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일장 먹거리 ②북평민속시장 소머리국밥

영동지역 사람들 삶이 담긴 음식

국밥집 출입문 안쪽에 커다란 가마솥 뚜껑을 열자 뜨거운 김이 솟구치듯 오른다. 바쁘게 오가던 국밥집 주인이 순식간에 뚝배기 국밥 한 그릇을 말아낸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찐빵이 생각난다는 광고가 있었다. 겨울에 생각나는 음식은 찐빵만이 아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끈한 국밥도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다.

찬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날씨, 동해 시내에 오일장이 섰다. 끝자리가 3, 8인 날짜에 열리는 북평민속시장이다. 지붕 덮인 아케이드 형태의 전통시장과 달리 길을 따라 좌판을 깔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모습이 몇십년 전, 시장 모습 그대로여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판매하는 물품은 각종 해산물을 중심으로 채소와 반찬, 주전부리 같은 먹거리와 의류, 생필품, 농기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갖췄다.

북평장은 1796년에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북평민속시장 문화광장 무대서 ‘1796’이라는 글씨를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한 달에 6번 장이 열렸고 삼척부사 유한준이 장세를 받았다는 진주지(眞珠誌)의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장세를 받았다는 것은 난전으로부터 자릿세를 받았다는 의미이니 실제 장이 시작된 것은 그보다 빨랐을 것이다.

문화광장은 강원도서 유명한 쇠전(우시장)이 열렸던 장소다. 우시장은 2008년 2월 삼척시 미로면에 새롭게 개장하면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국밥 거리로 남았다.


문화광장 인근에는 북○소머리국밥, 오○집, 대○집, 옛○장터국밥, 두○국밥, 두○비국밥집이 나란히 줄을 지어 늘어선 국밥 거리가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국밥집은 1967년에 개업했다. 그 후 1973년에 두 번째로 오래된 국밥집이 문을 열었으며 시장에 다른 국밥집이 생기고 없어지는 동안 이 두 식당은 대를 이어 꾸준하게 자리를 지켰다.

북평민속시장 국밥집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소머리국밥이다. 가까이에 쇠전과 도살장이 있어 고기를 팔고 남은 소머리나 내장 같은 부위를 구하기 쉬웠으니 그것을 이용한 국밥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였는지도 모른다. 소머리국밥의 맛은 식당마다 다르다. 저마다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하기 때문이다. 뽀얀 국물을 내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빨간 국물을 내는 식당도 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식당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두○비국밥집은 빨간 국물의 국밥을 낸다. 소머리를 삶아 나온 뽀얀 국물이 밋밋하고 느끼한 것 같아 무와 파를 넣고 다진 양념을 올려 국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를 이어 딸이 운영하는 지금도 옛 맛을 지키기 위해 매일 번거로운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
야경 명소인 여명빛테마파크도 즐길거리

다음날 사용할 소머리를 받아 기름과 털을 제거하고 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다. 이후 커다란 솥에 넣고 삶는데, 3시간 반쯤 지나면 혓바닥같이 부드러운 부위부터 건져내기 시작해 귀 주변 부위는 4시간 반~5시간까지 삶는다. 곰탕처럼 뽀얀 국물이 완성되면 무와 파를 넣고 푹 끓이면서 소금으로 밑간을 해 국밥을 완성한다.

손님상에 올라갈 때는 다진 양념 한 숟가락도 얹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밥은 빨간 국물이어도 맵지 않은 육개장을 먹는 듯한 느낌이다.

대○집의 경우 소머리를 삶아 우려낸 곰탕 같은 뽀얀 국물을 사용한다. 다른 재료는 넣지 않고 순수하게 고기 우려낸 국물에 손님의 취향대로 먹을 수 있도록 소금과 새우젓, 다진 양념을 함께 식탁에 올린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국물에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는 고소한 맛을 더한다.


쇠전은 꼭두새벽부터 열렸다. 소를 거래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온 사람들은 거래를 앞두고 막걸리 한 사발과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 거간꾼과 흥정을 통해 큰돈을 거래해야 하는 사람들이 뱃심을 채우는 방법이기도 했다. 시골서 농사를 짓는 옛날 사람들에게 소는 집안의 재산목록 1호였다.

1980년 무렵만 해도 소 한 마리를 내다 팔면 자식의 국립대학 4년치 등록금을 내고도 남는 돈이었으니 긴장될 만도 하다. 거래가 끝난 후에도 좋은 가격에 소를 팔거나 산 사람들이 거간꾼에게 ‘내가 한잔 살게’ 하면서 국밥집에 들르기도 했다. 구입한 소를 끌고 다시 먼 길을 가야 했기에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소머리국밥은 고기가 귀하던 시절 특별한 날에 고기를 맛보기 위해 먹는 음식이기도 했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묵호 사람들은 장날이면 육고기를 맛보기 위해 북평민속시장을 찾았다. 도계의 탄광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기차를 타고 와서 소머리국밥을 먹고 가기도 했다. 지금도 주민들에게 북평시장의 국밥집은 지인과 어울려 식사하면서 가볍게 술 한잔하고 가는 장소로 인식돼있다.

