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동화마을 ③대동하늘공원

낭만이 흐르는 노을 명소

도시를 발아래에 둔 동산에 서서 지는 해를 눈높이서 마주한다. 빌딩 숲 너머로 기울면서 하늘은 점점 진한 주황색으로 물든다. 도시는 어느새 산 능선에 다다른 해가 토해내는 황금빛 햇살로 눈부시게 빛난다. 대동하늘공원에서는 대도시와 어우러진 눈부신 석양을 만날 수 있다. 그 풍경의 아름다움은 이곳이 공원으로 조성되기 전부터 찾아온 사진작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을 정도다.

대동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길에는 수십년 전 오밀조밀 서로 벽을 기대 지은 대동 하늘마을이 있다. 6·25 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이 대전에 이르러 산기슭을 따라 집을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동네를 이뤘다. 보따리 하나만 들고 나선 길이니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집을 지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추억으로 잊힌 동네 풍경을 이곳에서 만난다. 주거 밀도가 높았던 탓에 텃밭 대신 다랑논처럼 계단마다 고무 대야를 놓고 파와 상추, 배추 같은 식용 채소를 키우기도 했다. 흐른 세월만큼 집도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지만, 곳곳에 그려진 벽화 덕에 마을 분위기는 포근하고 아기자기하다. 

벽화 이야기

대동 하늘마을 벽화에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동천에 사는 수달 캐릭터 하늘이를 시간 루프서 구해주는 내용이다. 하늘이를 위해 황금열쇠를 찾아보라 권한다. 황금열쇠를 찾으며 벽화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마지막에는 강으로 돌아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사는 하늘이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한 편의 동화를 본 느낌이다. 가게 문을 여닫는 셔터에 그린 하늘마을 전경 그림은 2014년 하늘동네 벽화 그리기 대회서 1등을 수상했다. 하늘동네에 거주하면서도 불편한 거동으로 인해 공원서의 풍경을 감상하지 못하는 주민을 위해 그렸다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최첨단 AR(증강현실) 트릭아트 벽화도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스펀지AR 앱을 설치하고 실행시킨 뒤 카메라로 벽화를 바라보면 화면 속 벽화가 움직인다. 돌고래와 코끼리, 기린, 판다 등 동물 그림과 천사 날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천사 날개가 펄럭이며 날갯짓하는 AR 화면을 볼 수 있다. 날개 사이에 서면 움직이는 날개와 함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신통방통한 벽화다. 

AR 벽화를 지나 풍차 반대편 방향으로 대동하늘공원에 오르면 연애바위를 볼 수 있다. 연애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재미있다. 좁은 집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다 보니 젊은 부부나 연인들이 사랑을 나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연애바위서 사랑을 속삭이곤 했다.

그 이유는 연애바위서 보면 밑에서 사람이 올라오는 것이 잘 보이지만 아래에서는 연애바위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동하늘공원에는 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풍차가 서 있다. 여기가 노을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그러니 해가 지기 전에 풍차에 도착해야 한다. 풍차가 돌아가는 동산에 서서 도시 너머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되면 강아지와 산책 나온 주민이나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이 하나둘 풍차 주변으로 모여든다. 

벽화와 AR 체험, 감각적인 카페거리 등
다양한 역사·문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대동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계단 끝에는 노란색 별 모양 조형물과 함께 색색의 수많은 바람개비가 반겨준다. 2024년 11월에 대동하늘공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생긴 조형물이다. 나무로 만들어졌던 풍차는 꿈돌이로 장식된 빨간색 풍차로 바뀌었다. 

풍차 앞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은 이곳까지 올라온 수고에 비해 과분하다. 서울이라면 남산이나 북한산에 오르는 수고를 감내해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날씨가 좋다면 여기서 인생 석양 풍경을 만날 수도 있다. 전망대 난간 앞에 나란히 서서 석양을 바라보는 연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12월31일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해를 떠나보내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뉘엿뉘엿 기운 해가 도시의 산 너머로 모습을 감추면 도시는 하나둘 불빛을 밝힌다. 왠지 바빠 보이는 낮 풍경과 달리 도시의 밤 풍경엔 낭만과 여유가 묻어난다. 풍경을 감상한 뒤에는 카페에 들러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대동 하늘마을서 나고 자란 원주민이 운영하는 카페서 차 한잔 마시며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면 마을의 옛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대동하늘공원에 가면 이제는 만나기 힘든 옛 동네의 정겨운 풍경, 동화 속 이야기 같은 벽화, 낭만적인 분위기의 전망대서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다. 

