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던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메프’가 결국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10일, 위메프의 회생 절차 폐지 결정을 확정하고,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위메프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앞서 법원은 회생 절차 폐지 당시 “채무자(위메프)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파산관재인은 임대섭 변호사로 선임됐다. 채권신고 기간은 내년 1월6일까지며, 채권자 집회와 채권조사기일은 같은 달 27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재인은 위메프 재산을 파산재단에 편입해 환가한 뒤, 배당표 순서에 따라 채권자에게 배당한다. 절차가 종결되면 회사는 사실상 소멸하므로, 남은 빚(미배당 채무)은 회사 기준에선 더 이상 논할 수 없게 된다.
위메프의 미정산·미환불 피해자는 약 10만8000명, 피해 규모는 5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금·퇴직금·조세 등 재단채권이 우선 변제되기 때문에 일반 채권자들이 몫은 사실상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Y한영회계법인이 올해 초 법원에 제출한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의 수정 후 총자산은 486억원, 부채총계는 4462억원이며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는 각각 134억원, -2234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위메프는 최종 파산했다. 10만 피해자들은 0%의 구제율, 즉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이는 예견된 참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명백한 ‘사기’였음에도, 사법부는 법적 원칙이라는 벽 뒤에 숨었으며, 정부는 민간기업의 일로 보고 피해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면서 “결국 국가는 이 사태를 방치함으로써 작게는 위메프의 10만 피해자, 넓게는 티메프 50만 피해자를 두 번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검은우산 비대위는 “비록 기업은 파산했지만, 이 부당한 현실을 알리고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티메프 사태 외에도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해 사회가 촘촘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위메프는 같은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엇갈린 길을 걷게 됐다. 두 회사 모두 인수·합병(M&A)으로 외부 자금을 끌어와 채무를 갚으려 했으나 위메프는 결국 인수자 확보에 실패한 반면, 티몬은 신선식품 새벽 배송 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이 181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처지는 별반 다르지 않다. 티몬이 회생절차를 종결하면서 전체 채권자의 96.5%에 대해 변제를 집행했다고 보도되기도 했지만,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상 일반 회생채권 변제율은 약 0.75%에 불과하다.
즉 채권액이 100만원이면 7500원만 갚아도 ‘변제 완료’로 처리되는 구조기 때문에 나머지 손실은 사실상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가에선 이 같은 피해를 두고, 기업이 법적 책임을 사실상 면피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대안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플랫폼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뚜렷하게 진척되는 느낌이 없다”며 검색 순위 조작 등 자사 우대 행위 방지, 수수료 상한제 도입, 정산 기한 단축, 입점업체 단체협상권 부여 등을 법안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몇 가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하루 빨리 국회 입법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위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일명 ‘티메프 사태’는 지난해 7월 큐텐 계열 이커머스 기업인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업체에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정산 지연이 대규모 소비자 환불 지연으로 번지며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업계에선 모회사 큐텐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자본잠식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소비자 47만명, 판매자 5만6000여명, 두 회사의 미정산 금액은 총 1조27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억원 이상 피해 업체는 981곳에 달했고, 이들의 채권액이 전체의 88.1%를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피해를 본 판매자와 파트너,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편,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9명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kj4579@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