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 ④홍천 행복공장

나 홀로 독방서 보낸 24시간

이따금 이런 상상을 해본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작은 공간에 오롯이 나 혼자다.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전자기기는 없다. 시계도 없다. 대신, 초록빛 자연을 담은 큰 창 하나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두 권과 끄적거릴 노트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종일 멍때려도 될 자유가 있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본 상상의 공간이 완벽하게 재현된 현실판 장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갔다.

강원도 홍천으로 접어들어 홍천강 지류를 따라 초록이 한창인 산야를 눈에 머금고 얼마를 달렸을까? 행복공장이라는 작은 간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많고 많은 공장 중 행복을 만드는 공장이라니. 누가 이런 공장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 호기심을 잔뜩 품고 방문자센터로 들어선다.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는 정신없이 살던 검사 시절 ‘교도소 독방 같은 데서 딱 일주일만 쉬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고, 그게 행복공장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공간에서 그는 연극인인 아내 노지향 원장과 함께 성찰과 나눔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다, 안타깝게도 암 투병 끝에 2022년 세상을 등졌다.

독방 체험

비록 그는 떠났지만, 행복공장은 여전히 설립자의 뜻대로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한 곳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공장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이 주로 참여하는 체험은 ‘나를 만나는 하루, 독방 24시간’이다. 1.5평(5㎡) 남짓한 독방에 하루 동안 혼자 머물며 자신과 마주하는 성찰 프로그램이다. 오전 10시30분경 행복공장에 도착하면, 오리엔테이션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프로그램 관련 전반적인 설명과 시설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는 시간이다. 동시에 참가자들이 참여 동기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맞벌이로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며 바삐 지냈다는 30대 아빠, 오랜 세월 부부 문제로 힘들었다는 50대 여성, 자식들이 다 커서 혼자 있는 시간은 많지만 정작 나를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는 50대 여성 등 많은 사람이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혼자만의 시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독방 입소 전, 다 함께 점심 식사와 산책을 한다. 자연과 손맛이 담긴 정갈한 음식으로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행복공장 앞 강변 시골길을 따라 느긋한 산책을 즐긴다. 산책길에는 이곳 마스코트인 ‘댕댕이’ 해피와 토리가 함께해 더욱 정답다. 이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시간. 푸른 빛 감도는 수련동 건물로 이동한다. 감옥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철문 옆에는 ‘내 안의 감옥’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노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안에 다 저마다의 감옥을 하나씩 짓고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내가 어디에 메어 있는지, 나의 감옥은 뭔지, 나의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뭔지를 깊이 돌아보면서 알아차리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기 마음속 감옥의 문을 여는 열쇠는 본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본인이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인 거죠.”


행복공장에서 홀로 마주한 자유

그의 말을 곱씹으며 건물에 들어선다. 계단 옆으로 작은 방들이 조르륵 어깨를 맞댄 모습이 흡사 교도소 같다. 각자 부여받은 번호에 맞춰 자기 방을 찾아간다. 어른 둘이 누우면 꽉 찰 정도의 작은 방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입구에 커튼으로 분리한 화장실이 있고 작은 세면대와 좌식 탁자, 요가 매트, 다기 세트 등이 있다. 화장실 위에는 이불 넣는 수납장을 배치했다. 공간 활용을 야무지게 한 덕에 혼자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오후 1시반쯤이 되자 ‘댕, 댕, 댕’ 맑고 깊은 싱잉볼 소리가 들린다. 이제 곧 방문을 닫는다는 신호다. 시계도 스마트폰도 없는 공간에서 싱잉볼 소리가 폐문과 개문, 식사 시간 등 주요 일정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철컹!’ 밖에서 문을 잠근다. 곧이어 배식구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이상한 일이다. 좁은 공간에 갇히는 순간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상과 달리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다. 신체적 자유를 빼앗긴 독방에서 비로소 심적 자유를 얻은 느낌이랄까. 갇힌 공간에서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곳에서 계획 따위는 필요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따르면 그만이다. 챙겨 온 책을 읽다 누워서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준비된 차를 내려 마시다 탁자 위에 놓인 212호 방명록도 뒤적거려 본다.