대전역 동쪽 광장으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대동천이 흐르는 소제동을 만난다. 1900년대 초반, 일제가 소제호수를 매립하고 한옥마을을 파괴해 철도종업원과 기술자를 위한 관사촌을 만든 것이 지금 소제동 풍경의 시작이다. 이제는 당시 건물을 리모델링한 감각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식당이 곳곳에 들어서 카페거리를 이루었다. 9월에는 대전 빵 축제도 열리는 곳이다.

남간정사는 조선 숙종 때 고위관직을 두루 거쳤던 우암 송시열이 1683년에 건립한 서당이다. 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조성돼있는데 이 때문에 건물 뒤쪽에 출입문을 낸 독특한 형태를 가졌다. 남간정사 건물 뒤로 돌아가면 송시열이 직접 심었다 전해지는 배롱나무가 남아있다. 우암사적공원서 송시열의 문집과 연보 등을 집성한 송자대전의 판목도 볼 수 있다.

우암 송시열

문충사는 우암 송시열의 9세손인 송병선과 송병순 형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송병선은 1905년에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5적을 처형하고 일제를 경계하는 상소를 올리다 망국의 현실을 개탄하며 자결했다. 사당 입구에 홍살문과 충신 정려각이 있고 사당 내부에 형제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지금도 형제의 후손이 거주하며 사당을 관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소제동 카페거리→남간정사→문충사→대동하늘공원(석양&야경)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소제동 카페거리→남간정사→문충사→대동하늘공원(석양&야경)
-둘째 날 숨두부체험관→판암동마을(은진송씨쌍청당제실)→대전중앙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대전광역시 관광 https://daejeontour.co.kr/ko/index.do
-대전광역시 동구 관광문화축제 https://www.donggu.go.kr/dg/tour

운영 정보
남간정사 운영시간: 09:00~17:00,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충사 운영시간: 외부는 상시 관람 가능, 내부 관람 09: 00~18:00(사전 예약 필요), 휴무일: 비정기, 요금: 무료

문의 전화
-대동하늘공원: 042)861-1330(대전종합관광안내소), 042)221-1905(대전역관광안내소)
-남간정사: 042)673-9286(우암사적공원)
-문충사: 010-4488-6361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대전역, KTX수시(05:03~23:28)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 서쪽 광장 앞 대전역/중앙시장 정류장서 605번 시내버스 이용, 우송대동캠퍼스 정류장서 하차 후 도보 약 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s://www.letskorail.com/, 산호교통 042)285-8057~8, www.sanhobus.com


-버스 서울-대전, 서울고속터미널서 15~20분 간격(06:00~24:00)운행, 약 2시간 소요. 복합터미널 정류장서 102번 시내버스 이용, 우송고등학교 정류장서 하차 후 도보 약 16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www.kobus.co.kr/main.do

-지하철 대전 지하철 1호선 대동역 7번 출구서 도보 약 25분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대전 IC→동서대로→동부네거리서 좌회전→동대전로→우송삼거리서 직진→약 300m 전방 사거리→대동로 방향 좌회전→대동마을공원 앞에서 우회전→대동연립 나동 앞에서 좌회전→대동연립 가동 앞에서 좌회전→대동종합복지센터 앞 공용주차장

숙박 정보
-베니키아호텔 대림: 중구 대종로, 042)251-9500, www.benikea.com,
-스테이소제: 동구 계족로, 010-3813-2023, https://www.instagram.com/staysoje,
-더휴식아늑호텔 용전 2호점: 동구 한밭대로, 042)635-7861, https://aank1.modoo.at

식당 정보
-성심당 대전역점: 동구 중앙로, 042)220-4138, www.sungsimdang.co.kr
-감화칼국수: 동구 중앙로, 042)221-7594
-별난집: 동구 중앙로, 042)252-7761

주변 볼거리
대전중앙시장, 대청호자연수변공원, 명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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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