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 (72)영풍그룹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10.18 17: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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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피하려 우산 폈는데 '구멍 숭숭'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 1회에 영풍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재계순위 33위(공기업 제외)인 영풍그룹은 지난달 말 기준 총 22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는 영풍개발에 그룹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1989년 설립된 건물관리업체 영풍개발은 매년 총매출의 100%에 가까운 금액이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그 금액은 100억원 안팎이다. 영풍개발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두 아들 세준·세환씨와 딸 혜선씨가 지분을 각각 11%(1100주)씩 갖고 있다. 오너일가가 1/3를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수의계약 거래

그런데 영풍개발 외에도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영풍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엑스메텍'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9년 설립된 엑스메텍은 공장, 건물 등 건축설계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다. 문제는 자생력이다.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형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1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내부거래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엑스메텍은 지난해 매출 335억4200만원 가운데 94억3100만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영풍(94억2200만원)과 케이지엔지니어링(900만원) 등이다. 주거래처인 ㈜영풍의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정보보호 업그레이드, 신호전송 프로젝트, 전력계통, 수전설비 등을 엑스메텍에 맡겼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영풍(48억400만원)과 케이지엔지니어링(4300만원), 알란텀(1100만원) 등 영풍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0억7000만원 중 48억5800만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은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설립 첫해 4억8500만원 영업손실과 5억6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해 각각 41억9300만원, 30억7000만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냈다.

총자산은 2009년 48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129억4300만원으로 불과 3년 만에 2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14억4000만원이던 총자본은 61억1500만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엑스메텍은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적돼 왔다. 특히 장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과 외동딸 세환·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오너일가의 지분도 있어 더욱 의심을 받았다. 이를 의식해선지 영풍 오너일가는 지난해 9월 엑스메텍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다.

몰아주기 논란일자 돌연 오너일가 주식 정리 
"과세 피하기" 지적…아직 3세 지분 남아있어

경제개혁연대는 "영풍그룹 총수일가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의심 사례로 지적 받았던 엑스메텍 보유지분을 ㈜영풍에 매각한 것은 세법 개정에 따른 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증여세(최고세율 50%)를 회피하고 양도소득세(세율 20%)만 부담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내부거래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오너일가의 지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 최제임스성(한국명 최내현)씨는 15%(6만주)의 엑스메텍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최 명예회장은 장 회장과 함께 영풍그룹을 공동 경영 중이다. 이들의 부친인 고 최기호 회장과 고 장병희 회장은 1949년 의기투합해 아연시장에 진출, 지금의 영풍그룹을 일궜다. 최 명예회장은 현재 엑스메텍 대표이사를, 장 회장은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케이지인터내셔날'과 '케이지그린텍'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설립된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코크스 등 광물 수입업체로, 지난해 매출 121억3300만원을 모두 고려아연(120억300만원), ㈜영풍(1억3000만원) 등 계열사에서 채웠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같은 해 설립된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지난해 매출 26억9500만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내부거래율 100%

오너일가는 케이지인터내셔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장 회장은 상무이사를, 최 명예회장의 형 최창걸 명예회장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을 갖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영풍그룹은 계열사들이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지배주주에게 안정된 부를 지원하고 있다"며 "영풍그룹의 지원성 거래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배짱 거래를 계속하고 있어 아예 계열사 물량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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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