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①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은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맞닿아 있는, 지하철역서 가장 가까운 도심 속 식물원이다. 2000년 초 서울의 마지막 농경지였던 마곡지구에 빌딩들이 들어서고, 그 빌딩숲 한가운데 공원과 식물원이 꾸며지면서 도심은 초록으로 채색되기 시작했다.

축구장 70개 크기인 서울식물원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넓은 잔디가 깔린 열린숲과 호젓한 산책로 호수원, 조류의 보금자리 습지원은 24시간 무료로 개방된다. 주제정원과 온실로 이뤄진 주제원은 유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그중 온실은 겨울에 특히 사랑받는 공간이다.

겨울에 사랑받는 곳

대부분 식물원의 온실은 볼록한 모양인데,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오목한 접시 모양이다. 오목한 접시 부분에 빗물을 모아 관수(농사 짓는 데 필요한 물을 논밭에 댐)로 활용한다.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살아 있는 세계 식물대백과사전이다. 서울식물원의 온실로 들어서면 지구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식물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가족을 이룬 듯하다. 열대와 지중해에 있는 12개 도시의 식물 1000여종이 자란다.

하지만 발걸음을 재촉하면 그저 초록의 뭉치로만 기억될 것이다. 식물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보자. 식물의 과거와 미래를 알아가는 것은 그 누군가와 친해지는 과정과 비슷할 테니. 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거나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서 해설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된다.

온실 입구에 들어서자 무덥고 습한 공기가 훅 덮친다. 얼었던 손끝이 금세 녹을 만큼 반가운 온도다. 입구에는 공기로 채워진 말랑한 조각 작품이 반긴다. 스튜디오 1750의 ‘평행정원’이란 작품으로 환경, 유전, 변종 등으로 생겨난 상상의 식물을 표현, 온실을 찾은 관람객에게 반가운 첫인사를 건넨다.


현재 식물원 곳곳에 구성된 ‘리듬: 둘로 존재하는 것으로’ 기획전시가 3월 초까지 이어진다. 각자의 박자와 호흡에 맞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조화를 작품으로 나타냈다.

열대관에 들어서자 큰 키로 압도하는 야자수들이 짙은 초록의 향기를 낸다. 인도네시아서 콜롬비아까지 각 나라의 특색에 맞는 식물들이 촘촘하게 심겨 있는데, 코코넛 야자와 망고, 바나나 등 익숙한 과일의 나무들도 볼 수 있다. 개관했던 2019년 이후 약 5년이 지났으니 나무들도 한 뼘 정도는 더 자랐으리라.

최대 높이 25m에 달하는 온실이지만 큰 키를 감당할 수 없어 한 그루의 야자수를 교체하기도 했다.

지중해관은 연중 온화한 기후를 가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 식생하는 식물들로 꾸며져 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레몬과 올리브, 코르크 등의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온실 곳곳에는 나라별 특색을 보여주는 정원과 포토존이 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다. 

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심 속 생태원
한가로이 쉬기 좋은 곳

지중해관에서는 사막서 잘 자라는 여러 다육식물도 볼 수 있다. 초록 다육식물 사이, 하얀 선인장인 ‘화이트 고스트’가 눈에 띈다. 하얀 몸체는 뜨거운 햇볕을 반사해 살아남기 위한 생의 방법인 것이다.

프랑스서 수입한 올리브 나무는 신비롭다. 더는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들을 선별해 생장점을 잘라내면서 생육을 조절한다. 그래서인지 잘린 나무줄기는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다. 반면 부드럽게 흔들리는 자잘한 잎들은 햇살에 비춰 다채로운 초록색을 낸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한 바오바브나무도 발견한다. 바오바브나무는 2000년 이상 자라는 나무로 굵은 줄기에는 무려 3톤가량의 물을 품고 있다고 한다. 물을 뺀 빈 줄기는 옛 아프리카 주민들이 무덤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바오바브나무는 겨울인 지금, 가장 무성한 잎을 볼 수 있다.

지중해관 끝에는 온실의 백미, 스카이워크가 이어진다. 약 8m 높이로 열대관 위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는 식물을 눈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바나나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꽃봉오리와 열매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2025년 2월까지 이어지는 ‘윈터페스티벌’로 온실은 더 생기가 넘친다. 열대관 곳곳에는 알록달록 생기를 불어넣는 열대 난초 60여종, 지중해관 곳곳에는 나뭇가지를 활용해 만든 겨울요정들로 꾸며져 있다. 

식물원에는 식물과 친근해질 수 있는 몇몇 공간이 있다. 작물의 생육·환경 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에서는 아삭하고 단맛 나는 채소가 자란다. 이 채소는 강서구 내 복지관에 기부된다. 식물의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싶다면, 씨앗도서관을 활용해보자. 씨앗을 대출받아 식물을 키운 후, 그 씨앗을 반납하는 절차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식물 관련 전문서적 9000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식물전문도서관,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정원지원실, 식물원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 등도 자리한다. 또 작은 화분에 담긴 식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기프트숍에 들러보자.

