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①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은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맞닿아 있는, 지하철역서 가장 가까운 도심 속 식물원이다. 2000년 초 서울의 마지막 농경지였던 마곡지구에 빌딩들이 들어서고, 그 빌딩숲 한가운데 공원과 식물원이 꾸며지면서 도심은 초록으로 채색되기 시작했다.

축구장 70개 크기인 서울식물원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넓은 잔디가 깔린 열린숲과 호젓한 산책로 호수원, 조류의 보금자리 습지원은 24시간 무료로 개방된다. 주제정원과 온실로 이뤄진 주제원은 유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그중 온실은 겨울에 특히 사랑받는 공간이다.

겨울에 사랑받는 곳

대부분 식물원의 온실은 볼록한 모양인데,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오목한 접시 모양이다. 오목한 접시 부분에 빗물을 모아 관수(농사 짓는 데 필요한 물을 논밭에 댐)로 활용한다.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살아 있는 세계 식물대백과사전이다. 서울식물원의 온실로 들어서면 지구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식물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가족을 이룬 듯하다. 열대와 지중해에 있는 12개 도시의 식물 1000여종이 자란다.

하지만 발걸음을 재촉하면 그저 초록의 뭉치로만 기억될 것이다. 식물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보자. 식물의 과거와 미래를 알아가는 것은 그 누군가와 친해지는 과정과 비슷할 테니. 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거나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서 해설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된다.

온실 입구에 들어서자 무덥고 습한 공기가 훅 덮친다. 얼었던 손끝이 금세 녹을 만큼 반가운 온도다. 입구에는 공기로 채워진 말랑한 조각 작품이 반긴다. 스튜디오 1750의 ‘평행정원’이란 작품으로 환경, 유전, 변종 등으로 생겨난 상상의 식물을 표현, 온실을 찾은 관람객에게 반가운 첫인사를 건넨다.


현재 식물원 곳곳에 구성된 ‘리듬: 둘로 존재하는 것으로’ 기획전시가 3월 초까지 이어진다. 각자의 박자와 호흡에 맞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조화를 작품으로 나타냈다.

열대관에 들어서자 큰 키로 압도하는 야자수들이 짙은 초록의 향기를 낸다. 인도네시아서 콜롬비아까지 각 나라의 특색에 맞는 식물들이 촘촘하게 심겨 있는데, 코코넛 야자와 망고, 바나나 등 익숙한 과일의 나무들도 볼 수 있다. 개관했던 2019년 이후 약 5년이 지났으니 나무들도 한 뼘 정도는 더 자랐으리라.

최대 높이 25m에 달하는 온실이지만 큰 키를 감당할 수 없어 한 그루의 야자수를 교체하기도 했다.

지중해관은 연중 온화한 기후를 가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에서 식생하는 식물들로 꾸며져 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레몬과 올리브, 코르크 등의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온실 곳곳에는 나라별 특색을 보여주는 정원과 포토존이 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다. 

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심 속 생태원
한가로이 쉬기 좋은 곳

지중해관에서는 사막서 잘 자라는 여러 다육식물도 볼 수 있다. 초록 다육식물 사이, 하얀 선인장인 ‘화이트 고스트’가 눈에 띈다. 하얀 몸체는 뜨거운 햇볕을 반사해 살아남기 위한 생의 방법인 것이다.

프랑스서 수입한 올리브 나무는 신비롭다. 더는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들을 선별해 생장점을 잘라내면서 생육을 조절한다. 그래서인지 잘린 나무줄기는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다. 반면 부드럽게 흔들리는 자잘한 잎들은 햇살에 비춰 다채로운 초록색을 낸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한 바오바브나무도 발견한다. 바오바브나무는 2000년 이상 자라는 나무로 굵은 줄기에는 무려 3톤가량의 물을 품고 있다고 한다. 물을 뺀 빈 줄기는 옛 아프리카 주민들이 무덤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바오바브나무는 겨울인 지금, 가장 무성한 잎을 볼 수 있다.

지중해관 끝에는 온실의 백미, 스카이워크가 이어진다. 약 8m 높이로 열대관 위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는 식물을 눈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바나나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꽃봉오리와 열매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2025년 2월까지 이어지는 ‘윈터페스티벌’로 온실은 더 생기가 넘친다. 열대관 곳곳에는 알록달록 생기를 불어넣는 열대 난초 60여종, 지중해관 곳곳에는 나뭇가지를 활용해 만든 겨울요정들로 꾸며져 있다. 

식물원에는 식물과 친근해질 수 있는 몇몇 공간이 있다. 작물의 생육·환경 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에서는 아삭하고 단맛 나는 채소가 자란다. 이 채소는 강서구 내 복지관에 기부된다. 식물의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싶다면, 씨앗도서관을 활용해보자. 씨앗을 대출받아 식물을 키운 후, 그 씨앗을 반납하는 절차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식물 관련 전문서적 9000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식물전문도서관,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정원지원실, 식물원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 등도 자리한다. 또 작은 화분에 담긴 식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기프트숍에 들러보자.

