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경비 삭감 여파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돈 없어 수사 못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고작 한 달 만에 압수수색은 3분의 1로 줄고 미접자 검거도 줄어들었다. 검찰이 삭감 예정부터 언급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서도 특활비와 특경비가 복원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검찰 특수활동부(이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전액 삭감됐다. 이에 삭감 예정 때부터 나왔던 검찰의 수사 차질이 현실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사 차질
현실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난해 12월10일, 검찰의 올해 특활비 80억원과 특경비 507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 등이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사용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법무부와 검찰은 특경비는 절반 이상이 각 검사와 수사관 계좌로 지급되고 나머지도 영수증 처리를 하기 때문에 증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삭감 의지를 보이자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6개 검찰청의 지난해 8개월 특경비 지출 내역을 제출했다.


제출된 지출 내역에는 특경비를 사용한 일자와 장소, 금액 등은 공개하고 특경비의 구체적인 용처가 드러날 경우 수사 중인 사건과 수사 기법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경비를 사용한 시간과 당사자의 소속, 비고란 등 내용은 가림 처리를 해 제출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년 치 특경비 및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사용 내역과 최근 3년치 국내 여비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측의 입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국회 예산 심사 과정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증빙자료를 성실히 제출했음에도, 특활비뿐만 아니라 전국의 검찰 구성원 1만여명에게 지급되는 최소한의 경비인 특경비까지 전액 삭감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검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특경비는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회, 대법원 등 다른 많은 부처에도 지급되고 있는데 유독 검찰의 특경비만 없앤다는 것은 전례가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로서 수사요원 활동비, 검거 수사비, 수사 활동 및 정보 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구성돼있다”며 “특경비는 검사와 6∼9급 수사관을 포함한 전국의 검찰 구성원에게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마약범죄, 산업재해, 각종 형사 범죄 등 민생침해범죄 수사에서부터 벌금 미납자 검거, 지명 수배자 검거 등 형 집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업무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제출에도 전액 삭감
미루는 압수수색과 검거

이어 “특히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민생침해범죄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확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딥페이크·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급증에 따른 수사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특경비가 포함돼있었다”고 덧붙였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부작용은 벌써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집자(자유형 미집행자·재판 중 실형이 선고됐으나 출석하지 않고 도망다니는 사람) 수는 6155명으로 2023년(6075명)보다 80명 가까이 늘었다. 미집자 수는 2020년(4548명)만 해도 4000여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마다 신규 미집자가 늘면서 2023년에는 6000명선을 넘어섰다.

해마다 검거(집행)되고 있는 미집자는 3000여명 수준이다. 지난해는 3611명으로 2023년(3682명)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국내외로 도피해 여전히 검거되지 못한 미집자는 지난해 2387명으로 2023년 2251명보다 100명가량 늘었다.

특경비 전액 삭감 이후인 지난 1월 검거된 미집자는 217명이다. 작년 월평균인 301명보다 30%나 감소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미집자 검거 과정서 소요되는 숙박·유류 비용은 일부 지급되지만, 최소한의 금액이라 항시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검거에 나서는)인원이 한정된 상황서 특경비까지 100% 삭감돼, 말 그대로 주머니 돈을 털어서 범죄자를 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특경비가 전액 삭감된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도 줄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검찰이 교통비, 장비 사용료, 검사 및 수사관들의 출장비·식비 등 기본적인 비용 지출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급한 사건이 아니면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기업 범죄를 다루는 재경지검에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재경지검을 비롯한 지방청에는 비자금, 차명계좌를 활용한 조세포탈 고발건 등 경제범죄와 국세청과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특별한 사건(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나 국세청과 금감원, 공정위서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넘어온 사건) 외에 경찰 송치 사건 위주로 처리 중이다.

필수적
비용도…

일례로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추가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사건서도 영장 청구를 미뤘다고 한다. 설령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국세청의 자료를 기다리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앞세워 검찰 몫까지 사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예년과 다름 없이 특활비와 특경비 삭감이 없었으며, 이를 토대로 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4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임직원이 구속 기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회사로 들고 난 불법 자금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DL이앤씨 등 DL그룹 계열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DL그룹은 사주 일가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서 의도적인 조세포탈 행위가 발견될 경우 진행된다.

