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동화마을 ④하이원추추파크

정읍인가? 유럽인가?

장쾌하고 다부진 오봉산 산줄기를 따라 눈꽃이 환하게 피었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지그재그로 오르는 스위치백트레인을 타고 바라본 설산은 가히 하얗다 못해 푸르다. 삼척 하이원추추파크는 철도 테마 리조트로,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트레인과 옛 영동선 철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키즈카페와 체험형 실내동물원, 독채형 리조트 시설을 두루 갖춰 동화 같은 기차 마을 여행지로 꼽힌다.

하이원추추파크의 대표 체험 시설은 스위치백트레인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은 19 63년 첫 개통 이후 2012년 6월 솔안터널이 완공되면서 50년의 역사로 마감해야 했지만, 하이원추추파크에서 스위치백구간을 보존하려 다시 경적을 울렸다. 증기기관차와 같은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클래식하게 꾸며 볼거리를 더했고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힘차게 달린다. 

스위치백트레인

그 옛날 기차는 어떻게 험준한 고갯길을 넘었을까. 옛날에는 고개 위 통리역과 고개 아래 심포리역에 기차가 도착하면 통리재의 경사가 너무 심해 더는 가지 못하고 멈춰야만 했다. 과거 승객들은 걸어서 고갯길을 오르내렸다. 화물열차는 쇠밧줄로 한 량씩 끌어서 올리거나 내려보냈다. 고개 아래가 스위치백 구간이었다. 스위치백은 경사가 가파른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고저차를 극복하기 위해 갈지자(之) 형태의 기찻길을 설치해 열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다니도록 만든 산악 철도다. 하이원추추파크의 스위치백트레인은 추추스테이션과 흥전삭도마을을 왕복(16.8㎞)하는 110분 코스다. 

3량으로 연결된 기차는 칸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앉으면 된다. 가운데 칸은 고풍스러운 조명으로 꾸며졌는데,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 배경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의 역사를 이어가는 이헌문 기관사는 국내 유일하게 남은 지그재그 기차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담아 직접 해설을 한다. 철로 변경을 위해 스위치백트레인의 앞뒤를 오가는 동안, 모든 승객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할 정도로 친절하다. 

기차는 흥전삭도마을에서 30여분 정차한다. 이 마을은 폐광 지역의 산업 유산을 활용한 관광자립형 마을로 기찻길 옆 벽화마을, 트릭아트 포토존 등 볼거리를 제법 갖췄다. 마을회관 부녀회에서 판매하는 추추찹쌀도넛과 잔치국수, 채소전, 전병 등 따끈한 주전부리는 겨울의 찬 공기를 녹인다. 기차 안에서 미리 주문해두면 정차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주니, 드라이브스루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추추스테이션은 유럽 고성처럼 우뚝 솟아 멋스럽다. 내부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시설도 갖춰져 있다. 2층 체험형 실내 동물원 ‘장생족장과 함께하는 정글대탐험’에서는 황금 앵무새, 미어캣, 크레스티드 개코, 파란혀도마뱀, 사향고양이 등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절지류, 양서류, 파충류 등 60여종의 동물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동물해설사의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동물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어 알차다. 1층 슈퍼윙스 키즈카페는 계절과 날씨와 상관없이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이다. 외부에는 미니트레인과 회전목마, 미니관람차, UFO스윙 등 놀이기구가 있고, 부대시설로 편의점과 특산물 판매점, 오락시설 등이 있어 온종일 머무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이원추추파크는 편안한 여행을 위한 네 가지 형태의 숙박시설을 골고루 갖췄다. 네이처빌은 프라이빗 빌라 형태의 단독형 숙박시설로 15동 규모다. 북유럽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전경이 이국적인 분위기의 객실이다. 큐브빌은 현대식 옥상 정원으로 꾸미고 경사 지형을 반영하여 만든 객실이다. 아이들은 실제 기차를 개조해서 만든 트레인빌을 선호한다. 총 7개 객실 가운데 다자녀를 위한 가족형 다인실룸인 트레인패밀리는 최대 6명까지 머물 수 있다. 총 35동의 글램핑장도 마련되어 겨울철 낭만의 야외 바비큐도 즐기기 좋다. 

