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 ①맹개마을

백두대간 속 고립된 섬

첩첩산중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어느 깊은 골짜기, 강을 건너야만 닿는 마을이 있다. 오직 물줄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소형 모터보트, 그리고 큰 바퀴를 자랑하는 트랙터만 이 강을 오갈 수 있을 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 흔한 다리 하나 없다는 뜻이다. 최근에서야 징검다리 하나가 생겼을 뿐이다. 접근의 불편함을 매력으로 삼는 이곳은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자리한 맹개마을이다.

앞으로는 낙동강이, 뒤로는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여러 봉우리가 감싼 이곳은 육지 속 섬처럼 고립된 형태를 띤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의 풍경만큼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조선 시대의 대학자, 퇴계 이황조차 친구에게 남긴 문장에 언급했을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선사한다.

빼어난 절경

1980년대 초까지 맹개마을에는 네다섯 가구가 살았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교통,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했던 탓에 하나둘 시내나 대도시로 떠났고, 마을은 방치되다시피 했단다. 버려졌던 마을에 다시 사람이 찾아온 것은 약 20년 후의 일이다.

농업회사법인 ‘밀과노닐다㈜’의 김선영 대표, 박성호 이사 부부가 이곳으로 귀농해 밀과 메밀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에 쓰러져가는 집 두 채만 있었다고 하지만, 부부는 이 땅을 훌륭히 가꿔냈다.

현재 맹개마을은 직접 재배한 유기농 밀로 소주를 빚는다. 이곳에서 출시한 ‘안동 진맥소주’는 한국 최초의 밀소주다. 고문헌에 따르면, 그 역사는 훨씬 깊다. 조선 초기의 학자, 김유가 쓴 조리사 <수운잡방>에 진맥소주의 주조법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맹개마을은 수운잡방에 기록된 주조법을 토대로 밀소주를 복원했고, 그게 오늘날의 안동 진맥소주가 됐다.

진맥소주의 인기는 대단하다. 전통주 애호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물량은 해외 유명 식당에 납품되기까지 한다. 국내와 국제 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쓸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중이기도 하다.

2024년, 맹개마을은 ‘한국관광의 별(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찾아가는 양조자(농림축산식품부)’에 선정되며 더욱더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맹개마을은 진맥소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자에 한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트랙터 타기 체험, 시음, 양조장 시설 견학 등으로 구성돼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면, 맹개마을에서 트랙터가 마중을 나온다.

수심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체험은 정말이지 독특하다. 트랙터 바퀴가 강물에 닿을 때 튀는 물방울, 덜컹거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즐거움으로 바꿔준다.

접근이 불편한 만큼 특별한 곳
안동 맹개마을

맹개마을에 도착하면 이 공간에 관한 설명, 안동의 풍경과 낙동강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다음으로는 맹개마을에서 빚는 밀소주, ‘진맥소주’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농사를 짓는 중, 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소주 주조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빚은 소주를 직접 시음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소주인 40˚ 진맥소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주류품평회에서 다수의 상을 휩쓴 53˚ 진맥소주는 더 자세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수입한 버번 캐스크에 소주를 넣고 숙성한 ‘시인의 바위’는 그동안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맛과 풍미를 내세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 술을 빚었는데도 색다른 맛과 향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틀림없이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속세를 벗어나 하룻밤 쉬어가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맹개마을은 소수의 방문객이 고요한 하룻밤을 누릴 수 있는 숙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찾아오기 어렵다는 점을 역이용해 그 누구도 쉽게 방문할 수 없는 숙소를 구현한 점이 흥미롭다.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말고는 아무런 잡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맑은 날 밤이면, 하늘을 수놓는 별천지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맹개마을은 투숙객을 위해 진맥소주 한 잔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한식 요리들을 코스 형태로 내어준다. 맹개마을이나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해 나물무침, 장아찌류 등을 제공한다. 특히, 직접 재배한 메밀로 만든 묵과 맹개마을 내에서 채집한 표고, 돌나물 등도 꼭 맛보도록 하자.

안동찜닭, 간고등어 등 안동의 유명 요리와 돼지고기 바비큐도 함께 내어준다. 마음에 드는 소주 한 병을 구매해 일행과 하룻밤을 즐기는 것도 맹개마을을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이다.