DL그룹 외에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효성중공업, 만나코퍼레이션, 더케이텍, 골프존뉴딘그룹, 알에프세미 등 다수 대기업의 사주 일가와 특수관계법인 간 자금 거래와 세금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경비 전액 감액으로 현장서 뛰는 수사관과 검사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는 ‘가슴 시린 특경비’ ‘특경비 집행 지침 등 위반 여부 관련’ ‘아빠 무슨 잘못했어?’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가슴 시린 특경비’라는 게시글은 지방검찰청 소속 김모 수사관이 작성했다. 김 수사관은 글에서 “검찰의 특경비는 업무 수행 실경비를 의미하며 검찰 구성원들에게 매월 정액(定額)으로 지급됐다”며 “특경비는 주요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지방 출장을 가면 소요되는 경비를 보조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또 검찰청 어디를 불문하고 수사 활동 간 단합 도모 차원서 점심식사라도 함께하는 제반 비용으로서 활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그런 비용이 전액 삭감되면서 구성원들의 의욕이 심히 저해되고 국민 삶에 해가 직결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영장도
미뤘다

김 수사관은 “주 1회 점심식사 같이 하는 것도 하지 마라고 예산을 삭감했는데,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눈치만 볼 뿐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강경 노조 단체에 속한 근로자들의 임금이 월 2만7000원만 깎여도 어떤 상황들이 전개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글에는 “애들 학원 끊고 외식 두어 번 줄여야겠다” “미집자는 떵떵거리며 사는데 우리 수사관들은 활동비가 없어 추위에 굶어가면서 일해야 한다” “공수처 회식을 특경비로 결제했다는 기사를 봤다. 공수처는 옳고 검찰은 틀린 게 뭐가 있냐”는 댓글들이 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임 검찰 수사관은 “9급 수사관 초봉이 월 200만원가량인데 이제는 이마저도 수사에 쓰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수사비를 아끼기 위해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 소속 수사관은 “지방이나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설 때는 고속버스를 대절하고, 현장을 벗어날 수 없어 식사도 찬 바닥서 도시락으로 먹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며 “압수수색 대상 기업이 도시락을 제공해준다고 해도, 혐의를 지닌 곳에서 주는 그 어떤 편의도 받아들일 수 없어 항상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중에도 각자 돈을 걷어서 간단히 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굶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한번 나갈 때 검사가 최소 60~70만원의 수사 비용을 사비로 감당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검사는 자신의 월급 상당액을 수사비로 사용하며 봉사해야 하는 상황인데, 검사 개인에게 수사기관 운영을 위한 필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 예산이 논란이 된 이번 기회에 특활비·특경비뿐 아니라 검찰의 전반적인 예산 부족 실태를 공론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류 검토 및 현장 수사 등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지만 휴일수당은 물론 시간 외 근무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실제 검사의 경우 초임이라 해도 임관과 동시에 3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다. 5급 이하 직원에게 지급되는 시간외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아예 시간외 수당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수사관은 월 57시간까지만 시간 외 근무수당이 인정되지만, 많게는 월 100시간 이상의 시간 외 근무를 이어가는 업무 현실을 감안할 때 수당 책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이어져 왔다.

“아이 학원비 아껴 수사비로”
“월급 200만원 수사비로 사용”

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서 속도감 있게 실체를 규명해 엄벌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으면 지휘부서도 수사를 독려하거나 사비로 충당해서라도 압수수색을 나가라고 지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확보할 수 있는 증거만 찾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수사하게 될 것이고, 월급을 수사비로 사용할 수 없는 검사는 버티지 못하고 반강제로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경비 전액 삭감으로 신종 범죄나 지능범죄에는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소속 한 검사는 “딥러닝 기술의 발전은 과학·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신종 범죄를 만들어냈다”며 “보이스피싱도 딥페이크 음성 기술을 이용해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마약범죄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학원가서 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을 탄 음료수가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우편으로 마약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사건의 수사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특활비와 특경비인데 특경비는 보안이 필요한 수사에 사용된다”며 “활동할 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기록을 남길 경우 수사 기밀이나 동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본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누가 제보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신종 범죄가 이슈가 되면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수사기관엔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면서, 정작 이를 수행할 수사기관의 팔·다리는 잘라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돈만 내면 무제한으로 불법 투약해 준 A 의원을 적발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일대에 그런 병원이 있다’는 첩보를 토대로 의심 가는 의원을 직접 찾아다니고 일주일 넘게 잠복 수사해서 결국 검거했다”며 “비공개로 처리하는 특경비가 없어진 만큼 이런 첩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검찰 관계자들의 불만이 계속 나오지만 특활비와 특경비는 복원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냄에 따라 ‘검찰의 특활비·특경비가 복원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팔과 다리
잘라낸 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수 수사를 오랜 기간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때 특활비와 특경비는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사력이 약화돼 국가적으로 손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일반 국민들이 마약에 중독되고,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면 마약을 투약하지 않은 국민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마약 수사할 때 특활비가 많이 사용되는데 예산 삭감을 강행할 경우, 수사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법무부서 특활비·특경비 예산 복원을 요구하더라도 야당서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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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