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부실 수사 막전막후

물러터진 문어발식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초라하다. 대대적인 문어발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이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시작으로, 코바나컨텐츠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정치자금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앞으로 남은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결론은 정치권의 공방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일부 관련자에 대한 유죄 판결은 있었다. 김씨 본인에 대해서는 기소로 이어지지 않거나, 공소가 기각되는 예상 밖 결론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잇단 기각
예상 밖 결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2012년 사이 이른바 ‘선수’들과 회사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 법원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정매매, 가장매매, 허수성 주문 등을 통한 인위적 주가 부양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해서는 별도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장기간 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했으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범죄는 고의가 핵심이다. 단순히 계좌가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죄 실행에 대한 인식 ▲기능적 행위 지배 공동 ▲가공의 의사 등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주가를 올리기 위한 조직적 행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봤다. 계좌 명의인이 시세조종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거래가 실질적으로 누구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관해서는 별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씨의) 계좌가 수차례 동원됐고, 시세조종 구간과 겹친다”고 주장해 왔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건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증명’이다.

대법원 판례상 “공동정범은 단순한 동시 행위가 아니라 기능적 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소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검찰 내부 판단의 핵심 논리로 알려졌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기업들이 전시에 후원금을 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사안이다.

검찰은 협찬 기업과 검찰 수사 사이의 대가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검찰은 개별 기업의 협찬이 형법상 뇌물이나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 ▲대가성 ▲금품수수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다수 사건 형사재판 문턱도 못 넘어
김예성·김상민 공소기각 충격 불가피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묵시적 대가 관계’다.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포괄적 직무 관련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 직무와 금품 사이의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기업이 문화 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뇌물로 전환되기 어렵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형사 처벌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른바 ‘디올백 수수’ 의혹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영상에서 출발했다. 영상에는 김씨가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을 수수하는 장면이 담겼고, 이를 둘러싸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는가, 그것이 처벌 대상인가 하는 문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일정 부분 적용된다. 다만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 처벌 구조는 다층적이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인지했는지 ▲인지 후 반환 또는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금품 제공자가 직무 관련자인지 등이 충족돼야 형사 책임이 구체화된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수수 자체를 폭넓게 규율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검찰이 소극적으로 보였다는 비판은 존재한다. 그러나 형사 재판의 문턱은 정치적 책임과 다르다. 이 간극이 논란의 핵심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김씨 일가의 해당 지역 토지 보유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노선이 변경되면서 토지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건은 뇌물죄나 직권남용죄와는 구조가 다르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한다.

노선 변경이 정책 판단의 영역이라면, 이를 형사 범죄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행정 재량의 범위 내 결정인지, 특정인을 위한 편의 제공인지가 구별돼야 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

정책 결정 과정은 다단계적이다. 국토교통부 내부 검토, 용역 보고서, 지자체 협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정 개인의 영향력을 형사적으로 입증하려면 명확한 개입 증거가 필요하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공통적으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충분했는가”를 묻는다. 반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는 오히려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형사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죄추정과 엄격한 증명 책임이다. 정치적 파급력이 클수록 수사 강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김씨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정치권의 쟁점이다. 그러나 법정은 다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는 공모 입증의 벽이, 코바나컨텐츠 사건에서는 대가성 입증의 한계가, 명품백 의혹에서는 직무 관련성의 범위가, 양평고속도로 논란에서는 정책 재량과 형사범죄의 경계가 각각 쟁점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증명’이다. 형사 재판은 의혹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한다.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추가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항고·재수사 요구, 특검 추진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씨 관련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왜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가장 큰 장벽은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이었다.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통화 녹취, 문자, 자금 흐름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김씨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수준의 직접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역시 판례 구조와 맞물린다. 기업이 문화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직무상 편의 제공과 연결되기 어렵다. 실제로 특정 기업에 유리한 처분이 있었는지, 그 시점과 협찬이 밀접하게 연결되는지 등이 입증돼야 한다. 수사기관은 이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과, 애초에 형사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반론이 맞선다.

안 풀린
의혹들

명품백 수수 의혹도 마찬가지다. 청탁금지법은 비교적 광범위한 금품수수를 금지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려면 공직자의 직무와 제공자의 이해관계가 교차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 수수 사건의 경우, 공직자가 인지했는지 여부와 반환·신고 의무 이행 여부가 추가 쟁점이 된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이 김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지만 기소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예성씨에게 무죄 및 공소 기각 판결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약 46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그중 김씨가 24억 3000만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횡령했다는 혐의만 특검팀의 수사 범위로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24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 사실은 최초의 의혹과 전혀 다른 개인 횡령 의혹이고, 체포영장 등에도 기재되지 않았다”며 “특검팀은 피고인과 관련 있는 사람 또는 법인 계좌와 관련 거래를 토대로 범죄를 인지했다지만 이는 의혹과 무관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예성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씨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공소 기각을 주장해 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특검팀이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도 지난달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모씨의 개인 비위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김모씨의 뇌물 혐의 사건이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인 양평고속도로 사건과는 범행의 시기, 종류, 인적 연관성 등 여러 측면에 봤을 때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뇌물 혐의 중 일부 유죄 판단해 징역형
남은 의혹 산더미…종합특검에도 부담?

재판부는 “2025년 9월 특검법 개정으로 관련 사건의 범위가 명확하게 한정된 상황에서 이 사건 공소 사실이 수사 및 공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분히 명백해졌다”며 “적어도 2025년 9월 이후에 관련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을 수사 권한을 넘어서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까지 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수사 대상임을 인정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특검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크게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통일교 청탁 관련 뇌물 수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 등 세 가지 수사를 진행해 김씨를 구속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 중 통일교 뇌물 혐의 중 일부만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총징역 15년 및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공소 사실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시효가 남은 부분도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명태균씨로부터 받은 여론조사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김씨의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샤넬 가방 1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혐의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선거 차량 대납비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핵심 의혹이었던 ‘매관매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김씨 측에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 증명에 의해 인정되는 정황들은 모두 2023년 2월쯤 김씨 또는 진우씨에게 이 사건 그림을 교부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하는 정황일 뿐”이라며 “김건희 특검팀은 이 사건 주요 공소 사실인 김 전 검사가 이 사건 그림을 직접 구매해 김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2심까지
커진 부담

집사 게이트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조영탁 IMS 모빌리티 대표도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박창욱 경북도의원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정치적 미래 보장이라는 이익을 제시하면서 허위 자백을 종용했다”며 위법 수사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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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