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양재혁 101일 미스터리 행적 추적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31 09: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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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뒤통수 친 가신 찾아 삼만리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수천여억원에 달하는 잔여자금을 들고 잠적한 측근을 잡기 위해 '작전'을 감행한 양재혁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 그의 기묘한 행적은 마치 한편의 첩보영화를 보는 듯 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양 전 회장은 측근보다 먼저 경찰에 붙잡혀 복수에 실패했다. 양 전 회장의 미스터리 행적을 추적해봤다.

지난 10월22일 양재혁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이 경찰에 검거됐다. 그가 실종 된지 101일만이다. 그는 부산 대연동 커피숍에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종업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양 전 회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양 전 회장이 감금·협박으로 실종된 게 아니라 잠적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양 전 회장이 처벌을 받을 지 관심이 쏠렸다. 처음 경찰은 양 전 회장이 단지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인 데다가 "현재 수배돼 있는 전 삼부파이낸스 재무이사 하인봉씨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행적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말해 처벌은 애매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의잠적 잠정결론
공무집행방해 혐의

하지만 고의로 잠적해 수사기관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입건됐다. 그동안 경찰은 양 전 회장을 찾으려고 많은 수사 인력을 동원하는가 하면 양 전 회장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을 때마다 사실 확인에 들어가는 등 적지 않은 경찰력을 낭비해야 했다.

양 전 회장은 '고의잠적' 의심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0월23일 그는 "처음부터 자작극은 아니었고 자작극이라고 하면 하씨가 웃을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양 전 회장은 무슨 사유로 자택을 떠나 서울의 한 허름한 고시원을 숙소로 삼아 지내다가 갑자기 잠적해야 했을까. 그의 실종 101일간 행적을 추적해보니 마치 한편의 첩보영화 같았다.
지난 7월19일 연제경찰서로 실종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양 전 회장이 하씨를 만나러 나간 뒤 일주일째 소식이 없다"는 양 전 회장 동생의 전화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양 전 회장의 행적을 추적하려 했으나 미스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양 전 회장은 지난 7월13일 오후 2시쯤 "하씨를 만나러 간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집을 나섰고 그 뒤 3시간 만인 오후 5시13분 속초항 방파제 부근에서 종적이 끊겼다. 경찰은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정상적인 배터리 방전이 아니라 누군가 배터리를 강제 분리한 신호가 기지국에 잡힌 것을 확인했다.

양 전 회장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세 달이나 연락이 두절된 것을 보아 양 전 회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까지 종합해 보면 양 전 회장은 하씨에 의해 납치나 감금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열흘 후 양 전 회장이 대구의 한 대형마트 CCTV에 찍히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실종 열흘 뒤인 7월23일 오후 4시, 양 전 회장은 아들이 사는 곳에서 7km 떨어진 마트에서 아들 명의 카드로 2만5850원 어치의 식료품을 구입했다. 뿐만 아니라 CCTV 속의 양 전 회장은 눈에 띄는 개량한복을 입고 태연하게 물건을 둘러보는 등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회장님의 기묘한 실종 납치냐? 자작극이냐?
돈 들고 튄 측근 잡기 작전…첩보영화 방불

실종 54일째인 지난 9월5일에는 양 전 회장의 한 측근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씨가 중국 교포 둘을 매수해가지고 내가 지금 감금돼있습니다."


발신자는 양 전 회장 본인. 정말 양 전 회장은 하씨에게 납치된 것일까.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아들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신용카드가 사용됐다는 카드회사의 알림 문자였다. 당시 아들의 카드를 갖고 있었던 이는 양 전 회장이었다.

경찰은 이때부터 실종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고의잠적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로 양 전 회장은 같은 달 22일 경북 포항시 장어집에서 아들 신용카드로 음식값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서울에서 택시운전기사 휴대전화를 빌려 친구에게 전화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월3일 낮 12시4분께 부산역 공중전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투자자 김모씨에게 전화해 "부산에 내려왔다"고 말을 한 뒤 도중에 전화가 끊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고의잠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경찰은 양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행적이 확인된 부산에 있을 것으로 보고 행적을 추적하는 중 22일 오후 5시25분께 커피숍에 양씨와 인상이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종업원의 제보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그를 붙잡았다.

