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다르고 속 다른 근로복지공단 이중성 논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30 1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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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꾀병' 식구는 '중병'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근로복지공단은 일반 산재 민원인에게 가혹하다. 집이나 직장을 쫓아다니며 '몰카'를 찍어댈 정도다. 그런데 제 식구들에겐 너그럽다. 족구를 하다가 넘어져도, 축구를 하다가 다쳐도 산재보상금을 준다. 그들만의 산재보험, 근로복지공단의 '이중성'을 들여다봤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근로자 10만명당 약 15명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1등이다. 영국의 0.7명에 비하면 20배에 가깝고 미국의 4명에 비해서도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런데 이마저도 축소된 수치라고 한다. 우리나라 재해율은 0.7%로 미국 4%, 독일 3% 등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산재 사망률이 높다면 그만큼 안정성이 취약한 것이기 때문에 재해율 역시 높아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사망률은 높고 재해율은 기형적으로 낮은 것은 재해를 당한 사람이 보상 대상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렵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그만큼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업무상 장애를 얻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산재로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질병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일반근로자는 전문성이 없을 뿐더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7월 근로복지공단 단독으로 해오던 산재 판정이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자 이를 해소하겠다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산재 승인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8년 노동부 고시가 개정되면서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으로 '발병 전 24시간 이내,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 '발병 전 1주일 이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 등 단순화, 수치화된 판단 기준을 세운 것도 승인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 받은 '최근 5년 연도별 산업재해 판정건수와 연도별 신청건수 대비 승인/불승인율'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의 산재신청 대비 불승인율은 2007년 33.6%에서 2011년 45.9%로 12.3%p 증가했다.

특히 뇌 심혈관 질환의 불승인율 경우 같은 기간 56.3%에서 80.2%로 23.9%p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뇌심혈관계 질환은 10건 중 2건 정도만 산재로 인정받는 상황인 것. 직업성 암은 불승인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76%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성 질병에 걸린 근로자들은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은 채 자문위원의 소견만으로 불승인을 남발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와중에 복지공단은 소송 중인 상대의 일상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복지공단은 지난 3년간 총 16건의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공단은 장해(폐질) 상태 관련 부정수급 조사를 이유로 2010년 6건, 2011년 7건, 올해 현재까지 3건의 동영상을 찍었다. 같은 기간 부정수급 적발 사례는 총 42건. 복지공단은 적어도 수급대상 3명 중 1명에 대해 몰카 조사를 동원한 셈이다.

몰카 뒷조사 등 산재 노동자에 가혹
공단 직원들은 살짝만 삐끗해도 보상

복지공단 측은 "초상권 및 사생활 보호라는 피해이익보다 진실 발견 및 국가 기금인 산재보험급여의 정당한 지급이라는 공익적 이익이 더욱 크다고 볼 정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불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설사 부정수급 행위자를 가려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 민간 보험회사의 비슷한 행위를 '불법행위'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있는 만큼 몰카 촬영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복지공단은 민간 보험사도 아닌 공공기관이다.

일반 산재 민원인에게 가혹한 복지공단은 제 식구들에겐 너그럽다. 공단 직원들의 산재를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 얄팍한 '이중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은 의원이 입수한 복지공단의 '산재승인 현황(2007∼2011년)'을 살펴보면 공단직원들은 상자를 나르다가 허리를 삐끗했다는 이유로 산재를 인정받아 치료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족구를 하다 서로 부딪쳐도, 축구를 하다 어깨를 다쳐도, 피구를 하다 공에 얼굴을 맞아도 산재로 인정받았다. 체육대회에서 입은 부상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경우가 전체 공단직원 산재 승인의 30%를 차지했다. 심지어 등반 뒤 무릎이 아픈 경우, 신발을 신다가 허리를 다친 경우, 횡단보도에서 발이 미끄러져 넘어진 경우,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끗한 경우, 1m 높이의 의자에서 떨어진 경우, 파견 근무 중 신종플루에 걸린 경우 등도 모두 산재로 인정받았다.

복지공단 측은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은 산재 인정 절차와 기준이 다르므로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며 "온정주의를 차단하기 위해 공단직원의 산재 인정 여부는 심의위원을 모두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재해조사업무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위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은 안으로 굽어'

복지공단이 산재신청 일반근로자를 어떻게 대우해왔는가를 보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반근로자가 업무와 관련돼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공단직원만큼 산재 승인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 의원은 "노동자들은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험이 누적되면 산재신청을 포기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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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