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경비 삭감 여파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돈 없어 수사 못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고작 한 달 만에 압수수색은 3분의 1로 줄고 미접자 검거도 줄어들었다. 검찰이 삭감 예정부터 언급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서도 특활비와 특경비가 복원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검찰 특수활동부(이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전액 삭감됐다. 이에 삭감 예정 때부터 나왔던 검찰의 수사 차질이 현실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사 차질
현실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난해 12월10일, 검찰의 올해 특활비 80억원과 특경비 507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 등이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사용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법무부와 검찰은 특경비는 절반 이상이 각 검사와 수사관 계좌로 지급되고 나머지도 영수증 처리를 하기 때문에 증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삭감 의지를 보이자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6개 검찰청의 지난해 8개월 특경비 지출 내역을 제출했다.


제출된 지출 내역에는 특경비를 사용한 일자와 장소, 금액 등은 공개하고 특경비의 구체적인 용처가 드러날 경우 수사 중인 사건과 수사 기법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경비를 사용한 시간과 당사자의 소속, 비고란 등 내용은 가림 처리를 해 제출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년 치 특경비 및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사용 내역과 최근 3년치 국내 여비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측의 입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국회 예산 심사 과정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증빙자료를 성실히 제출했음에도, 특활비뿐만 아니라 전국의 검찰 구성원 1만여명에게 지급되는 최소한의 경비인 특경비까지 전액 삭감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검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특경비는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회, 대법원 등 다른 많은 부처에도 지급되고 있는데 유독 검찰의 특경비만 없앤다는 것은 전례가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로서 수사요원 활동비, 검거 수사비, 수사 활동 및 정보 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구성돼있다”며 “특경비는 검사와 6∼9급 수사관을 포함한 전국의 검찰 구성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마약범죄, 산업재해, 각종 형사 범죄 등 민생침해범죄 수사에서부터 벌금 미납자 검거, 지명 수배자 검거 등 형 집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업무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제출에도 전액 삭감
미루는 압수수색과 검거

이어 “특히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민생침해범죄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확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딥페이크·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급증에 따른 수사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특경비가 포함돼있었다”고 덧붙였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부작용은 벌써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집자(자유형 미집행자·재판 중 실형이 선고됐으나 출석하지 않고 도망다니는 사람) 수는 6155명으로 2023년(6075명)보다 80명 가까이 늘었다. 미집자 수는 2020년(4548명)만 해도 4000여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마다 신규 미집자가 늘면서 2023년에는 6000명선을 넘어섰다.

해마다 검거(집행)되고 있는 미집자는 3000여명 수준이다. 지난해는 3611명으로 2023년(3682명)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국내외로 도피해 여전히 검거되지 못한 미집자는 지난해 2387명으로 2023년 2251명보다 100명가량 늘었다.

특경비 전액 삭감 이후인 지난 1월 검거된 미집자는 217명이다. 작년 월평균인 301명보다 30%나 감소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미집자 검거 과정서 소요되는 숙박·유류 비용은 일부 지급되지만, 최소한의 금액이라 항시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검거에 나서는)인원이 한정된 상황서 특경비까지 100% 삭감돼, 말 그대로 주머니 돈을 털어서 범죄자를 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도 줄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검찰이 교통비, 장비 사용료, 검사 및 수사관들의 출장비·식비 등 기본적인 비용 지출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급한 사건이 아니면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기업 범죄를 다루는 재경지검에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재경지검을 비롯한 지방청에는 비자금, 차명계좌를 활용한 조세포탈 고발건 등 경제범죄와 국세청과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특별한 사건(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나 국세청과 금감원, 공정위서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넘어온 사건) 외에 경찰 송치 사건 위주로 처리 중이다.

필수적
비용도…

일례로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가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사건서도 영장 청구를 미뤘다고 한다. 설령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국세청의 자료를 기다리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앞세워 검찰 몫까지 사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예년과 다름 없이 특활비와 특경비 삭감이 없었으며, 이를 토대로 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4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임직원이 구속 기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회사로 들고 난 불법 자금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DL이앤씨 등 DL그룹 계열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DL그룹은 사주 일가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서 의도적인 조세포탈 행위가 발견될 경우 진행된다.