여기까지 경찰의 입장을 바탕으로 한 실종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양 전 회장의 말은 달랐다. 양 전 회장은 하씨는 만나지 못했지만 하씨의 대리인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양 전 회장에 따르면 지난 7월6일 인천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방은 "하씨를 만나려면 13일 오후 6시까지 강원도 속초 방파제로 와라"라고 일방적으로 말한 후 끊었다. 양 전 회장은 고민 끝에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약속한 장소로 갔다.

약속시간 30분이 지나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조선족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하씨의 대리인이라며 양 전 회장의 휴대전화를 배터리를 분리토록 요구했다. 그리고 수신만 가능한 노키아 휴대전화를 양 전 회장에게 줬다.

속초 방파제에서
조선족 만났을까

속초에서 하룻밤을 보낸 양 전 회장은 다음 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이 대리인과 함께 자신이 거처하고 있던 서울 역삼동의 고시원으로 갔다. 영 전 회장은 이때 자신의 휴대전화를 고시원에 두고 나왔다.

이후 양 전 회장과 대리인은 경북 울진으로 내려가 3일을 보냈고 포항에서 또 3일을 보냈다. 대리인은 또 대구로 가자고 했다. 영 전 회장은 "현금이 충분히 있었지만 아들에게 자신이 무사하다고 알리기 위해 아들의 체크카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양 전 회장에 따르면 대리인은 하씨를 선처해 달라고 요구했고, 양 전 회장도 잡히는 것보다는 자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회유했다고 한다.

지난 8월30일 이 대리인은 양 전 회장에게 "하씨와 함께 갈 테니 원룸 인근에 있는 호텔에서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4시간이 지나도 하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대리인은 "하씨가 11월30일에 자수를 할 것이다. 그렇게 알고 있어라"는 말을 남긴 후 사라졌다.


양 전 회장은 과거 자신의 경호원이었던 A씨와 함께 하씨를 찾아 나섰지만, 하씨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수중에 돈이 떨어진 양 전 회장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커피숍에서 지인을 만나려다 결국 자신을 알아본 커피숍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잡혔다는 것. 여기까지 양 전 회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사건의 전말이다.

양 전 회장은 1999년 파이낸스 사태로 부도가 나기 전까지 국내 최대 규모였던 삼부파이낸스와 삼부건설 등 계열사 5개를 거느렸던 부산에서 이름난 거물이었다. 자산 규모만 1조5000억원에 달했고 연예계와 체육계도 주물렀다.

양 전 회장은 유사수신행위로 부산 경제를 뿌리째 뒤흔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는 1996년 1월 부산 삼부파이낸스를 설립한 뒤 '연수익률 30%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1999년 회사설립 불과 4년 만에 내부 부실운영과 이자 돌려막기에 의한 경영악화로 파산했다.

당시 부산지역 90여 개 파이낸스사 중 '삼부사태'로 29개 업체가 파산했고 피해액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가 부도나면서 삼부파이낸스에 돈을 맡긴 투자자 6500여 명의 2280억원이 날아갔다.

당시 이 사건의 피해인원이 3만 여명으로 추산돼 부산경제에 막대한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높은 수익률 보장이라는 대대적인 광고에 속은 부산지역 영세서민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을 삼부사태에 날린 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 와중에 양 전 회장은 고객투자금 1116억원을 빼돌려 계열사를 설립하고 호화생활 경비로 써버린 혐의 등으로 지난 1999년 9월 대검 중수부에 구속됐다.


경찰이 대신 추적하도록 유도?
잔여자금 챙긴 하씨는 어디에?

2004년 1월 출소 후 재기를 꿈꾸던 양 전 회장은 최측근이었던 하씨에게 맡겨둔 2200여억원을 손실 정산법인 ㈜CKA를 통해 찾으려 했다. 양 전 회장은 구속 수감 중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다는 취지로 ㈜CKA를 설립하고 삼부파이낸스 재무담당부사장을 맡았던 하씨를 대표이사로 앉혀 잔여자금을 맡겼었다. 하지만 하씨가 2200여억원과 함께 잠적해 그의 계획은 무산됐다. 출소 후 양 전 회장은 복수의 칼을 갈며 8년 넘게 하씨를 뒤쫓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은 시작된 것이다.

경찰의 수사가 진척되면서 이 실종사건의 주요 열쇠는 양 전 회장이 아니라 삼부파이낸스 부도 잔여자금을 관리해오던 하씨에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씨가 어디에 있는지, 그를 찾을 수 있는지가 사건을 풀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씨는 현재 양 전 회장 등으로부터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고소된 상태이며 2010년 자수해 조사를 받다 다시 잠적했다.

