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경비 삭감 여파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돈 없어 수사 못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고작 한 달 만에 압수수색은 3분의 1로 줄고 미접자 검거도 줄어들었다. 검찰이 삭감 예정부터 언급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서도 특활비와 특경비가 복원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검찰 특수활동부(이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전액 삭감됐다. 이에 삭감 예정 때부터 나왔던 검찰의 수사 차질이 현실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사 차질
현실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난해 12월10일, 검찰의 올해 특활비 80억원과 특경비 507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 등이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사용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법무부와 검찰은 특경비는 절반 이상이 각 검사와 수사관 계좌로 지급되고 나머지도 영수증 처리를 하기 때문에 증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삭감 의지를 보이자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6개 검찰청의 지난해 8개월 특경비 지출 내역을 제출했다.

제출된 지출 내역에는 특경비를 사용한 일자와 장소, 금액 등은 공개하고 특경비의 구체적인 용처가 드러날 경우 수사 중인 사건과 수사 기법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경비를 사용한 시간과 당사자의 소속, 비고란 등 내용은 가림 처리를 해 제출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년 치 특경비 및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사용 내역과 최근 3년치 국내 여비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측의 입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국회 예산 심사 과정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증빙자료를 성실히 제출했음에도, 특활비뿐만 아니라 전국의 검찰 구성원 1만여명에게 지급되는 최소한의 경비인 특경비까지 전액 삭감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검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특경비는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회, 대법원 등 다른 많은 부처에도 지급되고 있는데 유독 검찰의 특경비만 없앤다는 것은 전례가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로서 수사요원 활동비, 검거 수사비, 수사 활동 및 정보 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구성돼있다”며 “특경비는 검사와 6∼9급 수사관을 포함한 전국의 검찰 구성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마약범죄, 산업재해, 각종 형사 범죄 등 민생침해범죄 수사에서부터 벌금 미납자 검거, 지명 수배자 검거 등 형 집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업무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제출에도 전액 삭감
미루는 압수수색과 검거

이어 “특히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민생침해범죄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확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딥페이크·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급증에 따른 수사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특경비가 포함돼있었다”고 덧붙였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부작용은 벌써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집자(자유형 미집행자·재판 중 실형이 선고됐으나 출석하지 않고 도망다니는 사람) 수는 6155명으로 2023년(6075명)보다 80명 가까이 늘었다. 미집자 수는 2020년(4548명)만 해도 4000여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마다 신규 미집자가 늘면서 2023년에는 6000명선을 넘어섰다.

해마다 검거(집행)되고 있는 미집자는 3000여명 수준이다. 지난해는 3611명으로 2023년(3682명)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국내외로 도피해 여전히 검거되지 못한 미집자는 지난해 2387명으로 2023년 2251명보다 100명가량 늘었다.

특경비 전액 삭감 이후인 지난 1월 검거된 미집자는 217명이다. 작년 월평균인 301명보다 30%나 감소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미집자 검거 과정서 소요되는 숙박·유류 비용은 일부 지급되지만, 최소한의 금액이라 항시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검거에 나서는)인원이 한정된 상황서 특경비까지 100% 삭감돼, 말 그대로 주머니 돈을 털어서 범죄자를 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도 줄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검찰이 교통비, 장비 사용료, 검사 및 수사관들의 출장비·식비 등 기본적인 비용 지출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급한 사건이 아니면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기업 범죄를 다루는 재경지검에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재경지검을 비롯한 지방청에는 비자금, 차명계좌를 활용한 조세포탈 고발건 등 경제범죄와 국세청과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특별한 사건(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나 국세청과 금감원, 공정위서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넘어온 사건) 외에 경찰 송치 사건 위주로 처리 중이다.

필수적
비용도…

일례로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가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사건서도 영장 청구를 미뤘다고 한다. 설령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국세청의 자료를 기다리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앞세워 검찰 몫까지 사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예년과 다름 없이 특활비와 특경비 삭감이 없었으며, 이를 토대로 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4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임직원이 구속 기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회사로 들고 난 불법 자금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DL이앤씨 등 DL그룹 계열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DL그룹은 사주 일가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서 의도적인 조세포탈 행위가 발견될 경우 진행된다.

