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 한국관광 100선 ①파주 임진각과 DMZ 생생누리

분단을 넘어 평화의 시대를 꿈꾸다

DMZ(비무장지대, Demilitarized Zone) 접경 지역에 조성된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은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관광지로 꾸준히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이 고향을 바라보며 통일을 염원하던 임진각과 망배단을 비롯해 전쟁 때 파괴되어 끊어진 채로 있는 임진강 독개다리, 수십 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지하 벙커 등이 자리해 있다. 알록달록한 바람개비들이 꽂혀 있는 잔디 언덕과 임진강변생태탐방로 등 아픈 역사를 위로해 주는 자연 친화 공간도 넓게 펼쳐져 있다.

철책 너머 임진강을 가로질러 가는 파주 임진각평화곤돌라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을 하늘길로 잇는 특별한 이동 수단이다. 강 건너 민통선 지역에 들어서면 마치 수십년 세월을 넘어온 듯 기분이 묘해진다. 곤돌라서 하차한 후 오른쪽 언덕을 오르면 캠프 그리브스에 닿는다.

임진각평화곤돌라

한국전쟁 이후 50여년간 미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미군이 철수한 후에는 숙소와 차량 정비고, 탄약고, 볼링장 등을 그대로 살려 전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부터는 시간별 가이드 투어(70분)를 운영한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50분까지 하루 5회 운영하며 선착순 매표한다(1회당 100명 이내). 입장료는 3000원. 월요일과 1월1일, 설·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투어에 참여하면 가이드 안내에 따라 캠프 내 여러 공간을 관람할 수 있다. 미군들이 실제 생활했던 퀀셋(길쭉한 반원형의 간이 건물) 막사에 꾸민 다큐멘타관이나 판문점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장)을 재현한 기획전시관, 독신자 부사관 숙소를 활용한 중립국감독위원회 국가 전시관 등 볼만한 전시들이 많다.

탄약고에 설치된 이승근 작가의 작품 ‘이 선을 넘지 마시오’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통해 분단의 역사를 넘어 희망으로 향하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갤러리 그리브스에는 정전 협정 서약서가 전시돼있으며 장사리 전투 등 학도의용병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특히 이우근 학생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는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캠프를 나서면 반대쪽 길로 걸음을 옮겨보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담 때 함께 걸었던 파란색 ‘도보다리’가 재현돼있다. 다시 곤돌라에 탑승해 철책 너머로 되돌아오는 길,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한층 더 커진 걸 느낀다. 파주 임진각평화곤돌라 요금은 1만2000원(일반 캐빈 대인 왕복 기준)이며 3월10일과 6·9·12월 첫 번째 월요일에 휴장한다.

아이가 있다면 ‘2025-2026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된 DMZ 생생누리는 필수 코스다. DMZ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실감 미디어와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층 DMZ 포털에는 셔틀 라이더, 드론 라이더, DMZ 비밀의숲, DMZ 생생동물원 등 흥미로운 공간들이 많다. 특히 VR기기를 이용한 드론 라이더는 지리산과 설악산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거나 DMZ 접경지를 오프로드로 즐기는 생동감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전쟁 아픔과 평화 소중함 
일깨우는 특별한 관광지

2층은 DMZ 지역과 아름다운 자연을 미디어 아트로 꾸며 놓았다. 대형 미디어월에 투영된 환상적인 장면들이 DMZ 안에 숨은 보물처럼 느껴진다. 입장권은 성인 8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는 5000원이다. 곤돌라 이용객의 경우 영수증(당일권)을 보여주면 할인해 주며 금·토·일요일에는 문화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월요일은 휴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DMZ 평화관광에 참여해 보자. 한반도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에 DMZ 매표소가 있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를 거쳐 통일촌을 둘러보게 된다. 약 3시간 소요. 예전에는 출입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지금은 QR 코드를 스캔해 방문자 정보를 입력한 후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온라인 예약도 가능하다. DMZ 평화관광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코스, 회차를 선택한 후 결제하면 된다. 월요일과 주중 공휴일, 설·추석 당일은 휴무다.

