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일장 먹거리 ④말바우시장 팥죽

마음을 녹이는 달콤한 맛과 정

새해의 활기를 채울 수 있는 여행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떠오르는 일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 새벽 어스름을 거두며 이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곳,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곳, 먹고 사는 삶터의 풍경을 직관할 수 있는 곳, 언제든지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 전통시장이 어떨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전국의 전통시장 중 서민의 향수가 진하게 전해지는 광주광역시의 말바우시장을 추천한다.

말바우시장은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전통시장이다. 1960년대 무렵, 북구 풍향동 서방시장(당시 광산군 서방면)의 노점상들이 점점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우산동으로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손님들은 인근의 담양, 곡성, 화순 등지의 주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과 장흥, 신안, 목포 등지의 주민들이 채취한 해·수산물을 사고 팔기 위해 찾아온다.

말바우시장이라는 독특한 지명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구전된다. 첫 번째는 임진왜란 시기에 활약한 광주 출신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무등산에서 출발한 천리마를 타고 도착한 곳이라는 설이다. 말이 어찌나 힘차게 발굽을 내디뎠던지 바위가 말발굽 모양으로 패였다고 해서 말바위(말바우)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도시개발로 우산동이 확장되기 이전에 시장 자리에 말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는 설이다.

지명의 유래

말바우시장에는 무려 5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골목 사이사이에 오랜 맛집들이 숨어있어 식도락 여행을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그중 가장 첫손에 꼽히는 메뉴가 전라도식 국밥과 더불어 팥죽이다. 말바우시장에는 현재 3개의 팥죽 전문점이 있으며 모두 운영한 지 20년이 족히 넘을 만큼 내공을 자랑한다.

말바우시장에 팥죽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은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먼저 정성주·공남 부부가 운영하는 ‘매○팥죽’은 말바우시장서 가장 먼저 생긴 팥죽집이다. 본래 말바우시장서 유리 가게에 이어 가방 가게를 운영했는데 손수레를 끌고 시장 할머니들을 상대로 팥죽을 팔던 어느 상인을 본 아내 공남씨가 아이디어를 얻어 본격적으로 팥죽 전문점을 열게 됐다.


고인섭·구순덕 부부가 운영하는 ‘옛○팥죽’은 분식점과 호프 등을 운영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마지막으로 도전하겠다며 100만원으로 차린 가게가 지금의 팥죽집이라고 한다. ‘미○팥죽’은 김춘이씨가 2004년부터 시작한 팥죽집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팥죽 전문점답게 이들이 모두 내세우는 메뉴는 ‘팥죽’과 ‘동지죽’이다.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곳
전통시장의 매력, 광주 말바우시장

팥죽에는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들어 있고, 동지죽에는 몰캉몰캉한 새알심이 들어 있다. 전부 맛과 정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팥죽을 먹으러 일부러 말바우시장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매일 새벽 맨손으로 팥을 씻어 불리고, 불린 팥을 솥에 넣어 팔팔 끓이고, 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빚거나 칼국수면을 반죽해 뽑는 일련의 과정이 전혀 고단하지 않다.

손맛이 다르기에 팥죽 맛도 모두 다르다. 맛집 순례하듯 가게를 돌아보며 ‘최애(가장 좋아하는)’ 팥죽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끼에 5000원이면 대접 한가득 푸짐한 팥죽을 맛볼 수 있다니 요즘 세상에 흔하지 않은 인심이다.

말바우시장은 매달 2, 4, 7, 9일로 끝나는 날이면 정기적으로 시장이 서는데 팥죽집은 장날이 아니어도 매일 문을 연다. 마치 배가 고프고 정이 그리울 때마다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푸근한 고향집 같다.

