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키스방 제휴카페 실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4: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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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

[일요시사=사회팀] 키스방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낯 뜨거운 문구에 반라의 여성사진이 눈길을 끌던 전단지도 자취를 감췄다. 다 어디로 갔을까. 실상을 살펴보니 경찰의 단속을 피해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다 못해 '위장전술'을 쓰고 있었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업소수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이는 온라인 제휴카페가 있어 가능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이들은 제휴카페를 통해 키스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 업소를 찾고 있다.

'이수역 키ㅇㅇㅇ 다예 (D컵) 출근율 좋음' '역삼동 쪽ㅇㅇ 유이 (D∼D+컵) 출근율 드문드문' '안양 키ㅇㅇ 혜미 (D+∼E컵) 출근율 좋음' '건대 키ㅇㅇㅇ 연지 (D컵) 출근율 무난' 

한 회원이 키스방 제휴카페에 '요즘 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란 질문을 올렸더니 장문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엔 업소명, 매니저(여종업원)의 예명은 물론이고 가슴사이즈까지 정리돼 있었다. 언급된 여성만 37명. 질문자의 기대엔 못 미쳤을지 모르지만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엔 충분해 보였다.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질문을 한 회원은 이후 매일 업데이트 되는 업소 출근부 게시물을 찾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매니저의 스타일, 닮은 연예인, 가슴사이즈, 매력 포인트, 서비스마인드, 업계 경력에 당일 출근 여부까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우월한 기럭지에 우아한 페이스' '늑대님들 기 쭈∼욱 빨릴 준비 하세요' 등 낯간지러운 설명도 함께 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고려대상 1순위는 역시 비주얼, 대다수 매니저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을 찍어 제휴카페에 전시하고 있었다.

키스방 제휴카페는 생각보다 가입절차가 간단했다. 그 흔한 관리자 확인단계조차 없었다. 물론 회원이 되기 위해선 성인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고 카페 상단에는 '청소년보호법의 규정에 의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지만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키스방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4시께 기자는 제휴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키스방 몇 곳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소개된 업소 중 하나인 키ㅇㅇㅇ에 손님을 가장해 예약전화를 해봤다. 거의 모든 제휴업소들은 제휴카페를 통해서 예약하면 5000원에서 1만원이 할인됐다.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 찍어 전시
아침부터 예약 전쟁…키스방은 성업 중

기자가 한 매니저를 지목해 예약할 수 있는지 묻자 해당 업소 주인은 "예약이 다 차서 곤란하다"며 "비슷한 스타일로 NF(New Face:새로 영입된 매니저)가 있는데 어떻겠냐. NF 검증할인이벤트 중이라 5000원이 더 할인돼 4만원인데 3만원에 된다"며 추천했다. 이에 기자가 "1시간엔 얼마냐"고 물으니 "1시간은 곤란하고 30분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스방이 성업 중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위치까지 듣고 나서 업소를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업소 간판을 찾을 수 없어 잠시 헤매야 했다. 알고 보니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업소는 외부엔 가짜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3층에 부착된 간판에는 제휴카페에서 본 것과 다른 이름인 'ㅇㅇ카페'라고 적혀있었고, 흰색으로 코팅된 유리창에도 해당 카페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커피를 파는 일반카페인양 위장하고 있었던 셈. 외부 모습만으로는 키스방일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웠다.

3층에 다다르자 철제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카페 입구라기보다는 가정집 현관문에 가까웠다. 현관문 바로 위쪽에 달린 CCTV는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벨을 눌렀다. 잠시 기다리자 안쪽에서 "어디서 오셨습니까"라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기자가 "카페에서 보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업소 주인이 기자를 반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카운터 뒤편으로 여러 개의 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언뜻 소형 고시텔을 연상시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닥에 깔린 카펫과 조명 모두 붉은색이어서 음침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 

상의탈의·오럴서비스
"그때그때 달라요"

주인이 "아까 예약하고 오신 분 맞죠"라고 물었다. 기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통로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안내했다. 카운터 바로 옆쪽으로 통로를 발견했는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매니저들이 대기하는 장소인 것 같았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2평 남짓했고 온통 붉은색이었다. 와인색 침대 소파가 눈앞에 펼쳐졌다. 침대소파 위에는 분홍색 티슈가 놓여 있었고 벽지 역시 분홍빛을 내고 있었다.