서울식물원서 도보로 10분이면 겸재정선미술관에 닿는다. 양천현령(현재 강서구청장)을 맡고, 진경산수화의 폭을 넓힌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당시 겸재 정선은 양천현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면서 완숙한 화풍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구암 허준

강서구의 또 다른 인물이라면 조선 중기 구암 허준을 빼놓을 수 없다. 강서구서 태어난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기술을 전수했다. <동의보감>은 단일 의학서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허준박물관에서는 그의 업적과 다양한 한의학 고서를 만날 수 있다.

김포국제공항 옆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은 항공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체험이 가득한 곳이다. 항공기 비상상황 시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내훈련체험, 관제사가 되어 보는 조종관제체험, 보잉 747 여객기의 부조종석에서 비행 조종을 해보는 조종사체험도 가능하다. 김포국제공항 활주로로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볼 수 있는 야외 전망대는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립항공박물관→서울식물원→겸재정선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서울식물원→겸재정선미술관→허준박물관
-둘째 날 국립항공박물관→코엑스 마곡 르웨스트→LG아트센터서울→스페이스K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서문화관광 https://www.gangseo.seoul.kr/munhwa/index
-서울식물원 https://botanicpark.seoul.go.kr/front/main.do
-겸재정선미술관 https://culture.gangseo.seoul.kr/gsfc/main/contents.do?menuNo=800054
-허준박물관 https://culture.gangseo.seoul.kr/gsfc/main/contents.do?menuNo=800119
-국립항공박물관 www.aviation.or.kr 

운영 정보
-서울식물원(온실·주제정원) *운영시간: 11~2월 09:30~17:00 (16:00 매표 마감), 3~10월 09:30~18:00(17:00 매표 마감)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서울식물원(열린숲·호수원·습지원) *운영시간: 24시간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겸재정선미술관 *운영시간: 3~10월(화~금요일) 10:00~18:00(입장 마감 17:00), 주말·공휴일·11~2월 10:00~17:00(입장 마감 16:0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성인 1000원, 청소년 및 군경 500원/통합관람권(허준박물관과 겸재정선미술관) 성인 1300원, 학생 및 군경 700원

-허준박물관 *운영시간: 평일(화~금요일) 11~2월 10:00~17:00, 3~10월 10:00~18:00 주말·공휴일 10:00~17:0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성인 1000원, 학생 및 군경 500원/통합관람권(허준박물관과 겸재정선미술관) 성인 1300원, 학생 및 군경 700원 국립항공박물관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입장마감 17:3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무료(체험에 따라 유료) 

문의 전화
-서울식물원 02)2104-9716
-겸재정선미술관 02)2659-2206
-허준박물관 02)3661-8686
-국립항공박물관 02)6940-3198
-강서구청 체육관광과 02)2600-6082

대중교통
지하철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3·4번 출구 연결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 도보 10분

*문의: 서울시메트로9호선 02)2656-0009, https://www.metro9.co.kr/ 공항철도 1599-7788 https://www.arex.or.kr/main.do 

자가운전
서울특별시청→세종대로20길 방면 좌회전→세종대로 방면 우회전→세종대로사거리서 유턴→시청서 신촌로터리 방면으로 우회전→서소문고가서 신촌로터리, 이대입구 방면으로 왼쪽 고가차도 진입→충정로사거리서 양화대교, 마포대교 방면 좌회전→마포대교서 국회의사당, 올림픽대로 방면 우회전→김포공항 방면 우회전→여의하류IC서 김포공항 방면으로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진입→발산역 방면 오른쪽 도시고속도로 출구→양천로49길 방면 좌회전→양천로 방면 우회전→서울식물원 방면 좌회전→서울식물원


숙박 정보
-코트야드 서울 보타닉파크: 강서구 마곡중앙12로, 02)6946-7000, https://www.marriott.com/ko/hotels/selcs-courtyard-seoul-botanic-park/overview/ 
-머큐어 서울 마곡: 강서구 마곡중앙로, 02)2261-6000, http://mercure-magok.co.kr/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 강서구 하늘길, 02)6116-1000, https ://www.lottehotel.com/gimpo-city/ko.html 

식당 정보
-소곤면옥(평양냉면·곰탕·돼지갈비): 강서구 양천로47길, 0507-1459-8329
-모담다이닝 마곡엘지아트센터점(솥밥정식·전복 수제떡갈비 정식): 강서구 마곡중앙로, 070-4647-1075
-비바나폴리(마르게리타·칼라마리): 강서구 마곡중앙로, 070-4070-4670, https://sparta20.mycafe24.com/ 

주변 볼거리
궁산땅굴역사전시관, 양천향교, 강서별빛우주과학관, 롯데몰 김포공항점 등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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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