또 지난해 4월 경기도 여주에서 불심검문에 걸려 부산으로 인계된 후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 양 전 회장이 해외에 나가있었던 데다 48시간 내 혐의점을 밝히지 못해 석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당시 양 전 회장 이외의 고소인과 대질심문도 벌였지만 혐의를 다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하씨는 정산법인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4월부터 검경에 의해 수배된 상태다.

삼부파이낸스가 한참 잘나가던 시절 양 전 회장은 하씨를 만났다. 당시 하씨는 세무공무원으로 삼부파이낸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다 양 전 회장의 신임을 얻어 영입된 후 삼부파이낸스 재무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양 전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양 전 회장의 하씨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고 알려졌다. 양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2200여억원에 달하는 삼부파이낸스 잔여자산을 하씨에게 모두 맡긴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랬던 하씨가 양 전 회장의 출소에 맞춰 그가 관리해오던 2200여억원과 함께 돌연 잠적하면서 두 사람은 졸지에 철천지원수가 되어버린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천억 원대 재산 은닉설'은 양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하씨가 실제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갖고 있는지 확인된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당시 양 전 회장이 횡령한 회사자금 대부분을 방탕한 호화생활로 탕진해 버려 수중에 남은 재산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불어 하씨가 실제 관리하는 돈은 2200여억원이 아닌 수십여억원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8년 동안 추적

연제경찰서 측은 양 전 회장의 속초에서 하씨를 만나게 해 주겠다는 조선족 2명을 만났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작극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린 경찰은 양 전 회장이 애초에 하씨의 소재를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양 전 회장이 속초 방파제에서 하씨를 만나기로 한 것 역시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경찰 측의 예측이 틀리지 않다면 양 전 회장은 잔여자금을 들고 달아난 하씨를 경찰이 찾아내게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 아래 가족까지 속이며 연극을 한 셈이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하씨와 잔여자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은닉 재산이 과연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는 도피 중인 하씨의 신병을 확보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씨는 수배 중인만큼 소재파악 등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의령 출신인 양 전 회장은 삼부파이낸스를 설립하기 전에는 주택건설과 컴퓨터유통업을 하다가 1980년대 말 사채업체인 부민투자금융을 운영하면서 금융업계에 뛰어들었다.

양 전 회장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속에 동남은행과 부산지역 4개 종금사들이 무더기 퇴출당하면서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던 지역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펼쳐 부산에서 알아주는 거물급 인물이 됐다.

삼부파이낸스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양 전 회장은 심형래 감독이 제작한 영화 <용가리>에 22억원을 투자하고 <짱> <엑스트라> 등 100억여원을 영화산업과 공연물에 투자했다. 한때 부산을 쥐락펴락 했다. 또 삼부건설, 삼부엔터테인먼트, 삼부벤처캐피털, 한결파이낸스 등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기도 했다.

 

[양재혁 전 회장 검거되기까지]

▲1999년 1월       삼부파이낸스 설립
▲1999년 9월       양재혁 회장 구속
▲1999년 10월     삼부파이낸스 도산
▲1999년 12월     검찰 양재혁 회장 징역 15년 구형
▲2000년 1월       법원 양재혁 회장 징역 5년 구형
▲2000년 6월       정산법인 ㈜CKA 설립(최측근 하인봉씨 대표 선임)
▲2004년 1월       양재혁 전 회장 출소
▲2004년 4월       ㈜CKA 대표 하씨 잠적, 검찰 수배
▲2011년 11월      58억원 횡령한 ㈜CKA 직원 2명 구속
▲2012년 7월13일 양 전 회장 속초에 하씨 만나러 간 후 실종
▲2012년 7월19일 양 전 회장 아들 경찰에 신고
▲2012년 7월23일 대구 남구 대형마트 CCTV에서 양 전 회장 모습 포착
▲2012년 9월5일   양 전 회장 감금당했다고 한 측근에게 전화
▲2012년 9월22일  양 전 회장 경북 포항 장어집에서 아들 신용카드로 음식 값 지불
▲2012년 10월3일  양 전 회장 지인 김모씨에게 "부산에 내려왔다"고 전화
▲2012년 10월22일 양 전 회장 부산 대연동 커피숍에 지인을 만나러 왔다가 경찰에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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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