기자가 방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주인은 문 앞에 서서 기자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돈을 달라는 신호임을 알아채고 "매니저를 먼저 보고 결정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키스방에 처음 왔나? 무조건 현금 결제를 먼저 해야 매니저를 만나볼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하느냐"고 물으니 "끝난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환불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인의 격앙된 어조를 보니 환불받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에 기자는 키스방은 처음이라고 밝히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다 키스할 수 있고, 옷 위로 가슴과 엉덩이를 만질 수 있다. 상의 탈의와 자위행위 방법은 매니저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사성행위까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자는 핑계를 대고 업소를 빠져나왔다.     

이수역 근처 키스방 한 곳을 더 찾아갔다. 앞서 방문한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층에 위치한 이 업소 역시 간판은 커피숍인양 위장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방문한 곳은 쾌쾌한 분위기인 반면 이곳은 최근에 생겼는지 밝고 화사한 분위기에 인테리어도 깔끔한 새것들이었다. 거기다 제휴카페 회원임을 알리면 통 크게 30분에 1만원을 할인해 3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회원수 5만7000명
방문자수 443만명

키스방 제휴카페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키스방'이라는 단어를 치면 유사한 카페가 셀 수 없이 검색된다. 그 중 기자가 찾은 '키스ㅇㅇ'는 규모가 큰 축에 속했다.

키스ㅇㅇ는 회원 수 5만7000여명, 총 방문자 수 443만8000여명을 자랑했다. 또 게시글과 댓글은 각각 3만5000개, 14만개가 넘었다. 이 카페는 현재 서울강남지역 45곳, 강북지역 21곳, 경기 34곳, 인천부천 14곳 등 모두 114개의 키스방과 제휴를 맺고 있었다. 제휴 키스방들은 매일 출근부에 글을 올려 매니저의 출근여부와 새로운 신규 매니저의 등장을 알리며 손님을 끌었다.

업소 주인들은 카페 방문자들의 모든 질문 및 경험담에 즉각 반응했고 최대 수위 등을 물어보는 짓궂은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답변했다. 특히 '마무리' 혹은 '마물'이 어떤 방식이냐는 질문엔 쪽지로 답하고 있었다. 자위행위를 혼자 해결하는지 아니면 매니저가 도와주는지 확인하는 질문임을 짐작케 했다.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고 상주하며 매일 키스방을 다니는 회원도 몇몇 보였다. 이런 사람들은 카페활동이 업소 측보다 더 활발했다. 기자는 업소방문 경험담을 올리는 게시판을 보고 경악했다. 경험담만 하루에 45건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자신이 만난 매니저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이곳엔 '만족' 혹은 '실망'이라는 두 가지 반응을 표출했다. 만족한 사람들은 매니저 예명을 언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반면 실망한 사람들은 돈이 아까웠다며 업소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키스방을 끊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험담을 남기는 사람들은 적어도 5번 이상 키스방을 다닌 이력이 있었다. 한 회원은 남긴 후기만 100개가 넘었다. 이 회원은 인기 매니저와 그 매니저가 출근하는 업소, 그리고 출근여부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간판·전단지 없어…온라인 카페 제휴만 하면 OK
'단속 사각지대' 성매매 증거 찾아야 처벌 가능

최근 들어 키스방보다 하드코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립카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립카페는 키스방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름의 간판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곳은 유사성행위 업소나 마찬가지다. 립카페의 립은 '입술'을 뜻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진한 애무를 동반한 키스는 물론 비장의 무기 '구강성교'까지 확실하기 때문이다.

립카페 역시 전용 온라인 홍보카페가 생겨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한 립카페 제휴카페는 개설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었다. 이에 발맞춰 립카페수도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문화를 개혁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은 오히려 신종·변종 유사성매매 업소가 늘어나게 만들었다. 안마방, 휴게텔, 오피스텔, 대딸방, 키스방, 립카페, 터치방, 풀살롱 등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업소들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단속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었다. 이들은 전단지를 뿌리는 대신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간판을 위장해 수익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온라인 유사성행위 업소들은 제휴카페와 연계해 손님을 끌고 있지만 단속하기 위한 법규는 오프라인상의 문제만 적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겉으론 위장 간판
안으론 철통 보안

지난 1990년대 후반 유사성행위업소들이 본격 등장한 이후, 업소들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업소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쪽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행정당국과 경찰은 이 같은 업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법전을 뒤지길 반복했다. 이처럼 돈으로 성욕을 풀려는 성 서비스 수요자와 돈을 벌기 위해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존재하는 한 유사성행위 및 성매매업소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는 현장에서 성매매 증거를 찾아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을 단속한다고 해도 증거확보가 어려워 처벌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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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