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야구인생 50년' 김응룡의 새로운 도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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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갔다고?…코끼리 카리스마 죽지 않았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프로선수가 못하면 죽어야지."
김응룡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첫 마디다. 과연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위업을 달성한 '우승청부사'답다. 김 감독은 제자 이종범을 불러들이는 등 코치진을 새로 꾸리며 한화의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김 감독은 오랜 공백과 고령이라는 핸디캡을 뚫고 최약체 한화를 강팀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까. 내년 시즌 '만년 최약체' 한화의 반란이 기대된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이 돌아왔다. '코끼리' 김응룡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독수리 군단의 제9대 사령탑으로 낙점된 것이다.

지난 8일 한화이글스 구단은 언론 발표를 통해 김 감독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3억원에 연봉 3억원(총액 9억원)에 계약했음을 알렸다. 이로써 김 감독은 2004년 말 삼성 라이온즈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8년 만에 구장으로 복귀했다.

김응룡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은 지난 10일 대전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첫걸음을 뗐다. 대전구장에 도착한 김 감독은 한화프런트의 안내를 받아 구장을 천천히 둘러본 뒤 노재덕 단장과 한용덕 수석코치, 송진우 코치 등 구단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다시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설레고 기분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고의 지도자'
메가톤급 복귀

이어 구단 운영에 대해서 그는 "그동안 한화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줬다"며 "선수들을 돈 주고 영입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신인선수들을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데려오기보다는 신인발굴을 통해 내실을 다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 함께할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프로선수라면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본인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프로가 못하면 죽어야지"라고 말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 감독은 이날 코치진들과 오찬을 가진 후 서산 2군 구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평생 야구 하나만을 붙들고 살아왔다. 반세기 세월 동안 선수에서 감독, 또 구단사장으로 오로지 한우물을 파 온 외길 인생이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해 '우승청부사'로 불릴 만큼 최고의 지도자로 자리 잡았다.

김응룡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는 1963년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 야구 선수권대회였다. 김 감독은 부산상고를 나와 남전(현 한국전력), 미창(현 대한통운)에서 투수와 1루수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 그는 실업야구 최고의 강타자로써 한국 대표로 발탁됐고 1루수와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당시 열린 일본과의 경기 결승에서 8회 초 2점짜리 홈런을 날리는 등 한국팀의 3타점을 올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노하우 전수
오랜 공백과 고령 핸디캡 극복할까

이후 김 감독은 새로 창단된 크라운맥주로 이적했고 크라운맥주가 한일은행에 합병되며 한일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60∼70년대 각종 대회 홈런왕은 모두 그의 차지 였을 정도로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김 감독은 1972년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치고 한일은행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감독이 된 첫해에 전국 선수권 대회와 실업 여름철 리그에서 우승했다. 1980년 대통령배 실업 리그도 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으로서 능력을 입증받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김 감독은 기아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3년 김 감독은 프로야구 첫 우승을 맛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후 총 9차례나 해태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키며 사령탑으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 감독은 2001년 해태의 라이벌이자 한국시리즈 무관에 허덕이고 있던 삼성라이온즈로 거취를 옮겼다. 이듬해 김 감독은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사자군단의 한을 해소했다.

반세기 야구인생
한우물만 팠다

사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이 이끌던 해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세 번이나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호랑이만 아니었다면 사자의 한국시리즈 무관행진은 좀 더 일찍 끝났을지도 모르는 것. 그 중심에 있던 김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잡자 해태를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김 감독은 개인 통산 12회 한국시리즈 진출에 10회 우승 기록, 단일팀 18년 집권에 9회 우승 기록이라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메달의 기쁨을 안기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04년 선동열 감독에게 삼성 지휘봉을 넘긴 뒤 삼성 구단의 CEO로 승격했다. 야구 현역 출신으로 구단 CEO 자리까지 오른 것은 지금까지 김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2010년 삼성 구단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야구계 원로로서의 삶을 즐겼다. 하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고 관심은 꺼질 줄 몰랐다.

그 결과 올해 김 감독은 현역 감독 복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검증된 감독을 찾고 있던 한화와 뜻이 맞아 한화의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한 것이다.

