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키스방 제휴카페 실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4: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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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

[일요시사=사회팀] 키스방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낯 뜨거운 문구에 반라의 여성사진이 눈길을 끌던 전단지도 자취를 감췄다. 다 어디로 갔을까. 실상을 살펴보니 경찰의 단속을 피해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다 못해 '위장전술'을 쓰고 있었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업소수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이는 온라인 제휴카페가 있어 가능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이들은 제휴카페를 통해 키스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 업소를 찾고 있다.

'이수역 키ㅇㅇㅇ 다예 (D컵) 출근율 좋음' '역삼동 쪽ㅇㅇ 유이 (D∼D+컵) 출근율 드문드문' '안양 키ㅇㅇ 혜미 (D+∼E컵) 출근율 좋음' '건대 키ㅇㅇㅇ 연지 (D컵) 출근율 무난' 

한 회원이 키스방 제휴카페에 '요즘 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란 질문을 올렸더니 장문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엔 업소명, 매니저(여종업원)의 예명은 물론이고 가슴사이즈까지 정리돼 있었다. 언급된 여성만 37명. 질문자의 기대엔 못 미쳤을지 모르지만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엔 충분해 보였다.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질문을 한 회원은 이후 매일 업데이트 되는 업소 출근부 게시물을 찾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매니저의 스타일, 닮은 연예인, 가슴사이즈, 매력 포인트, 서비스마인드, 업계 경력에 당일 출근 여부까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우월한 기럭지에 우아한 페이스' '늑대님들 기 쭈∼욱 빨릴 준비 하세요' 등 낯간지러운 설명도 함께 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고려대상 1순위는 역시 비주얼, 대다수 매니저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을 찍어 제휴카페에 전시하고 있었다.

키스방 제휴카페는 생각보다 가입절차가 간단했다. 그 흔한 관리자 확인단계조차 없었다. 물론 회원이 되기 위해선 성인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고 카페 상단에는 '청소년보호법의 규정에 의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지만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키스방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4시께 기자는 제휴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키스방 몇 곳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소개된 업소 중 하나인 키ㅇㅇㅇ에 손님을 가장해 예약전화를 해봤다. 거의 모든 제휴업소들은 제휴카페를 통해서 예약하면 5000원에서 1만원이 할인됐다.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 찍어 전시
아침부터 예약 전쟁…키스방은 성업 중

기자가 한 매니저를 지목해 예약할 수 있는지 묻자 해당 업소 주인은 "예약이 다 차서 곤란하다"며 "비슷한 스타일로 NF(New Face:새로 영입된 매니저)가 있는데 어떻겠냐. NF 검증할인이벤트 중이라 5000원이 더 할인돼 4만원인데 3만원에 된다"며 추천했다. 이에 기자가 "1시간엔 얼마냐"고 물으니 "1시간은 곤란하고 30분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스방이 성업 중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위치까지 듣고 나서 업소를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업소 간판을 찾을 수 없어 잠시 헤매야 했다. 알고 보니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업소는 외부엔 가짜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3층에 부착된 간판에는 제휴카페에서 본 것과 다른 이름인 'ㅇㅇ카페'라고 적혀있었고, 흰색으로 코팅된 유리창에도 해당 카페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커피를 파는 일반카페인양 위장하고 있었던 셈. 외부 모습만으로는 키스방일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웠다.

3층에 다다르자 철제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카페 입구라기보다는 가정집 현관문에 가까웠다. 현관문 바로 위쪽에 달린 CCTV는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벨을 눌렀다. 잠시 기다리자 안쪽에서 "어디서 오셨습니까"라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기자가 "카페에서 보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업소 주인이 기자를 반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카운터 뒤편으로 여러 개의 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언뜻 소형 고시텔을 연상시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닥에 깔린 카펫과 조명 모두 붉은색이어서 음침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 

상의탈의·오럴서비스
"그때그때 달라요"

주인이 "아까 예약하고 오신 분 맞죠"라고 물었다. 기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통로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안내했다. 카운터 바로 옆쪽으로 통로를 발견했는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매니저들이 대기하는 장소인 것 같았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2평 남짓했고 온통 붉은색이었다. 와인색 침대 소파가 눈앞에 펼쳐졌다. 침대소파 위에는 분홍색 티슈가 놓여 있었고 벽지 역시 분홍빛을 내고 있었다.