다양한 테마의 기차 운영
여행객을 위한 체험·숙박시설 마련

우리나라 탄맥을 품은 통리탄탄파크도 지척이다. 1982년 개광해 2008년 폐광까지 탄광도시 태백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한보광업소 통보탄광의 자리였는데,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장으로 유명해져, 유시진 대위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광장의 발칸이오니아 건물에서는 동물과 함께하는 AR포토존과 용궁 체험이 아이들에게 인기다. 미디어아트로 빛을 품게 된 갱도는 ‘기억을 품은 길’에서 시작해 ‘빛을 찾는 길’로 나오며 탄광의 역사와 미래를 되짚는다. 두 갱도 사이에는 백두대간의 풍광이 펼쳐지고, 산책로 곳곳에 공룡 알 언덕, 놀이터, 천산포구, 종이비행기 조형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도계유리나라와 도계나무나라가 마주한다. 도계유리나라는 채탄 작업에서 나오는 석탄 폐석을 활용해 예술과 재생을 융합해 만든 문화공간이다. 폐교된 심포초등학교 자리로 8만 6719㎡ 드넓은 부지다. 유리갤러리, 지하 광물 박물관, 야외 전시장 등을 갖추고 블로잉(Blowing, 유리에 숨을 불어넣어 모양을 만드는 기법) 시연을 매일 5회 진행한다. 유리공예체험은 체험자와 체험지도사 1:1로 운영되며 램프워킹, 페인팅, 유리 목걸이 만들기 등의 체험이 있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피노키오가 지붕 위에 걸터앉아 눈길을 끄는 도계나무나라도 함께 둘러보자. 삼척시는 대부분 고지대 산간 지형으로 형성되어 풍부한 산림자원을 보유한 도시다. 도계나무나라는 이러한 산림자원을 쉽게 이해하고 접하도록 전시실과 나무놀이터를 운영한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약 4900년 된 ‘므두셀라’의 모형이 눈길을 끈다. 또 전문 목공예 체험실에서 필통, 도마, 우체통 만들기 등 체험도 가능하다. 

도계나무나라


도계읍에는 도계전두시장과 도계역, 도계급수탑 등 석탄과 기차산업의 발자취가 남은 여행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도 볼거리다. 둘레 9.3m, 높이 24.5m에 이르며 일반 느티나무보다 잎이 더 길고 좁은 모양으로 자란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마을 성황목으로 여겨져 음력 2월15일 도계 영등제를 개최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하이원추추파크→ 통리탄탄파크 → 도계유리나라 → 도계나무나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통리탄탄파크 → 하이원추추파크 → 도계유리나라 → 도계나무나라
-둘째 날 도계전두시장(4·9일 5일장) → 도계급수탑 →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도계여자중학교 맞은편) → 환선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삼척문화관광 https://www.samcheok.go.kr/tour.web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하이원추추파크 http://www.choochoopark.com/
-도계유리나라&나무나라 https://www.dogyeglassworld.kr/

운영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운영시간: 스위치백트레인(월~금요일 11:00, 14: 00 2회, 주말 및 연휴 10:30, 13:00, 15:30 3회), 주소: 강원 삼척시 심포남길 99, 요금: 스위치백트레인 1인 2만원(7월19일~12월1일), 1만원(1월1일~7월18일), 미니트레인 4000원, 어린이 놀이기구 3종 9900원, 레일바이크 4인승 3만5000원
-통리탄탄파크 운영시간: 09:00~18:00(※매표마감 17:00), 주소: 강원 태백시 통골길 116-44,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

문의 전화
-삼척문화관광 033)570-3075
-삼척관광안내소 033)575-1330
-태백시종합관광안내소 033)550-2828
-하이원추추파크 033)550-7788
-통리탄탄파크 033)806-5024
-도계유리나라 033)570-4208
-도계나무나라 033)570-4201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00~22: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종합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14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s://txbus.t-money.co.kr
-기차 청량리역-태백, 무궁화호 하루 4회(07:34~19:10), itx 1회(17:08)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태백역에서 택시 이용 14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https://www.letskorail.com, 1544-7788

자가운전
신갈IC → 영동고속도로 → 만종IC 중앙고속도로(안동,제천방향) → 제천IC(제천, 영월방향) → 제천-태백간 38번 국도 → 영월 → 태백 → 하이원추추파크

숙박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7788/ https://www.choochoopark.com/view/viewLink.do?page=homepage/KOR/accommodation/nature
-쏠비치호텔&리조트 삼척: 수로부인길 1588-4888/ https://www.sonohotelsresorts.com/solbea ch_sc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22

식당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추추상회(백반):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4573
-백두대간(청국장): 도계읍 강원남부로 033)553-3219
-텃밭에노는닭(물닭갈비):도계읍 도계로 033)541-9989

주변 볼거리
미인폭포, 이사부사자공원, 해신당공원, 몽토랑산양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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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