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일장 먹거리 ①모란민속5일장

닷새마다 돌아오는 먹거리 축제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 9인 날짜에 열린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 8호선 모란역 5번 출구가 붐비는데, 마치 먹거리 축제장 초입 같다. 큰길 건너 건물서 내려다보면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장터가 한눈에 펼쳐진다. 넉넉한 시골 장터 인심은 덤이요, 저렴하고 맛있는 먹거리는 온통 별미다.

모란민속5일장은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하한 김창숙이란 인물로부터 시작됐다. 김창숙 대령은 월남민들을 데리고 성남 지역서 황무지 개간사업을 펼쳤는데, 어머니를 그리며 북녘의 모란봉서 ‘모란’이란 이름을 따왔다.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을 목적으로 장을 세웠다가, 하나둘 노점이 확대되며 1970년대 후반부터는 특종 상품시장으로 성장했다.

특종 상품시장

모란민속시장은 1980년대 서울 근교서 거의 유일하게 개설되는 정기 시장이었다. 2018년 총면적 2만2575㎡의 규모로 지금의 자리에 모습을 갖췄다.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오일장이 서는 장날에는 공터에 천막 지붕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선다.

모란민속5일장은 크게 13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화훼, 잡곡, 약초, 생선, 채소, 의류, 신발,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팔기 때문에 가까이는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서도 찾아온다. 유념할 것은 한 가지, 배를 비우고 갈 것! 장터 지천이 먹을거리다.

찬바람 불고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드니, 뜨거운 것이 당긴다. 꽈배기, 호떡, 뻥튀기, 팥죽, 칼국수, 수구레국밥까지 입맛을 돋우고 속을 채워줄 먹거리가 천지다. 저렴한 값은 덤이다. 반나절은 거뜬히 구경할 거리가 넘치는 모란민속5일장이다.


모란민속5일장이 조선시대부터 규모 면에서 손꼽히는 장시였던 만큼 기름장사도 있었을 터. 골목 초입부터 사방서 깨 볶는 냄새가 진동하는 백년기름특화거리로 들어선다. 길을 몰라도 고소함을 따라가면 될 정도로 규모가 큰 기름가게 거리로 손꼽힌다.

더욱이 가게 문을 연 지 40년이 넘는 기름집 40여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춘천·천안·화성·여주·강진기름집 등 간판만 봐도 전국 팔도 기름집이 모였다. 가판대에는 기름병에 참기름과 들기름이 진열돼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압착기서 샛노란 기름이 줄줄 흘러나온다. 방금 볶은 깨를 막 짜니 신선할 수밖에 없다. 압착기로 기름을 짜내고 난 찌꺼기인 깻묵은 축산농가에 사료로 쓰이도록 싼값에 판다.

모란종합시장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한 ‘로스팅랩’에선 ‘고소함을 걸어요’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름 종류별 교육과 기름 압착 과정 시연, 기름시장 골목투어, 깨강정 만들기까지 고소함이 가득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단체 또는 개인별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모란민속5일장의 역사와 성장
다양한 먹거리 즐길 거리 가득

체험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체험비는 1만5000원 선이다. 올해 체험 프로그램 운영은 3월부터 시작 예정이지만 단체의 경우 전화로 문의하면 체험 시기 조율이 가능하다.

2번 진출입로서 아이들은 귀를 양손으로 틀어막고, 곧 터질 듯 돌아가는 뻥튀기 기계를 바라본다. “뻥이요!” 군밤과 옥수수, 쌀, 서리태 등이 차례로 바구니에 담긴다. 원하는 재료를 맡기면 뭐든 튀겨준다. 겨우내 뜨끈한 방안에 앉아서 먹을 겨울 간식 마련으로 제격이다.

시장 먹거리 가운데 선두주자는 꽈배기와 쫀득한 찹쌀도넛이다. 밀가루 반죽이 170℃ 기름에 노릇노릇 익어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기름에 튀기듯 구운 호떡은 둘째가라면 서운하다. 길에서 만드는 음식이 뭐가 그리 대단하고 맛있을까 싶지만, 오일장서 먹는 음식에는 엄마의 손맛 같은 정이 있다.


