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가볼만한 곳 ①금강산 버섯바위(신선대), 화암사, 능파대, 자작도해수욕장, 대진항

고성으로 떠나는 다섯 가지 쉼표 여행

푸른 파도가 밀려와 설악산 자락 고요한 땅에 부딪혀 유리알처럼 부서지는 곳.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해 강릉, 양양보다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한적한 곳에서 느린 여행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다.

고성은 민족의 명산이라 불리는 금강산을 품은 곳이다. 화암사 입구부터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1만2000개의 봉우리 중 가장 남쪽 봉우리인 신선봉에 닿는다. 신선봉 남쪽에는 울산바위가 자리한다. 금강산이 되기 위해 울산에서부터 올라오다가 선착순에 들지 못해 주저앉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다.

존재감

비록 금강산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둘레가 4㎞에 달하는 여섯 개의 거대한 바위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한다.

신선봉으로 가는 길에는 울산바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 관광객들이 ‘버섯바위’라 부르는 장소가 있다. 최근에는 이곳의 비경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탐방객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입산 통제 기간과 울산바위가 보이는 정확한 위치를 알고 가는 것이 좋다.

금강산이라고 해서 거창한 등산을 할 필요는 없다. 등산 코스는 1.2㎞ 길이의 급경사 코스인 ‘등산하는 길’, 2㎞ 길이의 완경사 코스인 ‘산림치유 길’로 나뉘어 있는데,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천천히 가도 1시간 정도면 버섯바위에 오른다.


두 개의 등산로는 그 안에 감춰둔 풍경이 사뭇 다르다. ‘등산하는 길’에서는 신선봉의 주요 바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먼 옛날, 쌀이 나온 적이 있었다는 전설이 담긴 ‘수바위’, 시루떡처럼 생긴 ‘시루떡 바위’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산림치유 길’은 신선봉과 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등산로 오른쪽으로 보인다. 금강산 자락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중간 지점에는 고목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데, 금강산을 바라보며 쉬어가라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

등산로를 따라 신선대까지 왔다면, 지금부터는 남쪽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가야 한다. 몇 걸음 만에 울산바위를 볼 수 있는 너른 바위, 버섯바위가 나타난다. 암반 지대 초입에서도 울산바위가 빚어낸 절경을 훤히 감상할 수 있으니 끄트머리 쪽으로 다가가지 말자. 돌풍이 많이 부는 곳이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강산 탐방 후 쉬어갈 만한 장소로 화암사를 추천한다. 화암사는 신라 혜공왕 5년(769년), 진표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사찰이다. 금강산에 있다는 8만개의 암자 중 남쪽에 있는 첫 번째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여러 차례 소실과 중창을 거쳤음에도, 주변 풍광만큼은 금강산 사찰답게 화려하다.

사찰 규모는 작은 편이고 삼성각, 미륵전 등 주요 건물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다. 산세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륵전에 오르면 경내를 비롯해 고성과 속초 시내, 나아가 광활한 동해까지 한눈에 담긴다. 사찰 내에는 전통찻집도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서
즐기는 느린 여행

전각 내부처럼 꾸며진 독특한 인테리어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바위가 매력을 더한다. 판매하는 음료는 전통차부터 에이드까지 종류가 다양하며, 간단한 한과류를 함께 제공한다. 전통차 한잔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를 권한다.


지난 2021년, 방탄소년단(BTS)이 국내 곳곳에서 화보(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고성 능파대도 그 촬영지 중 하나다. 바위에 걸터앉아 포즈를 취한 방탄소년단의 사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능파대는 전 세계 팬들이 방문하는 글로벌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능파대는 해안을 뒤덮은 바위 군락이다. 원래는 해안 가까이에 솟은 암초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문암천 하구에서 운반된 모래가 주변에 쌓여 육지와 연결됐다. 바위 표면은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암석이 풍화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요철로, 에멘탈 치즈나 벌집을 연상시킨다. 이색적인 형태 덕분인지,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에 지정되며 지질학적 중요성도 인정받았다.

능파대에는 탐방로도 설치돼있다. 길이는 짧지만 바위 군락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기에는 충분하다. 곳곳에 자리한 성인 키만큼 패인 구멍들은 포토존으로 안성맞춤이다. 방탄소년단 멤버처럼 바위 위에 직접 올라가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위험하니 따라 하지 말자.

자작도해수욕장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여행자에게 적합한 피서지다. 주변에 식당, 카페, 숙소 등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해수욕장 규모도 작은 탓에 한여름 휴가철에도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크고 작은 암초가 모여 있는 북쪽 해변은 아이들이 놀기 좋다. 해변에 유료 샤워장이 있어 물놀이 후에는 깨끗이 씻을 수도 있다. 자작도해수욕장 일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도 볼거리다. 물고기가 숨어 있기 좋은 환경이고 수중 가시거리도 좋아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대진항은 대한민국 최북단에 자리한 항구다. 고성군 시내와 가장 동떨어진 지역임에도 나름 큰 규모로 운영 중이다. 대진항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수산물은 문어다. 이 지역에서 문어는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데다,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대왕문어도 많이 잡힌단다.

대진항

대진항을 통해 들어온 문어와 고성의 싱싱한 해산물은 항구 앞에 자리한 대진항 수산시장에서 맛볼 수 있다. 대진항 여행은 단순히 해산물을 먹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항구 주변에 조성된 대진항 해상공원에서는 철제 다리를 따라 바다 위를 걸어보거나, 알록달록한 방파제를 배경으로 색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문어를 본떠 만든 캐릭터 ‘대무너즈’ 조형물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여행 정보>
-금강산 버섯바위(신선대)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길 100(화암사 주차장 이용), 주차 요금: 1일 4000원(버스 하루 1만원), Tip: 신선대에서 버섯바위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비법정 탐방로므로 안전에 각별한 주의 필요, 입산 금지 기간: 봄 (2월1일~5월15일), 가을(11월1일~12월15일)
-금강산 화암사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길 100, 문의: 033-633-1525
-능파대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65
-자작도해변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자작도선사길(죽왕면)
-대진항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항길 (대진리), 문의: 033-680-3411~4, 운영 시간: 해상공원 09: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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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