식당서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몰래 밥값을 계산해놓고 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 동해 주민은 ‘영동지역 사람들에게 북평민속시장의 국밥집은 마음의 고향 같은 장소’라고 말한다.

묵호 등대와 월소 택지 사이 골짜기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다. 59m 높이로 세워진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동해의 수평선과 묵호 등대, 묵호항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스카이워크서 지상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자이언트 슬라이드와 공중에 매달린 외줄을 자전거로 건너는 스카이 사이클을 타고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전천 뜬다리정원마루는 동해 시내를 가로지르는 전천의 동해선 폐철교를 활용해 만든 공간이다. 길이 265m의 교량이어서 전천과 어우러진 동해 시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귀여운 포토존과 조형물,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는 벤치 등의 시설이 마련돼있다. 해가 진 뒤 조명이 켜지면 더욱 아름다운 공간이 된다.

뜬다리정원마루

여명빛테마파크는 야간 조명시설을 갖춘 추암 촛대바위와 조각공원, 출렁다리 일원을 부르는 명칭이다. 다양한 패턴의 조명을 입은 촛대바위, 색색으로 바뀌는 나무,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다리, 빛을 받아 더욱 예술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조각품이 눈을 즐겁게 한다. 곳곳에 포토존도 마련돼있어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야간 산책을 즐기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코스1: 북평민속시장→전천 뜬다리정원마루→동해 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코스2: 북평민속시장→전천 뜬다리정원마루→무릉별유천지→여명빛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무릉별유천지→북평민속시장→전천 뜬다리정원마루→여명빛테마파크
-둘째 날 천곡황금박쥐동굴→동해 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해시 문화관광: www.dh.go.kr/tour/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https://www.dh.go.kr/tour/selectTourCntntsWebView.do?key=1620&tourNo=53


운영 정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운영시간: 4~10월 10:00~18:00(17:30 매표 마감), 11~3월 10:00~17:00(16:30 매표 마감) 휴무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요금: 3000원(19~64세), 2000원(7~18세), 1400원(65세 이상), 강원특별자치도 주민 입장료 50% 할인, 자이언트 슬라이드 3000원, 스카이 사이클 1만5000원

문의 전화
-북평민속시장: 033)522-1141(고객지원센터)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070)7799-6955
-전천 뜬다리정원마루: 033)539-8701(동해시청 건설과)
-여명빛테마파크: 033)530-2801(추암관광안내소)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 또는 청량리역서 KTX-이음 열차 이용해 동해역까지 이동. 동해역 정류장서 21-1번, 112번, 162번 시내버스 승차 후 북평농협 정류장서 하차한 뒤 북평민속시장 국밥 거리까지 도보 약 4분 버스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 또는 동서울터미널서 고속버스 또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동해시 종합버스터미널까지 이동.

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01번, 111번, 121번, 131번, 132번, 133번, 141번, 151번, 152번, 153번, 154번, 155번, 161번, 162번, 171번, 21-1번, 21-2번, 21-3번, 21-4번, 312번, 313번 버스를 이용해 북평우체국 정류장서 하차 후 북평민속시장 국밥 거리까지 도보 약 6분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동해시 종합버스터미널 033)532-3800, 동해시 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https://bus.dh.g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동해 IC 진출 → 동해대로 삼척 방향 우회전 → 효가사거리서 좌회전 → 북평교 지나 갯목길 방면 좌회전 → 동해남부 유치원 지나 구미4길 방면 우회전 → 약 250m 진행 → 북평민속시장 공영 주차장


숙박 정보
-동해보양온천컨벤션호텔: 동해대로 6285, 033)530-0700, www.msgh.kr
-뉴동해관광호텔: 평릉길 1, 033)533-9215, www.hotelnd.com
-어달을담다: 일출로 305, 010-7728-1812, http://dhoceanlove.kr

식당 정보
-두꺼비국밥집: 오일장길 17-1, 033)521-5283
-대성집: 오일장길 19-1, 033)521-5450
-담다: 청운3길 56-1, 033)521-8522

주변 볼거리
-무릉별유천지 라벤더축제: 2025년 6월 중, 무릉별유천지, http://dhfesta.or.kr/dhlf/
-묵호 도째비페스타: 2025년 7월 중순, 묵호항 여객터미널광장 및 해랑전망대 일원, http://dhfesta.or.kr/dmdf/,
-동해무릉제: 2025년 9월 중, 동해웰빙스포츠타운, http://dhfesta.or.kr/dmrf/
-무릉별유천지, 천곡황금박쥐동굴, 동해 논골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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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