'명장'만난 독수리 비상 준비 "반란 기대"
이종범 불러들여 '만년 최약체' 체질개선

앞서 지난달 20일 김 전 감독은 KBS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해 21년에 걸친 긴 감독 생활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화들을 털어놓으며 복귀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을 "11세의 야구 소년 김응룡입니다"라고 소개해 아직도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날 김 감독 양옆으로 반가운 얼굴들이 나란히 눈에 띄었다. 1990년대 프로야구를 주름 잡았던 야구스타 이종범, 양준혁이었다.

현역시절 김 감독은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재밌는 어록을 남겨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야구 외적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 감독은 이날 예능 프로에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줬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묻는 말에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절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감독이 초조해하면 선수들이 불안해할까 싶어 항상 신경안정제를 몰래 복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입원하게 될까봐 감독 시절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은퇴 후 첫 건강 검진에서 혹이 7개가 발견돼 암 직전 상태였다"며 털어놓기도 했다.

김응룡-이종범
15년만의 결합

평상복을 입을 땐 부처지만 유니폼만 입으면 불같은 성격으로 변한다는 김 감독은 감독 시절 심판에게 항의하다 18번이나 퇴장을 당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팬들을 위한 쇼맨십이기도 하지만 10점 차로 져도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함께 출연한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3번이나 우승했는데 칭찬 한마디 없으셨다"고 하자 "네가 나보다 야구를 잘하는데 무슨 칭찬을 하겠느냐"고 센스 있게 맞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과 이종범의 인연은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일고-건국대를 졸업하고 1993년 해태에 데뷔한 이종범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가 다름 아닌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MVP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김 감독에게 7번째 우승컵을 선물했다.

선동열이 일본으로 진출하고, 김성한이 현역 은퇴하며 위기감이 고조된 1996∼1997년에도 이종범은 불방망이와 날쌘 발을 뽐내며 해태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즉 김 감독과 이종범이 함께 한 1993∼1997년 5년간 무려 3번의 우승을 일궈내며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 것이다.

김 감독은 해태 부임 당시 이종범에 대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잘하는 선수"라며 "나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데 무슨 조언을 하겠나"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는 또 "20승 투수와도 바꿀 수 없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며 이종범을 곁에 두고 싶은 가장 훌륭한 제자로 추켜세웠다. 이종범도 그런 김 감독에게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라며 무한한 존경심을 나타낸 바 있다.

"프로가 못하면 죽어야지"
한화구단 첫 방문서 으름장

김 감독은 이종범의 LG코치행이 와전된 소식으로 알려지자 그를 직접 만나 한화 코치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구단으로부터 코치진 선임 전권을 부여받은 김 감독이 가장 먼저 찾아 나선 사람이 바로 이종범인 셈이다. 이종범도 스승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종범은 지도자 데뷔를 정든 타이거즈가 아니라 연고가 없는 이글스에서 시작하게 됐다.

지난 10일 한화는 "이종범과 연봉 5000만원에 코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김 감독은 "이종범은 타격이든 주루든 수비든 뭐든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한 방 있는 선수가 중요했지만 요즘은 뛰는 야구로 추세가 바뀌어 발 빠른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종범은 주루코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범은 특히 현역 선수시절 주루플레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한 시즌 단일경기 최다도루 6개(1993년)를 비롯해 단일시즌 최다도루 84개(1994년), 한국시리즈 7연속 도루성공 (1993년 한국시리즈 삼성전) 등의 압도적 기량으로 '바람의 아들'이란 별칭을 얻었다.

한화는 최근 4시즌 간 3차례나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최약체 팀이다. 김태균, 류현진 등을 제외하면 정상급 선수는 거의 없고, 심지어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선수들도 있다. 또 한화는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맛이 떨어지는 팀으로 불린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기울면 승부를 포기해버리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성적 부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팀에 패배적인 분위기가 드리운 것이다.

정신 재무장 강조
"내년엔 일낸다"

하지만 김응룡·이종범 체제에서는 용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의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이종범의 끈질긴 근성을 앞세워 한화 선수들의 정신 재무장이 기대되는 것이다. 야구는 정신력과 집중력의 스포츠라는 점에서 정신무장은 필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김 감독의 스타일은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자율야구에 가까웠다. 김 감독이 이끈 해태(현 기아)와 삼성은 스타선수들이 적지 않게 포진된 만년 우승 후보팀이었고 김 감독은 지금까지 강렬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어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냈다.

따라서 김 감독이 스타군단 지원 없이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한화를 새로운 팀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승제조기'와 ‘만년 최약체’의 만남. 내년 시즌 '꼴찌의 반란'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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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