DL그룹 외에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효성중공업, 만나코퍼레이션, 더케이텍, 골프존뉴딘그룹, 알에프세미 등 다수 대기업의 사주 일가와 특수관계법인 간 자금 거래와 세금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경비 전액 감액으로 현장서 뛰는 수사관과 검사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는 ‘가슴 시린 특경비’ ‘특경비 집행 지침 등 위반 여부 관련’ ‘아빠 무슨 잘못했어?’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가슴 시린 특경비’라는 게시글은 지방검찰청 소속 김모 수사관이 작성했다. 김 수사관은 글에서 “검찰의 특경비는 업무 수행 실경비를 의미하며 검찰 구성원들에게 매월 정액(定額)으로 지급됐다”며 “특경비는 주요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지방 출장을 가면 소요되는 경비를 보조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또 검찰청 어디를 불문하고 수사 활동 간 단합 도모 차원서 점심식사라도 함께하는 제반 비용으로서 활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그런 비용이 전액 삭감되면서 구성원들의 의욕이 심히 저해되고 국민 삶에 해가 직결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영장도
미뤘다

김 수사관은 “주 1회 점심식사 같이 하는 것도 하지 마라고 예산을 삭감했는데,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눈치만 볼 뿐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강경 노조 단체에 속한 근로자들의 임금이 월 2만7000원만 깎여도 어떤 상황들이 전개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글에는 “애들 학원 끊고 외식 두어 번 줄여야겠다” “미집자는 떵떵거리며 사는데 우리 수사관들은 활동비가 없어 추위에 굶어가면서 일해야 한다” “공수처 회식을 특경비로 결제했다는 기사를 봤다. 공수처는 옳고 검찰은 틀린 게 뭐가 있냐”는 댓글들이 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임 검찰 수사관은 “9급 수사관 초봉이 월 200만원가량인데 이제는 이마저도 수사에 쓰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수사비를 아끼기 위해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 소속 수사관은 “지방이나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설 때는 고속버스를 대절하고, 현장을 벗어날 수 없어 식사도 찬 바닥서 도시락으로 먹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압수수색 대상 기업이 도시락을 제공해준다고 해도, 혐의를 지닌 곳에서 주는 그 어떤 편의도 받아들일 수 없어 항상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중에도 각자 돈을 걷어서 간단히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굶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한번 나갈 때 검사가 최소 60~70만원의 수사 비용을 사비로 감당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검사는 자신의 월급 상당액을 수사비로 사용하며 봉사해야 하는 상황인데, 검사 개인에게 수사기관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 예산이 논란이 된 이번 기회에 특활비·특경비뿐 아니라 검찰의 전반적인 예산 부족 실태를 공론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류 검토 및 현장 수사 등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지만 휴일수당은 물론 시간 외 근무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실제 검사의 경우 초임이라 해도 임관과 동시에 3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다. 5급 이하 직원에게 지급되는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아예 시간외 수당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수사관은 월 57시간까지만 시간 외 근무수당이 인정되지만, 많게는 월 100시간 이상의 시간 외 근무를 이어가는 업무 현실을 감안할 때 수당 책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이어져 왔다.

“아이 학원비 아껴 수사비로”
“월급 200만원 수사비로 사용”

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서 속도감 있게 실체를 규명해 엄벌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으면 지휘부서도 수사를 독려하거나 사비로 충당해서라도 압수수색을 나가라고 지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확보할 수 있는 증거만 찾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수사하게 될 것이고, 월급을 수사비로 사용할 수 없는 검사는 버티지 못하고 반강제로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경비 전액 삭감으로 신종 범죄나 지능범죄에는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소속 한 검사는 “딥러닝 기술의 발전은 과학·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신종 범죄를 만들어냈다”며 “보이스피싱도 딥페이크 음성 기술을 이용해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마약범죄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학원가서 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을 탄 음료수가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우편으로 마약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사건의 수사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특활비와 특경비인데 특경비는 보안이 필요한 수사에 사용된다”며 “활동할 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기록을 남길 경우 수사 기밀이나 동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본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누가 제보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종 범죄가 이슈가 되면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수사기관엔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면서, 정작 이를 수행할 수사기관의 팔·다리는 잘라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돈만 내면 무제한으로 불법 투약해 준 A 의원을 적발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일대에 그런 병원이 있다’는 첩보를 토대로 의심 가는 의원을 직접 찾아다니고 일주일 넘게 잠복 수사해서 결국 검거했다”며 “비공개로 처리하는 특경비가 없어진 만큼 이런 첩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검찰 관계자들의 불만이 계속 나오지만 특활비와 특경비는 복원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냄에 따라 ‘검찰의 특활비·특경비가 복원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팔과 다리
잘라낸 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수 수사를 오랜 기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때 특활비와 특경비는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사력이 약화돼 국가적으로 손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일반 국민들이 마약에 중독되고,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면 마약을 투약하지 않은 국민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마약 수사할 때 특활비가 많이 사용되는데 예산 삭감을 강행할 경우, 수사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법무부서 특활비·특경비 예산 복원을 요구하더라도 야당서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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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