마을 주변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택과 서원, 명소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농암종택이다. 맹개마을에 들어가기 직전, 낙동강 자락에서 마주치게 되는 바로 그 고택이다. 이 고택은 1504년(연산군 10년),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농암 이현보의 종택이다. 지금도 농암 선생의 후손이 집을 지키고 있으며, 한옥스테이로 운영 중이다.

퇴계 이황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다면 도산서원으로 향하자. 한양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퇴계 선생이 학문하며 직접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도산서당이 중심인 공간이다. 도산서당 옆에 퇴계를 기리는 사당이 추가로 세워져 오늘날의 서원 형태가 갖춰졌다.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당시에도 정리 대상에서 제외됐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유적이다.

도산서원

낙동강과 안동호의 절경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선성현문화단지가 제격이다.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옛 성선현 관아 건물을 복원해 둔 곳이다. 한복 체험, 유교 문화 체험, 전통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민속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마당이 있다. 안동호 쪽으로는 물 위를 걸어갈 수 있는 1㎞ 길이의 선성수상길이 이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성현문화단지→도산서원→농암종택→맹개마을→월영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안동민속촌→월영공원→선성현문화단지→맹개마을
-둘째 날 농암종택→도산서원→유교문화박물관→안동구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맹개마을 https://www.instagram.com/mengemaeul_official
-농암종택 http://www.nongam.com
-도산서원 https://www.andong.go.kr/dosanseowon
-선성현문화단지 https://koreanhouse.kr
-안동관광 https://www.tourandong.com

문의 전화
-맹개마을 010)7604-0065
-농암종택 054)843-1202
-도산서원 054)856-1073
-선성현문화단지 054)840-3475
-안동관광 054)840-3434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 운행(08:10, 08:40, 12:00, 14:00, 15:30, 16:20), 약 2시간55분에서 3시간10분 소요, 안동초교정류장 하차 후 안동초교정류장에서 512번 버스 이용, 가송 경유 버스일 경우 가송, 그렇지 않을 경우 소두들 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경안여객 054)821-4071

-기차 서울-안동, 서울역에서 안동행 KTX-이음 하루 4회 운행(08:57, 10:59, 15:01, 21:31), 약 2시간16분에서 2시간26분 소요, 안동역 하차 후 안동역에서 410번 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12번 버스로 환승, 소두들 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코레일 1588-7788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 진출→251m 이동 후 ‘소백산국립공원, 풍기, 봉화’ 방면으로 우회전→1.3㎞ 이동 후 봉현교차로에서 ‘단양, 영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에서 9시 방향→73m 이동 후 봉현교차로에서 ‘안동, 영주, 봉화’ 방면으로 왼쪽 방향→8.9㎞ 이동 후 가흥교차로에서 ‘울진, 봉화’ 방면으로 오른쪽 방향→21㎞ 이동 후 금봉교차로에서 ‘청량산, 영양, 봉성’ 방면으로 우회전→5.6㎞ 이동 후 봉성삼거리에서 ‘재산’ 방면으로 왼쪽 방향→7.8㎞ 이동 후 도천삼거리에서 ‘재산’ 방면으로 우회전→964m 이동 후 ‘명호’ 방면으로 우회전→8.5㎞ 이동 후 청량산삼거리에서 ‘안동, 도산서원’ 방면으로 우회전→2.5㎞ 이동 후 ‘가송리’ 방면으로 좌회전→540m 이동 후 ‘가송길’ 방면으로 우회전→1.3㎞ 진입 후 맹개마을 주차장

숙박 정보
-안동 리첼호텔: 관광단지로, 054)850-9700
-전통리조트 구름에: 민속촌길, 054)823-9001
-브라운도트 안동문화의거리점: 문화광장길, 054) 857-7600

식당 정보
-대자연가든: 토종닭백숙, 도산면 가송길, 054)852-3222
-카츠예안: 수제돈카츠, 도산면 선성길, 054)841-9272
-메밀꽃피면: 막국수, 도산면 선성4길, 054)843-1253

주변 볼거리
안동호,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청량산, 월영공원, 안동민속촌, 안동시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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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