품바 공연장 바로 옆 음식부에서는 호박죽, 칼국수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판매한다. 술값만 받고 안주를 무한 리필해주는 포장마차도 있다. 무엇보다 모란민속5일장 최고의 먹거리는 손칼국수다. 기다란 막대로 반죽을 밀고, 숭덩숭덩 써는 조리 과정을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청양고추와 양념장을 취향껏 넣어 먹으면 걸쭉한 멸칫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혀에 착착 감긴다. 도심에서 열리는 민속장은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장이자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달래주는 장터다.

모란민속5일장서 자동차로 4분 거리에 있는 성남종합운동장에서는 2월16일까지 야외 썰매장이 운영된다. 단돈 1000원으로 도심 속 겨울 레포츠를 즐길 절호의 기회다. 썰매장은 각각 5개 레인의 일반용 슬로프와 유아용 슬로프를 갖췄다.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6회차,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8시까지 7회차로 운영한다. 양호실과 매점, 푸드트럭,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인근 성남중앙공설시장에도 들러보자. 모란시장과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재래시장인데, 화재가 발생한 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현대식 건물로 탄생했다. 3~8층을 주차장으로 운영해 장보기가 편하다. 1층에는 채소, 정육, 반찬, 건어물, 분식, 식당, 인테리어 상가가 있고, 2층은 식당, 음료, 잡화, 속옷, 액세서리, 인테리어 상가가 자리한다. 건물은 현대식이지만, 대를 이어 운영하며 단골을 반긴다.

달달한 디저트

성남서 백년기름특화거리, 청계산 음식문화특화거리에 이어 제3호 특화거리로 지정한 백현카페문화거리에선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겨울을 녹일 수 있다. 거리를 관통해 흐르는 수변로 중심으로 이색 카페와 소품 가게가 모여 있는데, 아담한 프로방스풍의 카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골목마다 레스토랑과 개성 있는 옷가게들도 자리 잡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모란민속5일장(4·9일) → 성남종합운동장(썰매장) → 백현카페문화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모란민속5일장(4·9일) → 성남종합운동장(썰매장) → 백현카페문화거리
-둘째 날 판교박물관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 신해철거리 → 성남중앙공설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성남문화관광 https://www.seongnam.go.kr/tour/main.do
-모란민속5일장 https://www.seongnam.go.kr/tour/1002051/11357/contents.do#tab-content1
-성남도시개발공사 체육시설 https://spo.isdc.co.kr/
-성남중앙공설시장 https://snjm1970.modoo.at/
-판교박물관 https://museum.seongnam.go.kr/pangyo/main/index.do
-현대어린이책미술관 www.hmoka.org
-신해철거리 https://cromst.seongnam.go.kr:10005/str eet/street

문의 전화
-성남문화관광 031)729-8602
-모란민속5일장 031)721-9905
-모란종합시장 상인회 협동조합 사무실(로스팅랩 체험 문의) 031)751-4214, 010-7470-7975
-성남종합운동장 눈썰매장 031)725-7179
-성남중앙공설시장 0507)1477-9223
-판교박물관 031)729-1793
-현대어린이책미술관 031)5170-3700

대중교통
지하철 수인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서 약 360m, 도보 1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https://www.seoulmetro.co.kr, 1577-1234, 수인분당선 문의 1544-7769


자가운전
수서IC → 복정교차로서 분당 방면 도시고속도로 → 탄천 IC 오른쪽 고속도로출구(광주, 남한산성 방향)→ 탄천IC서 광주 방면 좌회전 → 광주, 성남시청 방면 오른쪽 방향 → 둔촌대로80번길 방면 우회전 → 모란민속5일장

숙박 정보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판교: 수정구 창업로 18, 031)5178-5099 http://www.ninetreehotels.com/nth5/
-호텔바인: 중원구 산성대로 184, 0507)1403-3350

식당 정보
-굴사냥 모란점(굴찜): 중원구 성남대로1148번길 25, 031)752-9433
-의천각(간짜장): 수정구 산성대로215번길, 031)756-6783
-진미떡볶이(야채밀떡볶이): 수정구 시민로 177, 0507)1409-3420

주변 볼거리
한국잡월드, 성남큐브미술관, 판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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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