광주광역시 북구 민주로(운정동)에 자리한 국립5·18민주묘지는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1997년 5월 조성한 국립묘지다.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맞서 5월18~27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다가 희생된 광주 시민과 학생 투사가 영면하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는 크게 민주광장, 참배광장, 역사광장, 5·18추모관으로 나뉘며 높이 40m의 석조탑인 5·18민중항쟁추모탑은 오월 영령이 새 생명으로 부활하기를 염원하며 건축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호남지역의 첫 번째 박물관이자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지은 최초의 지역 국립박물관이다. 1976년 수중 발굴한 신안 해저 문화유산을 비롯해 광주와 호남 지역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자 1978년 12월6일 개관했다. 1층 아시아도자문화실과 2층 역사문화실을 통해 선사시대의 유물서 고려와 조선시대의 청자와 백자, 아시아의 도자기를 전시한다.

광주시립미술관

광주광역시가 운영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은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문을 연 국내 최초 공립미술관이다. 1992년 8월1일 개관해 1995년 창설한 광주비엔날레의 초석을 닦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총 6개 전시실을 중심으로 어린이미술관, 야외공연장, 문화센터, 도서자료실, 세미나실, 카페를 갖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말바우시장→국립광주박물관→광주시립미술관→국립5·18민주묘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말바우시장→광주솔로몬로파크→국립5·18민주묘지
-둘째 날 국립광주박물관→광주시립미술관→광주역사민속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관광 https://bukgu.gwangju.kr/culture
-말바우시장 https://malbawoomarket.modoo.at
-국립광주박물관 https://gwangju.museum.go.kr
-광주시립미술관 https://artmuse.gwangju.go.kr/
-국립5·18민주묘지 www.mpva.go.kr/518/index.do

문의 전화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관광 062)410-8000
-말바우시장 062)262-4082
-국립광주박물관 062)570-7000
-광주시립미술관 062)613-7100
-국립5·18민주묘지 062)268-5189

운영 정보
-국립광주박물관 운영시간: 10:00~18:00 *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4·11월 첫 번째 월요일 요금: 무료
-광주시립미술관 운영시간: 10:00~18:00 *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전시 작품 교체 등에 따른 임시 휴관일 별도 공지 요금: 무료(전시별 상이)
-국립5·18민주묘지 운영시간: 09:00~18:00(어린이체험학습관 09:00~17:00) *30분 전 입장 마감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대중교통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서 광주행이 10~30분 간격으로 운행(01:00~02:00, 05:30~24:00), 약 3시간20분 소요.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분 이동, 농어촌2-1·농어촌2-2·송암47·일곡38·문흥39·518 버스 이용, 말바우시장 정류장서 하차, 말바우시장까지 도보 약 4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 02)6282-0114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main.do

-기차 서울-광주, 서울역·용산역서 광주송정역·광주역까지 10~30분 간격으로 운행(05:08~22:23), 약 2시간 소요. 광주역 정류장·광주역육교 정류장까지 도보 약 4분 이동, 농어촌2-1·농어촌2-2·농어촌322·농어촌322-1·송암47·두암81·금남55·518 버스 이용, 말바우시장 정류장서 하차, 말바우시장까지 도보 약 4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JC→남천안IC→논산천안고속도로→논산JC→호남고속도로→말바우시장

숙박 정보
-호텔 더스팟: 북구 앰코로 32(오룡동), 062)971-1362, www.hotelthespot.com
-두바이호텔: 서구 상무번영로 47(치평동), 062)373-0700, http://dubaihotel.kr
-다솜채 한옥스테이: 광산구 내상로51번길 27(송정동), 070-8831-7700, www.dasomchae.net

식당 정보
-매일팥죽(팥죽·동지죽): 북구 동문대로85번길 49, 062)269-9665
-옛날팥죽(팥죽·동지죽): 광주 북구 동문대로 93, 062)267-9005
-미성팥죽(팥죽·동지죽·바지락칼국수·수제비): 북구 동문대로 83-1, 062)266-8187

주변 볼거리
무등산, 광주호호수생태원, 광주역사민속박물관, 솔로몬로파크, 충민사, 원효사(광주), 풍암정, 환벽당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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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