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 직격인터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10: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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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욕하는 건 친노인사들 뿐, 그들은 욕할 자격도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동교동계 원로이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다. 그는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연대를 성사시킨 대선승리의 숨은 주역이며, 지난 2002년 대선 때는 국민경선제를 최초로 도입,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그의 새누리당 행을 놓고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진 이유다. 과연 한 부위원장의 새누리당행에는 어떠한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또 다가오는 대선에 그가 미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일요시사>가 그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10월 5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온갖 비판이 쏟아졌다.

입당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03년 나라종금 의혹 당시 중수부장으로 자신을 구속 기소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이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박 후보의 중재 끝에 두 사람의 갈등은 봉합되었지만 한 부위원장으로서는 억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터. 그럼에도 그는 박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묵묵히 감내하겠다고 말한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킹메이커였던 그가 이번에도 전설을 이어 갈 수 있을까?
다음은 한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새누리당 입당과정에서 안대희 위원장과 마찰이 있었습니다. 잘 봉합이 된 건가요? 현재 안 위원장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 저는 그런 일은 벌써 잊었습니다. 저는 '해불양수'라는 철학을 가지고 정치를 해 왔습니다. 바다는 어떤 물이라도 다 수용한다는 뜻으로 짠물이나 더러운 물이나 다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마음을 열어놓고 정치를 해왔으며, 또 그런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입당을 결행했습니다.

- 제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호남공략 선봉에 서게 됐습니다. 호남민심을 얻기 위한 비책은 무엇이며 어느 정도 득표를 예상하십니까.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꾸준히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이 8%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을 이번 선거의 가치로 삼고 호남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인사 대탕평책, 그리고 호남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한 것에 대한 호남인들의 화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20%의 지지율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 아무리 그래도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호남이 소외될 거라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 지금까지 박 후보가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해 온 만큼 호남인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으로 믿습니다.

-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무척 바빠지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 부위원장께서 단순한 얼굴마담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현재 캠프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 제 정치인생을 되돌아보면 늘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 왔습니다. 제 정치이력에는 감투만 차지했던 경력은 없습니다. 저는 국민대통합을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했습니다. 국민대통합은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인 행동과 정책을 보여줄 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현재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100% 국민대통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안대희 위원장과의 갈등은 벌써 잊어 "문제없다"
호남공략의 선봉 "대선서 20% 득표는 무난할 것"

- 만약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박근혜 정권하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저는 지역, 이념, 계층, 세대 간의 화합을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그 바탕위에서 우리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했습니다. 집권 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민대통합과 남북통일을 위해 헌신하고 싶습니다.

-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 이번 합당은 이념보다는 지역적으로 통합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이번 합당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가치 있는 일입니다.

- 일각에선 박 후보의 무차별적인 끌어안기가 당내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무차별적인 끌어안기'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어 대립하며 많은 상처를 입어왔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들의 상처를 이용해 표를 챙기려고만 할 뿐 이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박 후보는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뿐 입니다.

- 박 후보 진영이 너무 비대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박 후보가 대선승리 후 이들을 모두 기용한다면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을 것이고 이들을 버린다면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 박 후보는 인사문제에 대해 '대탕평책'을 약속했습니다. 인사문제와 관련해 어느 특정지역이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골고루 등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가의 공직을 선거의 전리품처럼 나누어주지 않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담긴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캠프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필요한 인재를 우선 등용하면 됩니다.  


- 정치권에서는 한 부위원장님에 대해 '통합의 메시아' 또는 '배신자'라는 극단적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통합과 화합을 위한 정치를 펼쳐왔다고 자부합니다.  DJP연대, 노사정 위원회 설립, 민화협 창립, 국민경선제 최초 도입 등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저를 '통합의 메시아'라고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저를 '배신자'로 평가하는 것은 주로 친노인사들인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저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 분들은 친노 패권주의에 빠져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분열주의로 인해 결국 권력을 빼앗긴 분들입니다.

- 박 후보 캠프에 몸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혹 자신을 내친 친노계에 대한 복수 아닌가요.
▲ 정치는 국민을 보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지 개인의 '한풀이'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친노세력의 전횡에 대해서는 역사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지역, 이념, 세대, 계층 간의 갈등과 반목을 넘어 국민대통합을 이룬 바탕위에서 남북통일을 이루고 세계로 나아가는 일에 헌신하고자 입당했습니다.

"자리 바란 것 아니다, 필요한 인재 우선 등용해야"
"김대중 전 대통령, 나의 국민통합행보 기뻐하실 것"

- 어떤 점에 반해 박 후보를 돕겠다고 결심했습니까.
▲ 박 후보는 1979년 10.26 당시 아버지의 유고소식을 듣고 첫마디가 "전방은요?"라며 국가안보를 먼저 걱정했다고 합니다. 원칙이 확고하고 국가를 향한 소명의식과 침착함이 돋보이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당 전 박 후보에게 세 가지 약속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공직인사에 대해 대탕평책을 펼칠 것, 둘째는 남북통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것, 셋째는 국민대통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입니다. 그것이 박 후보를 돕기로 결정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 만약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한 부위원장님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실까요.
▲ 고 김대중 대통령의 유훈은 '용서와 화해'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자 피해자였음에도 대통령이 된 뒤에 박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지원했습니다. 그것은 영남권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진심으로 역사와 화해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후보를 "영호남 화합의 적임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하셨는데 제가 생전에 못다 이루신 국민대통합을 위해 일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거라고 믿습니다.

- 박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 국민대통합입니다. 국민대통합의 과제는 박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불안하고 갈등요인이 많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한국의 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4위이며, 이로 인한 낭비는 약 3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7%라고 합니다. 이 비용만 줄이더라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앞당겨진다고 합니다. 박 후보가 이번 선거의 가치를 국민대통합으로 정하고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 중인 이유입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지금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향후 한 발짝도 선진강국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이 같은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100% 국민대통합을 이루어 남북통일을 이루고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한광옥 수석부위원장 프로필>

▲ 제11, 13, 14, 15대 국회의원
▲ 김대중 평민당 총재 비서실장
▲ 청와대 비서실장
▲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 통일미래연구원 이사장
▲ 민주당 상임고문
▲ 정통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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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