티켓을 발권하거나 투어에 참여할 때에는 반드시 신분증을 챙겨야 한다. 검문소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한다. 첫 번째 코스인 제3땅굴에 닿으면 70여m에 이르는 지하로 내려가 북한이 파놓은 갱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총 길이 1635m 중 265m 구간만 관람이 허용된다.


도라전망대에서는 북한의 개성공단과 기정동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확연하게 다가온다. 통일촌에서는 민통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파주 임진각 주변 명소로 헤이리 예술마을과 파주출판도시가 있다. 라이브 드로잉 대가인 김정기 뮤지엄은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다.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김정기 작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마블, DC 코믹스 등 유명한 업체들과도 협업해 왔다.

안타깝게도 2022년 프랑스 파리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가던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별세했다.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그림만 그렸던 작가의 열정은 그가 남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벽면을 꽉 채운 대형 작품부터 낙서처럼 보이는 초기 습작품까지 김정기 작가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성인 1만5000원.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휴관한다.

파주출판도시에서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과 지혜의 숲을 가봐야 한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사 열린책들이 설립한 미술관이다.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했으며 회백색 외관에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1층은 카페와 서점이고 2·3층이 갤러리다. 수·목·금요일과 주말, 공휴일에는 해설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입장료 성인 1만원, 월요일은 휴관한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위치한 지혜의 숲은 모두를 위한 서재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서가에 책들이 빼곡히 진열돼다. 넓고 쾌적한 공간서 누구나 자유롭게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지혜의 숲

지혜의 숲 바로 옆에는 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이 있다. ‘3·1 독립선언문’을 찍어낸 보성사가 복원돼있으며, 3500만자에 달하는 수많은 활자와 인쇄기, 재단기, 무선제본기 등 여러 가지 인쇄 장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직접 활자를 골라 자신의 이름을 인쇄하거나 책과 노트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김정기 뮤지엄→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지혜의 숲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파주 이이 유적→마장호수 출렁다리
-둘째 날 김정기 뮤지엄→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지혜의 숲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파주 문화관광 https://tour.paju.go.kr
-파주 임진각평화곤돌라 www.dmzgondola.com
-캠프 그리브스 역사공원 https://ggtour.or.kr/dmzcamp131
-DMZ 생생누리 https://www.instagram.com/dmzlive_official
-파주 DMZ 평화관광 https://dmz.paju.go.kr
-지혜의숲 http://forestofwisdom.or.kr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www.mimesisartmuseum.co.kr
-김정기 뮤지엄 www.kim junggimuseum.com

문의 전화
-파주시청 관광과 031)940-5197
-임진각관광지(관광안내소) 031)953-4744
-파주 임진각평화곤돌라 031)952-6388
-캠프 그리브스 031)953-6970
-DMZ 생생누리 0507)1425-1396
-파주 DMZ 평화관광(매표소) 031)954-0303
-지혜의 숲 0507)1335-0144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031)955-4100
-김정기 뮤지엄 0507)1473-0443

대중교통
열차 경의중앙선 문산-임진강 평일 9:20, 17:05 / 토요일·공휴일 9:35, 10:35, 15:45, 17:20. 문산역 하차 후 운천역 방면 플랫폼서 열차 탑승. 임진강역 하차. *문의: 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자유로→자유IC서 문산, 임진각 방면 오른쪽 방향 5.8㎞ 이동→ 임진각 방면 우회전 후 756m 이동→임진각로 방면 우회전 후 399m 이동→임진각IC서 임진각평화누리 방면 회전교차로서 11시 방향 805m 이동→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숙박 정보
-호텔 시에나: 야당동 소리천로, 031)943-7260, www.hotelsienna.com
-골든힐 호텔: 탄현면 성동로, 031)942-0222, www.goldenhillhotel.co.kr
-파주 메이트호텔: 탄현면 엘씨디로241번길, 0507)1397-1041

식당 정보
-옛날 시골밥상(간장게장·황태구이): 탄현면 새오리로 110, 0507) 1373-5957
-파머스테이블(파스타·피자):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 -77, 031)948-6225
-장단콩두부촌(두부버섯전골·청국장): 탄현면 새오리로 15, 0507)1389-6267

주변 볼거리
마장호수 출렁다리, 감악산 출렁다리, 파주 이이 유적 등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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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