기자가 방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주인은 문 앞에 서서 기자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돈을 달라는 신호임을 알아채고 "매니저를 먼저 보고 결정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키스방에 처음 왔나? 무조건 현금 결제를 먼저 해야 매니저를 만나볼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하느냐"고 물으니 "끝난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환불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인의 격앙된 어조를 보니 환불받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에 기자는 키스방은 처음이라고 밝히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다 키스할 수 있고, 옷 위로 가슴과 엉덩이를 만질 수 있다. 상의 탈의와 자위행위 방법은 매니저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사성행위까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자는 핑계를 대고 업소를 빠져나왔다.     

이수역 근처 키스방 한 곳을 더 찾아갔다. 앞서 방문한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층에 위치한 이 업소 역시 간판은 커피숍인양 위장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방문한 곳은 쾌쾌한 분위기인 반면 이곳은 최근에 생겼는지 밝고 화사한 분위기에 인테리어도 깔끔한 새것들이었다. 거기다 제휴카페 회원임을 알리면 통 크게 30분에 1만원을 할인해 3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회원수 5만7000명
방문자수 443만명

키스방 제휴카페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키스방'이라는 단어를 치면 유사한 카페가 셀 수 없이 검색된다. 그 중 기자가 찾은 '키스ㅇㅇ'는 규모가 큰 축에 속했다.

키스ㅇㅇ는 회원 수 5만7000여명, 총 방문자 수 443만8000여명을 자랑했다. 또 게시글과 댓글은 각각 3만5000개, 14만개가 넘었다. 이 카페는 현재 서울강남지역 45곳, 강북지역 21곳, 경기 34곳, 인천부천 14곳 등 모두 114개의 키스방과 제휴를 맺고 있었다. 제휴 키스방들은 매일 출근부에 글을 올려 매니저의 출근여부와 새로운 신규 매니저의 등장을 알리며 손님을 끌었다.

업소 주인들은 카페 방문자들의 모든 질문 및 경험담에 즉각 반응했고 최대 수위 등을 물어보는 짓궂은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답변했다. 특히 '마무리' 혹은 '마물'이 어떤 방식이냐는 질문엔 쪽지로 답하고 있었다. 자위행위를 혼자 해결하는지 아니면 매니저가 도와주는지 확인하는 질문임을 짐작케 했다.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고 상주하며 매일 키스방을 다니는 회원도 몇몇 보였다. 이런 사람들은 카페활동이 업소 측보다 더 활발했다. 기자는 업소방문 경험담을 올리는 게시판을 보고 경악했다. 경험담만 하루에 45건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자신이 만난 매니저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이곳엔 '만족' 혹은 '실망'이라는 두 가지 반응을 표출했다. 만족한 사람들은 매니저 예명을 언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반면 실망한 사람들은 돈이 아까웠다며 업소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키스방을 끊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험담을 남기는 사람들은 적어도 5번 이상 키스방을 다닌 이력이 있었다. 한 회원은 남긴 후기만 100개가 넘었다. 이 회원은 인기 매니저와 그 매니저가 출근하는 업소, 그리고 출근여부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간판·전단지 없어…온라인 카페 제휴만 하면 OK
'단속 사각지대' 성매매 증거 찾아야 처벌 가능

최근 들어 키스방보다 하드코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립카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립카페는 키스방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름의 간판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곳은 유사성행위 업소나 마찬가지다. 립카페의 립은 '입술'을 뜻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진한 애무를 동반한 키스는 물론 비장의 무기 '구강성교'까지 확실하기 때문이다.

립카페 역시 전용 온라인 홍보카페가 생겨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한 립카페 제휴카페는 개설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었다. 이에 발맞춰 립카페수도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문화를 개혁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은 오히려 신종·변종 유사성매매 업소가 늘어나게 만들었다. 안마방, 휴게텔, 오피스텔, 대딸방, 키스방, 립카페, 터치방, 풀살롱 등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업소들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단속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었다. 이들은 전단지를 뿌리는 대신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간판을 위장해 수익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온라인 유사성행위 업소들은 제휴카페와 연계해 손님을 끌고 있지만 단속하기 위한 법규는 오프라인상의 문제만 적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겉으론 위장 간판
안으론 철통 보안

지난 1990년대 후반 유사성행위업소들이 본격 등장한 이후, 업소들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업소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쪽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행정당국과 경찰은 이 같은 업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법전을 뒤지길 반복했다. 이처럼 돈으로 성욕을 풀려는 성 서비스 수요자와 돈을 벌기 위해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존재하는 한 유사성행위 및 성매매업소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는 현장에서 성매매 증거를 찾아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을 단속한다고 해도 증거확보가 어려워 처벌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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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