10대, 20대, 중장년층 등 이 방을 거쳐 간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이야기가 담겼다. 누군가는 고민을 남겼고 누군가는 거기에 답이나 응원을 달았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얼굴도 모르는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빌게 된다. ‘댕, 댕, 댕’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싱잉볼 소리가 들리고 도시락이 배식구를 통해 들어온다. 과일과 떡, 선식으로 구성된 간소한 식사다. 절제된 식사로 몸을 가볍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함이다. 몇 시인지도 모를 시간에 잠이 들었고 새벽 6시를 알리는 오르골 소리에 살포시 잠에서 깨어났다.

자장가인 듯, 알람인 듯한 부드러운 오르골 소리를 들으며 수면과 기상 사이를 오가고 있을 무렵, 절 명상이 시작된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생각하며 첫 번째 절을 올립니다’로 시작한 절 명상은 ‘이 모든 것을 품고 하나의 우주인 귀하고 귀한 생명인 나를 위해 백여덟 번째 절을 올립니다’로 끝난다. 절은 스무 번쯤에서 중도 포기했으나 각 절에 담긴 108가지 의미만은 끝까지 새겨듣는다. 아침 도시락을 먹고 마지막 독방의 자유를 누려본다. 철컹! 다시 일상과 연결되는 문이 열린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을 조건으로 가석방을 명한다’는 내용의 가석방 증명서를 품에 안고 일상 속으로 복귀한다.

무궁화 테마 여행

홍천을 방문했다면 무궁화 테마 여행을 즐겨 보자. 홍천은 대한민국 무궁화 메카 도시로, 무궁화와 관련된 다양한 명소가 있으며 무궁화수목원과 무궁화테마파크가 대표적이다.
무궁화 보급 운동에 앞장선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을 기리는 뜻에서 설립한 무궁화수목원은 무궁화품종원, 무궁화미로원 같은 주제원과 어린이놀이터, 숲속도서관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포토존으로 인기인 무궁화의집도 수목원의 자랑거리다.
수목원과 약 5㎞ 거리에 자리한 무궁화테마파크도 함께 돌아볼 것. 무궁화를 비롯한 각종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자연 속 힐링 공간으로,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과 숲속에 완만한 목재 덱으로 조성한 무장애나눔길이 매력을 더한다.

 


<여행 정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행복공장 ‘나를 만나는 하루, 독방 24시간’ 체험 프로그램
-둘째 날 행복공장→무궁화테마파크→무궁화수목원

운영 정보
홈페이지 참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홍천군 문화관광 www.hongcheon.go.kr/tour
-무궁화수목원 www.hongcheon.go.kr/mugunghwa

문의 전화
-홍천군 관광문화과 033)430-2471
-무궁화수목원 033)430-2775

대중교통
버스 서울-양덕원,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13회(06:15~21:3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행복공장까지 차로 10분 이동(픽업 서비스 제공). *문의: 동서울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홍천군 대중교통정보 www.hongcheonbus.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미사IC→미사대로→팔당대교 양평 방면 우측 도로→팔당대교→경강로→양평·홍천 방면 고가도로→양덕원교차로에서 비발디파크·양덕원 우측 도로→양덕원로→양덕원교→명덕길 방면 좌회전→행복공장

숙박 정보
-비발디파크: 서면 한치골길,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village_vp
-고향의봄: 서면 한치골길, 033)436-5577, www.pensionlove.com
-힐리언스 선마을: 서면 종자산길, 1588-9983, www.healience.co.kr

식당 정보
-장원막국수 본점(순메밀 비빔국수): 홍천읍 상오안길, 033)435-5855
-양지말화로구이(고추장 화로구이): 홍천읍 양지말길, 033) 435-7533
-몽고피자(몽고햄버거): 홍천읍 희망로4길, 033)432-2760
-길151 한옥카페(커피): 남면 길골길, 0507-1405-1948

주변 볼거리
홍천전통시장, 팔봉산, 수타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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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