되면 전혀 새로운 KT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 조직, 인사,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효율과 생산성 향상이 KT의 생명줄이라는 인식 하에 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이 사장의 주문은 자신의 경영스타일인 ‘스피드 경영’에 걸맞게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는 취임한 당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KT를 이끌어오던 임원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메가패스, 와이브로를 홍보하라며 본사와 지역본부 직원 6500명 중 3000명을 영업 등 현장에 배치했다.

지역본부를 18개 지역으로 세분화도 했다. 이와 함께 CEO의 창조적 통합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CC(Corporate Center)를 신설하고 IPTV사업을 총괄하는 미디어본부는 육성하는 차원에서 독립부서화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체제로 바꾼다는 방침아래 강도 높은 비용절감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 사장은 당시 “변화와 개혁의 앞에는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있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자회사 KTF를 합병하겠다고 공식발표하고 곧바로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를 신청했다. 또한 올해 19조원인 합병법인의 매출액을 2011년에는 20조7000억원까지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펼쳐보였다.


이 사장은 이날 “KT 주식 1주와 KTF 주식 0.72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양사를 합병하기로 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합병인가를 거쳐 3월 말 KT와 KTF 합병승인 주주총회를 열고 5월18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선과 무선통신 사업자 결합은 컨버전스 시대의 세계적 조류”라며 “세계에 비해 결합이 늦었지만 우리 IT산업의 동반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합병을 서둘러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합병 걸림돌로 여겨졌던 외국인 지분한도 문제도 바로 해결했다. NTT도코모가 보유하고 있는 KTF 지분의 60%를 넘겨받는 대신 5년 만기 교환사채(EB) 2억5000만 달러어치를 발행해 NTT도코모에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회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T와 KTF가 합병하면 전체 통신 가입자의 51.3%, 매출액의 46.4%를 독식하는 거대 통신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며 “경쟁이 안 되면 통신소비자의 후생도 후퇴하기 때문에 합병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LG그룹 통신회사들도 “KT의 시장 지배력이 KTF에 전이되는 만큼 시내망 분리와 초고속인터넷망 공동사용 등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다. 내부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합병 후 3만8000명에 달하게 되는 인력문제다. 이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KT내부에서도 본사 스태프 6500명 중 30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합병 뒤에는 두 회사의 스태프 부서 인원 상당부분이 현장에 배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내부 반발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장은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면서 “KTF합병 성사를 위해 KT가 보유한 모든 카드를 쓸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달 25일 이 사장은 KT광화문 사옥에서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 ▲합병후 당기순이익의 50% 주주환원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비용 절감 등을 골자로 한 주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KT가 주가 부양책을 발효한 것은 KT와 KTF의 주가가 하락, 주주들이 대거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칫 합병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 KTF 합병 사실상 완료

지난달 23일부터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성 여부를 심사해 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침 이날 ‘조건 없이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KTF 합병 심사 시 공정위 의견을 들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방통위가 3월 중 합병 승인 결정을 내리고 KT?KTF가 주주총회를 거치면 합병 작업은 사실상 완료된다.

KT는 이에 앞서 고객별 조직개편과 현장중심으로의 인력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자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비상 경영 상황임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축소된 범위인 45명에 그쳤다.

임원급에서는 GSS(Group Shared Service)부문장을 맡고 있는 서유열 상무가 전무로, 현장의 네트워크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남일성 단장과 엄주욱 단장이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보 승진자는 총 9명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이동통신시장 1위 업체 NTC의 김영택 법인장을 비롯해 이석채 사장의 현장 중심 경영방침에 따라 현장마케팅 책임자가 4명 포함됐다.

KT측은 “공정하고 투명한 구매를 통해 파트너사와의 상생협력을 이끌 수 있는 인재가 발탁됐다”고 밝혔다. 부장에서 상무대우로는 여성 인력 2명을 포함해 총 33명이 승진했다. KT측은 “상무보 승진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하위직 인사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조직변화에 따른 틀을 다진 후, 2월19일에는 이 사장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린(Green) IT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달 24일에는 합병 이후 유무선 통합 경영체제에 대비한 경영체제 정비, CEO의 명칭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한 단계 높이고 3~4개 사업부문을 소사장제(CIC)로 전환하는 한편 사업목적에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KT측은 “재계 9위(공기업 제외)의 통신전문그룹의 위상을 반영하고 대외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5개 부문(홈고객, 개인고객, 기업고객, 서비스디자인, 네트워크)의 일부 또는 전부가 사내독립기업제(CIC) 형태로 전환될 수 있으며 각 부문별로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KT는 또한 부사장, 전무, 상무 및 상무보로 명시돼 있던 집행 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따라 이사회가 정하도록 했다. 이사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경영권 이양이 수반되는 자회사 지분 매각에 대해선 지분가액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 상정토록 조정했다.


KT는 또 무선통신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목적 사항에 추가, 유휴 토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하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함으로써 이산화탄소저감 비용 상쇄, 보유자산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또한 KTF와의 합병을 위해 새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KT그룹의 인사체계가 연공서열을 탈피한 능력위주의 인사로 바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합병에 대비해 현재 부장-과장-대리-사원으로 정해진 사원 직급 체계가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인 KTF와 맞지 않아 직급 간 구분을 없애고 팀장 외에 같은 직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사장-전무-상무-상무보로 명시된 집행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맞게 이사회가 정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직급파괴에 따른 보완책으로 KT는 근무연한, 업무 성과도, 인사평가에 따라 호봉을 정리하고 과장급 이상에 적용되는 연봉제를 전 사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KT와 KTF의 임금 격차를 정비하기 위해 ‘유연한 성과급제’를 도입, 출신회사직원 간 성과급여액에 차이를 두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인사제도는 양사 합병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통합 법인이 출범하는 오는 5월18일 직후 시행될 예정이다.

‘스피드 경영’KT 안팎 “놀랍다” 평가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이 사장이 취임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벌써 취임 1년은 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는 이 사장이 짧은 기간 워낙 많은 일을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KT주변에서는 이런 이 사장의 ‘스피드 경영’을 두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KT 관계자도 “보고를 들어가면 검토해보자거나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도 놀랍다고 말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멈칫하면 뒤처진다”면서 “과감하게 뚫고 나가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힘을 얻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석채 KT사장은 누구?
지난 1월14일 제 11대 KT 사장으로 선임된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계에 입문했다.

이 사장은 5공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총애로 만 40세가 되기도 전에 청와대 부이사관으로 발탁된 뒤 6공 출범 초기 1년을 빼고 8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5·6공의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되기도 했다. 지난 1994년에는 농수산부 차관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맡았다.

1995년에는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영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한 쌀협상에 정부대표로 참석했다. 이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직전인 95년 정통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PCS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심사기준 등을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바꾸는 등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오다 검찰수사에서 지난 1996년 LG텔레콤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재계 랭킹 3위였던 LG가 1,2위인 삼성, 현대 컨소시엄인 에버넷을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내자 이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는 한보 불법대출 연루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1997년 10월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출국한 뒤 PCS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귀국을 포기하고 장기체류 생활에 돌입했다. 하지만 2003년 기나긴 법정 투쟁으로 결국 무죄판결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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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