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동화마을 ⑤유럽마을 엥겔베르그

유럽이라 착각 이국적인 풍경

정읍은 백제가요 ‘정읍사’의 도시다. <고려사>에는 물건을 팔러 간 남편이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부른 노래라고 전한다. ‘정읍사’의 고장답게 정읍을 대표하는 관광지 역시 백제가요정읍사문화공원, 한국가요촌 달하 등이다. 

요즘은 유럽마을 엥겔베르그가 ‘정읍사’만큼 관심을 끈다. 김병조 대표가 웰니스관광 휴양촌으로 조성했다. ‘정읍사’를 떠올리며 예스러운 전통 풍경을 예상했던 이들은 그 풍경에 놀란다. 정읍서 유럽의 어느 도시로 순간 이동한 듯하다.

순간 이동

엥겔베르그는 스위스 인터라켄 북동쪽의 마을 지명이다. 천사를 뜻하는 ‘엥겔(Engel) ’과산을 의미하는 ‘베르그(Berg)’를 합친 지명으로 김석주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촌장이 제일 좋아하는 휴양지다. 그렇다고 스위스 마을은 아니다. 독일 문화를 중심으로 유럽 전반을 아우른다. 

마을은 크게 실버타운 형태의 일반 분양 공간과 유럽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건물동, 그리고 유로마켓동으로 나뉜다. 일반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유로마켓 1층의 베이커리 카페로, 면적이 넓고 층높이가 높아 여유롭게 머물며 쉬기에 좋다.

천장은 유럽식 목골 구조(건축물의 뼈대는 목재로 구성하고 벽체는 다른 구성재를 이용하여 만든 구조)가 고스란하고 카페를 채운 가구 역시 유럽풍이다. 벽면은 앤티크 소품이 장식하고 있어, 유럽의 어느 저택에 들어온 듯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베이커리 카페는 차와 디저트 등으로 이뤄진 애프터눈티 메뉴를 예약제로 운영한다.

베이커리 카페 외에 3층 앤티크 라운지 또한 유로마켓의 명소다. 앤티크 라운지는 애프터눈티 예약 고객에 한해서 개방한다. 도슨트와 함께 약 30분가량 돌아보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층 전체를 가득 채운 앤티크 소품과 가구에 압도된다.

김병조 대표 가족이 20여년에 걸쳐 수집한 물건들이다. 독일 마이센 도자기부터 순금으로 금박 입힌 그릇과 주전자, 100년 이상 된 목가구 등 진귀한 볼거리가 많다. 그 가운데 스페인 옛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해 만든 식탁은 김병조 대표가 가장 아끼는 전시물이다. 

유로마켓을 나와서는 본격적인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탐방에 나선다. 차 박물관은 앤티크 라운지와 비교해 관람할 만하다. 유로마켓 베이커리 카페는 이례적으로 진년보이차(21년 발효) 메뉴를 내는데 그 비밀 또한 차 박물관서 밝혀진다. 

차 박물관은 이양수 향원당 원장이 반세기 넘게 공을 들여 모은 다구와 다기 등으로 반짝인다. 앤티크 라운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자사호(자줏빛 진흙이 특색인 항아리), 탕관(약을 달이거나 국 등을 끓이는 그릇), 개완(뚜껑이 있는 찻잔) 등 그 모양과 빛깔 등이 아름다워 어느 하나 쉬이 지나칠 수 없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것처럼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

3층은 21년 숙성 보이차가 빼곡한데 초입부터 은은한 차향이 매혹적이다. 차 박물관은 한국, 중국, 일본의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유럽마을 안의 동양 차 문화공간이다. 


차 박물관을 나와서는 유럽마을을 돌아본다. 독일 마을을 모티브로 한 건물의 이중경사(Mansard) 지붕, 첨탑 등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건물과 건물 사이 거리나 광장을 거닐 때는 잠시 유럽으로 연말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실내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일부 개방하는 내부는 유럽식 목골 구조나, 바닥을 꾸민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각 국가의 도시 깃발 문양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국가요촌 달하는 ‘정촌가요특구’의 새로운 이름이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달하’는 ‘정읍사’ 가사의 첫 문장 ‘ㄷ·ㄹ하 노피곰 도ㄷ·샤’의 첫 번째 단어다. 지금 말로 풀어 쓰면 ‘달아 높이 높이 돋으시어’다. 원조 한류 가수 보아의 ‘No.1’이 ‘정읍사’에서 달의 모티브로 가져왔다. 