DL그룹 외에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효성중공업, 만나코퍼레이션, 더케이텍, 골프존뉴딘그룹, 알에프세미 등 다수 대기업의 사주 일가와 특수관계법인 간 자금 거래와 세금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경비 전액 감액으로 현장서 뛰는 수사관과 검사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는 ‘가슴 시린 특경비’ ‘특경비 집행 지침 등 위반 여부 관련’ ‘아빠 무슨 잘못했어?’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가슴 시린 특경비’라는 게시글은 지방검찰청 소속 김모 수사관이 작성했다. 김 수사관은 글에서 “검찰의 특경비는 업무 수행 실경비를 의미하며 검찰 구성원들에게 매월 정액(定額)으로 지급됐다”며 “특경비는 주요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지방 출장을 가면 소요되는 경비를 보조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또 검찰청 어디를 불문하고 수사 활동 간 단합 도모 차원서 점심식사라도 함께하는 제반 비용으로서 활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그런 비용이 전액 삭감되면서 구성원들의 의욕이 심히 저해되고 국민 삶에 해가 직결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영장도
미뤘다

김 수사관은 “주 1회 점심식사 같이 하는 것도 하지 마라고 예산을 삭감했는데,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눈치만 볼 뿐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강경 노조 단체에 속한 근로자들의 임금이 월 2만7000원만 깎여도 어떤 상황들이 전개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글에는 “애들 학원 끊고 외식 두어 번 줄여야겠다” “미집자는 떵떵거리며 사는데 우리 수사관들은 활동비가 없어 추위에 굶어가면서 일해야 한다” “공수처 회식을 특경비로 결제했다는 기사를 봤다. 공수처는 옳고 검찰은 틀린 게 뭐가 있냐”는 댓글들이 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임 검찰 수사관은 “9급 수사관 초봉이 월 200만원가량인데 이제는 이마저도 수사에 쓰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수사비를 아끼기 위해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 소속 수사관은 “지방이나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설 때는 고속버스를 대절하고, 현장을 벗어날 수 없어 식사도 찬 바닥서 도시락으로 먹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압수수색 대상 기업이 도시락을 제공해준다고 해도, 혐의를 지닌 곳에서 주는 그 어떤 편의도 받아들일 수 없어 항상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중에도 각자 돈을 걷어서 간단히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굶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한번 나갈 때 검사가 최소 60~70만원의 수사 비용을 사비로 감당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검사는 자신의 월급 상당액을 수사비로 사용하며 봉사해야 하는 상황인데, 검사 개인에게 수사기관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 예산이 논란이 된 이번 기회에 특활비·특경비뿐 아니라 검찰의 전반적인 예산 부족 실태를 공론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류 검토 및 현장 수사 등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지만 휴일수당은 물론 시간 외 근무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실제 검사의 경우 초임이라 해도 임관과 동시에 3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다. 5급 이하 직원에게 지급되는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아예 시간외 수당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수사관은 월 57시간까지만 시간 외 근무수당이 인정되지만, 많게는 월 100시간 이상의 시간 외 근무를 이어가는 업무 현실을 감안할 때 수당 책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이어져 왔다.

“아이 학원비 아껴 수사비로”
“월급 200만원 수사비로 사용”

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서 속도감 있게 실체를 규명해 엄벌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으면 지휘부서도 수사를 독려하거나 사비로 충당해서라도 압수수색을 나가라고 지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확보할 수 있는 증거만 찾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수사하게 될 것이고, 월급을 수사비로 사용할 수 없는 검사는 버티지 못하고 반강제로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경비 전액 삭감으로 신종 범죄나 지능범죄에는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소속 한 검사는 “딥러닝 기술의 발전은 과학·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신종 범죄를 만들어냈다”며 “보이스피싱도 딥페이크 음성 기술을 이용해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마약범죄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학원가서 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을 탄 음료수가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우편으로 마약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사건의 수사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특활비와 특경비인데 특경비는 보안이 필요한 수사에 사용된다”며 “활동할 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기록을 남길 경우 수사 기밀이나 동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본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누가 제보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종 범죄가 이슈가 되면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수사기관엔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면서, 정작 이를 수행할 수사기관의 팔·다리는 잘라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돈만 내면 무제한으로 불법 투약해 준 A 의원을 적발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일대에 그런 병원이 있다’는 첩보를 토대로 의심 가는 의원을 직접 찾아다니고 일주일 넘게 잠복 수사해서 결국 검거했다”며 “비공개로 처리하는 특경비가 없어진 만큼 이런 첩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검찰 관계자들의 불만이 계속 나오지만 특활비와 특경비는 복원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냄에 따라 ‘검찰의 특활비·특경비가 복원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팔과 다리
잘라낸 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수 수사를 오랜 기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때 특활비와 특경비는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사력이 약화돼 국가적으로 손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일반 국민들이 마약에 중독되고,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면 마약을 투약하지 않은 국민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마약 수사할 때 특활비가 많이 사용되는데 예산 삭감을 강행할 경우, 수사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법무부서 특활비·특경비 예산 복원을 요구하더라도 야당서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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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