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이혼 합의 후 …’ 이건희 회장 근황 엿보기

최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며느리였던 임세령씨의 이혼소송이 제기되면서 ‘은둔의 제왕’ 이건희 이름이 거론됐다. 잇따라 그는 주식부자 1위에 등극하면서 또 한 번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이 퇴진이란 용단을 내리며 세간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지난해 4월 무렵이다. 이후 간간이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행보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얘기들이 회자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집안문제와 재산 등의 사유로 인해 이 전 회장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일부 언론사들은 그의 모습을 담기 위해 잠복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일각에선 또 리모컨 경영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다른 일각에선 이번 일들을 기점으로 전면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건희 전 회장이 최근 노출된 것은 지난달 12일이다. 그는 이날 삼성서울병원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목적은 정기검진. 입원기간은 1주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형 사건이 터졌다. 장남인 이재용 전무와 부인 임세령씨의 이혼소송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이 전 회장이 아들의 이혼소송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 입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정기적인 검진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전 회장 입원하던 날
장남 이재용 이혼소송

대상그룹 임창욱 전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씨는 이 전무와의 결혼을 마감하는 이혼청구 소송을 지난달 11일 변호사를 통해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소송 내용은 위자료 10억원과 자녀 양육권, 5000억원대의 재산 분할 요구 등이었다. 이 이혼 소송은 1주일 후인 지난달 18일 합의로 막을 내렸다.

임씨 측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남산은 보도 자료를 통해 “양측이 재산분할과 위자료, 양육권 등에 원만히 합의해 조정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또 “친권자는 이재용 전무로 지정하지만 양육과 양육비, 위자료, 재산분할에 관해서는 별도 합의한 내용에 따르며 합의 내용은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간에선 이혼소송이 단기간에 마무리된 것은 이혼 재판이 진행될 경우 이 전무의 사생활 및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전무의 재산 규모가 드러날 수 있고 오너십에도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발 빠르게 합의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이 화두로 다시 등장한 것은 장남인 이 전무의 이혼소송 문제가 끝난 다음날 보유하고 있던 차명재산을 모두 실명 전환.

지난달 19일 삼성SDI는 공시를 통해 이 전 회장이 삼성SDI 보통주 39만9371주를 실명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18일 삼성전자도 공시에서 삼성전자 보통주 224만5525주와 우선주 1만2398주를 실명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월에도 삼성생명 주식 324만4800주를 실명 전환하기도 했다. 실명전환 이후 이 전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보통주 3.38%(498만5464), 우선주 0.05%(1만2398주)로 합계 2.94%(499만7862주)가 됐다.

이 전 회장은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제치고 4년 3개월 만에 상장사 주식부호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은 지난달 19일 최근 1804개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지분 가치를 전 날인 18일 종가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이 전 회장이 2조5217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의 이번 주식 실명 전환으로 그의 일가족 상장사 주식 지분가치 총액은 부인 홍라희 씨가 보유한 5177억원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보유한 4017억원 등 총 3조4411억원으로 평가됐다.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실명전환은 지난해 4월 경영쇄신안 발표 당시 약속했던 부분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특검에서 “조세포탈과 관련해 차명계좌 등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하고 누락된 세금 등은 모두 납부 후 유익한 곳에 쓰겠다”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
주식부호 1위 등극?

이 전 회장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이유는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에 기인한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 변호사는 2007년 10월 삼성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 사법부와 국세청 등 국가기관에 대해 전 방위로 금품을 살포하고 법정 증거와 회계 자료 등을 조작했다는 내용을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조준옹 변호사를 중심으로 특검이 꾸려졌다. 삼성의 조직적인 비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함이었다. 당시에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싼값에 인수한 이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를 둘러싼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이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포괄적인 사죄 차원에서 약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이건희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 등기이사 등 경영에서 퇴진 ▲홍라희 관장의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 사임 ▲이재용 전무 삼성전자 CCO(최고고객책임자) 사임, 삼성의 다른 해외 사업장에서 활동 ▲전략기획실 해체 ▲이학수, 김인주 사장 경영에서 퇴진 ▲이건희 차명계좌는 실명으로 전환 ▲금융사업 투명화, 은행 진출 없음 선언 ▲사외이사 선임 신중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 4~5년 내에 매각 검토 등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것이 이 전 회장이 세간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게 된 이유다. 실제 그는 지난 1987년 제2대 삼성 회장으로 취임한 후 21년 동안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그룹 회장직은 물론 삼성과 관련한 모든 직함을 버리고 단지 대주주의 신분으로만 남게 됐다.

그러나 삼성특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다.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등 핵심 의혹 대부분에 대해선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수사를 진행한 경우에도 의혹을 덮기에 급급했다는 것.



또한 법원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등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결국 법원이 차명으로 관리해 왔던 자금을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공식 인정해 주고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을 없애준 해결사 역할만 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삼성은 지난 1월16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60대 고참이 퇴진하고 50대 신진이 부상했다. 이를 두고 모두가 이 전 회장의 지시 하에 ‘이재용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이 팽배했다.

당시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경영 ‘지휘봉’을 놓지 않고 ‘리모컨’ 경영을 통해 삼성을 이끌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지성(58)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의 부상이 꼽힌다. 이 전무의 ‘가정교사’로까지 불리는 최 사장은 조직개편 이후 삼성전자의 투톱 중 하나인 디지털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부문장을 맡았다.

이 전무의 대학 선배인 이인용 삼성전자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 홍보팀장으로 전진 배치됐다. 더욱이 지난해 6월 삼성쇄신안을 이행한다며 사임했던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이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복귀했다.

박희태 대표·김문수 지사
“이 전 회장 경영 복귀해야”

두문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전 회장. 하지만 그의 경영복귀 요청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일례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주문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라가 위험하면 사회지도층이 솔선해서 최전방에 나가 목숨 바치고 하는 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냐”면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복귀를 희망했다.

김 지사는 이에 앞서 지난 1월14일 아주대학교 ‘유비쿼터스SOC 최고위과정’에서 가진 특강과 같은달 28일 KBS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화장의 경영 복귀를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5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12일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도 이같이 요청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침체된 우리나라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 또 재계 일각에서도 지난 정기인사에서부터 이 전 회장의 복심과 노림수가 곳곳에 배어있고 옛 구조본이 부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외부에서 계속해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검토도 안 하고 있다”며 “경영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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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