가요전시관 전시는 크게 ‘정읍사’와 현대 음악 두 가지 테마로 나뉜다. 제1전시실은 ‘정읍사’ 설화를 소개하고 이를 영상 등으로 연출해 선보인다. 제2전시실은 19 00~1980년대 현대 가요의 흐름을 다룬다. 가요의 역사를 따라 전시실을 이동하는데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하다. 옛날 극장이나 공연장, 음악다방 등을 재현해 보는 재미가 있다.

갤러리카페 이오일스페이스는 정읍을 찾는 20~30대가 손에 꼽는 ‘핫플’이다. 가운데 잔디마당과 스크린을 두고 ‘ㄷ’자형으로 자리한 2층 건물은, 도로를 등지고 주변 산세를 품는다. 그저 흔한 지역 갤러리카페 정도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카페 한가운데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Focus Moving 2018’이 턱 하니 걸려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는 백남준과 김중만의 작품이 있다. 서울스퀘어의 ‘걷는 사람’으로 유명한 줄리안 오피(Julian Opie), 작품에 ‘××’ 눈을 그려 넣는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 아톰 형상의 오브제로 잘 알려진 허명욱 작가 등의 작품도 찾아볼 일이다. 

레트로 감성의 여행자라면 정읍에서 쌍화차 한 잔을 마시지 않고 떠날 수는 없다. 하물며 마음마저 덥히는 겨울 쌍화차다. 정읍의 정읍쌍화차거리는 정읍 8경의 하나다.

레트로 감성

새암로를 따라 약 450m 거리에 몰려 있다. 쌍화차는 숙지황, 생강, 대추 등 총 20여가지 약재를 달여 만든다. 정읍이 쌍화차로 알려진 건 주재료인 숙지황의 주산지기 때문이다. 차뿐만 아니라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먹는 즐거움 또한 쌍화차만의 매력이다. 곱돌로 만든 찻잔에 마시며 같이 나오는 가래떡, 누룽지 등을 먹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유럽마을 앵겔베르그→한국가요촌 달하→정읍쌍화차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유럽마을 앵겔베르그→한국가요촌 달하→정읍쌍화차거리 
-둘째 날 정읍시립미술관→백제가요정읍사문화공원→이오일스페이스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https://blog.naver.com/euro-market
-정읍시 문화관광 https://www.jeongeup.go.kr/culture
-이오일스페이스 http://www.251space.com

운영 정보
유럽마을 엥겔베르그(유로마켓 카페&베이커리)
*운영시간: 11: 00~16:00(화,일) 11:00~18:00(수~토) *휴무: 월요일


문의 전화
-유럽마을 엥겔베르그 063)535-5398
-정읍시 관광과 063)539-5235
-한국가요촌 달하 063)533-7922
-이오일스페이스 070-8691-2611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정읍역, KTX 18~19회(05:08~22:23)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정읍역 정류장서 215번 버스 이용 야룡정류장 하차 후 264m 이동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정읍시청 교통과 063)539-5911

-버스 센트럴시티-정읍,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0~13회(07:00~22:00)운행, 2시간55분 소요. 정읍고속터미널 터미널후문정류장서 101, 102, 103, 128 버스 이용 야룡정류장 하차 264m 이동.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정읍시청 교통과 063)539-5911   

자가운전
정읍IC→IC사거리 좌회전 →벚꽃로→충정로→유럽마을 엥겔베르그


숙박 정보
-호텔로얄: 정읍시 중앙로, 063-538-0500, https://juroyalhotel.modoo.at
-골드스테이호텔: 정읍시 서부로 51, 063)533-3100, https://www.instagram.com/goldstay_2024
-호텔그린토피아: 정읍시 내장산로, 063)538-9763

식당 정보
-대일정(참게장백반): 정읍시 태인면 수학정석길, 063)534-4030
-양자강(비빔짬뽕): 정읍시 우암로 57, 063)533-4870
-다선전통찻집(쌍화차): 정읍시 중앙1길, 063)531-0852

주변 볼거리
백제가요정읍사문화공원,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내장산국립공원, 무성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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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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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