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특검 표적' 대통령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22 17: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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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BBK, 다스…MB 미스터리 원샷?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내곡동 부지 특별검사' 개시 하루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해외로 나가 '도피성 출국'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의 '꼼수'가 불쾌했는지 이광범 특검팀의 행보가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수사의 ABC라는 출국금지·계좌추적·압수수색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과연 내곡동발 특검이 BBK·도곡동·다스를 둘러싼 이 대통령과 이 회장 간 '실소유주' 의혹 뇌관까지 건드리게 될까.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의혹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광범)의 수사 개시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 중국으로 출국해 '도피성 출국'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6일부로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맡게 된 이광범 특검팀은 이시형(34)씨와 이 회장,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주요 수사대상자 10여명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활동이 시작된 16일 0시를 넘기자마자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를 제외한 사건 관계자 전원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 서류를 법무부에 접수한 것.

도피성 출국일까
업무상 출장일까

하지만 법무부는 이 회장이 특검팀 수사 개시 전인 15일 이미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새벽 특검팀에 출국금지 불가 통보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로 나간 사람을 출국금지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회장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은 특검팀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쾌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시형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시형씨에게 차용증을 받고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자금 6억원을 빌려줬다. 따라서 이 회장은 시형씨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자금 11억2000만원의 조성 과정을 밝히는 데 필요한 핵심 참고인이다.


특검팀 한 관계자는 "조사 하루 전날 출국할 줄 누가 알 수 있었겠느냐"며 "특검이 받은 건 법무부의 출국금지 불가 통보공문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의 소재가 파악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연락을 취해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시형씨가 기소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청와대와 교감을 갖고 출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스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이 회장은 신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원덩 등지에 있는 다스의 협력사 공장으로 출장을 간 것"이라며 "이번 출장은 사전에 계획돼 있었고 이달 24일 귀국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의 출국은 도피성 출국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즉각 소환을 주장했다.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 내곡동 수사 급물살
핵심인물 이 회장 하루 전날 갑자기 중국행

지난 18일 이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국감상황점검회의에서 16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의 블로그 'Secret of korea'에 공개된 2003년 이명박 대통령의 미 법원 진술서를 꺼내 들었다.

진술서 6항 '진술인과 다스와의 관계'에서 이 대통령은 "진술인의 친형인 이상은이 다스의 주요 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다스의 실제 운영은 대표이사 사장 CEO인 김성우의 책임하에 이루어져 왔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친형은 다스의 운영 및 책임과 무관하다고 이 대통령이 나서서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하면 지금 이 회장이 업무차 급히 중국에 갈 일이 없는 것 아니냐"며 "즉각 중국으로 소환장을 보내서 이 회장을 귀국조치 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의 진술서를 공개한 안씨도 블로그에 글을 올려 "과거 이 대통령의 진술서는 지금 이 회장의 '업무상 출장'이라는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동생 이 대통령이 형님의 해외도피를 입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진술서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특검은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6곳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특검팀은 경주에 있는 다스 본사와 이 대통령 아들 시형(34)씨의 사무실과 숙소 등에서 압수물을 확보했고 사저부지 거래에 개입한 내곡동 부동산 중개업소 2곳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18일에는 사저부지 실무계약을 담당 했던 김태환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을 소환해 14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특검팀은 다스 본사와 이 회장의 집, 시형씨 숙소 등에서 확보한 각종 거래 내역과 시형씨 등의 계좌거래 추적을 통해 이번 재수사의 핵심 쟁점인 배임 및 이 대통령의 부동산거래 실명제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팀이 1차 압수수색 대상으로 청와대가 아닌 이 회장과 다스를 정조준한 것은 수사 개시 전날 돌연 중국으로 출국한 이 회장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조속한 귀국을 종용하는 뜻도 어느 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곡동 특검
다스 정조준

헌정사상 최초 청와대 압수수색 실시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당초 법조계 일각에서는 압수수색에 청와대 경호처가 포함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청와대 경호처가 대통령 사저부지 매입을 주도했고 사저와 경호동의 지분 배분 문제에도 관여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내곡동 사저 의혹 관련자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시형씨는 부친인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가지 편의상 사저부지를 먼저 네 명의로 취득했다가 사저 건립 무렵 자신이 재매입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다스는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부터 이 대통령이 차명으로 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회사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번 특검으로 묻혀있던 다스 실소유주 의혹까지 파헤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법에 명시된 특검의 수사 범위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이 회장 간 실소유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다스는 자동차 의자를 전문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대부기공(다스의 전신)은  1987년 7월 경주시 외동농공지구에 설립됐다. 1999년엔 충남 아산시에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을 준공해 세력을 확장했고 중국, 미국, 인도 등에 해외법인도 있다. 2003년 지금의 이름으로 기업 명칭을 변경했다.

다스는 매년 30% 이상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지만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BBK 사건 이후 일약 유명세를 탔다.