서울식물원서 도보로 10분이면 겸재정선미술관에 닿는다. 양천현령(현재 강서구청장)을 맡고, 진경산수화의 폭을 넓힌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당시 겸재 정선은 양천현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면서 완숙한 화풍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구암 허준

강서구의 또 다른 인물이라면 조선 중기 구암 허준을 빼놓을 수 없다. 강서구서 태어난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기술을 전수했다. <동의보감>은 단일 의학서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허준박물관에서는 그의 업적과 다양한 한의학 고서를 만날 수 있다.

김포국제공항 옆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은 항공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체험이 가득한 곳이다. 항공기 비상상황 시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내훈련체험, 관제사가 되어 보는 조종관제체험, 보잉 747 여객기의 부조종석에서 비행 조종을 해보는 조종사체험도 가능하다. 김포국제공항 활주로로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볼 수 있는 야외 전망대는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립항공박물관→서울식물원→겸재정선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서울식물원→겸재정선미술관→허준박물관
-둘째 날 국립항공박물관→코엑스 마곡 르웨스트→LG아트센터서울→스페이스K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서문화관광 https://www.gangseo.seoul.kr/munhwa/index
-서울식물원 https://botanicpark.seoul.go.kr/front/main.do
-겸재정선미술관 https://culture.gangseo.seoul.kr/gsfc/main/contents.do?menuNo=800054
-허준박물관 https://culture.gangseo.seoul.kr/gsfc/main/contents.do?menuNo=800119
-국립항공박물관 www.aviation.or.kr 

운영 정보
-서울식물원(온실·주제정원) *운영시간: 11~2월 09:30~17:00 (16:00 매표 마감), 3~10월 09:30~18:00(17:00 매표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서울식물원(열린숲·호수원·습지원) *운영시간: 24시간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겸재정선미술관 *운영시간: 3~10월(화~금요일) 10:00~18:00(입장 마감 17:00), 주말·공휴일·11~2월 10:00~17:00(입장 마감 16:0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 및 군경 500원/통합관람권(허준박물관과 겸재정선미술관) 성인 1300원, 학생 및 군경 700원

-허준박물관 *운영시간: 평일(화~금요일) 11~2월 10:00~17:00, 3~10월 10:00~18:00 주말·공휴일 10:00~17:0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성인 1000원, 학생 및 군경 500원/통합관람권(허준박물관과 겸재정선미술관) 성인 1300원, 학생 및 군경 700원 국립항공박물관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입장마감 17:3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무료(체험에 따라 유료) 

문의 전화
-서울식물원 02)2104-9716
-겸재정선미술관 02)2659-2206
-허준박물관 02)3661-8686
-국립항공박물관 02)6940-3198
-강서구청 체육관광과 02)2600-6082

대중교통
지하철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3·4번 출구 연결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 도보 10분

*문의: 서울시메트로9호선 02)2656-0009, https://www.metro9.co.kr/ 공항철도 1599-7788 https://www.arex.or.kr/main.do 

자가운전
서울특별시청→세종대로20길 방면 좌회전→세종대로 방면 우회전→세종대로사거리서 유턴→시청서 신촌로터리 방면으로 우회전→서소문고가서 신촌로터리, 이대입구 방면으로 왼쪽 고가차도 진입→충정로사거리서 양화대교, 마포대교 방면 좌회전→마포대교서 국회의사당, 올림픽대로 방면 우회전→김포공항 방면 우회전→여의하류IC서 김포공항 방면으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진입→발산역 방면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양천로49길 방면 좌회전→양천로 방면 우회전→서울식물원 방면 좌회전→서울식물원


숙박 정보
-코트야드 서울 보타닉파크: 강서구 마곡중앙12로, 02)6946-7000, https://www.marriott.com/ko/hotels/selcs-courtyard-seoul-botanic-park/overview/ 
-머큐어 서울 마곡: 강서구 마곡중앙로, 02)2261-6000, http://mercure-magok.co.kr/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 강서구 하늘길, 02)6116-1000, https ://www.lottehotel.com/gimpo-city/ko.html 

식당 정보
-소곤면옥(평양냉면·곰탕·돼지갈비): 강서구 양천로47길, 0507-1459-8329
-모담다이닝 마곡엘지아트센터점(솥밥정식·전복 수제떡갈비 정식): 강서구 마곡중앙로, 070-4647-1075
-비바나폴리(마르게리타·칼라마리): 강서구 마곡중앙로, 070-4070-4670, https://sparta20.mycafe24.com/ 

주변 볼거리
궁산땅굴역사전시관, 양천향교, 강서별빛우주과학관, 롯데몰 김포공항점 등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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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