다스는 지난해 7367억원의 매출액과 33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04년 2282억원의 매출과 비교하면 7년 만에 3.2배나 늘어난 것. 이 회사의 높은 성장률은 매년 현대자동차에 총매출의 40%가 넘는 안정적인 납품을 하고 있는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다스의 최대 주주는 이 회장으로 46.8%(13만96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과 함께 다스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대 주주는 이 대통령 처남 고 김재정(김윤옥 영부인 오빠)씨의 부인 권영미씨도 24.26%(7만2300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3대 주주는 권씨의 상속세 납부로 19.7%(5만8800주)를 소유하게 된 기획재정부, 4대 주주는 5.0%(1만4900주)를 소유한 청계재단, 5대 주주는 이 대통령의 친구이자 청계재단 감사인 김창대씨로 4.2%(1만24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도곡동·BBK·다스
풀리지 않은 의혹

당초 최대주주였던 김재정씨의 지분(43.99%·13만1100주)은 2010년 2월 그가 사망하면서 권씨가 넘겨받았다. 당시 권씨는 상속세를 현물인 다스 지분으로 국세청에 물납했다. 권씨의 상속세 물납은 청계재단 논란에 이어 또 한 차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청계재단이 권씨로부터 기부받은 5%를 통해 다스 경영권 및 의사 결정 과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자 "결국 이 대통령이 다스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약속한 재산 사회 환원을 이행하면서 만든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관리하고 있어 이 같은 의혹에 힘이 실렸다. 실제로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 송정호 전 법무장관이 이사장, 사위 이상주 변호사가 이사, 고교 동창인 김창대씨가 감사를 맡고 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 'BBK' 의혹 등 대선 때 불거졌던 '핵폭탄급' 의혹들과 연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다스는 연간 수입의 6배인 190억원을 BBK에 투자했다.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이 대통령 차명 보유 의혹이 불거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매각 대금이 다스에 투자돼 BBK로 흘러갔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즉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일부가 다스로 흘러갔고, 다스의 자금이 BBK로 흘러갔다고 볼 수 있는 것. 따라서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BBK의 실제 소유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항상 '실소유주가 누구냐'였다. 이 대통령의 큰형 이 회장과 이 대통령 처남 김재정씨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던 도곡동 땅 및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의혹은 끊이질 않았다.

17대 대선 경선 당시 도곡동 땅 차명 의혹 수사를 담당 했던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상은씨 소유가 아닌 건 분명하지만 실소유주 확인까지는 어려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모든 의혹에 대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MB 차명재산 의혹 재점화
이번에 해소될지 초관심

당시 검찰은 도곡동 땅의 차명보유를 밝혀내고도 불기소 처분하고 수사를 공식 종결해 질타를 받았다. 당시 김동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사건이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를 통해 수사를 종결한 것 아니냐"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선병렬 신당 의원 역시 "결국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땅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는 것 아니냐"고 검찰을 압박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이 회장은 "도곡동 땅과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는 내가 키워 온 내 재산이다"고 맹세했고 결국 이 대통령은 차명 재산관리 의혹들을 뒤로한 채 대선에서 승리했다.

도곡동·다스·BBK 3대 의혹은 이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실소유주 논란을 끊임없이 부인했지만, 주식 보유자 면면만 봐도 '가족 기업'임은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2010년 8월9일 시형씨가 다스에 입사하면서 의혹들은 더욱 증폭됐다. 그는 33살의 나이로 다스에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했고 지난 3월1일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해 경주 본사의 기획팀장으로 전보됐다. 입사 6개월 만에 차장에, 핵심 보직인 기획팀장으로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초고속 승진인 셈. 또 지난 2월 3년 만에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며 기획경영실 업무를 책임지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시형씨가 다스의 경영권까지 올라가 이 대통령의 재산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 3형제의 맏형이다.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보다 2살 많고, 이 대통령보다 8살 많다. 이 대통령과 같은 포항 동지상고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85년부터 대원산업 대표로 일하다가 1987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의 대표이사가 됐다. 그 후 25년을 다스의 대표이사로 살아왔다. 이 회장은 정치인으로 데뷔한 동생들과 달리 평범한 기업인의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이 대통령의 차명재산 논란이 일 때마다 입길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 이광범 특검팀에 제대로 걸린 듯하다. 이 특검팀의 행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 이 특검팀은 출범 당시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와중에 핵심 참고인인 이 회장이 '도피성 출국'을 하자 이에 자극을 받아 수사 강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는 것.

MB 실소유주
논란 끝낼까?

특검 이전 검찰 수뇌부의 내곡동 사저 사건은 "수사할 것도 없고 판단만 남았다"는 냉소적 반응과 달리 이 특검팀은 수사 착수 이틀 만에 '주요 거점'을 압수 수색하는 등 강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장과 시형씨의 사무실 및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더 나아가 계좌추적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ABC라는 출국금지·계좌추적·압수수색을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BBK 사건에 연루돼 천안교도소에서 징역을 사는 김경준씨도 자서전 <BBK의 배신>을 통해 "BBK뿐만 아니라 다스의 실소유주도 이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BBK 관련 미국 내 소송을 맡은 재미 변호사도 입국하더니 "BBK수사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꾹꾹 묻어두었던 도곡동 땅·BBK·다스 3대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레임덕은 맞은 이 대통령이 큰 형님과의 '실소유주' 의혹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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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